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던지는 그들의 목소리
"작지만 꾸준함의 힘을 믿습니다."
사형제도 폐지의 찬성과 반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쉽게 결정이 나지 않는 문제이다. 올해 초, 헌법재판소의 사형제도 합헌 결정으로 인하여 논란이 되었던 이 문제는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로 분류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13년 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었지만 사형제도는 현재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형집행을 재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 이후에 법무부장관이 청송교도소를 방문하여 보호감호제도의 부활과 사형장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하고 사형집행 재개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사형제도를 폐지해가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반하는 아쉬운 행동이었다. 헌재의 결정으로 현행 사형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사형제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잔혹한 아동성범죄, 연쇄 살인 등이 일어나면서 다시 사형제도 유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호감호제도는 상습 범죄자나 강력범을 형 집행 종료 후 일정 기간 보호감호소에 수용해 사회와 격리하는 제도다. '이중처벌' 논란에 따라 2005년 폐지된 바 있는데 이번에 형법이 57년 만에 전면 개편되면서 흉악범죄 억제를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보호감호제도를 부활시켰다. 아직 개정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호감호제도 역시 재시행된다. 하지만 이중처벌과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도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와 노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콘서트
지난 2일, 올 해도 어김없이 사형제도 폐지를 기원하는 시, 노래 콘서트가 열렸다. 명동성당에서 1회를 시작으로 올 해로 3회째를 맞는 이 콘서트는 일반 사람들에게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공감하며 진지하게 고찰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 속에서 시작된 콘서트는 태풍 곤파스의 피해 속에서도 사형폐지를 향한 뜻만은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 모인, 많지는 않지만 좋은 뜻을 함께 나누고 동참하려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 따뜻했던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배우 권해효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는 이용훈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님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사람냄새 나는 배우'라는 수식이 잘 어울리는 권해효씨는 사형폐지 행사의 단골 사회자이며 인권, 평화, 생명을 이야기하는 곳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면 언제든 달려간다고 했다. 천주교 수원교구장이기도 한 이용훈 위원장은 지난 10년간의 노력을 잘 새길 필요가 있다면서 타종교 및 시민단체와도 연계하여 꾸준히 사형폐지에 힘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더디고 느리지만 폭력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기 위해서 앞으로도 노력할 것을 약속하면서 이번 콘서트가 긍정적인 의미를 전해줄 것을 기대했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시인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느 한 분도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분이기에 콘서트를 찾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콘서트 내내 시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더 열심히 들으려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김용택, 정희성, 안도현 시인이 그 주인공인데 그들은 좋은 뜻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높이 사면서 주제는 어둡지만 결코 어둡게 흘러가지 않는 콘서트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시작에 앞서 콘서트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어두운 현실을 온몸으로 맞으며 격동의 한국을 힘겹게 이겨내 온 시인들에게는 사형제 폐지 노력에 대한 의미가 남다른 듯 했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와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의 작곡가인 가수 김현성씨. 그는 한 때 정말 아끼면서 키우던 개가 갑자기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차마 개의 눈을 감겨줄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아내가 대신 용기를 내서 개의 눈을 감겨주었다고 했다. 아끼는 동물이 죽어도 가슴에 깊이 남는데 사람이 죽으면 평생토록 자신의 마음에 남지 않을까. 사형제도와 관련하여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도 생명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사형폐지를 기원하면서 김용택 시인의 동시인 '우리 뒷집 할머니'를 곡을 붙여 들려 주었다. 요즘에는 시에 음을 붙여 노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시와 음악의 작업을 통해 시의 매력을 발견하고 있다는 그는 시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 뒷집 할머니
김용택 시 / 김현성 곡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사는 집
살구꽃이 하얗게 떨어지는 집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사는 집
은행잎이 노랗게 떨어지는 집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사는 집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여 있는 집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사는 집
굽은 허리 하얀 머리 담 너머로 보이는 집
우리 뒷집 할머니 혼자 살던 집
살구꽃이 하얗게 내리는 빈집
사회자인 권해효씨는 김용택 시인을 이렇게 소개했다. 조용히 산다고 임실로 내려가더니 요즘 광고도 찍으시고, 영화도 출연하시고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계신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을 소개한다고. 우리가 기억하는 이 시대의 우리 시인 김용택 선생님.
선생님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셔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영화 배우 김용택입니다."
김용택 시인님은 자신의 시 한편을 낭독해 주시면서 자신이 초등학교 교사로 있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시를 쓰라고 했더니 뭘 쓰냐고 계속 반문하는 어린 제자에게 한번만 더 그러면 죽는다고 말했던 자신을 떠올리면서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번 잘못했다고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끝맺으면서 사형폐지에 목소리를 높였다.
새들이 조용할 때
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왔습니다.
그대를 생각하면 단이 닳아진 산자락들이 내려와
내 마당을 쓸고 돌아갑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오! 그 고운 손길이 내 등 뒤로 돌아왔지요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온몸이 다 꽃이 되었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는
닭이 울고 나는 수도 없이
그대에게 가는 길을 만들어
아침을, 저문 날을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바람이 부는데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봅니다
싱어송라이터 이수진씨는 이 행사에서 자신이 공연하게 되어 너무 좋다고 시작에 앞서 소감을 말했다. 아픔을 준 사람들, 비록 인간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런 아픔을 받은 유가족 분들이 그 가해자 분들을 용서한다는 것. 인간의 가장 위대한 점이 용서인데 사형제라는 상반된 것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말을 이었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에 교과서에서 보았던 인디언 추장 시애틀의 편지가 떠올랐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듯이 인디언들은 자연을 지배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하려고 한다. 즉 그들은 이미 나와 상대방을 배척하지 않고 동등하게 바라보는 입장을 그들의 삶의 원칙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른다고 한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특별할 것이 없는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그 의미를 곱씹어보면 그 안에 자연과 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그들의 삶의 태도가 묻어나온다. 정희성 시인의 시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는 시에서 보면 지나온 시간들도 적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이라는 의미와 함께 남은 달을 향해서도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어떻게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할지 정희성 시인의 시 속에서, 그리고 가수 이수진씨의 노랫가락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정희성 시 / 이수진 노래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펼침/접힘 단어 입력 : 제비꽃 편지
제비꽃 편지
안도현 시 / 이수진 노래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CBS 아침방송 라디오 < 그대와 여는 아침 김용신입니다 > 를 진행하고 있는 김용신 아나운서. 사회자 권해효씨는 "제가 사회를 봐서 아쉬워하지 않았느냐"고 농담을 던지면서 관객들에게 "라디오로 목소리만 듣다가 직접 보니까 안 어색하세요? 저는 좀 새로운 느낌이 드는데요?" 하며 재치있게 김용신 아나운서를 소개했다. 살인피해자 가족 편지 낭독을 맡았던 김 아나운서는 단아한 모습 속에서 풍겨 나오는 이미지가 따뜻해서 관객들에게 편지글과 함께 잔잔한 분위기를 제공해 주었다. 편안하고 따뜻한 목소리에 딸에 대한 엄마의 사랑스러움으로 편지를 낭독해 가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다양한 활동들 때문에 바쁜 와중에서도 이런 좋은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멋진 김용신 아나운서. 관객들은 그녀의 따뜻한 목소리를 통해서 사형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은경아 하늘나라에서도 잘 있는 거지?
엄마가 보고 싶다.
...............
은경아, 너에게 보고할 게 있어.
우리 같은 피해 입은 가족을 위해서 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한 가족이라도 더 찾아가서 위로하고 살아갈 힘과 용기를 같이 나누고 싶거든.
...............
엄마는 세상에 말하고 싶었어.
이렇게 아픔을 갖은 우리들은 당신들의 무관심과 우리를 외면하는 시선들 때문에
더 아프고 슬프고 더 절망스럽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
고통 받기 위해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 대신 누구도 우리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원망했단 말이야.
하지만 엄마가 신부, 수녀님들과 함께 다른 피해 가족들을 만나면서 내 마음은 조금씩 현명해지곤 했어.
널 그리워하는 이, 함께 행복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엄마도 엄처럼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행운을 주고 싶었어.
...............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 은경이 생각이 더 많이 나겠지?
어쩌면 엄마는 마음이 더 아플 수도 있고,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픈 상처를 꺼내야 하는 어려움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하고 싶어.
왜냐하면 엄마도 그런 시간을 통해서 치유 받고 용서도 체험했으니까.
엄마, 아빠가 아프고 힘들었던 것처럼 더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가족들에게 작은 사랑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게.
마음속에 늘 함께 있는 너와 함께 열심히 기쁘게 살다가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만나자.
안녕.
인권을 위한 살인 피해자 가족 모임인 해밀, 해밀이라는 이름으로 그 아픔을 달래고 어루만지고 있는 그 가족들의 마음을 함께 헤아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용신 아나운서의 낭독을 들으면서 딸 은경이를 떠올리셨을 어머님. 직접 낭독하시진 않았지만 자리에 앉아서 5년이란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딸의 아픔과 그 치유에 대해 고민하는 어머님이 계셨다. 그리고 피해자이시면서도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용서의 마음을 갖고 계신 어머님.
사형제도에 관한 짧은 영상물을 시청하며 사형제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킬 수 있었으며, 권해효 씨의 낭독으로 최고수의 편지도 들을 수 있었다. 그 최고수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보다 절망적인 상태에 있는 사형수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변화되어 사는 걸 보여주는 것도, 자살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살고 싶은 용기를 주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그래서 착하게 살려고 한다고.
인권과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이지상씨는 요즘 같은 흉흉한 세상에서 반인륜적인 범죄가 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죄를 죄로 다스리는 것이 범죄를 경감시키는 것은 아니며 어떻게 교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사형제도의 폐지에 대해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2, 13년째 사형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현재의 모습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마지막 남은 인권의 위기, 사형제 폐지가 중요하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시대에 사형 폐지가 꼭 이루어지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형제 폐지를 기원하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대하는 것을 희망을 품는 것이지만 기원하고 기도하는 것을 그 희망을 끌어오겠다, 싸워보겠다는 의지를 뜻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이 다 같이 기도하고 기원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곡을 붙인 노래를 들려주었다.
무지개
이지상 곡 / 노래
그대 처음 만난 날 비개인 오후였지
활짝 개인 하늘 무지개가 그대 눈동자에 비췄어
세상이 외롭다며 늘 어깰 기대는
그녀의 낮은 한숨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닌 것을
그대향한 내 그리움이 집착인줄 모르고
이별이 지나도록 이별인줄 몰랐던
바보같은 내 사랑을 후회하고 있어
그대 내맘같다면 그 눈빛을 보여줘
내 마음 곱게 색칠할 무지개를 보여줘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닌것을
그대향한 내 그리움이 집착인줄 모르고
이별이 지나도록 이별인줄 몰랐던
바보같은 내 사랑을 후회하고 있어
그대 내맘 같다면 그 눈빛을 보여줘
내 마음 곱게 색칠할 무지개를 보여줘
그리고 가수 김현성씨, 이수진씨, 이지상씨가 시에 곡을 붙여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돌아가는 꽃
도종환
간밤 비에 꽃 피더니
그 봄비에 다시 꽃 지누나
그대로 인하여 온 것들은
그대로 인하여 돌아가리
그대 곁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잠시
아침 햇빛에 아름답던 것들
저녁 햇살로 그늘지리
철길
안도현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서강대학교 안에 위치에 있는 예수회 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콘서트. 대강당치고는 소규모인 장소였지만 작고 아담한 분위기에서 콘서트는 진행되었다.
출연자들은 관객과 하나 되어 진정한 사형폐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다함께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정희성 시인은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등으로 우리들이 교과서에서 많이 접했던 대표적 현대시인이다. 그는 07년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인혁당 재심 사건을 맡으면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일을 회상했다. 그는 형이 집행되더라도 재판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로 인해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이 땅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당시 억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들을 추모하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예를 들었다. '어느 사형수에게 주어진 마지막 5분' 이라는 일화로 유명한 이 일화를 소개하며 28년을 살아온 한 사형수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지하 시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야기하며 사형의 문턱까지 갔던 사람, 그들이 그 때 사형을 당했다면 현대사는 달려졌을 것이고 아마도 군사정권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경찰의 수를 늘리고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범죄를 근절시킬 수 있는 것일까?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회의 모순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먹고 살 길이 없는 사회에서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시 한 편을 낭독했다.
길
정희성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역시 대표적인 현대시인인 안도현 시인은 최근에도 책을 펴내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시인이다. 서정적이면서도 현실 인식에 바탕한 시로 유명한 안도현 시인은 '우리가 눈발이라면', '연탄 한 장' 등의 시로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이다. 사형폐지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에는 징병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본인의 아들이 곧 군대에 가야하기 때문이라면서 우스갯소리를 던지시며 본인의 시 한 편을 낭독했다.
구월이 오면
안도현
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 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머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노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은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너에게 난 나에게 넌'으로 잘 알려져 있는 가수 나무자전거도 사형폐지에 뜻을 모으며 좋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마지막 순서로는 출연자들과 관객과 하나 되는 시간이 있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이란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완사폐(완전사형폐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냈다. 어두운 주제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어둡지 않고 또 진지하면서도 결코 쳐지지 않는 분위기로 시종일관 이루어졌던 시, 노래 콘서트. 2시간 남짓의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모두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서 서로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권해효씨는 1회 때 명동성당에서의 콘서트때는 이해인 수녀님께서도 함께 자리하셨는데 편찮으셔서 이번에는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빠른 쾌유를 빈다고 수녀님에 대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콘서트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사형제도 폐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수 있는,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마무리를 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 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해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
내 생명이 소중한 것처럼 누군가의 생명 또한 똑같이 소중한 것이다.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고 말하고 있다. 차마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이들 역시 우리 사회가 보듬고 가야할 약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러한 흉악범들조차도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종교적, 이성적으로 포용해야 하는 것이 현대 국가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고민해본다. 종교와 사회를 떠나서 좀 더 아름다운 사회.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되는 사회가 아닌 용서할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하지 않을까. 콘서트에서 받았던 책자의 마지막 페이지의 한 구절을 떠올려본다.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길 때 우리 모두가 함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글/사진 샘터 대학생 명예기자 성도현(서강대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