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22살의 대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톡을 보면 간간히 일단 군대부터 갔다와라 이런 답변이 많아서
일단 군필임을 밝히구요;(어렸을 때 수술한 적이 있어서 면제받았습니다)
얼마전까지 동네 쪼그만한 초중학교 보습학원에 중학교 모 과목 강사로 일하였습니다.
그러다 어떤 일을 계기로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게 참 급작스럽게 이루어져서
아이들과 제대로 된 인사도 못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서 아까 원장과 나눴던 일련의 대화를 생각하며
씁쓸한 기분으로 걷던 와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겁니다.
받아보니 제가 가르쳤던 중3짜리 어떤 여자애였습니다.
(전화)
'응 그래 ㅇㅇ야 웬일이니 '
하니까
'아 선생님 저 오늘 핸드폰 생겼어요 ㅋㅋ 이 번호로 저 저장해주세요
저 이거 핸드폰 생기자마자 첫 통화하는거에요
저희 집 번호도 아직 전화 안했어요
선생님 왜 오늘 수업도 안 하고 그냥 오셨다 가셨나요
(여기까지 말했을 때 안 좋게 그만두었음을 어느정도 눈치채었던 거 같았습니다.)
선생님, 저 오늘 생일인데...히히'
'(학원에서 이제 못볼껄 알았음에) 아 그렇구나 그럼 이번주 토요일에 뭐하니, 밥 한번 사줄까?'
'아뇨...다음주에 오셔서 꼭 챙겨주세요 꼭이요'
이러는 겁니다.
못 볼껄 알았지만 응 그러마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원장과 표면상 아직은 그만둔 것으로 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선생님 모해요 이런 문자가 와서 한두개 서로 주고 받았었습니다.
그때까진 뭐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주에,
그 학원에 다른과목 선생님으로 같이 일하는 저희 과 형에게
그 애한테 제가 준비한 선물(...모 회사 하트모양의 향수와 제가 고등학교 때 쓰던 자습서)을
직접 전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편지에 약간의 메모를 해 놨었습니다. 대충 축약하면
'이 자습서는 내가 고등학교 때 보던 거였단다 얼핏 생각하면 그냥 헌 책이지만
난 한 때 이 책으로 공부하며 꿈을 키워나갔단다
공부를 잘 하라는 말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네 비전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늦게까지 학원에 남아 공부하다 짜장면 먹으며 배시시 웃던 기억도
잘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서 펑펑 울었던 기억도
절대 잊지 못할꺼다..
(..얘가 제가 가르쳤던 과목이 취약과목이었거든요...; 그러다 제 수업시간에 울어버렸습니다.
그 사연은 좀 복잡해서 패스;)
그리고 그날 밤에 그 아이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내용은
'선생님 이거 너무 예뻐요 그리고 저 선생님한테 할말있어요'
라더군요
그래서 응 그래 무어니라고 답변을 보내니까
' 문자 보관함에 저장해두기~ 저 약간 답변이 늦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잠시후에
'있잖아요 있잖아요.......풉.....선생님 사랑해요'
라고 문자가 왔습니다. 얼결에 전
'응 그래 ㅇㅇ야 고마워♡'
했죠...
그리고 이런 저런 얘기 좀 하다가 문자질을 끝냈습니다.
근데 문제는요
스스로도 주책인거 같은데
그 사랑해요 라는 말이 계속 저에게 뱅뱅 남는 겁니다.
처음부터 그저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의미려니...라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러는 게 맞다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혹시...란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네요;;;
왜냐하면,
그런 학원의 특성상 선생님의 교체도 잦았고 때문에 한번 그만두면 선생님과 애들이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경우가 좀체 드물거든요.
물론 제가 선물에 신경은 좀 썼었습니다. 값을 떠나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니만큼...
(민망합니다만, 제가 그 학원에 있을 때 수업 중에 애들의 기분도 좀 맞춰주고 그랬기
때문에 아이들 사이서 평판이 좋은 편이었고 약간의 인기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앨 특별히 예뻐했다거나 그런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사제관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약간의 에피소드 몇 개는 있었다고나 할까요...
재직 중에 썸씽이나 스캔 만들만한 짓은 단언컨데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근데 그...사랑해요 란 말이 계속 신경쓰이는 겁니다.
그 문자에서의 뉘앙스도 좀 그랬구요..보통 대개 선생님이 그만두면 선생님도 학원 수업시간에
자신의 사직을 말하지 않는 편이고 다음날 학원 가서 그 선생님 안보이면 으례 그냥 그저
그만뒀구나 이러고 마는 편인데 이 친구는 첨 산 핸드폰 다른 번호 저장 전에 저 그만둔다고
전화도 하고......
일반적으로 학원 선생님들에게는 '스승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사랑한다는 말 잘 안하는데
대뜸...문자보관함에 저장해두세요 하면서 약간의 수줍음을 섞어 사랑해요란 문자
문제는 거기에 계속 신경이 간다는 겁니다. 보통 그렇잖습니까...그저 알고만 지냈던 사인데
누가 날 좋아한다 그러면 괜히 더 관심이 가고 그러는거요...
이번주 화요일에 있었던 일이구요, 그 이후엔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지금도 약간 두근거립니다.
미친거 같죠;
그 이후 솔직히 연락이 왔음 하고 있어요...
제가 그 아이와 사제지간으로 연을 맺었기 때문에
제가 먼저 사적으로 계속 연락을 취하는 것도 모양새가 별로 안좋고...
이제 학원도 그만뒀으니 나중에 만나게 되면 오빠동생으로도 지내고 싶기도 합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될테고 6살차이니까요...;)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사제지간 오빠동생 그 이상의 약간의 애틋한 감정도 좀 듭니다 (미쳤어;)
좋아한다고까진 말을 못하겠네요...제 스스로도 그것은 확신이;
계속 신경이 쓰여집니다...어찌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