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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제가 말하는 논길은 깡촌의 흙 길이 아니라 시멘트로 길을 만든
논길(경작로: 정부에서 경작로로 이름 붙였더군요.)를 말합니다.
지금 쓰려고 하는 얘기때문에 가끔 흙 길이 그리울때도 있습니다.
논길이 경작로(시멘트 길)로 바뀌면서 출퇴근시에 차량 소유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일반 도로가 막힐 때 주로 이용하더군요.
흙길이었을 때는 아무리 출퇴근 시간이라도 사용하지 않았었지만...
제가 출퇴근 시간을 자꾸 언급하는 건 이 이야기가 출퇴근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서요..
이 이야기는 농번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농번기는 시골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난방이 되는 하우스 농사하시는 분들을 제외하면요..)
한 해 농가의 수익을 결정하는 농작물을 심는 시기니까요.
서론은 집어치우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당시 상황을 그린겁니다.
회색이 경작로지요
이날도 매년과 같이 땡볕에서 일하기 힘들어 아침 일찍부터 모내기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6시 경에 시작했는데도 모를 다 심지 못하고 사건이 있을 때 1/3 정도를
더 심어야 했습니다.
저는 이양기(모 심는 기계)에다 열심히 모를 실어주고
모판(모를 논에다 심기 전까지 키우는 플라스틱 판때기)을 줍고 있었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해서 몸두 조금씩 풀면서 다른 논들 모 심은 것들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쪽을 보니 차가 한대 서 있더군요.
그림을 보면 트렉터가 있는데 제가 트렉터 앞에서 일을 하고 있었구요.
트렉터 뒤로 길이 나오려면 30m정도를 더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차를 보고 옆 길로 가라고 손짓 했습니다.
그랬더니 옆 길로 안가고 곧장 제 쪽으로 오더라구요.
아무리 100m 정도 떨어져 있어도 주차 요원들이 이쪽으로 오라고 하는 손짓과
좌측으로 가라는 손짓은 구분할 수 있잖아요?
차가 제 앞에 서더니 빵빵 거리더군요. 그렇게 옆으로 가라고 손짓을 했는데...
전 어이가 없어서 그냥 쳐다 봤습니다.
그때 이양기가 모를 실으러 제쪽으로 왔습니다.
모를 심어주는 아저씨도 저희 논 모를 다 심으면 다른 논으로 가서 모를 심어야 하기에
저희가 일하고 있는 논길로 온 차를 무시하고 모를 이양기에 실어줬습니다.
모를 다 실은 이양기가 출발하려고 하자 그 차가 다시 빵빵거렸습니다.
제가 다시 무시하자 4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차에서 내려서 소리지렀습니다.
이때는 제가 재정신이 아니었나봅니다. 평소같으면 그냥 트렉터를 빼줬었거든요.
차주 - 저것좀 치우라니까
저 - ....... 지금 일하는 중이라 안되는돼요. 그리고 제가 아까 옆으로 가시라고
손짓 했잖아요.
차주 - 이까짓거 빼는데 시간 얼마나 걸린다구. 빨리 빼.
나 급하다구. 회의 시간 늦었단말야
시계를 보니 10시정도 됐더군요.
아까 다리로 갔으면 5초 정도 늦을거 일하는데로 들어와서 몇분을 늦게 가는건지...
저 - 허.. 아까 다리 옆길로 가라고 제가 손짓했는데 왜 이리로 와서 서로 피곤하게 하세요?
위 그림의 다리 5m 짜리에요;;;;
차주 - 아 늦었다구 빨리 저것 좀 빼라구
저 - .....
그냥 어이가 없어서 쳐다만 봤습니다.
차주 - 빨리 빼라구. 늦으면 니가 책임질꺼야?
이양기 아저씨 - 거 사람 일하는 거 뻔히 보구 이리 왔으면 조용히 부탁을 해야지
언성은 쯧쯧..
차주 - 내가 세금 내서 만든 길 내가 가겠다는데 무슨 부탁. 빨리 빼.
아까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세금 얘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확 열이 오르더라구요
저 - 아저씨만 세금 냅니까?
차주 - 벌어두 내가 더 벌구 내가 더 세금 많이 내지.
그러니까 여기에두 내 돈이 더 들어갔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희 동내는 농경지 정리 한다구 정부에서 강제로 농지를
사각형으로 만들어서 땅이 늘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땅을 뺏긴 사람도 있었죠.
거기다 논길은 경지 정리하면서 각축해서 더 늘린거라 논길 가까이에 땅이 있는 분들은
다 땅이 조금씩 들어간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 - 하.... 안 빼줄거니까 돌아가세요.
차주가 뭐라고 하려고 할때 이장 아저씨가 오셨어요.
한창 모심을 때라 그냥 동내 구경하시던 거였지요.
이장 - XX(접니다)야 뭔일이야?
전 자초지정을 설명했죠.
다리쪽에서 차가 서있길래 다리 지나서 옆길로 가라고 손짓했는데두
일하구 있는 길로 와서는 지나가게 트렉터를 빼달라고 하고 있다구요..
이장 아저씨가 제 말을 듣고는 차주에게 묻더라구요.
이장 - 저렇다는데 왜 이길로 들어왔습니까?
차주 - 일을 하구 있으면 길을 막아놔야 될꺼 아니오. 그럼 내가 이길로 안들어 오지...
저 - 그래서 돌아가라고 손짓했잖습니까... 제가...
차주 - 그러니까 일을 할꺼면 길을 막아놔야 될꺼 아냐. 길 막아놓구 못들어오게...
저 - 길 막을 수 있는게 시골에 어디 있습니까?
차주 - 자전거로 막아놓으면 되지....
저 - ..... 헐....
하... 어이가 없었습니다.
농번기에 저희집만 일하는 것두 아니고 어떻게 길을 막고 일을 하는지..
또 자전거로 막아놓으면... 일하는데 그 멀리까지 신경쓰며 일하겠습니까?
시골이라 좋은 자전거는 아니지만 누가 가져가기라도 하면 그건 누가 사줄건지...
거기다 농경지 길로 가는 분들 중에 보신분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농경로 입구에 표지판이 있습니다.
농번기때는 차량 통행을 자제해 달라고...
그 차주랑 다투다 보니 그 차 뒤로두 10대 가량이 서있더군요... 그냥 허탈했습니다.
막혀있는거 뻔히 보이는데도 와서 서있는거 보구도 들어오다니...
옆길로 가면 길어야 10m만 더 갈뿐인데..
이장 아저씨두 뒤에 차들 서있는거 보구 그냥 빼주라고 하더군요..
화가 나긴 했지만 그냥 빼줬습니다.
빼주면서 내 내년에는 길 막아놓구 말테다 하구 생각은 했지만 막아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계속 반복되는 일이지요...
그래서 그냥 한풀이 하러 와봅니다.
제가 그냥 트렉터를 빼주면 될 일이기는 하지만 농경로로 들어오는
차들한테 다 비켜주다 보면 저희 농사짓는 사람들은 언제 일합니까...
저도 딱히 잘한것은 없지만 차타고 농경로 들어오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농경로로 출퇴근 시간 줄이시는거 보면 주변 지리도 잘 아시는거 같은데
농부들이 길막고 일하는거 보면 조금 돌아가더라두 옆길로 돌아가 주셨으면 합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