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곧잘 잘렸다가도 다시 붙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
마치 변신 합체 로봇처럼...
#. 이 곳 중랑구 면목동에는 신문 메신저 3대 명물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B이다. 건장한 체구에 얼굴도 비교적 호남형이지만 잘 씻지 않는 치명적(!) 약점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버린 사내다. B는 왕성한 생활력으로 거의 모든 일간지를 배달한다. 그런데 문제는 배달시간이 일정치 않으며 대개 하루종일(?) 조간신문을 배달한다는데 있다. 보통 조간신문은 아침 6~7시 정도면 배달이 끝나야 하는데 B는 오후를 넘어서 저녁까지도 배달을 계속 한다는 점이다.
이유인 즉, B는 배달을 하다말고 배고프면 집에 들어가 라면 끓여먹고 다시 나와 배달하고, 졸리면 또 들어가 자다 나와서 배달하고, 또 심심하면 어디론가 가서 놀다와선 배달하고.. 뭐 이런 식으로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직업및 시간개념이 마냥 프리~ 하다는 얘기다. 생각해 보라. 아침 신문을 저녁에 받아보는 그 경악(!)스러움을..
이런 무책임함과 불성실함에 대한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항의에도 불구하고 결코 잘리지 않는 이유는(아니 곧잘 잘렸다가는 다시 붙기를 수 없이 반복한다. 마치 변신 합체 로봇처럼.) 마땅한 대체 일손이 부족하다는 점과 어떠한 수모(?)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버티는 왕근성(!) 때문이기도 하다.
#. 신문 받아보는 시간을 엄격히(!) 따지는 모 어르신이 B가 담당하는 구역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건 얼마 전 이었다. 매일 새벽 4시면 칼같이 집 현관문 앞에 떡하니 지켜서 계시고는 단 1분이라도 신문이 늦을라치면 해당 메신저를 붙잡고 30분간 훈계를 하시거나 득달같이 보급소로 전화를 걸어 불호령을 내리곤 하시는 아주 깐깐하다못해 피곤한 어르신이다. 그런 분이 B의 구역으로 이사를 오셨으니 보급소 팀장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담당팀장은 B에게 몇 번이고 주의를 주며 신신당부를 해 처음 며칠간은 B도 신경을 바짝 써서 비교적 조용했다. 그러나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얼마못가 배달시간이 점차 늦어지더니 급기야 하루 이틀 빼먹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드디어 어르신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담당팀장은 연일 직접 신문을 들고 찾아가 굽신거리며 어르신의 호통을 들어야 했다. 결국 이 사실이 알려져 본사 상관에게까지 질책을 들은 팀장은 어느날 B를 불러 앉혀 놓고 심각한 통보를 하게 되었다.
"B야, 이제 너 아니면 나 둘 중 한 사람은 그만둬야 할 것 같다."
B는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이제부턴 정말로 잘 넣을게요! 제 이름을 걸고요."
문제 많던 B도 이름 값(?)을 제법 하려는지 그 뒤 한동안은 쥐 죽은 듯 잠잠했다.
그러나 며칠 뒤 다시 어르신의 휴화산이 폭발했다.
"이젠 다 필요없으니 신문 그만 끊어! 넣지 말라구!!"
전화를 받은 팀장은 때 마침 옆에 있던 B에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화를 내자 B는 어이가 없다는 듯 강하게 대꾸했다.
"무슨 소리예요?! 아까 시간 맞춰 확실히 잘 넣었다고욧!"
"정말이야? 그런데 어르신이 왜 이렇게 화를 내? 이젠 끊겠다잖아!"
"다시 여쭤보세요! 제 이름을 걸겠다니깐요!"
팀장은 어르신께 다시 공손한 목소리로
"저, 어르신. B가 틀림없이 잘 넣었다고 하는데요! 혹시 근처에 있을지 모르니
다시 한 번 찾아보시죠?.."
"아, 이 사람들이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늙은이를 놀려?! 신문이야 왔지.
어제 신문이 왔다구! 어제 신문!! 지금 장난하는 거야 뭐야?! 당장 끊어!!"
황당 + 발끈한 팀장이 고개를 돌려 B를 찾았을 때,
B는 이미 그 곳에 없었다..
사.라.졌.다..
실로 잠깐 사이에...
# B는 지금도 배달을 하고 있다. 잘리지 않았고 이름도 바꾸지 않았다. 담당
팀장은 옆 동네 지국 보급소로 옮겨갔다. 어르신의 신문은 새로 온 팀장이
매일 대신 넣고 있다. 보급소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오! 피스~
* 제 글은 (아래 주소지에) 매주 금요일마다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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