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지났을까?
현주는 웅크리고 있던 몸을 살짝 일으켜 이불을 빠져 나왔다.
대략 2시간 정도 지난 상황.
온몸이 저려왔고, 다리가 움찔거리며 쑤셔왔다.
현주는 바닦에 누워 잠이든 신현을 향해 이불을 살포시 끌어내려 덮어주곤 그 곁에 조심스럽게 앉는다.
머리속에 신현의 고백이 각인되어 다시금 살아난다.
" 사랑해... 난 너와 친구따윈 하지 않아...그건 너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야."
어떻게 알았지?
내맘...
나도 이제야 겨우 알았는데...
설마...처음 부터 알았던 거야?
내 눈이 너를 쫓았을때....넌 바로 알고 있었던 걸까?
[...나...그 말..싫지 않았어...아니, 오히려...기뻤던것 같아...이상하지? 한번도 내 감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게...도윤이가 말했을땐...너무 무섭고....두려웠는데...싫었는데......나....네가 너무 좋아....미안해...겁쟁이라서....]
어둡고 고요한 방안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현주의 고백
곤히 잠들어 있는 신현에게 닿기엔...
그 소리는 너무도 가늘고 작았다.
그러나 최초의 고백이기에 현주의 얼굴은 이미 붉은 고구마가 되어 있었다.
현주는 서둘러 방을 빠져 나왔다.
계단을 향해 막 내려섰을때 또 하나의 방문이 열린다.
교복을 입고 머리를 양갈래로 가지런히 묶은 여학생의 모습
[어? 도둑 고양이!]
[...안. 안녕하세요]
[얼굴이 완전 불타는 고구마다. ㅋㅋ 오빠 들어왔나보네? 친구? 절친? 이름이 뭐야??]
[....신..현주...요]
두번째의 만남
그때와 비슷한 상황...
[신 현주..유 신현...이거 묘하네?...신현...주, 유...신현...ㅋㅋㅋ와 ~ 엄청 땡기는 기분인데? 혹시 그렇고 그런 사이?]
[예??]
그녀의 물음에 현주는 계단에 내려놓은 발에 중심을 놓치고 난간을 겨우 붙잡는다.
식은땀이 온몸에 가득 흘러내린다.
마치, 자신을 다 아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가 심문하는듯 하다.
[놀라긴~오빠 진짜 울오빠 '베프' 맞아? 왜 그렇게 소심해?진짜 대박이다. 완죤 다른 형이쟎아! 신기하다. 뭐..그래도 좀 작다...고딩이 무슨 중딩같애 ㅋㅌㅋㅌ]
그녀는 자신보다 조금 큰 현주를 손으로 그어보며 연신 즐겁다는듯 웃어대고 있다.
[이크! 늦었다! 그럼 고양이 안녕~ 아참! 내 이름은 유 서현!!]
뒤돌아 뛰어내려가는 그녀는 힘차게 팔을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현주도 그의 대답하듯 한손을 들어보인다.
현주의 시선이 좀처럼 그녀의 모습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유..서현...]
예쁘다.
신현관 사뭇 다른 외모.
그의 날카로운 눈매완 달리 그녀의 눈망울은 사슴처럼 동글동글하고 커다랗다.
살며시 들어가는 입술옆 보조개는 그녀의 매력을 플러스해주고 그녀의 긴 머리칼은 유혹하듯 하늘거린다.
[....신현도 여장하면...예쁘려나?]
[누가 뭘해?]
[으악!!]
[위험해!]
계단에 서서 중얼거리던 현주의 뒤에 나타난 신현
쿵쾅거리는 계단소리에 서둘러 주위를 바라보니 현주가 없다.
얼마 가진 않았을거라 생각하며 서둘러 방을 나와보니...
멍하니 자신의 여동생 뒷모습을 감상하는 그와 대면한것.
그것도 모자라...
이름까지......되새기다니...
신현은 그런 현주의 모습을 못마땅한듯 바라보다 이윽고, 작은 중얼거림에 피식 웃으며 안도 하고 만다.
" 신현도 여장하면 예쁠까? "
불쑥 날아든 목소리에 현주의 발이 미끄러졌고, 계단 밑으로 몸이 쏠렸다.
재빨리 난간을 잡고 몸을 움직여 팔을 뻗은 신현은 겨우 현주의 허리를 끌어 안을수 있었다.
[하~ 너!!.......조..조심해야지...]
놀란 가슴에 한마디 하려 입을연 신현은 당황한 붉은 고구마를 보고 오히려 더 말을 더듬는다.
[...고..고마워...]
[어...뭐....]
역시나 어색해 하는 두 사람
그들은 각자의 고백이 새삼 떠올라 시선조차 재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그리곤 그런 그들사이로 따뜻한 미소가 번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