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직장인이긴 한데 업무량이 없어 톡을 아껴 읽고있는
스무여섯살의 평범한 여자입니다.
바로 음체시작 하겠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시절 유독 할머니를 따랐던 나는 스무여섯이 된 지금도
엄마가 아프다하면 아프냐하는데 할머니가 아프다고 하면 안절부절 못하고
폭풍걱정을 함.
그냥 할매라 하겠음. 난 그렇게 부름. 참고로 외할머니임.
엄마보다 더 잘따랐고, 이 세상에서 절대적인 내 편임.
우리 외할매. 지금은 81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탱탱하고 우유빛깔 피부를 가지고 계심.
목욕탕가면 사람들이 한번씩 쳐다봄.
얼굴이야 주름이 생기겠지만 같은 나이 또래 할매들에 비하면 진짜 고우심.
강원도 출신의 여자임. 자상하고 부드럽지만 할말은 꼭 하고 사는 칼날같은 면모도 보이지만 남을 배려하는 맘이 크신 분임.
나와 할매는 진짜 친함. 누가보면 친구끼리 대화하는걸로 착각함.
남자친구 만난거 부터 헤어진이야기 오만 이야기 다 하는 사이 ㅋㅋㅋㅋㅋㅋㅋㅋ
------------------------------------------------------------------------
서론이 길었음.
울 할매 진짜 웃기신 분이심. 울 할매쪽 식구들 다 그러함. 타고나는 가봄.
웃긴 이야기 몇가지 해보겠음!!!
병원 침대에 할매는 앉아있고 나는 바닥에 앉아서 침대에 턱을 받치고
할매랑 폭풍수다 중이였음.
1.갑자기 내 얼굴에 바짝 들이대고는
야, 근데..하시는거임.(강원도 사투리 음성지원 하면서 들으면 더 좋음)
어,왜? 난 할매랑 반말하고 친구처럼 대화함.
나한테 자꾸 스타킹을 벗겨 달라는 문자가 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미친듯이 터졌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1세의 할머니가 문자를 확인하는거 신기하지 않음?
물론 내가 갈켜줬고, 한번씩 문자도 오심. 사랑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울엄마 가르치는거 보다 훨씬 수월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어서 허벅다리를 만져달라고도 하던데 내가 어쩌제?? 환장하겠네.하고 한방 더 날리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매 답장은 하지 않았제? 했더니 미쳤나 내가 거기에 답장하게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작자들인지 자꾸 문자를 보내는데 내가 뭐 어째 줘야제? 하며 진짜 심각해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자 안오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나보고 좀 해달라고 하심 ㅋㅋㅋㅋㅋ
결국 스팸등록 해드림. 그리고 스팸등록어 등록 해놓음
등록어: 스타킹
060님들아, 할머니한테는 그런 문자 자제 해야지 않겠음???? 얼마나 놀랐겠음둥?????????
그만해라 스타킹.
우리 할매 놀래키지 말라곸ㅋㅋㅋㅋㅋ
2. 간만에 본 할매가 늙어있으니 맘이 안좋았음.
할매 왜 이래 폭삭 늙었노..진짜 장난아니고 늙었다..했음
병원에 한달 넘게 있다보니 살도 빠지고 주름이 많이 생겼음,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여자임!!!! 내가 말 실수 했음 ㅜㅜ
그리고는 새로 산 디카로 할매사진을 팡팡 찍어되기 시작함.
남는건 사진뿐이더라 찍자찍자 하며 웃어바 웃어바를 남발함.,
늙은 쭈그랑망탱이 찍지마라, 시크하게 한마디 날리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늙은거 찍어서 뭐할라고 하시며 자꾸 고개를 돌리심 ㅋㅋㅋㅋㅋㅋ 젊은 니나 찍어라 하며 내 막말에 삐진걸 확실하게 보여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폭삭늙었다는 막말에 이어서, 한번더 막말 퍼레이드 나가주심
할매 ㅋㅋㅋ 지금 이 시간, 이 순간이 할매한테 제일 젊은 날이다.
시간은 계속 간다고, 그니깐 한시간이라 젊을때 사진 찍어라
자~~웃어바 셋하면 찍는디, 언능 언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네 하시며 요렇게 찍어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내한테 뒤끝부림.
이 사진 말고 딴 좀 엄하게 나온 사진 보여줬더니
왜이래 마귀같이 나왔제?마귀 저리 나가 놀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며 지워달라고 하심 ㅋㅋㅋㅋㅋㅋㅋ
3. .남자친구의 반응을 볼려고 바에서 주말알바 할꺼라고 드립침.
물론 남친은 안된다고 뭐라함. 할매옆에서 통화를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할매가 바알바 라는 단어를 못알아 들을줄 알고 걍 드립침
신나게 남친이랑 통화하는 도중 할매가 한마디 하심
바에서 알바한다고? 니 죽고싶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이건 울 할매의 조카가 6살땐가 여튼 아주 어렸을때 있었던 조카의 일임(이분은 나한테 삼촌이 되시는 촌수임. 우리 엄마의 사촌이니까)
지영아, 용완이가 6살땐가 옆집사는 남자가
인공눈알(한쪽 눈알이 하얀거)을 끼고 다녔어. 근데 그때 그 어린 용완이가 그 남자 한테가서
그 남자 얼굴에 턱을 바짝 갖다대고 아저씨 눈까리 언제부터 까졌는데요? 하면서 그 남자 한테 물어본거야. (부산에선 누가 치고 가거나 뻔히 보이는데 못보고 실수 하면 눈까리 까졌나 라는 말을 씁니다. 아닌가?ㅋㅋㅋㅋ 여튼 ㅋㅋㅋㅋㅋ)
그랬더니 그 남자가 민망했는지 자리를 피했거든?그랬더니 용완이가 그 남자를 계속 따라 다니면서 예?예? 아저씨 눈까리 언제부터 까졌는데요?예? 하면서 자꾸 쫓아다녔제 하고 용완이도 참 ....... 하면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심
할매가 흉내 내는게 너무 웃겨서 눈물 흘리면서 웃었음
근데, 할매 까졌다가 나쁜말은 아니잖아 했음
할매 왈: (완전 진지한 표정으로) 그래 까진건 까진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집에 갈때쯤 엠피쓰리를 꺼냈음
할매 이 작은기계에 노래가 300곡이 들어간다 했더니
좀 들어보자고 하심
할매가 안좋아 하는 노랠낀데 하면서 8월2째주 신곡을 들려줌
양쪽귀에 이어폰을 꼽아 줬더니 그 조용한 병원에서
노래 좋네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내줘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매는 과수원길이 18번임. 찔레꽃붉게 피는 하는 노래를 좋아함
안된다. 도~~~~~~하면서 이어폰을 빼서
무슨 노래를 들었는지 내 귀에 꼽아봄
포미닛의 HUH가 나오고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uh huh huh huh huh huh huh huh huh huh ㅋㅋㅋㅋㅋㅋㅋ
81세의 할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였나 봄 ㅋㅋㅋㅋㅋㅋ
6.할매한테는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아우님이 있음
할매보다는 13살이 어린데 울 삼촌 친구의 엄마임.
앵두할매라고 부름. 볼이 빨개서 ㅋㅋㅋㅋㅋ 앵두 할매 아들은 앵두라 부름.
우린 앵두삼촌이라 부름
별명은 다 울할매가 지었음
(진짜 별명 잘지으심. 걍 한번 두번 본사람은 그 담날 부턴 별명으로 부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옛날에 외 할아버지 병원에 있을때 진짜 걸신걸린거 처럼 먹는 앞에 할아버지를 보고 음식을 먹는게 아니라 훌친다며ㅡ훌치기라 부름 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별명을 직접 부를땐 친한 사람한테만 하심 ㅋㅋㅋㅋㅋ 쌔까만 시누이에게 쿤타킨데 라는 별명으로 그분도 이제 손자손녀 다 보시고 일흔이 다되가시는데...아직도 쿤타야 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앵두할매와 울할매의 인연의 깊음.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이기도 했으며 아들 친구 엄마이기도 하며 형님 아우 하는 사이임.
근데 이 앵두 할매의 문제점은 진짜 냄새가 많이 났음 ㅠㅠ
학을 띨정도로....앵두할매 집에서도, 앵두할매한테도...악취가 났음.
몇십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 하고 울 할매는 이 냄새에 아직 적응을 못하심.
앵두할매가 집에 찾아오거나 옆에오는걸 싫어함
어쩔수가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나도 앵두할매랑 말할때는 그냥 숨 참고 함.
근데 앵두할매가 병원에 병문안을 왔다고 함.
울 할매는 걍 몇마디 하다가 앵두할매를 보냈다고 함.
난 할매가 너무 하단 생각이 들었음.
근데 할매, 앵두할매 나쁜 사람은 아니제? 얄미운 사람도 아니제? 물어봤음.
아니지~~~~~~~~~~싫은건 아니지~내가 왜 사람을 미워하겠노
냄새가 나서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엔 밉다는 소리로 들림 ㅋㅋㅋㅋㅋㅋㅋ
한가지 더, 울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 장례식장에 앵두할매가 오심.
울 삼촌들도 앵두할매의 취약점을 알고있음.
앵두할매의 입장으로 삼촌들은 상주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앵두할매 절하고 넋두리 하고 앉아있을때 그냥 세명이 모조리 밖으로 나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할머니 절대 여든하나 같지 않게 귀엽고
센스있고 멋진분이심.
뼈가 부러져서 못걷는다고 한달째 누워있다고 했을때
나이 많은 사람들 저렇게 눕게 되면
죽을때 까지 병상에 누워있는거 많이 본 터라
많이 걱정했는데,
내가 온다는 오늘, 마침 걷게 됐다고
니가 복덩이라고 해주심.
고마워,다시 걸어줘서 할매~~~~~~!!!!!!!!!
앞으로 조심조심 걸어다니고
다음주 안에 퇴원해서 빨리 집을 지키소서.
할매가 심은 고추 옆집 할매가 다 쓸이 해갔다메 ㅜㅜㅜㅜㅜㅜ
내 증손주는 보고 죽어야지 하던 말 꼭 지켜
난 시집 늦게 간다
그때까지 꼭 건강하게 살자.
사랑해 할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