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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집 맏이는 아무나 하나!!

바이올렛 |2003.07.24 16:12
조회 490 |추천 0


 

 

 

 

 

"어디 한번 살아 봐라!!"

 

"살아갈수록 애미 말이 새록새록 밝아져 올끼데이~~"

 

 

아들넘은 일찍 학원으로 달아나고...

늦둥이 딸내미는 오늘따라 새벽에 일어나 징하게도 사람 잠고문을 시키더니만... 정작 아침에는 비몽사몽 꿈나라를 아직껏 헤매고 있다.

식구들이 빠져나간 집안을 순서대로 청소기를 밀고 다니다...

창고겸,딸내미 장난감 방으로 쓰고있는(당분간은 손님 방으로 내어준) 작은방 문을 열자마자... 참고 참았던 울화가 치밀며

친정어머님이 생전에 자주 쓰시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그만 목구멍에 걸린 가시마냥 아프게도 목젖을 찔러댄다.

 

 

장마전선이 물러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찾아든 더위에... 안 그래도 체질상 여름이면 맥을 못추는 사람 앞에...

종가집 맏이란 ...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타이틀 하나... 그럴듯하게 걸치고 있는 까닭으로

이 더운 여름날...

한부엌에서 나온다는 촌수벌은 분명 맞지만 보도듣도 못한 시댁붙이 한 명이... 며칠 전부터 올여름을 우리집에서 함께 보내게 되었다.

 


가을에 있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학원수강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 학원이 하필이면 바로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않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멀리 있어 자주뵐 기회도 없는 그 친척분이 하필이면 우리 시어머님과는 전화상이라도 아주 각별하다는 것이...

내게 있어선 무엇보다도 제일 맘에 걸리는... 그 시댁붙이를 거절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ㅠ.ㅠ

(그 친척분도 자주 뵙지를 못하는데... 하물며 그 분의 자녀들이야 어떻게 얼굴인들 제대로 알고 지냈으리오.)

 

"어쪄!!  마땅한 학원도 좀 알아보고 할 동안만 며칠 자네가 우리 아이좀 데불고 있으면 안 될랑가?"

 

그 시작은 그렇게 단순했고... 나의 그 대답 또한 그래서도 더더욱 시원시원 했다.

뭐!! 며칠 쯤이야 싶어서도...

더구나 떡대같이 등판 넓은 그런 총각넘도 아니고... 스물이 넘어 자기 앞가림 다하는 나이인 예쁘장한 아가씬데...

 

 

"어쩐다냐!! 딱 한 달이면 되는데... 낯선 객지에 딸냄이 혼자 돌리기도 뭣하고..."


"어쪄! 고마 자네 집에서 한달만 하숙친다 생각하고 요 철부지 한번만 거두어 주랑께!!"

 


굳이 요금 많은 시외전화 붙잡고 내 눈치 살피는 그 친척분의 통사정이 아니었어도...

바리바리 해대는 시어머님의 응원전에서도 이미 그 게임(?)은 그렇게 눈뜨고도 당하는 "져주기 한 판" 이었다.

 


성격상... 낯가림이 무척 심하다보니...

처음 시집살이의 어려움은 그 많은 친척과의 자연스런 교제가 무엇보다도 내게는 큰 짐이 되었었다.

하물며 종가집의 맏이라는 위치에서야 두말하면 바로 잔소리지... ^*^

 


사촌동서를 비롯해... 손아래 동서들은 구석구석에서 열심히 일을하고 제 몫을 다하는데도 별로 그 존재가 부각이 안되건만...

집안의 대소사를 가리지 않는 모든 행사의 선두에서 씩씩한 모습을 보여야하는 나의 위치는... 늘 많은 분들께 지금도 연예인(?) 못지않은 그런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

 

어쩌다 몸이라도 불편해 꼭 한 번 빠졌을 뿐인 자리에서도

"야야!! 요사이는 어째 통 볼 수가 없노?" 하시는 바람에...

(어쩔 때는 정말 스트레스 만땅으로 받곤 하기도 한다.) ㅠ.ㅠ

 


"그렇게나 몸이 약해보여서 어디 얼라라도 제대로 낳겠냐?"

 


결혼전에 처음으로 시어른께 첫인사 여쭙고 돌아서는 내 귓등으로 스치고 지나간...

종가집 며느리로서의 자격으로 함께 점수를 주시던 나를 향한 아버님의 첫인상은 그러했다.

 


ㅎㅎㅎ

지금 생각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도 그랬을테지만... 그 친정어머님의 진심어린 충고(?)가 그 때는 솔직히 양쪽 귀를 가지고도... 어느 한 쪽으로도...

그 어머님의 눈에는 보이는 첫딸의 편치만은 않을 결혼생활에 대한 가슴앓이를...솔직히 그 때는 조금도 귀담아 듣지를 않았었다.

당연히 입버릇처럼 외시던 종가집으로의 선택에 대한 어머니의 마땅찮은 표현이 듣기싫었음도 당연지사!! ^*^

 

 

근데...

그 어머님의 그리운 잔소리가...

요즘에 와서야 더욱 가슴을 치는 친정어미의 끈끈한 정이담긴 악담(?)이었음을 느낄 때마다...

가슴으로 지나는 그리움과 죄스러움이 섞인 눈물이... 그만 통곡의 강을 이루어 한참을 도도하게도 멈출 기색없이 그렇게 흘러내리곤 하기도 한다.

 

 

"흐미!!"


청소기를 들고 작은방 문을 열고는... 잠시 그 모양새로 표정관리를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어야 했다.

어떻게 된 게... 세 살짜리 우리 딸내미 방보다도 더 어질러지고 정신없는 대책없음 앞에서...


"도대체가!!"


................


"어휴!!"


완전히 무늬만 스무살인 손님 뒷치닥거리에 요사이의 나의 아침은 항상 이 모양일 때가 더 많다.

한숨 쉬어 가매...

혼자서 씩씩거리며 냉커피 사발로 가득 타서 벌컥벌컥 마셔 가매...

고렇게...  ^*^

 

 

아직 일주일도 안지났는데...

같이 지내야할 남은 날이 앞으로도 그 절반이 더 남았는데...

친정붙이라 생각하고 아무리 아무리 편견없이 마음을 헹궈낼려고 하는데도...

솔직히 현실에서는 울화부터 치솟는게 지금의 제일 솔직한 나의 마음풍경이다.

 

 

오죽했으면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다는 여름 손님' 이란 말이 있을까?

ㅎㅎㅎ

나 못지 않게 집에서의 안락함을 반납하고,고문을 당하는 이가 한 명 더 생겼으니...

울 남편...

더위는 한참 겁없이 밀려드는데... 요사이 얌전한(?) 옷차림으로...

늦게까지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던 쇼파도 멀리하고... 바른생활 열심히 하고 사느라 정말 정말 욕(?)보는 중이다.

ㅋ.ㅋ..

 


하지만 남편도 모르는 정작 나만의 불편함과 마음고생은 다름이 아니라...

그 어린 손님의 입에서 조금씩 새어나가는 우리집 내부의 나름대로의 기밀(?)에 그 이유가 있다.

최우선적인 수면위로 떠오른 불평은 아들넘의 컴 사용 단축부터 바로 시작이 되었다.

 


"아직 동네 지리도 잘 모르고 하는데... 컴퓨터 땜에 피시방인가,어딘가를 다닌다고 맨날 늦다며?"

"왠만하면 손님한테 양보 좀 해주지 그러냐? 있어봐야 얼마나 더 있을 거라고..."

 


뭔가 들은 말이 있는지 시어머님... 어제는 전화로 대놓고 말씀하시는 통에 순간적인 서운함에 참 마음이 복잡해져 왔다.

 

나 부터도 아들놈 못지않게 방학동안 컴퓨터로 자료며 소소한 멜 관리까지... (사실은 본의 아닌 40방 출입제한이 제일 불편하지만... ^*^)

이래저래 컴퓨터를 둘러싼 쟁탈전은 또 그렇다 치고라도...

 

예의상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로 자기 화장품 하나 준비 안하고 나타난 옥탑방 고양이같은 저 철부지 아가씨...

바닷가 사람이라 생선 한토막이면 꿀맛처럼 한그릇 비워내는 남편의 식성과는 정반대의... 입맛까지 까다로운 어렵기만한 손님...

 

에휴!!

여자로 태어난 까닭에... 시집살이란 숙명을 완전히 비켜갈 수는 없지만...

요즘 같으면 정말 시금치도 쳐다보기가 싫다!! (남성 님들의 태클은 절대 사양입니다!! ^*^)

진짜로... ㅎㅎ

 

좋은게 좋다고...

어차피 그렇게 해주마고 결정을 내린 일에 새삼 세세한 감정을 들먹일 이유는 없지만...

결혼생활 10년이 더 지난 오늘날까지...

가끔씩의 투정섞인 마음이라도... 그 부분을 들키면 집안의 분위기를 위해서도 조금도 덕이 안되는 맏이의 맘 고단한 이 자리...

 


아!!!!

 

오늘같으면 어디가서 소리라도 크게 질러야 살 것도 같구만...

몇 안 되는 단짝 친구들은 또 왜들 그리 멀리에들 살고만 있는지... 헐헐~~

 


" 야! 딸냄아~~  너는 절대로 장남에게는 시집 가지 마!!" (장남분들껜 지송!! ^*^)


"만약에 종가집이라면 내 도사락 싸들고 다니며 말릴끼다!!"


"어디 한번 니도 겪어 봐라!!"


"지금 엄마 혼자 중얼거리는 이 소리가 뭔소린지... 그 때는 알게 될끼다!!"


"알았제??"

 

 

집안청소 마지막 코스로... 목욕탕 세면대에 한 움큼이나 걸려있는 머리카락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세살박이 딸내미를 향해 괜히 큰 소리로 중얼거려 보았다.

 


"안녕! 아~추야 안녕!!" ~~~

 

TV 앞에 혼자 서서 어린이 프로 열심히 보며 노래 따라부르던 딸내미...


고 작고도 새까만 눈으로... 오늘따라 어쩐지 조금 이상(?)하기만한 엄마를 아주 빤히도 건너다 본다.(부끄럽게 시리도... ^*^)

 

 

에구~~~


옛말에 어른들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더니...

우짭니꺼!!

울 친정어머니 그렇게도 열심히 말릴 때... 들은 척도 안 한 제 운명인걸유~~~

종가집 장손에게 시집가라고 누가 등 떠밀어 그렇게 보낸 것도 아닌데...


"종가집의 맏이는 아무나 하나!!"


세상에...

그나마 기독교 가정이라 제사 안 지내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 하고 이리 안 삽니꺼!!

 

 

하여~~

덕분에 오늘도 씩씩거려 가매...

그래도 얼굴 하나는 정말 예쁜 우리집 옥탑방 고양이 뒷바라지 남은 시간까지는...  정말 열심히 해줘야지유~~~ 

더운 날씨에 공부 하느라 고생이 많은 요 철부지 손님의 합격을 위하여!!!

위하여~~~~~

 

 

 

 

*바이올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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