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죽기 위한 연습***
어김없이
빨간 점퍼의 할머니는
몇 바퀴인지도 모른 체,
아파트앞 주차장을 돌고 계신다.
얌전히 입는다고 입었는데
불편한 몸에
맘대로 되지 않는 부실한 움직임에 앞섶은 다 풀어 졌으나
발걸음은 멈출 수 없다.
굳은 근육이 돌아오리라 기도는 않치만
죽은 신경세포가 부활하기를 기대는 않지만
이만큼으로라도 살기 위해서는
잊혀진 반쪽의 몸뚱이를
나머지 반쪽의 생명이 끌어대고 있었다.
바가지형의 은발이
오랜만의 아침 햇빛에 기뻐하고
아직은
작은 감정에도 달뜨는 볼은 홍조를 머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지 않는 잠 타령하고 있을 새가 없다.
원치 않은 병이건만
이미 중병은 찾아 왔으나
빨간 점퍼의 할머니는
아름답게 죽기 위한 연습을 한다.
젊은 날의 추억처럼
목련꽃이 처참히 떨어 질 때도 그랬었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장마비 속에서도
할머니는 걸어야 했고
개꽃이 활짝 핀 늦은 봄에도
그렇게 걷다
힘이 들면
빠안히 올려다 보는 손녀 같은 꽃 들에게 말한다.
나도 너 처럼 아름답게 죽고 싶다고
글/이희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