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holiday night

 

 

 

 

 

 

Pentax Super program

kodak 200

Photographed by J

 

 

 

돌아 오는 길에는 나도 모르게 너를 안았어.

 

참아 보려고, 어떻게든 이겨내야겠다고 맘 먹었는데

새우등을 하고 자려고 누워, 비어 있는 옆자리를 가만히 쓰다듬다

네가 선물한 목도리가 한 쪽이 땅에 채이는 줄도 모르는 채

너를 향해 달리기 시작해.

 

추워. 코 끝에 네 냄새, 소매자락에 네 냄새.

 

샴페인을 부딪히며 환호하는 사람들과,

샹들리에의 빛이 반사되는 움직임,

너나 할 것 없이 홍조 가득한 뺨과

쇼윈도우 안 탐스러운 아이스크림 케익까지

 

미처 추스리지 못한 옷깃 사이로 날쌔게 파고드는

축제의 들뜬 기운들을 견딜 수 없어

감당하지도 못하는 와인을 입술 끝까지 들이 붓고 널 향했던

밤에.

 

저만치 니가 보이려는데, 불안함에 금새 숨이 턱까지 차올라,

이대로 꾹 숨이 막히는 건 아닐까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고

네 눈동자를 봐,

흔들리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너를 사랑해, 하는. 여기까지가 최선이야, 하는

돌아버릴 만큼 잔인한 몇 마디를.

담담하고 차분하게

간간히 곤란한 표정 같은 것을 하며 잇는 네 입술을,

그 얼굴을 지켜 보는 게 고통스러워

 

나는 결국, 서늘하다 못해 끔찍한 기분으로

온종일 준비한 말들 중 하나의 단어도 전하지 못한 채

너에게서 뒷걸음질 해.

 

 

이기적인 네가 싫어, 원망스러워. 하지만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냥,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마음은 바닥에서 질척이고,

 

차마 전하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던 마음들이 넘칠 만큼 차올라서

더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서

발걸음을 되돌려 나도 모르게 너를 껴안고 말았어

 

 

응. 이토록 익숙한 품인데.

 

겨울밤의 한기, 가만가만 만져지는 네 목덜미와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가느다란 머리카락까지

좀 봐, 어느 것 하나 따스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어떡하면 널 버릴 수 있니. 내 사람아.

 

 

원하지도 않은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부디 이 눈물이

너를 조금이라도 힘들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새벽 3시 27분. 텅 빈 방에 전화벨이 울려

꼭 쥔 손에 힘이 들어가,

 

받을 용기가 나지 않지만

너였으면 좋겠다고,

첫 눈이 내리는 축제의 밤에.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