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중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종이에 여기저기
바쁘게 옮겨 적다 보니, 종이들은 어지럽게 쌓여만 간다. 메모지를 따로
준비해야지.. 하면서도, 번잡스러운 탓인지 신규 독자 투입 지시서 구석
구석에 낙서 하듯 채워버리기 일쑤이다. 결국 종이는 배달 지시서 인지,
개인 메모장 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갑작스레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깨닫게 되는 의미들은 그 순간 메모하지
않으면 쉽게 지나쳐 잊혀지거나 변질되어 버린다.
생각을 숙고해서 글로 정리해 나가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나의 경우엔
먼저 눈에 보이게 써 나가면서 계속 생각을 해나가고, 다시 고치고 다듬어
나간다. 그래서 늘 메모지와 필기도구를 가지고 다니며 써 댄 글들은 이내
산만하게 뒤섞여 정리를 필요로 하게 된다.
재미있는 건, 지난 날 읽었던 하루키의 책을 다시 꺼내 뒤적이다, 나와
비슷한 점을 발견하고는 씨익, 웃음이 나왔다. 그의 글을 옮겨 보자면,
"앞에서도 썼지만,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다수의 사람들이 아마도 그렇
듯이 나는 쓰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생각한 것을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문장을 지어 나가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쓴다고 하는 작업을
통해서 사고를 형성해간다. 다시 고쳐 씀으로써 사색을 깊게 해나간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