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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구 길바닥에서 만난 커플 이야기.

 

 

나는 중국에 와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아직 말도 잘 안통하는 정도라 북경의 말하자면 코리안타운인 오도구를 가끔 가곤한다. 이야기는 오도구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커플에 대한 이야기다.

 

 

 

 

 

너나 나나 다들 좋아하는 커플 얘기다.

 

 

 두어달 전인가, 말하자면 신촌 바닥(바닥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과 같은 중국의 오도구에서, 노상에서 다투는 어린 커플을 봤다. 둘은 커플 플립플랍에 커플 티를 입었다. 남자는 밴드가 감긴 밀짚 페도라를 쓰고, 하늘색 요란한 반바지를 입었었고, 여자는 그에 비슷한 정도의 차림에, 짙은 화장을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었던 것 같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대학생 커플, -그들이 대학생인지는 알 수 없는데다, 중국 유학생이라고 치면 고등학생일 수도 있겠다만,- 한국이면 신촌에 어울릴법한 그런 커플이었다. 적당히 잘생기고 적당히 예쁜 20대 초반의 남녀 커플. 

 

 일과는 대충 적당히 학교를 다니는 것 이외엔, 헬스를 하거나, 피씨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는 정도, 주말엔 친구들끼리 빼입고 술자리를 갖고,  종종 그런 술 자리에서 여자들을 만나기도 하고, 겨울이면 아껴둔 돈이나 알바비를 모아, 네댓명이 차 한대를 빌리고 스키장을 가기도하고, 차 넘버에 '허'자를 보일까 조마조마해 본 적이 있고, 술김에 안고 싶은 처음 만난 여자에게 사랑한단 말을 뱉고, 내일이면 적잖이 자괴감도 '조금은' 가져 본 적 있는 그런 정도의 남자와.

 

 학교에선 예쁜 필기구로 필기도 꼼꼼히하고, 예복습도 잘 하지만 어쩐지 성적은 시원찮은 이 여자는, 첫사랑 남자에 데인 경험 이후론 어쩐지 다이어트가 가장 큰 고민이고, 쇼핑 때문에 돈도 적잖이 부족한데, 화장품은 떨어져가서 엄마랑 같이 쇼핑을 나갈 궁리를 하고 있고, 티비로 본 잔인한 도축장면을 친구들에게 열열히 토로하며 채식을 도전하지만, 밤이면 페페로니피자를 먹고, 육식이 아닌 야식에 회의감을 느끼는 아침을 맞는 정도라면 설명이 되겠다.

 

 조급한 남자 때문에, 잠자리를 비교적 일찍 가진 이 커플은, 유학생이라는 특권으로 반쯤 동거를 하고 있다. 주로 여자집에서 생활한다. 남자집은 그다지 깔끔하지 못한데다, 여자가 쓰는 목욕용품이나 세안제도 없고, 어쩐지 집도 여자집 처럼 크거나 세련되지 못한게 그 이유겠다. 가끔 남자는 남자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러 나가기도 하고, 그 새에 여자는 보고 싶던 잡지를 실컷 보거나, 연애를 시작한 후로 떨어져가는 성적에 불안해 공부를 하기도 한다. 물론 한눈 팔 남자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쿨하게 한 번 믿어 보기로 한 여자는 문자를 썼다 지웠다, 한두번 후엔 적당히 제 할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대략 이정도 커플로 보였다.

 

 여자가 한두살 어린 모양인지 남자에게 오빠라고 불렀다. 여자의 미간은 오밀조밀하게 굳어졌고 진한 마스카라 안으로 눈이 초롱초롱한 걸 보니 눈물이 터지기 직전인 듯 했다. 남자는 페도라 아래로 뻗은 짧은 옆 머리를 긁어 대면서, 한손으론 핸드폰을 들며 뭔가를 증명이라도 하듯 여자에게 내밀었다. 여자는 필요없다는 손동작을 하며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을 남자에게 큰소리로 따졌다.

 

 남자는 "니가 그러면 오빠 입장이 뭐가 돼?" 정도의 말이었던 것 같고 "오빠는 내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하지?" 정도가 여자의 얘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도 뭔가 여자는 남자를 위해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었고, 남자도 적당히 응수하며, 자기도 힘들었다는 얘기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세상 그 누구도 큰 소리를 내어 이 둘이 평생을 함께할 천생의 연분이라고 말할 수 없으리라. 짐작컨대, 길면 2, 3년을 함께 연애하고 초로히 찾아오는 권태나, 혹은 남자의 바람이 들통난다든지하는 이유로 헤어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스토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 짧은 2, 3년의 시간과 이 편협한 세계에서 그들은 각자가 제일이고, 그 이기를 응수할 수 있는 각자가 인정한 응당한 상대에게 불같은 사랑을 평생으로 표현하며, 사사로운 이 싸움의 원인이 세계의 종말이라도 된 양, 핏대를 세우고 혈압을 올려가며, 자신의 입지를 정당화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있다. 이 열과 성의 집중력은 대단해서, 이곳이 오도구 길바닥이라는 사실이나 사람들의 눈초리, 혀를 차는 소리, 손가락질 따위가 아무것도 인지되지 못할 정도다.  

 

 이들은 언젠가 다시는 이 길가에서 이러한 싸움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들이 겪을 일반적인 사회화는 대개, 스스로의 장점을 각자에게 각인시키기 보다는, 부끄럽다든지, 숨기고싶다든지 하는 단점들을 이들에게 인지시킨다. 시야가 넓어지면서 지인의 범위가 늘어나고, 범주내에 잘난 사람의 퍼센티지는 줄어들지만 단 한명이라도 소위 '잘난 사람'이 포함되는 사회화는 이들에게 세상이 말하는 '잘남'을 실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자책을 강요한다. 그러면서 점점 사람은 '겸손'해 져 간다.

 

 여자는 어느날 얼굴에 모공이 보인다든지, 또래 남자들에게의 인기가 새파란것들에게 밀리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든지, 자기보다 예쁘지도 인기가있지도 않다고 생각한 친구들 보다도 스스로가 더욱 결혼에는 막연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한다든지, 직장에서 받는 남녀 차별에 결혼이란 도피를 한번쯤 상상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또렷하게 '나는 힘있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는 소시적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형태라든지로, 오도구바닥에서 내었던 그 큰 목소리에 힘이 좀 빠질 수 있겠다.

  

 남자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군대를 전역한 자신이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함을 느낀다든지, 졸업을 앞두고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든지, 취직을 하고 사내에서 자신이 주목받을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자신은 그저 그들중에 하나였을 뿐이라는 점을 인지한다든지 하는 경위겠다. 아랫배가 나오고 술담배에서 온 건강문제를 인지하는 것은 조금 더 후의 일일 것이다.

 

 미래가 이렇게되든 저렇게 되든, 지금 이들은 중국의 신촌인 오도구 노상에서,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대화인 싸움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순수함과 풋풋함이 참 예뻐보였다.

추천수8
반대수0
베플우찌끈|2010.09.22 09:17
내용은 참 좋은데......근데 그걸 떠나서 ...... "너나 나나 다들 좋아하는 커플 얘기다." 누가 그러든가요???? 일단 좀 맞자 이꽉다물엇! ================================================================================ 이런 허접한 베플을 ㅋㅋㅋㅋ 그나저나 김동범님 왜이러셔요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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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지나가던행인|2010.09.23 00:38
먼가 읽기 싫음 -3-
베플ㅎㅎ|2010.09.22 15:59
소설쓰셔도 되겠어요~ 근데 뭔가 길거리 싸우는 남녀에 대한 상상과...추측의...내용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재밌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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