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후........
서면의 흔들리는 야경을 등 뒤로 하고
롯데호텔 12층 쎄미 스위트 룸에
그와 나는 마주 앉아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잼있는 대화....
한 가지 화두가 던져지면
진돗개 마냥 물고 늘어져
논쟁도 벌였다가
동감도 했다가
박장대소도 했다가
갈구기도 했다가
갈굼도 당했다가....
살아가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스치며
함께 하는 그 시간이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참 좋다....
그냥 좋다.....
마주 앉아 있던
우리는 어느 새 같은 소파에 함께 앉아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익숙하게
약간의 터치까지 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분명 첫 만남에서는
다른 여자와 앉아있는 모습을 본 지라
별로 매력을 느끼진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 갈 수록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 수록
지적인 매력은 물론 이요
구리빛 피부에
자그마 하지만 단단한 체격에
눈가와 입가에서 떠날 줄 모르는 미소...
육체적으로 풍기는 매력으로도
정신이 아찔 해 질 정도다.
하지만 돈이 뭔지.....
시간은 흘러 흘러....
이젠 정말 집을 가야만 내일 일을 할 수 있다....
주겠다던 커피는 왜 안 주냐고 물었다....
얼른 일어나
정성껏 커피를 끓인다.
방 안 가득히 향긋한 커피 내음이 퍼진다...
커피 향만 맡아도 정신이 금새 맑아지는 듯하다...
갑자기 Mauricio가
장식장 문을 열었다 닫았다하며
정신없이 군다...
커피 잔이 없단다...
메이드가 새 잔을 가져다 놓는 걸
잊었단다....
굳이 괜찮다고 하는데
이른 새벽 룸써비스에 전화를 건다...
뭐...물론 비싼 숙박료 내고 호텔에 묵을 때는
이러한 써비스 받는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의 도리상 좀 미안하긴했다....
"Can you bring up one tea cup and one spoon here, please?
I don't need a cup plate."
( 찻잔 하나랑 숟가락 하나 여기 갖다 주시겠습니까? 접시는 필요 없습니다.)
"Would you give me A CUP and A SPOON, A SPOON!!, Please??
(찻잔 하나랑 숟가락 하나 달라구요...)
"No, No, A Tea Cup and A Spoon!!!
(아니..아니...찻잔 하나....숟가락 하나....)
"Just One!!"
(아니 하나요!!)
이 남자 갑자기 언성이 조금 높아 진다.
날 쳐다 본다...
"This guy doesn't understand English at all...."
(이 사람 영어를 하나도 못 알아들어요.)
갑자기 쏴아 해지는 분위기가 거북해
그냥 전화기를 내가 받아 든다...
"네....아저씨 밤 늦게 죄송한데 찻잔 하나랑 스푼 하나 보내 주시겠습니까?"
그제서야 아저씨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불편 끼쳐 죄송하다고
도리어 정중한 사과까지 해 온다...
옆에서 듣고 있던 Mauricio..
자기도 분명히 '컵'이라고 하고 '스푼'이라고
말했는데 왜 자기 말은 못 알아 듣냐고 분 해한다...
자기 발음이 그렇게 나쁘냐고...
나쁜건 아니지만
브라질 액센트가 강한것은 사실이라고 얄밉게 말 해 줬다.
아쉽게도 로맨틱 무드는
그 놈의 컵과 스푼 때문에 일순간 사라진다.
그의 아찔한 매력도
컵과 스푼 땜에 열 받는 모습을 보니
확 다운 되 버리고
오직 집에가서 쉬고 싶은 생각 뿐 이다.
그 '컵'과 그 '스푼'으로
커피를 마시는데
Mauricio, 그제사 내가 좀 다운 되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다시 분위기 UP 시키려고 오바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어디선가 박혀 있던
트럼펫을 주섬주섬 꺼낸다.
왜 꺼내냐고 물으니
날 위해서 한곡 뽑겠단다...
'컵'과 '스푼'의 공백이 없었다면
나 역시도 너무 로맨틱한 일이라고 여기며
완전히 뿅갔을지도 모르나
난 이미 식어버린 양은 냄비....
무례하게 보일 까봐
한 번 불어보라고는 했지만
영 불안한 마음에
소리가 너무 커서
쫓겨나는것 아니냐고 물으니
갑자기 또 이상한 퍼런 공을 가방에서 꺼낸다...
그 퍼런 공을 트럼펫 앞 주둥이에다 툭 하고 박는다...
몇 분 전 그 로맨틱하고도 아찔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내 눈 앞에는 웬 보따리 장사 아저씨만 있다.
말 할때 마다
어디선가 주섬주섬 뭔가를 하나씩 꺼낸다.
약간 짜증이 밀려 오기 시작한다..
몸도 피곤한데 한 번 식은 감흥은 영 다시 오르지 않는다...
준비가 다 됐는지 트럼펫을 입에 댄다..
얼굴 볼을 개구리 왕눈이처럼
부풀리며 첫 음을 뱉어 낸다....
"뚜웄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ㅆ~!"
"
"아악!!!!!!!!!!!!!!!!!!!!!!!!!!!!!!!"
나도 모르게 지른 외마디 비명...
예상외로 너무 큰 트럼펫 소리와
트럼펫을 붐과 동시에
그 앞에 박혀 있던
그 퍼런 공이 튀어 나와
내 이마 빡을 치고
사방 팔방으로 튀어 다니고 있고
물론 고무공이다 보니 아프진 않았지만
이마 빡에 맞은 관계로 쪽팔려서리
나도 모르게 귀를 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곤 쪽팔림을 커버하기 위해
과장된 제스쳐로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조용하라고 난리를 치고......
그는 분위기 Up 시키려다가 완전히 개찍 당해
초등학교 1학년이
학교 첨 입학해
화장실 무서워
참다가.... 참다가 ......바지에 실수한 애 처럼
벌개진 얼굴로 무안해 하며
애처롭게 날 쳐다봤다....
그런 그를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노력이 가상하기도 하고
좀 귀엽기도하고.....
그 상황이 넘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
내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바로 그 때.....
때를 놓치지않는 그.....
순간 포착....
목표물 조준.....
발사......
그 서먹함은 일순간 그의 키쓰에 녹아 들고.....
이 남자야 말로 진정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꺼져가는 불씨에 불을 짚히고.....
완전히 희망이 사라진 상황을 역 이용해
반전의 기회로 삼고....
예상한 대로 대단한 키쓰의 실력가.....
달콤하고 정열적이고....
정신없이 그의 키쓰에 빠져든다.....
점점 키쓰의 강도는 높아만 가고
그 뒤에 따라 올 상황은 불 보듯 뻔한 상황.....
하지만 난 과감하게 그 손길을 뿌리치고
아쉬워 하는 그를 뒤에 남겨 둔채
다음을 기약하며
그 방을 빠져 나왔다.......
나 역시 너무 아쉬운 밤이었다....
나도 인간이고....
뜨거운 피가 끓는 여자이며....
섹스가 필요했으나......
그 날 꿈을 이루지 못한데에는
나 만의 비극적이고도 가슴 아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