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신혼여행을 내년으로 미루고있는 저희 커플은
어디라도 다녀와야 한다는 부모님들의 말씀에 힘을 얻어,
제주도로 훌쩍~ 떠나게 되었답니다. ^^*
무엇인가 기억에 남는 것을 해야지 않겠냐는 생각에,
겁도 없이, 한라산 단풍구경을 선택한 저... ㅋㅋㅋㅋㅋ
(이 즈음 한라산 단풍이 절정이라는 한달 전 예보를 믿고;;)
한라산 탐방로는 여러가지 길이 있는데요,
각 탐방로 마다 소요 시간과 난이도가 다른 것 같더라고요. ^^
저는... 이왕이면 백록담 까지 가야지 않겠냐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백록담까지 갈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 탐방로와 관음사 탐방로 2가지...
그나마 초보자에게 무난하다는 성판악 탐방로를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
▷ 어리목탐방로 (윗세오름 2시간, 남벽분기점 3시간) 6.8Km
▷ 영실탐방로 (윗세오름 1시간 30분, 남벽분기점 2시간30분) 5.8Km
▷ 성판악탐방로 (진달래밭 3시간, 정상 4시간 30분) 9.6Km
▷ 관음사탐방로 (삼각봉 3시간 20분, 정상 5시간) 8.7Km
▷ 돈내코탐방로 (남벽분기점 3시간 30분) 7km
▷ 어승생악탐방로 1.3Km
저희가 선택한 성판악 탐방로는 위에 써 있듯이 9.6Km...
정상까지 4시간 30분... 고로 왕복 9시간...????? 헐...;;
평소에 산행을 다니던 사람이면 괜찮았겠지만,
저는 평소 동내 뒷산만 가도 헉헉 거리던 그런 녀자...;;
그래도 하기로 했으니, 끝장을 봐야지 않겠습니까??? ㅋㅋ
그럼, 한라산을 향하여~ 출바알~~~♪
가는 길에 너무 예쁘게 물들어 있던 단풍들~!!! >_<
저... 태어나서 단풍놀이 한 번 해보지 못한 그런 녀자...;; ㅋㅋ
한라산에서 단풍놀이를 한다며 양껏 들떠있던 저... ㅋㅋ
산행을 시작하며, 기념 촬영 한 장씩 찰칵! 찰칵! ㅋㅋ
채서방은 아버님 등산복을 빌려입고, 저는 엄마 등산복을 빌려입고, ㅋㅋ
(이번 산행 하려고 처음에는 등산장비 사려다가 등골 휠 뻔...;; -_-;;)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까지 오르려면 늦어도 9시에는 산행을 시작해야해요.
12시부터는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정상까지의 입산을 막는다고 하더라고요.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9시 딱 맞춰서 출발하는 우리... -_-;;)
아, 참고로 동절기(1,2,11,12월)에만 12시 통제이고,
춘추절기(3,4,9,10월)에는 12시 30분, 하절기(5,6,7,8월)에는 1시까지래요.
조금 걸으니 해발 1,000M를 알리는 표시가... ㅋㅋ
이 때까지는 웃고 있네요... 차암... 해맑게도... ㅋㅋㅋㅋㅋ
자고로 산행할 때는 '물 보다는 오이'라는 진리를 알려주신 엄마... ㅋ
속밭 대피소(4.1Km/1시간 20분)에서 오이를 야금야금 먹고 있습니다.
옆에 앉아서 오이를 드시고 계시던 아저씨께서는
"오이가 가장 가치를 발할 때는 산행이다!"라는 말씀을... ㅋㅋ
살짝 가다보니 우박 같은 것이 내리더라고요. -_-;;
추워지는 날씨 탓에 단단히 옷매무새를 다듬기 시작합니다. ^^ㅎ
저희는 진달래밭 대피소를 11시 30분에 돌파했습니다. ㅋㅋ
나름 쉬엄쉬엄 갔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괜찮지 싶습니다. ㅋㅋ
일단 진달래밭 대피소를 12시 전에 통과했으니, 요기부터 할 생각으로
전 날 제주도 이맛흐에서 구입한 김밥과 편육, 막걸리ㅋ를 꺼냅니다. ㅋㅋ
2시간 30분 정도를 가방에서 방치되있던 음식들은 꽁꽁~ 얼었던;; 그래도 역시 맛은 끝내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걸리 홀릭 채서방... ㅋㅋㅋㅋㅋㅋ
우리가 좋아하는 우리쌀로 만든 막걸리를 꿀꺽꿀꺽~ ^^
저도 질 수 없지요, 엄마가 챙겨준 1인용 방석(?)을 깔고 앉아서는
오돌오돌 떨면서 막걸리 한 병, 원 샷(?) 합니다;; ㅋㅋㅋㅋㅋ
빛의 속도로 김밥을 집어 먹는 저란 녀자... ㅋㅋㅋㅋㅋ
한 손에 야물딱지게 움켜 쥔 막걸리가 참...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
배를 채웠으니, 이제 다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갑니다.
백록담까지는 1.5Km가 남았네요. 끝이 없어요... ㅠㅠ
날씨가 추워서 콧물이 어찌나 나던지
엄마가 땀 닦으라고 준 파란 수건을 콧물 닦는데 사용... -_-;;
(엄마... 미안... 꼭 빨아서 써... ㅋㅋㅋㅋㅋ)
슬슬 힘이 든 기색이 역력한 저란 여자...
"매의 눈"으로 사진찍는 채서방을 바라봅니다...
사진 찍을 힘 있으면 나나 부축해봐봐... ㅠㅠ
너무 힘들어하니까 제 가방 들쳐매주는 채서방... ㅠㅠ
고마워... 그런데... 가방 없어도 나 죽을 것 같아... ㅠㅠ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채작가의 작품세계... ㅋㅋㅋㅋㅋ
그래도 생각보다 제주도에서 사진 실력 많이 늘었던 채서방... ㅎㅎ
드디어 나의 로망, 사진 잘 찍는 남편이 되주는 거햐??? ㅋㅋㅋㅋㅋ
여기는 1700M...
이거슨 억지 웃음... -_-;;
런닝머신 1시간이면 골반이 빠질 것 같다는 고통을 호소하는 저는
이제 양 발을 못쓰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저 하자있는 녀자... ㅠㅠ)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이건 뭐...
단풍아 어딨니...? 왜 눈만 잔뜩이니...? ㅠㅠ
우리는 단풍놀이를 왔던...것...이... 아닌가요...? ㅠㅠ
이번에 단풍 구경 하고 나면,
나중에는 한라산 눈꽃을 보고 와얀다고 그랬는데,
나중에 다시 올 필요 없어진 이 상황... ㅋㅋㅋㅋㅋ
와... 정말 눈꽃이 장관이네요...
(오를 땐 너무 힘들어 보기도 힘들던;;)
사실, 채서방이 사진을 잘 찍는 편이 아닌데,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 되는 이 곳~!!!
저는 한 발 한 발 떼기도 힘든데, 채서방은 기력이 남았는지,
제가 꼬물꼬물 올라가고 있으면, 바짝 앞으로 달려나가 사진 촬영...
이거시 진정한 사진 작가의 자세이니~!!! >_<
나는 좀 힘이 들구나...
잠시 쉬었다 가련다... ㅠㅠ
채서방이 묻더군요.
"힘든 게 싫어~ 추운게 싫어~???"
"난... 다 싫어... -_-;;"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는 계단...;; ㅠㅠ
이 높은 곳까지 누가 계단을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놨을꼬~ ㅠㅠ
드디어... 해발 1,800M...
눈도 뜨기 힘든 이 시점에 사진 촬영을 하는 센스...
이 다음 부터는 코스도 너무 힘들고,
바람도 너무 심하고, 또 지쳐서 정상까지 사진이 없네요...;;
(그저 꾸역꾸역 올라간게 신기할 따름... -_-;;)
솔직히...
저... 남 몰래 울었어요... ㅠㅠ
그리고... 끝이 없을 것 같던... 정상 도착...
9시에 출발했는데, 겨우겨우 정상에 도착하니,
1시 45분을 향해 가고 있더군요...
백록담에서는 1시 30분이면 다 하산을 시키더라고요.
아저씨가 얼른 사진촬영만 하고 내려가라고 재촉 작렬... -_-;;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몸이 휘청거릴 정도고,
백록담은 눈보라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정도... ㅠㅠ
여기는 한라산이 아닙니다... 시베리아입니다...;;
내 평생에 추웠던 겨울의 10배는 되는 이 날씨... ㅠㅠ
나... 다시 어떻게 내려가...?
조난 신청 좀 해줘... 제발... 부탁이야... ┭┮,.┭┮
자꾸만 지금 하산 안하면 큰일 난다던 아저씨...
재촉 좀 그만해요. 내려간다니까요? (발이 안떨어져서 그렇지...)
채서방의 말에 따르면 제 앞머리는 청경채가 되어있다고...;;
쏟아져 나온 잔머리? 앞머리?가 죄다 꽁꽁 얼어서 녹지도 않고...
덕분에 앞은 잘 안보이고, 넘겨도 넘어가지도 않고... -_-;;
정상 정복 증거 사진을 찍었으니 이제 내려가야하는데...
난 정말 발이 안떨어져... 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올라올 때 쓰던 근육과 내려갈 때 쓰는 근육을 다른가봐요...
영영 못 쓰는 다리가 된 줄 알았는데... 걸어가지긴 하더라고요... ㅠㅠ
오를 때는 들리지 못했던 진달래밭 대피소에 잠시 쉬러 들어갔습니다.
이 때 시간이... 2시 45분쯤...???
아저씨들 또 빨리 내려가라고 재촉 작렬... ㅠㅠ
인스턴트 커피 한 잔 사 마시고 쉴 틈 없이 다시 하산... ㅠㅠ
이 쯤 오니까 정신이 들어서 채서방 사진도 찍어주고... ㅋㅋ
정상부터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는 채서방에게 몸을 싣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본인의 몸과, 제 가방, 제 몸뚱아리까지 보살피느라 고생한 채서방에게 감사를...ㅠ
이 곳 외에는 마실 물이 없습니다. ㅋㅋ
그나마 동절기에 이 물 마저 얼어버리면 정말 마실 물이 없데요...;;
한라산의 지질은 현무암, 조면암 등으로 되어 있고
대부분의 하천은 평상시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래요.
그래서 한라산에서 식수를 조달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식수를 반드시 지참하여야 한다고 하네요.
정신 차린 저도 물 한 모금 꼴깍꼴깍~
캬~ 이 맛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려오는 길에 산짐승도 보고... ㄷㄷ
덕분에 빨리 내려가야겠다고 발길을 재촉했답니다. ㅠㅠ
드디어 성판악 탐방 안내소에 도착... ㅠㅠ
감격의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엄마 보고싶다... ㅠㅠ
대략 6시 다 되어서 도착한 것 같아요.
사진 찍고 나니 금새 날이 어두워지더라고요.
성판악 탐방안내소에서 1인당 1천원씩 내고
정상 정복 인증서도 받아왔어요. ㅋㅋㅋㅋㅋ
액자에 걸어놓을테다~!!! ㅋㅋㅋㅋㅋ
숙소에 전화를 걸어 근처 전복죽 집을 물어 찾아갔습니다.
횟집이라서 조금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맛나요~ >_<
한라산 정상 찍고 와서 한 10년은 늙은 행색...;;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올 판입니다. ㅠㅠ
드디어 나온 우리의 전복죽~~~ 몸보신~!!! 몸보신~!!!
고생을 해서인지 엄청 달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
함께 나온 밑반찬도 엄청 맛깔나고 좋았어요~
이 와중에 김치 맛 없을까봐 걱정했던 저... ㅋㅋㅋㅋㅋ
전복죽 먹는 노숙자님...
채서방도 한 10년은 늙어서 내려왔네요... ㅠㅠ
생각보다 알차게 들어있는 전복죽~!!!
아... 사진만 봐도... 또 먹고 싶은... 후루룹~ >_<
등산 완전 좋아하시는 시아부지, 시어머니, 우리엄마, 이모,
축하의 메세지 완전 날라오는데... -_-;;
나는 그저 죽겠을 뿐이고... ㅠㅠ
저 같은 하자 있는 몸뚱아리는 집에 있어야만 합니다.
채서방에게 짐만 되는 나란 녀자... ㅠㅠ
그런데... 한라산 정상은... 원래 그런 줄 알았어요...
원래 그렇게 눈도 많고... 춥고... 무섭고...
그냥 그렇게... 시베리아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두둥... -_-;;
우여곡절 끝에 내려와 숙소에 도착해 9시 뉴스를 보니...
한라산 첫 눈... 어쩔... -_-;; (앵커 아저씨 지...못...미...;;)
뉴스에서 인터뷰 하는 사람들은 고작 3시간 코스 탐방로...
그러니까 그렇게 웃지... 9시간 산 탔어봐 웃음이 나오나... -_-;;
이번 산행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첫눈 완전 로맨틱, 신랑과 맞는 첫눈, 한라산에서 맞는 첫눈,
이런 로망에 대해서 멋지다, 부럽다, 최고다, 하시는데...
저희는... 그냥... 최고 힘들었던 첫 눈 이었답니다... ㅠㅠ
문득, 채서방이 그러더라고요.
아버지랑 왔으면 저랑 똑같이 뒤로 쳐지고 그랬을 텐데,
누군가를 챙겨주고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랬는지
신기하게 힘들더도 끝까지 잘 할 수 있던 것 같다고...
아흥~ 감동 작렬~ >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역시도 이번 산행에서 채서방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많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 늘 내 뒤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
그게 당신입니다.
채서방 짱짱짱~♥
하트 뿅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