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인생 최악의 패키지 여행 (feat. 녹물나오는 호텔에서의 하룻밤)

목베게 |2010.11.09 18:29
조회 947 |추천 2

 

안녕하세요. 판에 글을 써보는건 처음이네요.

 

저는 20대 중반을 향해 접어드는 휴학생이고,

이번에 엄마와 함께 ㄹㄷ관광에서 터키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뒤통수 맞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어이없는 경험을 했죠.

이름 있는 여행사여서 믿었고 일정표, 안내사항, 다른 사람의 경험담들까지 충분히 읽어봤는데도 실망에 실망이었어요.

터키는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배낭으로 가긴 좀 꺼려지는 면이 없잖아 있어서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통해서 가는 분들이 많고,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여행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아 XX 자유여행으로 왔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쇼핑 시간이 지나치게 많고 길다던가 선택 관광이 강요되었다던가 한 것은 없었지만

숙소, 버스, 식사, 유람선 등등 모든 돈 드는 것들이 싼 맛에 후려쳐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특가나 저가로 간 여행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에요.


앞으로 터키에 패키지로 여행 갈 분들이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바라며
여행사에 따지려고 쓴 여행후기 올립니다.

독기를 품고 써서 말투가 뾰족한 점은 양해해주실거라 믿...믿어요.

 

 

 

 

----------------------------------------------------

 

 

기대가 딱히 컸던 것도 아닌데 실망만 잔뜩 안겨 준 여행이었습니다.

롯데관광의 네임밸류를 믿었고, 사전에 고지된 모든 것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한 상품이지만

그야말로 '뒤통수 맞았다' 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네요.


여행 중에 느꼈던 기분 더러운 점들을 일일히 나열하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그 중 가장 빌어먹게 느껴졌던 몇 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1. 4성급 호텔? 싸구려 모텔보다도 못하던 숙박시설

 

첫날에 묵었던 앙카라의 호텔은 그럭저럭 깨끗하고 괜찮았습니다. 다만 물이 잘 안나왔어요.

샤워기도 없이 벽면 위쪽에 고정된 수고똑지에서 물이 나오는 구조였는데 물이 어찌나 찔끔찔끔 나오는지.

신선했어요. 머리 감다가 목이 저리는 경험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일행분은 물이 너무 안나와서 컵에 물을 받아서 헹구셨다고.


둘째 날 호텔이 개중 제일 나았어요. 깨끗하고 식사도 제일 괜찮았던 편이어서 만족했습니다.

근데 이 글을 쓰려고 투어일정표 받은 것을 보는데 호텔 이름이 일정표에 적힌 것과는 틀리네요?


셋째 날부터 뭔가 슬슬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하기 전, 현지 가이드분이 이동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터키는 워낙 호텔 시설이 별로 좋지 못하고, 지방으로 갈 수록 그건 더 안좋아질 수 밖에 없다.

여름 한철 장사로 벌어먹는 지역의 호텔은 기대하시면 곤란하다."

여행사 일정표, 공지사항, 가이드가 보내온 안내문 그 어디에도 이런 소리는 없었지만 이때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죠.

그냥 그런가보다. 지난 이틀동안의 호텔은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었으니까.

그런데 웬걸. 도로변의, 번쩍번쩍하는 야자수가 세워진... 뭔가 도로변 모텔같은 호텔.

객실도 급격히 좁아졌습니다.

낡은 수도꼭지는 은색 코팅이 다 벗겨져 녹슨 쇠부분을 드러내고 있더군요. 기분이 묘했습니다.


넷째 날 호텔은 지진이 잦다는 지역 특성 상 낮게 빌라식으로 지어진 호텔이었어요.

복도에 깔린 카펫은 매우 더러웠고 분위기도 을씨년스러웠지만

객실은 그래도 깔끔한 편이었고 추울거라고 사전에 예고된 데 반해 난방은 오히려 훈훈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폭풍 전의 고요였지요.


이스탄불로 향하기 전 마지막 호텔.

여름 한철 장사를 한다는 겨울의 유령마을, 불빛마저 드문 아이발릭의 호텔은 그야말로 최악이더군요.

해변가에 위치한 것도 아닌, 안쪽으로 몇 블럭 들어와 있는 작은 호텔은 그동안 품어왔던 작은 의문

-터키에서는 별 4개를 길거리 담벼락에도 붙여주는 것이 아닌가- 를 확신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외관이나 로비는 말할 것도 없었고, 객실은 이태껏 견뎌온 다른 호텔중에 가장 작았습니다.

이불 대신 침대 옆 선반에 놓여진 담요... 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그것은 거의 걸뤠같은 상태였어요.

전혀 세탁이 되어있지 않고 먼지가 군데군데 묻은, 벼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너절한 몰골은 엄마를 폭발시켰습니다.

가이드에게 얘기했지만 오히려 호텔측을 변호하더군요. 덮는 것이 아니고 시트 위에 깔고 자는것이라나.

걸뤠를 덮고 자나 깔고 자나 더러운건 더러운 것 아닙니까?

납득하지 않자 마지못해 얘기해서 교환해주더군요.

이미 화가 난 엄마가 걸뤠같은 모포를 객실 밖에 내어놓자 4성급 호텔의 벨보이? 는 손님에게 언성을 높였습니다.

나중에 지배인에게 얘기해서 사과를 받긴 했지만 컬쳐쇼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오는것이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것만으로 끝났으면 행복한 하룻밤이었겠죠.

맨바닥에 매트리스와 수건 같은 시트가 덮여진 것으로 마무리된 침대.

매트리스는 누가 오줌이라도 싼 것 같은 노골적인 얼룩이 매우 크게, 여러군데 져 있었고

기본적인 색깔마저도 누렇게 꼬질꼬질해서, 변색된건지 단지 더러운건지 판단이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욕조 위로 올라간 샤워부스 창은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덜컹거렸고 모서리는 까맣게 먼지가 차 있었습니다. 아, 실제로 떨어지기도 했구요.

실내가 추워 틀어놓은 온풍기 (최대 30도까지 올라가는 에어컨)은 쉴 새 없이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이마저도 새벽이 넘어가자 꺼져버리더군요.


제일 심했던건 녹물이었습니다.

쇠냄새가 풀풀 나는 물이 나왔어요. 우리 방 뿐만 아니라 일행이 묵었던 모든 객실에서, 체크인 하던 순간부터 체크아웃 하는 순간까지.

따질 힘도 없어서 생수로 헹구는 걸로 대신했습니다. 모든 물을 돈주고 사야 하는 터키에서요.

 

이 날, 썰렁하다 못해 흉흉한 아이발릭에 도착해서 호텔 로비로 들어가자 일행 중 반이 폭발합니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버스는 외관뿐만 아니라 안도 훌륭해서 비가 샜던 데다가

이 마을은 볼 것 없으니 그냥 잠만 주무세요, 하는 가이드의 말은 완벽하게 여행의 즐거움을 말소시켰죠.

들어가서 본 호텔의 꼬라지는 거기에 독기를 얹어주기 충분했구요. 여기서 나머지 반도 불신과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버스를 바꾸기로 하고 다소 미심쩍었던 -편의를 위해 공동경비로 한꺼번에 걷었던- 물값과 식당 팁 1인당 20유로를 돌려주기로 합니다.

(한 테이블에 한병씩, 2-3병 정도를 제공하던 물값과 식당팁.

보통 식당 팁이 1인당 1유로인지 한 테이블에 10% 정도인지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는 의문입니다.)


대화 중, 가이드분이 이것이 '저가상품' 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해서 하시더군요.

저가상품이요?

순수 첫 결제 비용만 (유류세, 가이드 팁 등 별도) 169만원이었던 이 상품은 롯데관광의 터키 여행 중 가장 저가 상품이 아닙니다.

예약 안내 페이지 어디에도 '저가'라는 말은 없었어요.

불만에 대한 대답을 그런 식으로 회피하려고 하는 태도와 여행 내내 결코 친절하지는 않았던 대응 (앞서 언급했지만 클레임 등에 굉장히 소극적이시더군요)

등을 생각하면 화도 나지만 가이드가 여행 스케쥴을 짜고 조율하는 것은 아니니 가이드분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날은 그토록 강조하던 특급호텔. 그러나 이스탄불 시내에서는 1시간 반 거리, 택시비 15만원 가량의 특급호텔...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2. 비 새고 페인트 벗겨진 버스

 

앞서 언급했던 이 버스는 아이발릭 이후 교체됩니다.

 

3. 배려 없는 식사 메뉴

 

하루 중 2식이 호텔식이에요. 터키식과 양식이 짬뽕된 거의 항상 비슷한 메뉴.

중식만이 현지식입니다. 일정 중 중식이 겨우 7번인데 대부분이 같은 메뉴였어요.

터키 음식이 스튜같은 케밥밖에 없답니까? 케밥만 해도 종류가 한두가지가 아닐텐데요.

현지 음식이 입에 안맞는건 둘째치고 전 그냥 메뉴가 물리더군요. 첫날과 마지막 날 식사 만이 조금 다르다 싶은 메뉴였습니다.

아, 5일째인가. 안에 밥이 든 크로켓을 잘랐는데 벌이 나왔어요. 그냥 기절하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4. 짭퉁 가득 늘어놓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판매원들에게 시달렸던 쇼핑 일정

 

첫번째 쇼핑 일정. 도로 가의 창고 매장 같은 곳으로 들어가더라구요.

명품브랜드는 여기 수주를 맡기고 가서 텍만 찍는거라는, 인증을 받지 못했다 뿐이지 이건 버버리고 루이비통이고, 가격만 다를 뿐 품질은 같다는-

세상에, 이런 쌍팔년도 개드립이 터키에서는 아직도 통한답니까?

입구에 걸린 루이비통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프린트된 배스가운부터 식탁보로 만든 것 같은 시뻘건 루이비통 핸드백,

프라다 로고가 춤을 추듯 삐뚤빼뚤 붙여진 나일론 가방... 그 조잡함이란. 그냥 웃어야지 별 수 있겠어요.


두 번째 매장은 유행에 한참 떨어진 구식 디자인의 가죽 매장.

누가 입어도 태가 안날 촌스러운 디자인에 45% 오프라지만 40-60만원 대의 가격...

대놓고 찍어놓은 로고는 없지만 수법은 첫번째 매장과 비슷합니다. 꽤 오랜 시간 있었지만 아무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특산품 매장은 그나마 나았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모르겠네요.

가격 비교가 불가능하고 더 이상 쇼핑 기회가 없어 많은 분들이 사셨지만 나중에 보니 공항에 있는 매장보다 비싼 가격이었더라구요.

 

5. 융통성도 배려도 없는 투어 스케쥴

 

기암괴석도 한나절이지 이틀 내내 보면 그냥 돌덩이일뿐.

볼 거라고는 돌맹이뿐인 괴레메와 카파도키아에서 이틀이나 일정을 소비하고

하루 꼬박 잡아도 모자랄 이스탄불 스케쥴을 반나절도 못되는 시간 만에 해치워버리는 그 터프함.

뭇 여행사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쿨함에 등골이 찌릿하더군요.

톱카프 궁전, 작정하고 보려면 몇일도 모자라다는 곳에서 1시간도 주어지지 않아 쫒기듯이 보석관과 성물관을 기웃거리고 모임 장소로 돌아갈 때의 기분이란.

그야말로 발만 담갔다 뺀 느낌에 어안이 벙벙해졌네요.


그럴듯한 시내구경은 단 한번도 못했습니다. 숙소가 좀 외진 데 있어야지요.

지방에서는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니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이스탄불.

옵션으로 들어간 야경관광이 인원문제로 취소되고나니 이스탄불 시내엔 발도 붙일 수 없었어요.

그 특급호텔은 시내에서 1시간 반, 택시비로는 15만원이 넘게 나온다는 외곽에 위치하고 있더군요.

우리나라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지방만 실컷 돌아다니다가 명동이나 강남, 신촌같은 곳은 버스타고 슝 지나친 채 과천에서 묵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어느 특급호텔을 데려다놔도 이런 일정이면 관광객이 기뻐할까요?

도심의 호텔은 시설이 낙후하고 좋지 않아 이런 곳으로 잡았다고 하는데 그간 거쳐온 호텔과 비교하면 도심의 호텔이 구려봤자 얼마나 더 구리겠습니까.

유령마을의,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듯한 매트리스와 걸뤠같은 모포가 구비된 녹물 나오는 호텔에 관광객을 처박아 놓던 터프함은 어디로 사라진거죠?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배려,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아, 협의되지 않은 저가여행에 도심의 호텔은 비싸겠죠, 물론?

 

6. 그 외. 저가의 향연

 

보스포러스 해협 유람선은 할 말이 없더군요.

차라리 선유도 가는 일억조 페리가 낫다 싶을 정도의 유람선 수준은... 투어 내내 느꼈던 저가의 향기가 절정에 다다라 순간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같은 유람선에 탄 다른분들은 모두투어에서 오셨다고 하시던데 여행 비용이 정말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뒷부분은 맺음 부분이라 생략했어요.

솔직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말하려면 3박 4일동안 얘기해도 모자를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순간이 불쾌하고 짜증났던 건 아니지만 여행 내내 혈압을 걱정해야 했죠.

 

'터키 여행' 이라면 전 정말 추천이에요!

그러나 터키 '패키지' 여행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네요.

 

이런 여행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행사측은 항상 고객의 불만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는 하나 (이것도 사실 확인 후)

보상은 하지 않거나 소액으로 때우는 태도로 일관하는 듯 하더군요.

 

엄마는 ㄹㄷ관광에 전화로 항의를 하셨고

ㄹㄷ관광에서는 같이 여행한 다른 분들에게 사실 확인 후 (대부분 같은 대답을 받았다고 함)

사과를 하고 죄송하니 목베게를 드리겠다 했답니다.

필요 없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제하라 하니, 그건 곤란하다고 했다네요.

 

배째라 식의 여행사의 횡포는 언제쯤 과거의 일이 될지. 참 씁쓸하네요.

추천수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