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3년전에 쓴 글입니다. 고로 글에서는 21살로 나오지만 현재는 24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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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여동생이 한명 있습니다.
이 여동생과 저, 과연 누가 더 폐인일지 한번 지켜볼까요?
(참고 : 여기서 폐인은 게으름뱅이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습니다.)
◆ 내가 c대를 다니는 이유.
어렸을 때 어른들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해왔다.
어른 : 넌 꿈이 뭐니?
천상 : 컴퓨터 프로그래머요!!
어른 : 참으로 멋드러지게 야무진 꿈을 가졌구나^^
천상 : 네!! 전 제 꿈을 꼭 실현시키고 말꺼에요!! 꼭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야지!!
작년에 수능을 보고 난 세군데의 대학에 지원을 했다.
그리고 운좋게도 세군데 모두 합격했다.
a대 컴퓨터 공학과. [집에서 40분 거리]
b대 컴퓨터 공학과. [집에서 35분 거리]
c대 화학생물공학부. [집에서 15분 거리]
당연히 c대 지원했다.
-_-
왜냐고?
멀리 가기 귀찮으니깐-_-
◆ 내 동생이 재수를 안하는 이유
내 동생은 사실 엄청난 공부쟁이다.
모의고사를 봐도 항상 상위권안에 들던 동생.
그만큼 꿈도 컸고, 희망도 컸다.
근데
2003년 11월에 수능을 보고 나서
아주 지대로 조졌다.
-_-
수능을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동생 : 나 수능 망쳤어.... ㅠ_ㅠ
너무나도 안타까웠던 나는
천상 : 그럼;; 재수라도 해야하나?
동생 : 아니.. 안할래
천상 : 왜?
동생 : 귀찮아
천상 : 뭐가?
동생 : 입시학원 멀다.
집에서 입시학원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이 넘는다는것이
동생이 재수안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됬다.
◆ tv앞에서
2003년 어느날.
내 동생과 나는 tv앞에 앉아서
ebs교육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_-
tv앞에 앉아서
마치 인생을 다 산것마냥
썩은 동태눈깔을 하고
시체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두 남녀.
천상 : 7번 보자.
동생 : 그러자.
천상 : 리모콘 가져와서 7번 눌러라.
동생 : 오빠가 해라.
천상 : 니가 좀 해라.
동생 : 오빠가 해라.
천상 : 니가 좀 해.
동생 : 댁이 하셈.
천상 : 썅 -_-
tv바로 위에 얹어져있는 리모콘을 가지러 가는 것이
우리들에겐 이토록이나 힘겨운 일이었을까?
아무튼 우리는 그날
ebs방송 2시간동안 보면서
초등학교 4학년 탐구생활에 대해서 자세히 공부할 수 있었다.
◆ 신발이 다 떨어졌을 때
난 평소에 신발을 한개만 신고 다닌다.
빨지도 않고
걍 한개만 신고 다닌다.
-_-
근데
그 신발을 하두 오래 신고 다녀서 인지
그 신발이
다 헤져서 발기발기 찢어져 버렸다.
동생 : 어라? 오빠 신발 다 찢어져서 못신겠네?
천상 : 응. 나 이제 어떡하냐?
동생 : 어떡하긴.. 신발가게 가서 하나 사와.
천상 : .........
동생 : ?
천상 : 신발가게 가기가 귀찮다;;
동생 : 이런 지대 폐인-_-
천상 : 내가 돈줄테니까 니가 가서 아무거나 하나 사다줘. 제발..
참고로 신발가게는 우리집에서 정확히 10분 거리에 있다.
-_-
가까워 보이는가?
그래도 난 저 10분동안 거기까지 가는게
너무너무 귀찮다고-_-
그래서
걍 3달정도 더 신었다.
그러다 신발이 헤질대로 헤져서
신발 밑창이 닳아서 아예 없어지도록 신고 다니다가
신발 밑창이 없어지고 나서야
울며 불며 10분거리에 있는 대형 마트에 가서
신발 하나 샀다.
신발 가게 가자마자 다짜고짜
천상 : 여기 밑창 두꺼운거 주세요.
아줌마 : 응? 디자인은 어떤걸루다..
천상 : 디자인 필요없고 그냥 오래신을 만한거 주세요. 밑창 잘 안 닳는걸루.
아줌마 : .............
천상 : ?
아줌마 : 나막신 주랴?
돈이 없어서 이렇게 오래 신으려 드는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크게 오해하신거다.
난 그냥 새 신발 사러 대형마트까지 가는 10분이 너무너무나도 귀찮을 뿐.
그게 지옥보다 싫을 뿐-_-
◆ 내가 살이 빠진 이유
2003년 중반 쯤이었다.
나는 갑자기 살이 부쩍 빠지기 시작했고
주위에서는 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 중에서
내 절친한 친구 k군은 이렇게 물었다.
k군 : 너 왜그래.. 왜이렇게 요즘 살이 빠지는거니?
이런 질문이 오갈 때면 난 쓴 웃음을 지으며..
천상 : 엄마가 밥을 안먹여줘.
-_-
k군 : 무슨 말이야?
천상 : 나 숟가락 들기가 귀찮아서 평소에 엄마가 밥 떠서 먹여주거든.
k군 : 그냥 굶어 뒤져라 새꺄-_-
천상 : -_-
마마보이라고 불릴진 모르지만
지금도 난 엄마가 밥을 떠줘야 먹는다.
-_-
왜냐고?
숟가락질하기 귀찮잖아.
◆ 요즘 내 동생이 살이 빠진 이유
수능을 마치고 난뒤 내 동생이 요즘 부쩍 살이 빠졌다.
물론 여자기 때문에 살이 좀 빠지고 나니까
이뻐지긴 했지만
평소에 운동도 안하는 녀석이 갑자기 살이 빠지니
주위에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동생이 살빠지는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어느날 동생과 같이 점심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같이 하게 된 날.
자세히 보니
동생이 수저로 밥만 떠먹는다.
-_-
천상 : 너 반찬 안먹냐?
이때 내 동생은
마치 죽을 날이 3달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의 환자처럼
쓰디쓴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동생 : 젓가락질이 귀찮아.
-_-
엄마가 옆에서 반찬을 집어줘야 된다나.
◆ 씻겨줘
내 동생은 항상 엄마랑 같이 사우나를 간다.
혼자서는 죽어도 안간다-_-
왜냐면
지몸뚱아리 지가 씻는게 그렇게도 귀찮대나-_-
그래서 항상 엄마를 옆에 끼고 간다.
나이도 19살이나 된것이;;
동생 : 엄마, 있다가 사우나 가자. 나 씻겨줘.
엄마 : 에구.. 나 어제 갔다왔는디..
동생 : 그래두 가자~가자~가자~ 귀찮아서 나 혼자 어떻게 씻어!!
엄마 : 헐....
동생 : 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
엄마 : 알았다 이년아ㅠ_ㅠ
우리집에선 엄마가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
-_-
밥 해줘야지, 다 큰 자식들 밥 먹여주기도 해야하지,
게다가 씻겨주기까지 해야하지,
그래도 엄마는
나와 내 동생을 이렇게 아기보살피듯 보살펴주는게
그렇게나 행복하시단다.
◆ 에필로그
평소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는
꽤나 남자답고 무섭고, 사나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본래 생긴 것이 좀 날카로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 성격 자체가 딱딱하고 꽤나 무뚝뚝하기 때문에
심지어는 냉혈인간이라는 별명도 지니고 다닌 때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나 조차
엄마앞에서는 한없이 어린 애기가 되버린다.
매 식사 때마다
천상 : 반찬이 이게뭐야!! 나 안먹을래~ 징징
엄마 : 그냥 잔소리 말고 먹어
천상 : 몰라.. 먹기 싫어.
엄마 : 으이그.. 그럼 내가 먹여줄테니까 이리온
천상 : ......(잘 받아먹는다-_-)
엄마 : 21살이나 먹은 아들내미한테 밥까지 먹여줘야되다니 내 신세가 이게 뭐니.. 응?
천상 : 나 반찬 저거 집어조~
엄마 : 니는 언제 어른될래.. 응? 애기구나 애기..(말은 이렇게 하셔도 다 집어주신다..)
불평을 하면서도
나에게 밥을 떠먹여주시는 엄마의 얼굴에는
짜증이 아닌 행복함이 그윽하게 묻어나온다.
동생 : 엄마!! 나도 얼른 저 김치 좀 발기발기 찢어서 얹어줘!!
엄마 : 알았어 이년아!!
동생 : 엄마 저것두!!
엄마 : 으이그......하여튼 어쩜 이렇게 두남매가 똑같이 게을러터졌을까? 응?
천상&동생 : 우리가 원래 좀 게으르잖아.. 푸헤헤헤
엄마 : 망할 내 인생!!!
말은 저렇게 하셔도
우리들을 애기다루듯
일일이 챙겨주시려 애쓰시는 엄마.
나는 엄마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이 글을 읽으실 동안
안방에서 혼자 다림질을 하고 계실,
혹은 주방에서 설겆이를 하고 계실 엄마에게 다가가서
사랑한다고 한마디만 건내보시지않을래요?
우리가 해야할 식사준비를 대신 해주시고
우리가 해야할 설겆이를 대신 해주시고
우리가 해야할 청소, 빨래를 대신 해주시면서
우리를 한없이 게으른 애기로 만들어버린 장본인인
그녀에게 말입니다.
‥ 『 천상의 네버엔딩 스토리 』 - http://cafe.daum.net/chyun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