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모든 생명체가 탄생할 시기에 신들과 함께 존재했던 드래곤들은 용신의 명으로 그들만의 위계질서를 위해서 용제를 선출하였다. 용제는 드래곤의 모든 용족들을 총괄하여 다스렸고, 용제의 권위는 모든 용족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용신을 대신하여 용족들의 모든 일들을 중재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기에 용제의 선출은 모든 용족들의 최대 관심사이며, 드래곤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가진 용제의 중요성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용제의 선출은 전대의 용제가 생을 마감하기 전 모든 용족들의 대표들에 의해선 선출이 되는 것이 관례였는데, 지금 현 용제인 레드족 아스트리우스가 자신의 죽음을 얼마 남기지 않고 모든 용족( 레드족, 화이트족, 블루족, 브론즈족, 골드족, 그린족, 블랙족 )들의 대표를 불러 모아 용신전에서 용제 선출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지금 자신들의 종족이 용제가 되어야 함을 내세우며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용신전
“ 그러니까 어떻게든 레드족이 또 용제를 연임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
오그의 모습을 한 블랙족의 대표인 수마트라가 격양된 목소리로 언성을 높이며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현 용제인 아스트리우스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 그것이 아니라 다른 종족들도 아시다시피 지금 현재의 상황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뛰어난 드래곤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블랙족의 수마트라님에게 묻겠습니다. 수마트라님은 지금 레드족의 헤르메스보다 더 훌륭한 드래곤이 블랙족에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그럼 그 드래곤이 누구입니까? 어디 한 번 말씀을 해 보시지요. ”
용제의 반격을 받은 수마트라는 약간은 움찔했지만, 자신도 지금의 순간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온 터라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 용제께서 그렇게 물으시니 제가 대답을 해야겠지요. 여러 종족의 대표분들께서도 아시겠지만 사실 저희 블랙족은 그 동안 어둠의 종족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고, 또한 그리 좋은 평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도 엄연한 드래곤이라는 것입니다. 헌데 지금까지 용제를 선출할 때에는 한 번도 추천을 받거나 선출된 적이 없었습니다. 단 한번도. ”
수마트라가 “단 한번도”를 외칠 때에는 두 눈에서 엄청난 사기가 느껴질 정도의 분노가 표출되었다. 수마트라의 모습에 다른 드래곤들의 시선이 모아지자 자신의 행동이 조금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추스르며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 험.... 험. 존경하옵는 종족대표여러분. 저희 블랙족에 장차 모든 드래곤들을 이끌고 세상을 호령하게 될, 선신계와 악신계의 신들마저도 굴복시킬 엄청난 드래곤이 있습니다. 주목해 주십시요. 그 이름은 다름 아닌 케르베로스입니다. ”
“ 케르베로스? ”
“ 케르베로스라고? 그게 누구지? ”
수마트라의 말에 저마다 그의 이름을 묻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는 노인의 모습을 한 화이트족의 대표인 에피메테우스가 수마트라에게 물었다.
“ 질문이 있습니다. 수마트라님. 혹시 말씀하신 케르베로스가 순수혈통을 지닌 드래곤이 맞습니까? 제 기억으로는 그 이름의 드래곤이 탄생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에피메테우스의 말에 젊은 엘프의 모습을 한 그린족의 대표인 미노타우로스 역시 한마디를 건넸다.
“ 흠.... 그런 일이 있었다면 모든 종족들의 대표들인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제 기억으로도 그런 이름의 드래곤이 있었다고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블랙족의 어느 드래곤에게서 나온 드래곤입니까? 말씀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수마트라님. ”
모두의 시선이 수마트라에게 모아지자 수마트라는 용제인 아스트리우스에게 한 번 시선을 주고는 살며시 웃으며 짧은 한마디를 내뱄었다.
“ 그런 드래곤은 없었지요. ”
수마트라의 이 한마디는 모두의 머릿속을 혼란시키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도 잘 이해가 안 가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모두의 표정이 자신의 말에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이자 수마트라는 나지막히 웃으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 후 후 후. 제가 말씀드린 것을 잘 못 들으신 것입니까? 그런 드래곤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케르베로스라는 드래곤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드래곤이라는 것입니다. ”
“ 뭐라구요? 아니 그렇다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
놀란 컬크의 모습을 한 블루족의 대표인 데우칼리온이 물었다.
“ 제가 말씀드린 것을 잘 모르시겠습니까? 제가 말씀드린 케르베로스는 저희 블랙족에서만이 아닌 모든 종족의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드래곤입니다. 아무도 케르베로스를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전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드래곤이라는 겁니다. ”
“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드래곤이 아니면서 드래곤이라고 말하는 겁니까? 정확하게 말을 해보세요. ”
나이가 가장 많은 마법사의 모습을 한 브론즈족의 휘프토스가 따지듯이 물었다. 그런 휘프토스의 말에 수마트라는 한껏 예의를 차린 몸짓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특유의 간사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 흐 흐 흐. 휘프토스님. 그렇게 궁금하신 겁니까? 그럼 제가 말씀을 드리지요. 모두 잘 들으십시요. 케르베로스는 바로 태초에 신과 함께 한 드래곤들 중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 블랙족의 드래곤이신 타나토스님의 환생하신 이름입니다. ”
“ 타나토스라고요? ”
모두의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타나토스(Thanatos)
블랙드래곤 타나토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죽음과 파괴라는 말이었다.
그 이유는 드래곤들 중 가장 세상을 파괴하기 좋아하고, 살인을 일삼는 그런 드래곤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같은 종족인 드래곤들마저도 죽이는 일도 있었다. 그 일로 인해 모든 드래곤의 신인 용신이 직접 그 죄를 물어 타나토스를 소멸시켜버렸고, 그 이후로 용신의 미움을 받은 블랙족들은 어둠에서만 활동하라는 제약을 받고 말았다.
블랙드래곤이 어둠의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다닌 것도 이 타나토스 이후로 붙은 말이었다.
그런데 그 타나토스라는 말이 다시 이 용신전에서 거론되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있겠는가.
“ 지금 그 말이 사실입니까? 분명 타나토스라고 하신 그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
용제의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위엄있는 질문이었다.
“ 분명히 말씀을 드리지만 타나토스라고 말씀드린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도 지금 이곳으로 오고 계실 것입니다. ”
“ 뭣이라고요?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했습니까? ”
흥분한 에피메테우스가 큰 소리로 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그가 일어서자 마자 멀리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려왔다.
챙 챙 챙
으 ~ 악
“ 이게 무슨 소린가! ”
용제 역시 자리에서 일어서며 수마트라를 향해 말했다. 용제가 자신에게 물어오자 수마트라는 당연하다는 듯 아무런 놀람도 없이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 허 허. 뭘 그렇게 놀라고 있습니까?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제 곧 이곳으로 오신다고요. 그분께서 용상에 앉기 위해서 먼 길을 오셨으니 모두들 맞으러가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하 하 하 하 ”
수마트라가 말을 함과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본체로 바꾸고 있었다. 그것을 본 다른 종족의 대표들 역시 수마트라가 본체로 돌아가려하는 것을 보고는 모두들 자신의 본체로 변하고자 모습을 변화시켰다.
그러자 하늘로 솟아오른 모든 종족의 대표들이 드래곤인 본체의 모습으로 현신을 하자, 각양각색의 엄청난 크기의 드래곤들이 하늘에 떠있었다. 그야말로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드래곤들의 크기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것이었다. 모두가 에이션트는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여졌다. 특히 브론즈 드래곤인 휘프토스의 크기는 다른 드래곤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였다.
[ 수마트라. 감히 용신께서 정하신 모든 규칙을 어기고, 용제의 자리까지 노려 드래곤계에 혼란을 가져 온 죄 엄히 다스리리라. ]
새빨간 붉은색의 레드 드래곤인 현 용제 아스트리우스가 붉고 뜨거운 기운인 화염을 내뿜으며 수마트라에게 죄를 물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수마트라의 반응은 좀처럼 위축된 모습이 아닌 가소롭다는 듯한 그런 것이었다.
[ 크 크 크. 아스트리우스! 그런다고 해서 내가 겁먹을 것 같은가. 웃기지마라. 너희 레드족이고, 골드족이고 간에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놈들은 아무도 살아서 이곳을 빠져 나가지 못할 것이다. ]
수마트라의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마트라의 뒤로 엄청난 숫자의 블랙 드래곤들이 나타나 주위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냥 보기에도 에이션트급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성장을 다 마친 웜급에 가까운 드래곤들로 보였다.
그런 드래곤들이 주위를 포위하고 좁혀오자 용제와 다른 종족의 대표들은 서로서로 원형을 이루며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모두가 싸울 그런 태세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블랙 드래곤들의 사이를 헤치고 들어오는, 다른 드래곤들보다 크기가 두 배정도는 되어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블랙드래곤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악한 기운은 주위의 모든 생명체를 없애버릴 정도의 극악한 것이었다.
[ 크....크...... 누 가 용 제 인 가 ? ]
주위의 모든 공기가 파장을 일으키며 울릴 정도의 용언이 그 블랙드래곤에게서 나왔다.
아스트리우스는 처음 보는 거대한 크기와 숨막힐 듯한 위용을 나타내는 드래곤의 모습에 약간은 긴장이 되었지만, 자신이 용제이며 자랑스런 레드족임에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을 했다.
[ 내가 바로 용제인 아스트리우스다. 그대가 바로 타나토스의 현신인 케르베로스인가? ]
[ 크.... 크..... 그럼 죽여라! ]
용제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없이 케르베로스이 입에서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모든 블랙드래곤들의 입에서 브래스가 뿜어져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공격하기 시작하자, 드래곤족들의 대표와 용제는 그에 맞서 자신들의 브래스와 마법공격, 육탄공격으로 맞섰다.
그 중 용제인 레드 드래곤 아스트리우스의 브래스는 가히 경이적인 것이었다. 블랙드래곤들의 브래스 셋이 모여야 될 만큼의 강력한 브래스를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스트리우스의 브래스가 한 번씩 뿜어져 나올 때 마다 그것을 막는 블랙드래곤들의 셋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고 있었다.
다른 드래곤들 역시 모두가 여럿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종족의 대표정도이니 웬만한 숫자의 드래곤들로도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을 정도의 실력은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 내 공격을 한 번 받아봐라. 아이스(Ice) 브래스 ]
화이트 드래곤인 에피메테우스가 자신의 브래스인 냉기를 내뿜으며 블랙드래곤들에게 돌진을 하는 것이었다. 에피메테우스의 브래스에 스치면서 맞은 블랙드래곤들은 자신들의 몸이 급속하게 얼어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정도로 에피메테우스의 브래스는 다른 브래스와는 달리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상대하기 힘든 드래곤 중 하나였다.
화이트 드래곤이 차가운 냉기를 내뿜는 다면 블루 드래곤은 엄청난 위력의 전기스파크를 일으키는 드래곤으로 유명하다. 다른 드래곤들의 브래스가 한 곳으로 집중해서 공격을 할 수 있다면 이 블루드래곤의 전기 스파크는 번개에 맞먹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것으로 주위의 모든 이에게 공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 내 공격도 한 번 맞봐라! 번개의 위력을 가진 라이트닝(lightning)이다. ]
빠 지 직
블루 드래곤인 데우칼리온의 공격이 펼쳐지자 그 주위에 있던 블랙드래곤들이 스파크에 휩싸여 빠져나오지 못하고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수마트라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케르베로스에게 다가가 말을 했다.
[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 크......크...... 쓸 모 없 는 놈 들 ]
그렇게 말을 하며 숨을 크게 들이쉬는 그의 모습은 일반 다른 드래곤들과는 그 차원이 달랐다. 주위의 모든 마나와 공기들이 그 속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상대의 엄청난 위력의 공격이 예상되었던지 용제와 종족의 대표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케르베로스가 브래스를 준비하자 블랙드래곤들이 용제와 다른 드래곤들의 주위에서 피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공격하던 드래곤들이 주위에서 멀어지자, 화이트드래곤인 에피메테우스와 블루드래곤인 데우칼리온이 케르베로스에게 먼저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 받아라. 아이스브래스! ]
[ 받아라. 라이트닝! ]
하얀색의 냉기를 뿜어내는 브래스와 자신의 모든 힘을 한곳으로 모아 펼치는 라이트닝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기술을 펼쳤다.
케르베로스는 두 개의 힘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이제까지 모았던 브래스를 한꺼번에 내뿜어냈다. 그러자 케르베로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브래스가 라이트닝과 아이스 브래스를 집어삼키고는 에피메테우스와 데우칼리온에게 날아갔다.
[ 아..... ]
푸 화 악
브래스를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맞아버린 두 드래곤은 브래스속에서 소멸되어 버렸다. 어떤 비명도 지를 새도 없이 그대로 소멸되고 만 것이다.
[ 저... 저럴수가! ]
용제와 다른 드래곤들 역시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애이션트급의 드래곤 둘을 한꺼번에 소멸시켜버린 상대의 위력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 모두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좀 전의 브래스의 위력을 볼 때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도 맞설 수 있을까 말까한 것 같습니다. ]
용제의 이 말에 모두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모든 힘을 모아 브래스를 준비해야만 했던 것이다. 남은 것은 골드족과 브론즈족, 그린족과 레드족인 용제였으니 과연 이번 공격을 막을 수가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케르베로스가 다시 한번 브래스를 위해 숨을 깊이 들이쉬며 내뿜으려 하자, 브론즈족의 족장인 휘프토스가 에스프를 펼쳐 다른 족장들에게 뭔가 말을 전하고는 용제를 향해 급한 어조로 말을 했다.
[ 용제께서는 부디 오늘의 일을 잊지 말아 주십시요. ]
[ 무슨..... ]
그렇게 말을 하고는 용제를 향해 마법을 펼치자 번쩍이는 빛과 함께 용제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용제인 아스트리우스는 그렇게 순식간에 공간이동 마법으로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그리고는 케르베로스의 브래스가 남은 세 족장에게 덮쳐오고 있었다.
[ 안 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