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스파키. 행운을 빕니다."
"잘 있어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다시 오마."
"기다리겠습니다."
카얀의 마지막 말과 함께 스파키는 비행선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들의 비행선은 어제 밤 이곳에 도착했다.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비행선의 모습에 엔젤타운의 사람들은 기겁을 했다.
키에르가 사람들과 함께 무기를 들고 비행선이 마을 입구 앞에 내려설 때까지 경계를 했지만 곧 카얀의 모습이 나타나자 안심을 했다.
비행선에 타고 있던 호파스를 비롯한 세 명의 과학자와 스파키, 카얀과 아이라, 그리고 키에르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지새웠다.
카얀이 오랜만에 지하농장에 들어갈 때 키에르가 잠시 모습을 감춘 것 외에는 전부 모여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이들은 작별인사를 했다.
스파키가 비행선 안으로 먼저 들어가자 호파스가 인사을 썼다.
"에잉~ 무슨 작별인사를 그렇게 해~ 이렇게 해야지~"
그러면서 호파스가 두 팔을 쫘악 벌리더니 아이라 쪽으로 성큼 다가갔다.
하지만 그의 희망은 카얀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하하. 영감님. 그럼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에잉~"
아이라의 앞을 막아선 카얀은 스파키가 사라진 비행선 입구로 신선을 돌렸다.
앞으로 그를 만날 수 있을까......
호파스가 비행선에 올라타자 곧바로 이륙을 했다.
그들의 비행선은 적은 소음만으로 공중으로 띄워졌고 방향을 틀더니 낮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이라의 손을 꼭 잡은 채 카얀은 비행선이 멀리 사라질때까지 바라보았다.
"어? 갔어?"
"아리아는요?"
키에르는 오늘 아침 스파키의 목을 잡고 놓지 않으려는 아리아를 붙잡고 있었다.
스파키를 따라간다며 울고불고 난리가 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키에르가 그녀의 족쇄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스파키가 떠난 지금 혼자 나타났다.
"아리아 혼자 두고 오셨어요?
"저기..... 그게 ........."
"왜그럽니까? 키에르."
"없어졌어."
"에? 없어지다뇨?"
"방금 전까지 분명 나랑 함께 있었는데 금새 사라졌어."
"............"
카얀과 키에르는 동시에 이미 작은 점처럼 보이는 비행선을 바라보았다.
스파키는 복도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앞으로의 여행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거라는 느낌도 들었지만 이제 그토록 궁금했던 지구의 현재모습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마음 한 구석이 착잡해졌다.
어쨌든 좋은 일로 이런 모양이 되지는 않았을테니까.
지구의 모든 핵무기가 전부 터지지 않은 이상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는다.
"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아, 호파스...."
"궁금한 것이 많겠지?"
"네."
"난 자네 이야기가 더 궁금하구만."
".........."
"그나저나 말야...... 자네 여자한테 인기가 많은 편인가? 아니면 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
"그.... 어제 말야.... 자네한테 꼭 붙어있던 그 은발의 아가씨 말야."
"그런데요?"
"어딘가에 있을테니까 한 번 찾아봐."
"그게 무슨........... 설마......"
그때였다.
그가 서 있는 쪽으로 아리아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오고 있었다.
"이크, 벌써 나왔구만."
"뭐, 뭐야? 너 어떻게 여길......"
"스파키~ 이야~ 스파키다~"
스파키가 방어태세를 취하기도 전에 그녀는 그의 목에 두 팔을 감으며 두 다리마저 그의 허리를 감아버렸다.
커다란 나무에 붙은 원숭이처럼 안정적으로 붙어버렸다.
"큭~ 이거 놔!"
"오~우~ 스파키~"
"허허. 이거 큰일인데. 또 아이들이 돌아다니게 되는 것 아냐?"
"호, 호파스. 이게...."
"난 몰라. 출발할 때 우주선 안을 점검하는데 센서에 없던 인물이 걸리더라구. 여자가 말이지."
아리아는 스파키의 입술을 점령하기 위해 즐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고 스파키는 피하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댔다.
"야. 비켜!"
"이잉......."
스파키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녀는 예상대로 우는 소리를 조금씩 크게 냈다.
호파스는 상황을 파악하더니 얼른 조종실로 도망가버렸고 그는 이제 또 다시 그녀의 울음을 달래야 한다.
"으아앙~ 스파키가 아리아 미워해~"
"이럴수가........"
"흑흑흑...... 나 스파키 조아~ 엉엉엉~"
스파키는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 엔젤타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키에르...... 또 당했군."
그녀는 계속 우는 소리를 냈고 스파키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울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비행선은 아주 낮게 날고 있었다.
잠시 후, 스파키는 호파스의 호출을 받고 조종실로 향했다.
물론 아리아가 그의 팔을 꼭 잡고 따라왔다.
"이봐요. 호파스. 이 여자 데려다주고 옵시다."
"너 혼자 갔다와라 이놈아. 여기서 기다릴테니."
"..........."
"거 여자가 좋아해도 지랄이야~ 머리의 성장이 조금 늦은 걸 가지구 왜 그래~"
".........."
"청소할 사람도 필요하니까..... 잘 됐구만 그래.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호파스가 그렇게 말하자 코지마 박사와 노엘 박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것도 아주 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스파키는 '이 늙은이들이' 라는 생각은 했지만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근데, 왜 부른겁니까?"
"자네한테 물어볼 것이 있어서."
"궁금한 것은 제가 더 많습니다."
"그 운석에 대해 말해주게. 자네가 지구로 보낸 것 말일세. 아마 2043년의 일이지?"
"잘 아시는군요."
"그 운석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나니까."
"........."
"근데 말야...... 난 이해할 수가 없네."
"뭘 말입니까?"
"어째서 자네와 자네의 부하들이 간거지? 우주비행사들을 제치고 왜 자네같은 군인들이 그 위험한 일을 하러 그 먼 우주까지 나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구만. 원래 그 프로젝트는 내가 계획한 거야."
"그랬군요. 저흰 몰랐습니다."
이 말을 하며 스파키는 고개를 떨구었다.
"저희는 각자 개인의 전투로봇을 데리고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였습니다."
"계속하게."
"저를 포함한 6명의 대원들에겐 각자 개인의 명령만 듣도록 되어 있는 로봇이 있었죠."
그 말에 호파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로봇들은 전부 내가 만들었네. 각자 임무에 맡게 특수한 기능을 넣었지. 그 중에서 자네것이 가장 만들기 힘들었어. 핵전쟁까지 견디게 만들고 혼자서 대대병력과 싸울만한 화력도 넣었지."
"우리는 주로 아군의 피해가 발생하기 쉬운 전투에 투입되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로봇을 앞세운 화력전을 치르고 그 다음 사람이 진입하는 식의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단 한 명의 포로도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습니다."
"상대가 투항을 해도 말인가? 그건 협정에 어긋나는 것인데........ "
"우리와 전투를 치른 적들은 전원 사살했습니다."
스파키의 이름은 이대호.
직급은 소령이었다.
2043년 세계는 결국 두 개의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나라들의 모임으로 양분되고 말았다.
붕괴되었던 구 소련의 잔당들과 미국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억압을 받아온 작은 약소국가들이 뭉쳐서 신생 러시아제국이라는 연합체를 형성하였고 미국은 이미 거대해진 합중국이라는 덩치로 그들을 흩어버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하지만 러시아제국은 과거의 명칭만 사용할 뿐 더 이상 공산국가가 아니었다.
자유경제 체제를 지키며 모든 것이 미국이 추구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대외적인 입장은 달리했다.
다른 나라의 전쟁이나 잇권다툼엔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향한 어떠한 제제도 가하질 않았다.
대신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전쟁에 개입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방해공작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했다.
미국으로부터 탄압을 받은 적이 있는 나라들의 연합체인만큼 더 이상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마음대로 들쑤시는 행위를 보고 있지 않았다.
이대호 소령은 그 신생 러시아 제국의 방해공작을 해결하는 특수부대의 대장이었다.
각자 로봇을 활용하여 전투를 하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도 많은 적을 상대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들이 치른 전투는 단 한사람의 생존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을 포로조차 없이 괴멸시킨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다가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
"저희가 사용하는 로봇중 하나가 갑자기 명령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음........"
"국방장관이 저희 부대를 시찰한 적이 있습니다.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로봇 하나가 갑자기 뛰어나가더니 자폭을 해버렸죠."
"그 사건은 나도 알고 있네."
"그 로봇을 조종하던 대원은 그 자리에서 사살되었습니다."
스파키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리아가 그의 팔을 잡은 채 그의 얼굴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았다.
그러다가 주머니에서 작은 수건을 꺼내더니 그의 얼굴을 슬슬 문질렀다.
하지만 스파키가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얼른 수건을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