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평범하게 살고있는
대한민국 서울에 거주중인 28세 회사원입니다.
저는 다들 이름만 들으면 아실 S기업에 현재 다니고 있는데
회사가 다들 그러하겠지만 저희 회사는 특히나 더 보수적입니다.
주변친구들중에 벤쳐기업을 다니는 놈은 티셔츠에 반바지에 쪼리를 신고 출근하기도 한다는데
어두운색의 평범한 정장만이 출근 복장으로 허용되는 회사를 다니다 보니
조금 억눌리는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전부터 꿈꿔오던 도전 (제가 말할 땐 도전이고 남이 볼 땐 반항 일 수도)을
드디어!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몇일 전 회사동료 몇명과의 술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우연히 나온 얘기 끝에
왜 남자는 분홍색을 좋아하면 안되는 거냐로 설전을 벌이다
내기를 진 끝에 거의 벌칙으로 내일 아침
분홍색 셔츠 + 분홍색 타이 + 분홍색 아이템 3가지 이상을 반드시 착용하고
출근할 기로 하게 되었습니다
벌칙이긴 했지만 왠만하면 싫다고 거절했을 텐데
저는 원래 분홍색을 좋아하지만 허용되지 않는 이 사회가 너무나도 답답했던 탓에
술 기운에 오기 까지 더해졌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자 (술이 깨자)
머리가 아파오더군요
막상 실제로 하려니 정말.... 이건 뭐......
'회사사람들이 시킨거다, 벌칙이었다' 를 변명의 무기로 삼기로 하고
옷장을 뒤져
분홍색 셔츠(mountain)를 입고 슬림한 분홍색 타이(t-050)를 맨뒤
여동생 방에가서 두고나간
동생의 완소 아이템, 분홍색 헤드폰(필립스 SHL-1601)을 착용했습니다.
동생방에서 분홍색 시계(디지털 크리스털 다이얼)를 찾아와 차고
채워야할 아이템 5가지중 남은 하나는
창고를 뒤져 분홍색 쇼핑백(Nylonpink)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서류가방대신 이 쇼핑백입니다...
벌칙수행 은 그냥 입고 출근만 해서 되는게 아니었습니다
인증샷을 찍어오라는 그대들의 어마어마한 요구에
술김에 응했던 저를 원망하고 또 원망하며
카메라도 챙겼습니다...
(술김에 할수 있다! 고 큰소리 떵떵 쳤었나 본데
안할시 벌금으로 30만원을 걸었었다네요 제가...... 정말 이 욱하는 성격이 문제인 듯 싶습니다...)
집 앞에서 사진은 어머니께 부탁했었구요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혀를 내두르셨습니다.. 차라리 욕을 하시는게 제 맘이 편했을 텐데 말이죠..)
지하철역에서도 지나가는 고딩에게 사진을 부탁했습니다. 역시나 출근중이시던 많은 분들이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수많은 시선을 겨우겨우 피해 '나 정말 오래살겠구나' 생각하며 회사에 도착하였는데
늘 밝은 얼굴로 인사해주시던 수위아저씨께서도 오늘은 미간을 찌푸리시네요... 하지만 별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수위아저씨께 카메라를 드리고 사진을 부탁해봅니다.
점심식사후 제가 이 엄청난 분홍색 도전기회를 준 동료와 커피숍에 가서 마지막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같이 좀 당해봐야 한단 생각에 일부러 사람들 더 쳐다보라고 크게 얘기하고 웃고 떠들었는데
이 친구. 저랑 있는걸 전혀 챙피해하지 않네요
오히려 사진 찍어주고 난리 났습니다.. 아 정말 회사생활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요
가장 중요한
회사에서의 반응입니다.
일단 출근하자마자 모든 분들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는 시선으로써 제게 관심을 표해주셨고
특히나 저희 팀장님께서는 끝나고 따로 보자는 에프터 신청까지 해오셨습니다.
무슨 일 있냐, 괜찮냐 가 가장 많은 반응이었고
오늘이 회사 마지막으로 나온 날 인줄 알았다는 말까지 들었네요-_-
역시나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남자는 분홍색은 안되나 봅니다.
챙피하고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에 꿈꿔오던 판타지를 이뤄본 것 같아서
나름 흡족한 하루 였답니다.
그리고 아직 벌칙수행이 남아 있었어요..
바로
이 글-_-
네이트 판에
제 손으로 직.접.
글과 사진을 올려야만 벌금 30만원이 그제서야 면제가 된다네요
아 정말 내가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
정말 술이 왠숩니다 술이 왠수야ㅡㅡ
아래 사진은
인증샷들을
회사 동료가 웃겨 죽겠다고 큭큭대며 보정해서 보내준 사진입니다.
아무튼 핑크 시계, 필립스 신제품 SHL 핑크, PINK가방 덕에 제 스타일 한번 맘껏 살려보았습니다.ㅎ 모두들 감상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