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가 사랑했던 토마스는, ‘매력적인 바람둥이’였다. 너무 잘 나서 많은 여성들과 프리 섹스를 즐기는, 그러면서 한 여자에게 메이고 싶지 않아서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않는, 프라하의 돈쥬앙. 그런 그가 테레사를 사랑하게 된 것은, ‘그녀에게 끌림’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와의 사랑은 그의 인생 전체를 바꾸어버렸다. ‘돈과 명예, 인기를 한 손에 쥔 플레이보이’에서 한 여자의 초라한 촌부로.
테레사가 토마스를 사랑했던 것은, 그가 자신의 미래를 바꾸어줄 운명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천박한 어머니의 세계에서 탈출하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았던 테레사’에게 그는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통로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잡았고 그는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을 사랑이라 믿은 그녀가 그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어떤 면에서 불행했다. 왜냐하면, 테레사가 사랑했던 그가 너무 완벽했고, 그래서 그녀만이 그를 독차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체코의 조그마한 시골에 처박히기 전까지, 유명 외과의에서 프라하의 유명 인사로,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기 때문에, 그를 유혹했던 여성들도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프리 섹스가 삶의 스타일의 하나로 자리 잡은 유럽. 그 곳에서 ‘바람 끼 있는 잘난 남자, 토마스’를 사랑하는 것은, 테레사가 젊고 매력적인 여성으로 그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섹스는 나눌 수 있어도 사랑은 나눌 수 없고, 이 사랑에는 섹스의 독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그녀를 사랑하지만, 여전히 다른 여자와 성적 관계를 맺는 그의 자유분방한 삶’을 그녀가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섹스와 사랑을 분리하는 그’와 ‘그 둘을 하나로 보는 그녀’의 갈등은, 어떤 의미에서 필연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토마스가 늙고 약해지기를 바랬다. 그래야만, 즉, 그녀가 약한 것처럼 그도 약해져야만, 둘의 사랑이 완전해지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토마스를 ‘자유도시 쮜리히에서 공산치하 프라하’로, ‘그래도 살만한 프라하에서 버림 받은 농촌’으로 데려감으로, 그를 무력하게 만들어버렸다. ‘유능한 외과의사이자 프라하의 유명인사인 그’가 병원과 프라하를 떠나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긋난 사랑 때문에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두 사람. 그러나 그들은 행복했다. 테레사는, 자기 때문에 약해진 토마스에게서 마침내 사랑을 확인했고, 토마스는, 테레사의 삐딱한 선택 때문에 인생을 망쳤지만, 그제서야 만족하는 테레사 때문에 행복할 수 있었다. 토마스에겐 그가 잃어버린 어떤 것보다 테레사가 소중했고, 그 때가 되어서야 이 마음을 테레사가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하기에 너무 잘난 남자를 만났던 그녀’는, 그가 스스로 망가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사랑에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를 이성으로 만날 때, 우리는 종종 그 사람에게서 몇 %의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저런 점만 없다면, 그가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며, 보다 더 완벽한 이성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완벽한 이성을 만나게 되면, 우리가 이에 만족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그 불안이 날 예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둘의 관계에 불필요한 위기와 오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것 때문에 그 관계가 파국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테레사처럼 완벽한 이성과 교제하게 되는 사람들은, 그것이 행운만이 아님을 곧 알게 되고, 완벽한 그 사람이 조금 부족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비록 완벽한 매력 때문에 끌렸지만, 그 완벽함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일단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에게 자신이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내가 그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는 존재라면, ‘내가 원하는 그’의 곁에 있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매력적인 존재여서 그의 마음을 휘어잡거나 또는 그의 약한 부분을 채워줄 때, 그래서 그의 곁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수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내가 원하는 그’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잘난 토마스. 그래서 모든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그. 그러나 그는 테레사가 사랑하기에는 2% 부족한 남자였다. 너무 완벽해서 그녀에게 불안이라는 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그에게 부족함이 생겼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전까지 그들은 소모적인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토마스에게 ‘테레사가 채워줄 수 있는 부족함이란 2%’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 사랑이 이성으로서의 완벽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랑은 완벽함과 부족함의 복잡한 함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