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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었다고 말해줘-윤주-5

백발마녀 |2010.07.11 07:21
조회 358 |추천 0

사소한 말 한마디로 싸움이 시작되곤 했다.  얄팍하고 계산적인 아이들의 행동에 어쩔수 없이 화를 내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리라 결심했던 그의 아이들과의 갈등은 표면위로  빠르게 떠올랐다. 꿈과 현실의 괴리가 느껴지는 황당함 속에  내 아이들이 희생해야 하는게 안쓰럽고 마음쓰이게 되는 상황들이 만들어 졌다. 그의 큰딸, 정은이는 너무나 속이 빤한 아이였다. 두눈을 똑바로 뜨고 초롱한 눈빛으로 거짓말을 하는 그애를  이겨내기 힘겨운 상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성적은 그가 나를 향해 경멸과 조소를 보내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아이들을 어찌 보기에 저 모양들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나는 아이들에게서 주도권을 잡아보려고 갖은 애를 쓰기 시작했다.  중3짜리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들어왔고 밤이 새도록 통화를 하면서도 나에게 유난히 당당했다. 정은이는 갈등의 핵심에 서게 하는 골칫덩이였다. 휴대폰을 압수하고 학원을 보내보고 그래도 안되면 악을 써가며 공부하라고 다그쳤다.

  둘째 정혁은 심리적인 불안감이 몰고온 폭식증으로 먹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성장기의 네명이 아이들이 먹을 것 앞에서 보이는 눈치가 식탐으로 연결되었다. 빠른 시간안에 많은 양을 먹어 치우는 아이가 그를 불안하게 했다. 그는 내가 그의 아이들에게 눈을 떼지 않고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적어도 그렇게 길들여진 아이들이었으니 상실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아이들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가르치지 못하는 부모는 무책임하다고 했다. 어찌 공부를 하고 있는지 잠들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게 엄마가 아이들에게 보여줄수 있는 사랑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이런 갈등들과 어려움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들이라고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때 이미 그는 나에대한 모든 기대를 거두고 오글거리는 아이들의 수에 지겨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들... 그가 말끝마다 도데체 어떻게 아이들을 그모양으로 키웠냐고 꼬집던 내 명훈이와 명석이.. 그가 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란 공부 잘하고 말 잘듣는 모범적인 아이들.. 반에서 항상 바닥을 맴돌며 게임으로 밤을 지새는 명훈이는 한심한 존재가 되고 있었다.명훈이의 긴 머리카락의 길이는 그의 짜증의 길이가 되었다. 성장이 더뎌 어눌하기 짝이 없는 둘째 명석, 초등학교 입학때까지 한글을 떼지 못하고 내 애를 태웠다. 바쁜 시간탓에 할머니 손에 맡겨둔 시간동안 명훈도 명석이도 그저 그아이들의 세계에 갇혀 버린듯 해 보였다. 하지만 절망적이거나 아이들의 성장이 나에게 고민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조목조목 지적해가며 나를 비난하기 전까지 나는 그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사랑 가득한  엄마였다. 공부를 좀 못하며 어떻다는 건가.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살면 그만인것을.. 어차피 살면서 밥벌이는 하고 살아가야 하는 인생인 것을 ..혼자 키우는 시간동안 사는데 바쁘고 외로움에 지쳐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보다 나를 추스리는 일이 먼저 였다. 하지만 나는 내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사랑했다. 그것이 그의 눈에 방관과 무관심으로 비쳐지고 있었다. 명훈과 명석이 잘 자랐다는 것이 성적으로 평가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필요하면 언제든 할수 있는가 공부라고 생각했다. 철만 든다면 그때 해도 늦니 않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모자람이 너무 컸고 그 채워지지 않는 어눌함이 나를 괴롭히는 무기가 되어 날아왔다.

   "니가 말하는 사랑이라는게 도데체 뭐니?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애들을 위해 살았다면 저애들 꼴이 왜 저모양인거니?  자식 사랑과 극진함이라는게 무절제한 자유인거였니?  버릇없고 하고싶은 일만 하는 무절제함이 네가 가르친 교육이니? 나는 아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자기삶을 찾을떄 후회되지 않도록 현명한 결정하게 기본을 마련해 주는게 부모고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사랑이 부족하다해도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헤매는 인생을 주고 싶지 않은게 부모여야 한다고 생각해. 그 기본이 공부고 그건 시기가 있는 거니까. 지금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끌고 가는것이 사랑이라 생각 해. 니 애들처럼 내 애들도 똑같이 되가고 있는게 니가  입이 닳도록 말한  사랑 가득한 가정이하는 거니? "

 숨도 쉬지 않고 쏟아 놓는 말속에 그의 후회가 있었다.  늘 아이들에게 부족한 사랑을 주고 있다고 그의 아내를 비난 했던 세월을 후회하고 있음을  나는 모르척했다.  어리석음에 외면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살림을 합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가족 모두 모이는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네 아이를 모두 데리고 외출하는 것을 꺼렸다. 많은 식구 수에 기가 질려 했다. 식구 수 만큼 늘어나는 생활비와 아이들 학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정은이와 명훈이를 같이 학원에 보내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정은이만 학원에 보낼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 그가 보인 반응에  민감하지 못했다. 정은이와 정혁은 무슨일이 있어도 학원에 보냈어야 했다는걸 그 후에 깨달았다. 아이들을 위해 나를 선택했던 그였다. 그런 그가 아이들로 인해 나를 모욕했다. 배운게 없어 아이들에게 꿈조차 심어주지 못하는 무능한 엄마로 치부하고 있었다. 상위권에 있던 성적이 곤두박칠쳤다. 그럴싸하게 포장해 그에게 말했지만 그는 이미 짐작한 일이라는 반응으로 외면했다. 그는 이미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는것을 나는 왜 몰랐던 걸까.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놀이에만 전념하는 무책임한 한심한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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