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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트이불 혹은 퀼트총각?

에필로그 |2003.07.16 02:34
조회 12,766 |추천 0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건네줄 생일카드를 갖고 다닌다.

그 생일카드는 자신의 감정표현이며, 살아있음의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꺼내서 건네주지 못하고, 소매 속에 감추고만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이민 간 나라에서 결혼을 하고 이제는 그곳(?) 사람이 된 대학친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올해 네 생일선물로 니가 좋아하는 퀼트이불을 보낼게.. 근데, 이 이불 같이 덮을 사람, 이제

왠만하면 만나라.. 여기선 눈씻고 찾아도 한국남자는 내 남편과 성당 신부님 밖에 없더라...'

 

허걱~ 이제 생일선물로 이불까지...?--;;

더구나 내 생일은 양력으로 10월 하고도 중순이나 돼야 만난다. 그런데 이 여름에 이불선물이라니..

이 아줌마가 왜 이렇게 급해졌지?.... 혹시 30대부터 찾아온다는 알츠하이머..?ㅠ.ㅠ

 

그 친군 나보다 몇년 더 먼저 세상에 나왔다는 이유로 뭐든지 나보다 앞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곤 했다.

아마 말로만 화려한(?) 내 독신생활을 훤히 꿰뚫고 있었던 게 아닐까..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맑은 유리접시처럼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

"남편과 오~래 연구(?)했어. 너한테 결정타를 날릴 생일선물을 보내주려고... 그래서 당첨된 게

이불이다.. 아직 생일까지 시간 남은 거 알지? 내년엔 선물없다.. 알아서 해!!"

 

졸지에 시한부 인생이 되긴 했지만 주저앉을 만큼 목이 메었다.

조각조각 예쁜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은 이불을 '빠른' 선물로 보내면서 퀼트이불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같이 만들 퀼트청년(?)을 염원해 준 친구의 사랑에 말문을 잃고 말았다.

 

"있지 있지.. 난 부자도 싫고 기름 번드르르한 나르시스트도 감당 못해. 너도 알지?

말발만 유들유들, 노처녀의 재산이나 관심갖고 진실이라곤 개미코딱지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도시의 보헤미안을 자칭한 하이에나들 말야..

적어두 꽃한송이의 가치는 알아봐야 나랑 레벨(?)이 맞잖아? 그치 그치?...

니 친구, 아직 상태 좋~잖아..?? 안그래?^^*"

엉겁결에 공주병 말기 환자처럼 1회용 재롱(?)을 떨었다.-.-;; 

 

친구는 말이 없었다, 한참동안을...--;;

그리고...

"모든 인간은 미숙아야.. 너를 변화시킬 사람말고, 니가 변화시켜줄 사람을 찾아, 이제 그만

마음을 열고... 모든 일에 강한 척 하는 거, 힘들지 않니...?"

라고 어렵게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맺었다.

 

퀼트는 마을 아낙네들이 자신들의 결혼이야기를 서슴없이 털어놓으며 조각조각을 이어가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미래 내 보물 1호로 등극하게 될, 이 선물이 언제쯤 나에게도 '이야기 혹은 기억'을 가져다 줄지

창가에 앉은 바람에게 살짝 물어나 볼까..?^^

7월의 바람은 습기를 입안가득 머금고 있어 시원한 대답을 해줄는지...

.......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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