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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증, 제가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보오옴 |2010.08.26 21:51
조회 1,111 |추천 2

안녕하세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이곳에라도 많은 걸 쏟아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4년째 식이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게 식이장애란 것인지 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몇일은 쫄쫄 굶다가, 또 몇일은 남들이 먹는 것의 몇배를 몰아서 먹는 것이

일종의 잘못된 습관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습관이 저의 20대 초반을 야금야금 모두 먹어치우고,

아직까지도 저의 삶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많은 여자들은

"나 오늘 폭식했어" 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그럴때 마다 저는 울컥합니다.

진짜 폭식이 뭔지 경험해보고 난다면, 과연 그 사람들이 저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쏟아집니다.

 

저는

오늘 하루만도 나초 한봉지(큰것) + 통 아이스크림 한통 + 케익 한판 + 아이스크림 3개

+ 밥 한공기 + 콜라 1.5리터 + 피자 라지 한판을 모두 먹고

지금 이 순간에도 먹을 무언가를 찾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먹고 행복함을 느낀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먹고나서 한참을 웁니다. 그리고 또 무언갈 먹습니다.

이런 전

밥을 조금 더 먹었다고, 군것질을 조금했다고

"폭식했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좀 많이 밉습니다.

 

저는 이 폭식증으로

살이 급격하게 쪘다가 빠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체질이 많이 변했고, 건강도 많이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습니다.

 

사실 예전에 전, 잘 웃고 또 부러울 것 없는 당당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폭식증을 겪은 후부터는 사람들을 만나는게 무섭고 그들의 눈을 자꾸 피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많은 사회생활, 학교생활, 교우관계가 무너져내렸습니다.

 

다들 알고계시겠지만, 모든 관계는 식사를 통해 많이 단단해집니다.

그런데 전

"밥 먹자" 라는 말이 가장 무섭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을 피하게되고, 결국 많은걸 잃었습니다.

 

친한친구도, 가족도(저는 지금 혼자 나와 생활하는 상태입니다) 모두 잃었습니다.

제가 가장 슬펐던건 그리고 가장 지금도 슬픈건

어느  누구도 저의 이 병에 대해 이해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가족들은 (당사자들은 나를 걱정해서 한 소리라고 하지만, 폭식증인 저에겐 상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돼지같이 쳐먹을꺼면 니돈주고 쳐먹어" 라는 말을 하기도 했고

 

가장 친한 친구는

"넌 내앞에선 조금밖에 안먹잖아. 근데 무슨 살이쪄" 라고 쉽게 말합니다.

폭식증 환자들이 대부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남들앞에서는 거의 잘 먹지못하고, 혼자 있을 때 폭식을 하는 편입니다.

이 친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저런 말을 해서, 저는 솔직히 많이 놀랬습니다.

 

폭식증은 단지 많이 먹는게 아닙니다.

맛을느끼면서 행복하게 먹는게 아닙니다.

 

먹는 사람은 그누구보다 불행합니다. 먹으면서 울기도 하고 먹고나서 울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스스로를 짐승같다고 생각하면서 또 먹습니다.

누군가 곁에서 따뜻하게 안아주길 바라면서, 혹은 옆에서 같이 이겨내자고 손을 내밀어주길 바라면서, 그것도 아니라면 얘길 들어주길 바라면서요.

(실제로 폭식증 환자 중 우울증을 같이 경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항상 밤마다 내일부터는 이러지말아야지 하지만

다음날 또 다시 어제를 되풀이 합니다.

 

사실 이제는 제가 다시금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희망만 가지고 살아가기엔 하루하루가 벅찹니다.

 

그럼에도, 사실 저는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배고프다 맛있다 라는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고

잃었던 모든 것들을 다시 찾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럴 수 있을지, 그런 날이 오긴 올지

그리고 지금이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이겨내야할지 막막합니다.

 

저에게 힘이 되어주세요. 제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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