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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태를 보았다.

Zic_K |2010.08.31 12:43
조회 109 |추천 0

오늘은 친구 생일이었지 얼굴보고 거의 막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더랬지.

 

 

 

 

아파트 단지 근처 인도를 걷고 있는데 뒤에서 사람 기척이 느껴졌다

 

응 뭐 사람이 많으니까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난 혹시 몰라 주먹을 쥐고 가운데 손가락만 살짝 들었다. 불한당을 두두려 패고 당당하게 잡았다! 하며 으쓱해하는 상상을 몇 번 해본 탓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앞서나갔나?

 

그래도 같은 동네 사람 아닌가, 하며 그냥 뚜벅뚜벅 걷는데 점점 기척이 가까워 지더니 귓가에 들리는 소리가

 

 

"핰...하앜.."

 

 

...............................

 

 

자연스럽게 행동하자. 아닐지도 몰라? 점점 좁혀오는 거리는 그저 술에 취해서 스텝이 엉키는 바람에 몸이 한쪽으로 쏠렸는지도 몰라? 급 정색하면 상대방이 민망해 하면 어떻게?

 

일단 너님을 존중해 주기 위해 시작된 너님과 나의 심리전 oh oh

 

급기야 차도 까지 몸이 밀린 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인간을 먼저 앞으로 보냈다. 난 너의 존재를 인식했다 라는 티를 내니 과연, 옆으로 조금 떨어진다. 보폭을 최소한 줄여 거리를 취하자.

 

.........

 

거리가 안 좁혀진다.

 

난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다시피 하는데 거리가 안좁혀져. 능력자인가

 

그래도 꾸역꾸역 거리를 늘이니 갑자기 구석에 멈추어 서서 고개를 돌려 날 본다. 눈 마주쳤다.

 

오호라

 

진짜 변태로구나.

 

저 인간 지나쳐 앞서 가면 뭔일 나겠구나.

 

그 인간이 날 향해 몸을 15도 돌렸을 때 무단횡단으로 옆 도로로 톡톡, 뛰어갔다. 내가 너땜에 쫄아서 뛰는게 아냐. 택시에 부딪히기 싫어서 뛴거야. 난 이렇게 여유있고 아무렇지도 않다. 하하! 날 너무 핫바지로 본 모양인데! 이몸은 무려 합기도가 노란띠시다!!

 

반대편 도로로 걷고 있으니 등을 보이는 것이 영 찝찝해 살짝 뒤돌아 보니 어머 그 인간도 따라왔네? 몹몰이도 아니고 이건 뭐? 

 

이런게 사냥당한다는 기분인가! 이봐, 오늘 먹잇감은 나야? 기분한번 상쾌하구나! ...솔직히 좀 재밌었다 스릴 넘치는것이

 

그리고 머릿속엔

 

1. 호루라기를 분다

 -없다

 

2. 동생을 불러 마중나오라 한다

 -엄마가 걱정할 것 같다. 그리고 코앞이 집인데 좀 오버인가 싶기도 하고

 

3. 남자친구를 부른ㄷ..

 -아..없다..참..

 

4. 술 취한 것 처럼 고성방가하며 걷는다

 -맨 정신으로 힘들다

 

5. 날 지켜줄 몬스터를 소환한다

 -오 맙소사 안돼 점점 산으로 가고있어

 

신경을 잔뜩 세우고 뒤로 기척을 느껴봐도 누군가 다가오는 것은 느껴지지 않아 다시 뒤를 돌아봤다. (솔직히 그런 인간한테 신경쓰는것도 뭔가 존심 상했다.)

 

음~저 쪽에 있긴 한데 더이상 따라오진 않는다. 포기했는갑다. 내가 이겼다!!

 

몸싸움까지 가게 되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눈을 찌를까? 손톱이 길어서 안구가 긁히면 좀 소름끼칠 거 같다.

 

명치를 한방 먹일까? 살이 뒤룩쪄서 다 흡수해 버릴 거 같다.

 

힐로 발을 찍을까? 요즘 운동을 안해서 다리에 힘이 없다.

 

깨물까? 슬프게도 교정 뒤 치아의 힘이 약해졌다

 

핸드폰을 무기로 할까? 약정이 1년 8개월 남았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집으로 무사 귀환☆ 으앙 신명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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