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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쓴 돈 영수증을 다 모았습니다.

이봐당신 |2010.06.29 11:19
조회 1,423 |추천 0

지칠 때도 됐죠, 뭐.. 

그만하면 정말 오래 참고, 기다려 준 거라는 거..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여기에서 그녀를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할 말 있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심상치가 않더라구요. 

설마 그건 아니겠죠. 느닷없는 청첩장 같은거??


 

만약 그렇게 됐다고 해도..갖은 방법을 동원해 막을 겁니다.

일단 연기 학원에서 연년생에서 아이 둘을 섭외해 훈련시킨 후,

예식장으로 쳐들어가 만천하게 '엄마' 를 외치게 할 거예요.


 

진짜 그럴수 있어요. 그녀를 잃고 살아갈 수 없는 날..아니까요.


 

 


 

이건 나중에..프로포즈 할 때 짠, 하고 보여주려고 했던 건데, 

아무래도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녀를 어딜 가나 영수증 챙기는 내게 불만이 많았어요.


 

 


 

"그 영수증 모아서 뭐하게? 나중에 헤어지게라도 되면.. 

 

 그 때 나한테 다 청구하려고 그러지? 어? 어? "


 

 


 

그러면서 나를 완전 쪼잔한 남자 취급을 했죠.
 

그런 핀잔과 구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영수증을 모아온 건,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추억을..스크랩해 두기 위해서였습니다.
 

영수증을 붙이고, 그 밑에 그 날 있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메모해 온 노트가..벌써..다섯 권 째예요.


 

 


 

그녀가 도착을 했나 봅니다.


 

<백반집이야>하고 문자가 왔어요.


 

 

가방 속에 영수증 북을 넣고,

 

그녀가 싫어하는 슬리퍼 대신, 요 앞 신발가게에서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그녀를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역시 그녀의 표정도 예사롭지 않네요.
 

그녀, 고개를 푹 숙인 채 젓가락으로 밥풀만 세고 있습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연인은 아무 말 없이..


 

서로 생선살을 밥 위에 얹어주며 미소만 짓고 있네요.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그 모습이 부러워서 나도 흉내를 냈습니다.


 

 

그녀의 밥 위에 흰 생선살을 내 젓가락을 툭, 쳐 버립니다.


 

 


 

잠깐 담배를 사오겠다고 하고 나왔어요.

 

그리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가방 열어봐, 선물이 있어


 

  마지막이라도, 마지막이 아니라도..지금 너한테 주고 싶어>


 

 


 

그리고는 오락실로 달려가 수십 번..펀치를 치고 또 쳤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멈춰 서 쳐다볼 정도로 미친 듯이,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그녀가 오락실로 날 찾아왔습니다.


 

 


 

"속 좀 시원해졌어? 오락실에서 영수증 안주나?"


 

 


 

그러면서 구 천 원짜리 백반 집 영수증을 내밀며 웃고 있습니다.


 

계속 영수증을 모을 수 있게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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