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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기 증***

질경이 |2003.07.12 08:22
조회 282 |추천 0

 

***현   기   증***

 

 

꽁꽁 가두었다.

 

어둠은 애써

빛의 몸으로 나투었으나

안개로 꽁꽁 싸안았고

 

도시는 곰팡내 나는 거리가 싫어

수증기로 창문에 발을 쳤다.

 

환희에 목이 멘 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낭떠러지 앞에 서서

 

몽롱한 하강의 전율을 꿈꾸며

 

하나

 

목적도 없이 셈을 하며

한 봉지의 혈액을 빼 내고 보니

 

살 점 한 덩이 떼어 낸 기분에 속이 허하다.

양심 한 조각 떼어 낸 기분에 마음이 울적하다.

 

왜 몰랐을까?

 

콜라 한 병 벌컥 일 때는

전혀 알 수 없던

사랑이 오는 무게 앞에

 

사랑이 가는 무게는

내 체중 모두를 불살라야만 했다.

 

아직 심장의 펌프질은 요동질하고 있는데

손끝은 너무 차고

발끝은 너무 저리다.

 

돌아보면,

매듭 지워진 일은 하나 없는데,

머리 속까지 하얗게 비어 버렸나보다.

 

길이 길을 묻고

빌딩이 빌딩을 묻고

벅적대던 인적은 다 어디로 갔나,

 

제대로 된

사랑의 은유를 찾기도 전

한 웅큼의 혈액으로 사랑은 떠나 버렸다.

 

죽어 헤어짐이라면 미련이라도 없지,

살아 헤어짐으로

암세포보다 더 흉물스러운 멍울하나 만들었으니

 

어지럽다.

어지럽다.

 

 

글/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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