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쿨한 LG TWINS 팬이다. 우리는 LG TWINS가 장원삼의 호투에 완벽하게 밀려서 9회까지 끌려가고, 12회 박한이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봉중근이라는 훌륭한 투수가 있음을 기뻐하고, 박용택이 9회말 2사 후에 동점 홈런을 날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음을 두고 기뻐한다.
연장 12회 파울볼을 놓친 내야수도 박한이의 외야 플라이성 공을 희생타로 만들지 않고 안타로 만들어 준 외야수의 넓은 아량도 탓하지 않는다. 비긴 것도 진 경기로 쳐버리는 KBO의 이상한 룰을 탓할 뿐 무기력한 12회를 보낸 LG TWINS를 탓하지 않는다. 우리는 쿨한 LG TWINS 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쿨한 LG TWINS 팬이다. 우리는 삼성의 차우찬에게 9회 완봉패를 당한 LG TWINS를 탓하지 않는다. 우리는 류현진에게 한 경기 최다 삼진 기록의 제물이 되었을 때도 LG TWINS를 탓하지 않았던 쿨한 팬이다. 우리는 차우찬에게 완봉패 당한 것 보다는 강철민이 4회 동안 1실점으로 호투하며 삼성타선을 막아 준 것에 감사한다. 4년 만에 마운드에 오른 그 모습에 감동하며 경기의 패배나 완봉패 따위는 잊어버렸다. 우리의 박 감독님은 강철민이 이제는 하체도 이용할 줄 아는 투수라고 말씀하시니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이란 말인가. 만세 삼창이라도 부르고 싶어진다.
우리는 쿨한 LG TWINS 팬이다. 더 이상 신바람 야구나 V-3같은 허무맹랑한 수식어는 잊어버린 지 오래다. 우리는 쿨한 LG TWINS 팬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단풍이 곱게 물들고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는 가을에 4경기 정도의 야구 경기를 보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쿨한 LG TWINS 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쿨한 LG TWINS 팬이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팬들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하는 야구를 보고 싶어 하는데, 선수들은 찬바람이 불면 스토브 곁에서 맞이하는 따뜻한 겨울을 꿈꾸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는 점이다. 아주 조금은 아쉽다.
10년 전에 서울에서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람에게 어디 팬이냐고 물어보면 10명중 7명은 LG TWINS 팬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10명중 7명은 두산 베어스 팬이라고 답한다. 나머지 3명 중 일부는 당연히 넥센 히어로즈의 팬이다. 이제는 정말 쿨한 LG TWINS 팬만 남아있다. LG TWINS가 3년 내내 꼴지를 한다고 해도 LG TWINS를 응원할 쿨한 팬만 남아있는 것이다.
삼성과 주말 경기를 마친 LG는 한 지붕 두 가족, 우리만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두산과 3연전을 치른다. 첫날 선발 매치업은 '더마트레 vs 왈론드'다. 두산과의 경기는 처음이지만 최근 7월 14일 KIA와의 경기에선 6⅓이닝 동안 1점만 내준 더마트레를 쿨하게 믿기로 했다.
우리에겐 머나 먼 호주에서 재활을 한 '옥춘이' 옥스프링이 재활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쳤는지 테스트 받으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니 '더마트레가 잘 던지지 못하면 얼마 후엔 옥춘이가 우리 곁에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가슴 벅찬 꿈을 꾸어본다. 옆 동네 친구가 나한테 말했다. "왈론드를 안 내쫓고 놔둬 보니 이젠 좀 던진다."라고. 우린 좀 던지는 투수가 아닌 진짜 열심히 던지는 오카모토가 있어서 하나도 안 부럽다. 올해 용병투수가 몇 명이었는지 쿨하게 잊어버린 팬이라 그런지 내 머리 속엔 옥춘이 생각뿐이다. 돌아와라 옥춘아.
두산엔 '타격기계'가 있고, '두목곰'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슈퍼소닉'이 있고, 안경 끼고 훈남 된 '앉아쏴'도 있다. 쉬는 날에도 여자 친구랑 야구경기를 보는 '오지배'도 있고, '택근브이'와 '국민우익수'도 있다. 타격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 다만 이들도 사람인지라 가끔 쉬는 날이 있을 뿐이다. 이틀이나 쉬었으니 오늘은 치는 날일 거라고 쿨한 LG팬들은 굳게 믿는다. 물론 '아니면 말고' 라는 쿨한 정신을 끝까지 잊지 않는다.
가을에 야구하고 싶으면 정신 좀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