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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키의 전설 - 1화 - 2424년<3>

사나토스 |2003.07.13 09:33
조회 185 |추천 0

"피하세요. 데저드입니다."

 

카얀이 소리치며 안간힘을 썼지만 한 번 잡힌 발은 계속 끌려가고 있었다.
바닥을 잡으며 벗어나려고 바둥거렸지만 온통 모래뿐인 바닥엔 그가 잡고 힘을 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발목이 막 모래속으로 들어가는 찰나 스파키가 일어서더니 오른손을 구멍 속으로 푹 집어넣었다.
그리곤 잠시 뒤적이며 카얀의 발목을 감고 있는 그것을 움켜쥐더니 카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웃었다.

 

"이건 나한테 거짓말을 한 벌이다."
"끄아악!"

 

강한 전류가 몸을 관통하자 카얀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뺐고 그 데저드라는 괴물도 충격을 먹었는지 끼이익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잡았던 발을 놓고 모래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카얀이 충격을 지우기 위해 머리를 흔들며 일어서려고 하자 스파키가 막았다.

 

"움직이지 마."

 

카얀은 얼어붇은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자신의 주변에 많은 데저드들이 고개를 내밀고는 먹이의 위치를 찾기 위해 이러저리 머리를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들은 모래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먹이를 사냥한다.
몇 개월씩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근처를 지나가는 것이 있으면 떼로 몰려가서 공격하는 것이다.
카얀은 이런 사막에서 멈춘 것이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칼도 바이크의 옆에 메달아 두었다. 저기까지 가기도 전에 모래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 뻔하다.
이대로 가다간 아내를 구하지도 못하고 먹이가 되고 말 지경이다.
하지만 스파키는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카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부 다 말해라. 그럼 살려주마."
"다 말했습니다. 제발......"
"날 죽여서 데려가면 될텐데. 왜 굳이 이렇게 한 거지?"
"산 채로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그 외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 자는 돌연변이인가?"
"아닙니다. 정상으로 보였습니다. 제발......."
"그럼 내가 가서 만나보는 수 밖에 없군."

 

그제서야 스파키는 카얀 쪽으로 성큼 다가서더니 고개를 흔드는 놈 하나를 움켜잡았다.
그리곤 힘을 주는 소리를 냈다.

 

"핫!"

 

그러자 순식간에 그의 오른손이 붉게 변하더니 데저드를 잡고 있는 손바닥과 데저드의 몸통 사이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끼이이익!"

 

스파키가 잡은 것은 한 놈 뿐이지만 다른 놈들도 같이 전기를 먹은 것처럼 온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질러댔다.
귀를 찢는 듯한 소리에 카얀이 귀를 막으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시 몸이 휘청거렸다.
그가 일어서기 위해 발을 디딘 자리가 부풀어 오르며 커다란 무덤형상을 하더니 그 무덤모양을 덮고 있던 모래들이 전부 떨어지자 커다란 구 처럼 생긴 것이 나타났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던 뱀처럼 생긴 것들은 전부 이것에 이어져 있었다.

 

"녀석의 몸체다."
"이, 이게....."
"비켜, 다친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카얀이 기어서 스파키 뒤로 피했다.
하지만 스파키가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내려다 보았다.

 

"이 멍청아, 거기도 있어."
"힉!"
"움직이지 마. 나만 공격할거다."

 

카얀은 이 문어처럼 생긴 괴물이 데져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커다란 몸체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
그저 뱀처럼 생긴 것 여러놈이 한꺼번에 몰려다닌다고만 알고 있었다.
스파키가 앞으로 성큼 다가서자 데저드가 그 움직임을 감지한 듯 그에게 촉수를 뻗어 그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스파키는 전혀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괴물의 촉수가 그의 몸을 거의 다 감쌌을 때, 스파키가 아까처럼 다시 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손 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빨개졌다.
순간, 그의 몸 전체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옆에 무너져 버린 천막에 불까지 붙이고 말았다.
데져드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촉수를 풀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번엔 스파키가 물러서는 촉수를 양손으로 잡고는 가까이 다가가며 더 밝은 붉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괴물은 계속 몸부림을 치며 그에게 잡힌 촉수를 빼려고 했지만 빠지지 않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데져드는 촉수들을 힘 없이 떨어뜨렸다.
그리고 스파키가 손을 놓을 때는 몸통의 위쪽이 갈라지며 연기가 나왔다.

 

"이런, 힘을 너무 줬군. 멍청이. 네 신발은 밑창이 뭐지?"
"예? 아, 고, 고무....."
"일어서라."

 

카얀이 무슨 뜻인지 알고는 얼른 일어섰다.
그러자 바로 스파키가 오른 손을 모래 속에 박으며 말했다.

 

"거짓말쟁이에 모래괴물이라....."

 

다시 스파키의 오른손이 붉은 빛을 띠며 전기를 내쏘았고 그 전기는 모래속을 사방으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모래 속에 숨어 있던 다른 데저드들이 괴이한 소리를 내는 것이 잠시 들리더니 곧 잠잠해졌다.

 

"음.... 다 간 것 같군."

 

스파키는 얼른 천막에 붙은 불을 껐지만 이미 많이 타버리는 바람에 소용이 없게 되자 투덜거리며 목에 두른 천을 두바퀴 풀더니 머리와 얼굴을 가렸다.
그리곤 카얀을 향해 말했다.

 

"그러다 얼굴 탄다."

 

그제서야 얼굴이 따끔거린다는 것을 느낀 카얀도 얼른 얼굴을 가렸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정말 이 사람이 소문으로만 듣던 그 괴이한 힘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런 식으로 확인할 줄은 몰랐지만 정말 엄청난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사람이라면 정말 자신의 아내를 힘으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파키가 살기를 품은 눈빛으로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자 또 다시 걱정이 떠 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거의 공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이젠 자신이 전기구이가 될 차례인 것이다.

 

"가자."
"예?"
"가보면 어떤 놈인지 알 수 있겠지. 네 여자는 구해주겠다. 약속을 잊지 말도록."
"아. 네."

 

스파키는 먼저 바이크의 뒤에 올라탔고 카얀도 얼른 운전대를 잡았다.
뒤에 앉은 스파키의 손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오자 카얀은 흠짓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볼 용기는 없었다.
스파키가 다른 말 없이 어서 출발하자는 말을 하는 것이 고마울 뿐이었다.


말라서 갈라져 버린 땅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벌판에 마치 바다위의 섬처럼 둥근 숲이 있다.
폭이 오백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이 숲은 벌써 몇 십년 동안 인류의 잘못된 진화에 의해 태어난 생물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돌연변이라 부르고 있었지만 이미 지구상에는 수 없이 많은 종족들이 인류로부터 시작하는 진화 아닌 진화의 역사를 걷기 시작했다.
그 종족 중 거의 대부분은 지능이 발달하지 않은 짐승과도 같은 것들이었다.
그 중 한 종류인 키루라는 것들은 묘한 본능을 갖고 있었다.
평소엔 무리를 이루며 평화롭게 잘 살지만 다른 종족을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들어 죽여버리는 습성이 있다.
사람들은 그 키루라는 것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알려지면 아무리 먼 길이라 하더라도 돌아서 갔다.
많은 사람들이 키루를 없애고 이 숲을 차지하려 했지만 언제나 실패했다.
아무리 죽여도 그 수는 줄지 않았다.
단 몇 개월만 지나면 그 수는 다시 원래대로 많아졌다.
사람들은 그 짐승들을 피하는 수 밖에는 없다고 판단하고 멀리 했지만 가끔씩 발생하는 피해는 그저 사고로 생각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짐승들을 상대로 복수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들이 살고 있다는 숲이 바로 눈 앞에 보이자 스파키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어떻게 저런 숲이 존재하는 거지?"
"지하에 수맥이 흐르니까요. 여긴 바다였습니다."
"음....."
"어제 보았던 데저드도 바다에 사는 생물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이상하게 진화한 거죠. 아버지께서는 그 길트가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네 아버지라는 사람도 의사인가?"
"아니요. 저희 아버진 의사는 아닙니다. 의사들이 사람들의 병을 고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계실 뿐이죠."
"힘들겠군."
"네. 그나저나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놈들 우두머리한테는 당신을 데려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자. 날 묶어라."

 

스파키는 양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카얀은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은 밤입니다. 녀석들은 밤에도 잘 보인다구요. 지금 들어가면 위헙합니다."
"어차피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낮에는 버닝타임 때문에 우리의 움직임에 제약이 있을지 모른다. 지금 움직이는 것이 좋다. 날 묶어서 끌고 들어가는 것 처럼 해라. 그래야 문제 없이 우두머리 앞까지 갈 수 있을테니까. 내 생각이 맞다면 그 우두머리만 잡으면 일이 쉽게 풀리겠지."
"죄송합니다."

 

카얀은 스파키의 손을 묶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몰라 조금 느슨하게 묶자 스파키가 말했다.

 

"확실하게 묶어라. 그 짐승들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놈이라면 눈치 챌지도 모르니까."
"네."

 

카얀은 그의 손을 묶은 끈을 길게 늘이고는 잡고 스파키의 뒤로 갔다.

 

"부탁드립니다. 제 아내를....."
"장담은 못한다. 기회가 보이면 아내를 데리고 무조건 도망가라. 그 뒤는 내가 맡겠다."
"예."

 

스파키를 앞세운 그는 숲 안쪽으로 조금씩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한참을 걸어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자 카얀이 긴장 띤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한데요. 아무도 안 보입니다."
"조용히. 아까부터 계속 쫒아오고 있다."
"네?"
"쉿. 계속 걸어."
"네."

 

다시 10여분 정도를 더 걸어가자 넓은 공터가 나왔다.
공터 주변으로 작은 모닥불이 몇 군데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그리 밝게 비추어 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나무가 꺽어진 자리가 보였고 어둠 속에서도 주변에 이미 많은 생물들이 살기를 뿜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카얀은 다리가 후들겨렸다. 하지만 고통받는 아내를 떠올리며 용기를 쥐어 짰다.
그때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우. 진짜 데려왔군."
"자, 약속대로 이 자를 데려왔다. 내 아내를 돌려다오."
"그래. 기다려라."

 

그들의 앞쪽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카얀이 말한대로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허연 이을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이렇게 빨리 데려오다니. 그가 순순히 잡히던가?"
"어서 내 아내를 돌려다오."

 

스파키는 뒤에서 두 손을 묶인 채 고개를 떨구고는 눈만 살짝 들어 상대를 보았다.
우선 자기를 알 만한 사람인지 확인한 것인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인물이었다.
혹시 자기가 뒤집어버린 도적떼의 잔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보다 더 자신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전기로 싸우면 잡히더라도 여기까지 오진 않아도 될텐데....... 여자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잡혔나?"

 

카얀은 긴장했다.
하긴 스파키를 잡아오라고 시킬 정도라면 그의 능력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쉽게 따라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면 상대는 스파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사내가 조금 더 가까이 오며 자신을 소개했다.

 

"스파키. 난 지크라고 한다. 원래 이름은 김성호 라고 하지."

 

스파키는 고개를 치켜 올렸다.

 

"한국사람인가?"

 

스파키가 묻자 지크라는 자가 활짝 웃었다.

 

"그래, 코리안. 난 너와 같은 한국사람이다. 이거 혹시나 했는데 아주 뜻 밖의 결과구만. 아주 좋아."
"좋아? 날 보자고 한 이유가 겨우 그것 때문인가?"

 

스파키는 놀랐다.

이 괴물들의 우두머리가 어떻게 한국식의 이름을 갖고 있을까. 

스파키가 앞으로 나서며 가까이 가려 할때 카얀이 끼어들었다.

 

"내 아내는? 무사한가?"
"아참..... 그렇지."

 

지크가 손짓을 하자 그의 뒤에서 키루 한 마리가 두 손에 무언가를 들고 오더니 카얀 앞으로 던졌다.
그것은 철퍽 소리를 내며 땅바닥을 구르더니 카얀의 앞에서 멈추었다.
카얀은 그것을 보더니 눈이 커지며 입이 떡 벌어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체를 처참했다.
양 팔은 뼈만 남긴 채 살이 전부 뜯겨져 있었고 가슴도 전부 뜯겨져 있었으며 겨우 메달려 있는 한 쪽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얼굴만은 말짱했다.
공포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눈이 뒤집어져 있었다.
카얀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곤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으으으으으....."
"아, 미안. 녀석들이 심심하다고 해서 조금만 놀라고 했더니 그렇게 만들어 버렸구만."

 

녀석이 이죽거리며 말하는 것과 동시에 카얀은 칼을 뽑아들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파키는 자신의 손을 묶고 있는 줄을 풀었다.
카얀의 눈엔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바로 눈 앞에 있는 지크라는 자를 찢어 죽이고 싶은 생각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막 달려들려고 하는데 누군가 뒤에서 강한 힘으로 그의 어깨를 눌렀다.

 

"크악!"

 

카얀은 방해거리를 향해 뒤돌아서며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스파키는 몸을 숙여 칼을 피하고는 카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으며 나직이 말했다.

 

"너는 죽지 마라. 그것도 약속이다."
"크윽! 하지만.... 마리앙이..... 마리앙이......"
"내가 전부 죽이겠다. 한 놈도 빠짐 없이."

 

그때 지크가 다시 크게 말했다.

 

"이봐. 이것도 가져가야지. 여자 뱃속에서 이게 나오던데."

 

그러면서 그가 무언가를 던졌다.
그것은 여자의 시체 옆으로 떨어졌는데 스파키의 눈에는 여자의 내장으로 보였지만 카얀은 그것이 무언인지 알고 있었다.
그건 여자의 자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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