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프리즘 2010-10-12]
역시 캡틴 박지성의 공백은 컸다. 무승부라는 경기 결과에 대한 평가치고는 너무 박할 수 있지만 박지성이 없는 한국은 고유의 색깔을 잃고 밋밋해졌다. 윤빛가람의 톡톡 튀는 센스, 이청용의 번개 드리블, 박주영의 동물적 공간 침투 등 한국 축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공격 옵션이 박지성의 부재로 인해 막혀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경기 이틀 전 무릎 통증 재발로 박지성을 잃은 한국 대표팀의 조광래 감독은 새내기 윤빛가람에게 그의 대역을 맡겼다. A매치 경험에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워낙 재능이 뛰어난데다 최근 K리그에서의 활약상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빛가람은 경기 내내 존재감을 각인시키지 못했다. 그와 같은 영역 다툼을 벌인 하세베 마코토, 엔도 야스히토가 노련미에서 21세 새내기 윤빛가람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전술 변화도 윤빛가람을 도와주지 못했다. 조광래 감독은 이날 조용형을 꼭지점으로 삼고 신형민과 윤빛가람을 잇는 역삼각형 미드필드진을 구축했다. 중앙 수비를 강화하는 ‘포어 리베로’라는 낯선 역할에 조용형이 헤맸고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신형민 역시 동료들과의 호흡 문제를 나타내며 효과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상시 밸런스가 생명인 밸런스가 무너진 미드필드 역삼각형 하에서 윤빛가람의 플레이는 공격과 수비 어느 쪽에도 매진하지 못한 채 힘을 잃고 말았다.
신형민을 빼고 기성용이 투입된 후반전에는 한국의 플레이가 다소 나아졌다. 기성용이 적극적으로 일본의 중앙 지역을 파고 들면서 일본 미드필드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기성용은 볼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활기차게 일본 진영을 공략했다.
윤빛가람의 장기인 패싱력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기성용을 타깃으로 조금씩 살아났고 이청용의 돌파도 전반전보다 눈에 띠게 날카로움을 되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공격 패턴은 단조로웠다. 세밀한 페스 연결이 막히자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롱패스에 의존했고 번번히 일본의 촘촘한 수비망에 걸리며 공격 기회가 무산되었다.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을 뚫어주는 결정자, 어딘가 제각기 돌아가는 듯한 플레이를 정리해줄 수 있는 조율자가 필요했다. 당연히 지금까지 그 역할을 해준 것은 박지성이었지만 조광래호는 결국 90분 동안 대체자를 찾지 못하고 헛심만 켰다.
조광래호는 내년 1월 아시안컵은 물론 멀리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내다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박지성 없는 살림살이를 준비해야 한다는 따끔한 교훈을 남겨준 73번째 한일전이었다.
〈사커프리즘 홍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