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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서의 종교전쟁. 어쩌죠? 오 신이시여!(스압)

알라신이시여 |2010.08.02 23:23
조회 1,220 |추천 1

안녕하세요 톡커 여러분?

전 서울 사는 27 반직딩 남 입니다. (인턴 근무중인 대학생!)

작년 재작년 쯤 한창 톡 보는 재미로 살다가

한동안 뜸했었는데, 오늘은 살다 살다 도저히 못 참아서

이렇게 오랜만에 키보드를 잡네요.

 

늦은 퇴근시간때문에 저녁시간을 항상 놓치다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게 되어

집에 들어오자 마자 식탁에 앉았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머니의 손맛.

그러나 제가 건넨 한 마디가 '엄청난 화'가 될 줄이야...

 

아,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일단 사전 인물설명 먼저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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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온화하고 자상하신, 아버지가 불이라면 평생을 물 같이 사신 분.

재물욕 권력욕 없고 근검절약이 자린고비급이시지만, 약 6년 전 쯤 성당에

다니시게 된 후 성당에 대해서는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아끼시지 않음.

레지오? 단장 같은것도 하시고, 이제는 엄청나게 독실한 신도가 되심.

아침-저녁,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성당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으심.

 

나 : 어머니의 전도로 아버지, 여동생이 다 성당에 다니고 있는 상태지만

 '이상하리만치' 특정 종교를 지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꿋꿋이 성당에 함께 다니기를 거부하며 무교로 사는 중. 특정 종교를

지지하지도, 무시하지도 않고 살아왔으며 때문에 특정 종교의 광신도, 또는

타 종교를 폄훼하는 자들을 극히 혐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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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죠.

 

나 : "어머니, 오늘부터 2주간 매장 실습이었는데요, '하늘'이 도왔는지

       점장님도 좋고 매장 분위기도 좋고. 값나가는 건 아니지만 선풍기 같은 것도

       내손으로 고객 응대 해 봤는데 잘 사 주시고... 첫날 느낌이 괜찮더라구요."

 

어머니 : "하늘이 아니라 하느님이다. 너가 뭐가 예쁘다고...하느님도 참."

 

아니 난 그냥 운수 좋은 날이었다는 뉘앙스로, 1%도 종교적인 마인드 없이

그냥 '숙어'의 느낌으로 '하늘이 도왔다'고 한 것 뿐인데 여기에 종교적 개념을

같다 붙이시는 어머니...

 

저는 이럴때면 항상 괜스레 반감이 생기게 되더라구요.

아무리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이라도... 싫습니다. 그냥.

 

그래서 지지 않고 한 마디 했죠.

 

나 : "하느님? 에이 어머닌 왜 또 그런식으로 몰아가세요.. 하느님이 아니라

       불교의 석가모니일지도 모르죠-_- 석가모니가 도와주셨을 거야."

 

평소에도 틈만 나면 성당 다니라고 노래를 부르시는 어머니, 가만히 있을리가 없죠?

 

어머니 : "얘야, 그런 소리 마라. 석가모니도 하느님이 창조하셨다."

 

나 : (이제 슬슬 화가 나서 격앙된 목소리로) "아니 엄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석가모니도 불교에서는 신과 같이 숭배받는 존재인데, 천주교의 하느님이

     창조했다뇨? 그럼 불교신자들이 믿는 신은 기독교, 천주교 하위 개념이에요?

     왜 다른 종교를 그렇게 무시해요?"

 

어머니 : "무시하는 게 아니다 아들아. 석가모니는 인간이잖아. 그러니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 주님께서 창조하신 게 되는거지."

 

나 : "그래요 나도 뭐 석가모니가 인도 태생의 인간이었다는 것까지는 양보해 줄 수

        있어요.. 근데 그렇다고 해도 하느님이 창조하셨다는 식의 발언은

        제가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거슬리네요. 불교에도 석가모니 말고도

        미륵, 부처 이런 '신'같은 절대자 개념이 있잖아요? 이슬람 교에는

        여러 신 이랑 마호메트가 있고? 그런 건 뭔데요?

       아니, 그런것보다...예수는 그럼 어쩔거에요?

       석가모니가 인간이면 예수도 인간이겠네요? 그쵸? 역사기록에 남아있으니까."

 

나름 정곡을 찔렀다고 기대했건만.. 이에 대한 어머니 반응이 압권입니다.

 

어머니 : (안타깝고 한심하다는 투로) "아들아 석가모니는 인간이지만

             고행을 통해서 인간을 초월하려고 한거지..

              그치만 어쨌거나 인간이다. 그런데 말이다... 예수님은 신이야.삼위일체잖니."

 

나 : "아니 그런 궤변이 어디있어요? 삼위일체? 그 교리는 저같은 문외한도 알지만요,

       보세요 엄마. 석가모니는 인간이 확실한데, 예수는 무조건 신이다? 절대자다?

       자꾸 그런 식으로 천주교 교리에 입각한 말만 하면 이야기 진행이 안되잖아요.

       석가모니는 인간이고 예수는 인간이 아닌 증거라도 있어요? 답답하게 왜 그래요?"

 

어머니 : "네가 무식하고, 종교에 대한 이해가 없이 네 주장만 하려 드니 그런거다.

              불교도들도, 적어도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를 하는 사람이라면 너처럼

              그렇게 말 안해. 석가모니는 인간인 거 다 알아. 이슬람교도도 마찬가지야.

              이슬람교 뿌리가 다 하느님, 예수님인 건 알고나 있냐?"

 

아 이쯤되면 스팀 받습니다.. 서로 거칠어지기 시작했죠.

 

나 : "아 진짜 짜증나네... 천주교 교리대로 해석하지 않으면 '무식한' 겁니까?

        내 보기엔 엄마가 더 무식하고, 편협해보여요. 지금 말하시는게 뭡니까?

        장난해요? 그리고... 엄마가 말하는것들이 지금 다 불교도들도 인정하고

        이슬람교도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구요?????????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엄마 지금 나한테 한 이 설파방식, 절에 가서 그대로

        스님들, 불교신자들한테 말할 수 있어요?

        이슬람 사원 가서 말 할 수 있냐구요? 네? 내 보기에 엄마가 지금 보여주는

        한심하다는 듯한 말투, 모든 기원은 예수님, 하느님이라는 발언,

        석가모니고 마호메트고 인간 나부랭이다. 신은 하느님 예수님 뿐이다 라는식의

        그 주장....... 이슬람 쪽 나라에 가서 한번 해 보세요.

        바로 총 맞을꺼야 엄마..."

 

어머니 : "종교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은 너처럼 무식하게 말 안 한다.

              그래서 난 너한테 한 말, 물론 절에서도 이슬람사원에서도 난 할 수 있어.

              넌 성경 같은 책좀 읽고 말해라. 성경은 종교서이기에 앞서

              전세계인의 교양서, 필독서 아니니... 어휴....됐다.

              너같은 무식한 애하고 말 섞고 싶지 않다. 어떻게 그렇게 꽉 닫혀 있냐."

 

나 : "헛소리 하지 마세요. 종교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은 엄마 말 다 인정할거같아요?

        자기들이 믿고 따르며 삶의 지표로 삼는 신들을, 다 발밑으로 놓고 있는데?

       웃기지 마요. 예수나 하느님이 신이면 마호메트도, 석가모니도 신일 수 있는거에요.

       엄마가 말하는 종교에 대한 이해가 있네 없네 하는건 '천주교'에 대한 이해겠죠.

       그걸 무교인 내가 왜 갖고있어야 하는데요? 난 엄마처럼 다른 종교 무시 한 적

       없어요. 천주교도 마찬가지에요. 예수, 하느님, 삼위일체 이런거 다 존중한다구요.

       엄마는 지금 다른 종교를 '이념적으로' 무시하고 있는거에요.

       이건 내가 봤을 때 다른 종교 사람들이 들으면 일방적인 비방, 폄훼보다

       사실 더 기분 나쁜 이야기라구요. 종교가 없는 내가 들어도 괜히 빡치는데,

       오죽하겠어요? 사람들이 개독 개독 하고 샘물교회 사람들이

       총맞고 돌아오고 하는거.. 다 타인의 종교에 대한 배려랑 이해가 없어서

       벌어진 일 아니에요? 엄마가 성경도 안 읽는 무식한 놈이라 그랬죠?

       엄마나 먼저 불경, 코란 정독하고 와요. 그쪽 종교에 대한 이해도 없으면서

       무조건 자기네 논리갖고서만 '석가모니고 마호메트고 다 하느님이 창조한 것'이 돼?

       이렇게 논리에 안맞는 뻘소리가 어디있어요?"

 

격앙된 나의 막말에 어머니도 지지 않고 화를 내시며, 분위기는 막장으로 치달았습니다.

다음이 제 마지막 말이에요.

 

나 : "진짜 사람들이 종교때문에 왜 죽고 죽이고, 십자군 전쟁..이딴거 왜 일어났는지

       알 거 같아. 엄마 말 듣고 있으면 진짜 너무너무너무 짜증나요.

       그거 알아요? 믿지 않는 사람에게 자기네 종교 교리 들어가며 광신도처럼

       설교하고 설교하고 훈계하는거... 당하는 사람에게 때론 '강간당하는'

       기분이라는거. 정말 X같아요. 너무 싫다구요.

       다시 말하지만, 특정 종교가 없는 상대에게도 엄마처럼 굴면 혼나요.

       근데 하물며... 절이나 이슬람사원에 가서 그런 소릴 할 수 있다고요?

      엄마 정말 큰일나요....... 어디가서 그런 소리 입 밖에도 내지 마요.

      나 지금 보니까 엄마 정말 이대로 가단 큰일나겠어...논리도 뭐도 없고

      무조건 강요해. 엄마 다니는 성당에서도 '좀 제대로 된 신자나 신부님'은

      엄마같이 짜증나게 굴지 않을 거에요. 세상에 자기 아들만큼 같은 편 만들기

      쉬운 게 어딨다고.... 자연스럽게 전도 하고 그러면서 같이 다닐수도 있는데.

      엄만 진짜 아니에요. 난 엄마에 대한 반감 때문에라도 내일부터

      절이나 이슬람 사원 다닐테야. 정말 정이 뚝 뚝 떨어지고, 밥맛도 떨어져.

      엄마같은 사람들이 천주교에 많다면, 천주교도 기독교 천박하다고 무시하고

      할 거 전혀 못돼. 개독이나 천주교나 똑같아.

      넌덜머리가 난다구 그런 배타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문을 꽝 닫고 들어와 버렸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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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톡커님들 중에선 부모님과의 종교 갈등, 겪어본 분 안 계세요?

저처럼 특정 종교를 찬양하거나 끔찍하게 믿는 데 대해서 거부감 가지신 분들은?

 

비슷한 문제 겪어보신 분 계시면 좀 도와주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요.

제가 죽일놈의 불효자식입니까?

(솔직히 어머니께 좋은 말 안썼습니다. 잘못했어요 그부분은...)

근데 그냥 닥치고 부모님따라 성당 ㄱㄱ 하면 그게 잘 하는 걸까요?

 

제가 잘못된 대응을 한 게 아니라 어머니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어머니를 설득시켜야 할까요?

 

길고 재미 없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혜안과 정성이 담긴 댓글 달아주시는 분, 눈 깜짝 하면 금요일 밤이 되어랏! 얃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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