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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우스의여자(21)

써니 |2007.10.31 00:44
조회 1,212 |추천 0

 

 

#21. 소원을 빌다.


신은준은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왜 몰랐을까

내 마음이 따갑고 답답하던 이유는 강민한 때문이었다는 걸 왜 알아차리지 못한 걸까

처음 하는 사랑도 아닌 데 왜 눈치 채지 못한 걸까

조금 더 일찍 알아차렸다면 강민한씨에 대한 나의 마음을 접을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한 마음을 확실히 알아차린 그날 저녁은 매우 혼란의 밤 이었다

내가 혼란에 빠져 있을 그 시간 강민한은 진수아의 오피스텔에 가게 되었다

 

 


“민한이 너 원두커피 좋아하지? 마셔”

진수아는 강민한에게 따뜻한 원두커피 한잔을 건냈다

추운겨울날 잘 어울리는 커피향 이었다


“민한아 우리 이제 얘기 좀 하자”

“무슨 얘기, 아직도 우리 사이에 할 얘기가 남았는가..”

“이번엔 ..진짜 솔직하게 말할게 하나의 거짓도 없이 전부 너 한테 알려줄게 나도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게 된 이유..”

“어쩔 수 없이? 뭐가 어쩔 수 없었단 말인데, 니가 나 버린거? 아니면 니가 김사장한테 돈받고 외국으로 가버린 거.. 어떤 얘기부터 해줄래?”

“그래 니말이 다 맞아, 나 어머님한테 돈 받고 외국에 나가서 공부했고 그래서 너랑 헤어지겠다고 약속 한 거야... 그치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나라고 너랑 헤어지고 싶었겠니?

나라고 너희 엄마한테 돈 받아가면서 너랑 헤어지고 싶었겠냐고”


그녀의 목소리는 슬픔에 가득 찼다

 

 


“너 경영수업 받는다고 한창 바빴을 때.. 내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니? 그때 우리아버지 부도나셨고, 고생 한번 안하시던 우리 엄마는 식당에 나가셔서 일 한다고 허리까지 다치셨어.. 그런데 난 .. 난 뭐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어, 그때 너희엄마가 날 찾아 오셨어, io회사의 사장인 너희 어머니가 우리 아버지 회사 부도를 막아주시겠데, 너랑 헤어지면 그렇게 해주시겠데, 나 보고 외국에서 공부도 더 하고 오라시더라.. 나 같은 애는 며느리로 받아 드릴 수가 없데.. 중소기업 딸이 대기업 딸이랑 이루어 질 수 있냐고.. 넌 더 큰 기업의 딸이랑 결혼을 해야 한데.. 잠깐 만나다가 끝 낼 줄 알았는데 나랑 결혼까지 생각하는 너를 더 이상은 가만 두지 못하시겠데.. 그래서 나 보고 떠나래 떠나주면 우리 가족 다시 화목 해질 수 있다고 너랑 헤어져래..”

 

“왜..”


강민한의 목은 매여 있었다 

 

“왜 나한텐 아무 말도 안 한거야, 넌 힘들면서 나한텐 왜 아무 말도 안한거야..”

 

“니가 뭘 해 줄 수 있었는데.. 니가 우리 아버지 부도를 막아 줄 수 있었어?

넌 날 도와 줄 수 없었어..”

“널 도와 줄 순 없었겠지만 널 이해 할 순 있었어”

“기도했어.. 니가 내 손 놓으면 어쩌나.. 내가 니 손 놓더라도 넌 절대 내 손 놓치 말라고..

나 조금만 미워 해달라고... 너 조금만 덜 아파라고.. 밤마다 기도 했었어“


그녀의 뺨 에는 눈물이 타고 흘렀다


“진수아.. 이 바보야..”


그녀는 그에게 와락 안겼다

“다행이야.. 니 향기.. 그대로 여서 .. 정말 다행이야..”

“보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도 내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이런 기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나 또한 방법이 없었다

 

“지유야.. 퇴근안해?”

“으응? 뭐라고?”

“너 요즘 왜 이러는 거야.. 힘도 없고 먹지도 않고 잘 웃지도 않고”

“내가?.. 하하.. 내가 그랬었나..”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강민한과 진수아는 다시 시작하기로 했을까?

난 앞으로 어쩌지.. 마음을 접을 수 있을까?

내가 강민한씨 에게 먼저 연락하면 이상한 걸까?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버스를 내려서 집 언덕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이 아가씨”

누군가가 날 불렀다 놀란 마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신은준..”

 

신은준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난 집으로 가지 않고 신은준의 차를 탔다

 

 

“니가 홍길동이니.. 동해번쩍 서해번쩍 나타나고..”

“홍길동은 너무 옛날 사람이다, 난 짱가로 하자 짱가”

“짱가?”

“그래 어디선가 한지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짜짜짜짱가, 어때?”

“아무튼 유치한 건 세계 최강이야.. 넌 요즘 왜 이렇게 연락이 뜸했어?”

“생각 할게 좀 있었거든”

“그래서 생각은 잘 했어?”

“오케이, 결정 내렸지”

“부럽구나, 속 시원하겠다”

“꼭 그렇지는 않아,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휴”

“나도 휴 다 휴”

 

난 신은준을 따라 한 숨을 내 쉬었다

 


“신은준 우리 거기가자”

“거기?”

“응.. 저번에 갔던 칵테일bar”

“너 한테는 별로 안 좋은 기억이었을 건데 거기 가자고?”

“그 3분15초의 시간 빼고는 나쁘지 않았어, 나 분위기 좋은 곳으로 좀 데려가주라”

“알겠습니다 마마”


bar에 도착하였다

“이번엔 새로운 거 먹어봐야지”

“다 먹어라 내가 다 사줄게”

“어? 전화왔네 너 먼저 들어가 있어, 나 금방 들어갈게”


전화를 금방 받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한지유 우리 다른 곳 가자”

“여기 까지 왔는 데 왜 나가.. 그냥 여기 있자”

“아니, 그냥 다른 곳 으로..”


“은준아”

건너편에 앉아 있던 진수아가 반가워하며 소리쳤다

그 옆엔 강민한도 함께 있었다

그녀는 손짓을 하며 우리를 불렀다


“나갈까”

“아니.. 난 괜찮아”

“힘들면 말해”

난 그의 성의가 고마워 살짝 웃어 주었다


“지유씨도 같이 있었네요? 넷이서 다시 만나니깐 반갑다”

“두 사람 어떻게 된 거야”


나의 궁금증을 알아차리기 라도 한 듯 신은준이 물었다

진수아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미소로 답하였다


진수아의 옆자리에 앉은 강민한과 눈이 마주쳤다

“한지유씨 어디 아픕니까”

“아니요”

“그런데 왜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습니까”

“꼭 말을 해야 되요?”


마음과 달리 그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녀를 옆에 두고 나의 걱정을 하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두 사람이야 말로 어떻게 된 거야? 은준이 너 지유씨랑 진짜 사귀는 거야?”

“아니야”

“정말 중매 놓고 싶다 지유씨는 어떤 남자 좋아해요?”

“저요?.. 전 그냥...”


“한지유씨는 남자 만날 생각 없을 꺼야”

강민한의 말 이었다


“민한이 니가 어떻게 알아?”

“그냥”

“두 사람 많이 친하가 보네.. 그런 얘기 까지 하고.. 지유씨, 우리 민한이 괜찮은 사람이죠?”

“아니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강민한에 대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질문이 오자 머리에서 반사를

 해 버린 것이다


심한 부정에 세 사람은 나를 쳐다보았다


“한지유,, 너무 부정하니깐 사람들이 진짜인 줄 알고 쳐다보잖아.. 그러지 말고 우리 건배나 해요”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대변하여 신은준이 분위기를 전환하였다

“분위기 좋다.. 옛날 생각나네, 예전에 우리 세 사람 여기 많이 왔었거든요..”

“네..”

“기분도 좋은 데 오랜만에 앞에 나가서 노래나 할까? 어때?”

“그럼 내가 오랜만에 피아노 반주 해줄게”

“진짜 옛날 생각나네.. 은준아 무대로 나가자”


신은준과 진수아는 무대 앞으로 나갔다

마이크를 잡은 진수아가 노래를 부르기 앞서 간단한 말을 했다


“너무 오랜만이네요 3년 전과 변하지 않은 이곳이 전 너무 기쁘네요.. 그리고 3년전과 다름없이 함께 올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고요.. 그 사람에게 자주 불러 주던 노래입니다 그 사람도 행복해 했으면 좋겠네요..”


진수아와 신은준이 눈빛교환을 하자 노래가 시작되었다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Fly me to the moon

날 달로 날아가게 해줘요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별들 사이를 누비며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목성과 화성의 봄은 어떤지 보게 해줘요

In other words, hold my hand

다시 말한다면, 내 손을 잡아주세요

In other words, darling kiss me

다시 말한다면, 내게 입맟춤을 해주세요

Fill my heart with song

내 맘을 노래로 채우고

and Let me sing for ever more

영원히 그 노래를 부르게 해주세요

You are all I long for all I worship and adore

그댄 내가 갈망하고, 숭배하며 동경하는 사람이죠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그러니 진심으로 날 대해줘요

In other words, I love you

그 말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거에요


only you

오직 당신뿐 )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던 그가 나를 쳐다보았다


“한지유씨”

“네?”

“얼굴에 속눈썹 붙었어요”

“네? 어디요”

“오른쪽 볼에 떨어 졌네요”

“소원 빌고 때야하는데”

“네?”

“강민한씨 여기 붙어있는 속눈썹 좀 때어주세요”

“네?”


난 그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얼떨결에 내 볼 위에 속눈썹을 때어 주었다

 

“그거 버리지 말고 후 하고 불어주세요 잠깐만요 잠깐만”


난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자 됐어요 후 하고 불어주세요”

그는 속눈썹을 ‘후‘ 하고 불었다


“지금 뭐한 겁니까?”

“뭐하긴요 소원 빌었죠, 강민한씨 설마.. 모르세요?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날 보았다

 

“후.. 강민한씨 한텐 참 가르쳐 줘야 할 게 많네요.. 얼굴에 속눈썹이 떨어졌을 때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빈 뒤 다른 사람이 속눈썹을 때어내서 후 하고 불어 주면 소원이 이루어진데요

그것도 모르시나”

“누가 그런 소릴 합니까”

“사람들 다 알던데 강민한씨는 어느 별에서 왔는지.. 모르는 것도 많으시네”

“한지유씨 말 대로해서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소원을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닙니까”

“이 아저씨가 또 뭘 모르는 소리하네, 속눈썹 떨어진 걸 발견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이제야 한지유씨 답네요”

“네?”

“기운 없는 모습 안어울립니다”

“그럼 어떤 모습이 어울리는데요?”

“그거야 .. 흠”

 

말을 잇기가 쑥스러운지 그는 헛기침을 하며 다른 말로 돌렸다

 


“한지유씨 조금 전에 소원은 뭘로 빌었습니까?”

“그걸 내가 왜 강민한씨 한테 얘기 해줘야되요”

“정 정 거리더니, 인정머리 없는 건 내가 아니라 한지유씨네요, 조금 전에도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더니 소원 하나 묻는 게 그렇게 잘못입니까”


진수아가 강민한에 대해 물었을 때 강하게 부정 한 걸 보고 말 한 듯 보였다

 

“소원을 남 한테 가르쳐 주면 다 날라가는 거예요.. 진짜 큰일 날 소리하시네”

“꽁꽁 숨겨 놓은 그 소원 꼭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들이 노래를 마친 뒤 돌아왔다

“노래 들었어? 어땠어?”

“옛날 생각 나더라”

“그치? 나도 예전 일들이 생각나고 그러더라, 기분 좋으네, 민한아 이제 우리 일어서자 나 졸립다”


진수아와 함께 사라지는 그를 또 한번 지켜보았다

 

 


“괜찮아?”

“응? 뭐가”

“내 앞에서는 그렇게 씩씩 한 척 할 필요 없어”

“뭐.. 강민한씨 말이야? 괜찮아"

"앞으로 두 사람 없는 곳에서 만나도록하자“

“우리가 무슨 죄 졌어? 왜 도망을 다녀”

“너 힘들잖아”

“..........”

“계속 마주치면 너 아파지잖아”

“신은준.. 나 미쳤는가봐”

“...........”

“니 말대로 두 사람 같이 있는 모습 보기 힘들고 아픈데.. 그렇게 해서라도 강민한씨 얼굴이 보고

싶어.. 나 진짜 미쳤는가봐 어쩌지”


나의 눈물을 보고 신은준은 손수건을 건내 주었다


“니가 그렇게 울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잖아.. 너 앞으로는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울게 될 지도 몰라, 괜찮겠어?”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민한이형 포기 할 수 있을 것 같아?”


난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녀에게서 그를 뺏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를 포기 할 수도 없었다

사랑을 하면 내 심장은 내 것이 아니라 그 사람 것이 되니깐

포기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모르겠어.. 진짜 모르겠어.. 내 마음은 맞다고 하는데 머리에서는 아니래, 멈춰야한데..

나만 상처받게 된다고 멈춰야한데...그런데.. 여기가.. 여기가 말을 안들어”


내 심장을 손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멈춰라고 해서 멈춰지면 그게 사랑이니”

“이 나이에 창피하게 짝사랑이 뭐야...”

“그러게 말이다, 이 나이에도 짝사랑이 되더라”


그는 깊은 한숨을 내 쉬며 말하였다

 


“한지유, 미치도록 힘들 때 .. 그때.. 미친 척 하고 나 한테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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