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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키의 전설 - 제4화 - 스파키의 과거 #2

사나토스 |2003.07.29 23:28
조회 151 |추천 0

"자네들 전부 조사를 받았겠구만."
"네, 거의 한달동안 감옥에 갇혀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고문은 없었지만 그건 고문 이상이었죠. 혹독한 훈련을 받은 저희들 조차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대원중엔 에리카라는 여자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가정도 있었죠. 하지만 그녀의 가족들조차 그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조사 중에 혀를 깨물고 죽었습니다. 군에선 사고사로 처리했겠죠. 작은 금속조각으로 만든 훈장을 던져주면서요."
"그런 일이 있었구만......"
"한 달 후에 우린 풀려났습니다. 대통령이 우릴 불렀습니다."
"대통령이?"
"네. 대통령이 아직 상원의원일 때 가족들과 함께 피크닉을 하다가 테러범들에게 인질로 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희가 그 테러범들을 전부 사살했습니다. 상부에선 인질의 안전따위는 상관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의 독단적인 명령에 의해 인질들을 보호했습니다. 그걸 그 의원도 알게 되었죠. 그래서 그가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기회?"
"어차피 우린 군에서 지워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군사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바로 2년 전에 대통령이 된 그 상원의원이 우릴 살리기로 한겁니다."
"그래서 자네들이 미우주항공기지로 이동한 거구만."
"네. 그곳에서 훈련을 받은 뒤 위험한 임무를 마치면 민간인의 신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로 했습니다. 저야 군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대원들을 위해서 수락했습니다."
"선택의 여지도 없었겠구만. 장관이 죽었으니 의심의 꼬리는 끊이지 않았을거구 말야."
"네. 한순간에 모든 것이 끝나버린 거죠. 분명한 것은 제 대원의 조종에 의해 로봇이 뛰쳐나간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건 제가 확실하게 알고 있었죠. 하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 대원이 죽은 상황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을테니까요."

 

스파키가 옛날 일이 생생하게 떠오르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아가 다시 수건을 든 손을 스윽 올리려다가 다시 내렸다.
호파스도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난 자네들이 쓰는 로봇을 만들기는 했지만 자네들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그냥 자네들의 유전자 정보를 로봇들에 입력한게 다야. 그리고 내가 우연히 발견한 운석을 지구로 가져오기 위한 프로젝트를 세웠지. 그런데 갑자기 다른 우주비행사를 쓰기로 계획이 바뀌더니 자네들이 나타난 거야. 난 왜 그런건지 묻지 않았지. 관심도 없었고. 어쨌든 난 그 운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을 뿐이었어. 엄청난 양의 우라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거든."
"저희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운석이 이동중이니 우주정거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킨 후 고정시키는 임무였죠. 그리고 저희들이 우주로 나갈 때 연구진도 함께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박사님은 못봤는데요."
"난 그때 일이 있어서 우주정거장에 있다가 자네들이 우주로 출발할 때 다시 지구로 돌아갔지. 필요한 장비를 더 만들기 위해서였어."
"음....... 그럼 만날수도 있었겠군요."
"그렇게 되나? 어쨌든 내가 지구에 돌아와서 한참 연구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자네들은 벌써 작업을 시작했지. 그래...... 운석은 잘 잡았었나?"
"네. 임무는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전혀 예상밖의 사고가 터졌죠."
"대원들이 쓰러지기 시작했지..... 지구에서 상황을 전부 보고 있었어."
"네.....운석을 우주정거장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다가 대원 하나가 운석에 우주복이 찢기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죽었죠. 상부에선 바로 시체를 버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러지 않았죠."
"우주선으로 가져왔구만."
"네. 돌아가면 장례를 치러줄 계획이었습니다. 우린 그 친구의 시체를 냉동수면 장치에 보관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큰 실수를 한 겁니다. 어떤 병원체가 대원들의 몸에 침투했습니다."
"음.........."
"아마도 시체를 우주선 안에서 냉동수면 장치로 이동하는 그 순간 우주선 안으로 퍼진 것 같습니다. 대원들과 연구진들이 하나씩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의식이 돌아오지 않더군요."
"지구에선 그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지. 그러다 자네가 그 시체얘기를 하길레 그 운석의 샘플을 지구로 보내기로 했었지. 그리고 보냈구 말야."
"네. 전 대원들을 죽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쓰러진 대원들을 전부 죽기 전에 냉동수면장치로 보냈죠. 그런 다음 샘플을 탈출선에 실어 지구로 보냈습니다. 그 방법을 생각해낸 분이 박사님이시군요."
"맞아.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지. 지구에서 연구를 해서 그 원인을 밝힌 다음 대처방안을 찾으면 그때 자네들을 지구로 귀환시키는 것이 계획이었어. 바로 우주선이 지구로 돌아오도록 명령을 내릴 수도 있었지만 우주에서 발생한 이상한 질병을 아무런 대책 없이 지구로 들어오게 할 순 없었네."
"그건 저도 동의했었죠. 결국 모든 사람들이 쓰러지고 저만 남게 되었을 때 제가 마지막으로 냉동장치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지구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죠."

 

스파키는 자세하진 않지만 모든 사실을 얘기했다.
이젠 그 다음의 얘기가 호파스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거기서 지구의 파멸이 시작된 거지."
"무슨 뜻입니까? 그 운석이....."
"그건 맞는 얘긴데 그 운석을 실은 탈출선이 무사히 지구에 착륙하지 않았네. 공중에서 터졌지."
"그럼 그 작은 운석의 영향으로 이렇게...."
"미사일이 날아갔었지."
"........."
"우주정거장에서 우리가 작업을 할 때 러시아에서도 수상하게 보고 있었어. 그러던 차에 자네가 운석을 잡는답시고 그 근처에서 움직이다가 갑자기 작은 것이 지구로 날아왔으니..... 그 놈들이 그걸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자기네들을 공격하는 미사일로 오해를 하고 말았어. 우주에서 쏜 미사일이라면 아무리 파괴력이 작아도 웬만한 핵폭탄보다 더 위협적이지. 사실 그 우주정거장은 군사적인 성격이 강했었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보네."
"그럼 러시아에서 쏜 겁니까?"
"러시아에서 먼저 쐈지. 하지만 그건 그 탈출선을 박살내기 위한 거였어. 그걸 또 오해한 인간이 있었지."
".........."
"바로 나야."
"..........."
"러시아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미국으로 날라올 거라는 엄청난 말을 꺼낸 자가 바로 나지."
"정말입니까?"
"그래, 그러니까 지금 자네가 그 칼로 내 목을 쳐도 웃으며 죽겠네."
"어째서 그런 실수를 하게 된 겁니까?"

 

호파스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실은 자네의 부하가 조종하는 로봇이 사고를 낸 것도 나 때문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내 조수로 일하던 친구의 작품이지."
"무슨 뜻입니까?"

 

스파키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이 무엇인지 알려지는 순간이다.
자신들이 아닌 정식 훈련을 오랫동안 받은 비행사들이 그 일을 했다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파키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걸 본 호파스가 고개를 숙이며 힘없는 목소리를 냈다.

 

"내 조수로 일하던 헤밍스라는 녀석이 러시아의 스파이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 로봇에게 그런 행동을 하도록 명령한거야. 그리고....."
"또 있습니까?"
"그자식이 나에게 그 보고를 했지. 러시아의 미사일이 우리에게 날라올 거라고."
"왜 그런...."
"녀석이 국방장관을 죽게 했다는 증거가 나왔어. 하지만 그녀석과 접촉한 스파이를 잡기 위해 일부러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던 거야. 자네들도 그런 이유로 사실을 모른채 우주로 나간거고."
"..........."
"헤밍스 그자식이 그걸 알고는 어차피 자신은 죽을거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질렀네. 그리고 내가 상부에 보고했고 대통령이 기도를 하며 발사명령을 내렸지."
"그럴수가......"

 

스파키는 이제 힘을 주었던 손을 힘없이 풀고 있었다.
허망하다고 하기엔 너무 억울하고 기가막힌 사실이다.

 

"그렇게 인류를 말살시키는 전쟁이 시작되었지. 400발이 넘는 미사일이 서로를 태우기 위해 날아다녔네. 겨우 이틀동안 인류는 10퍼센트도 남지 않게 되었지. 자네도 잘 알거야. 그것들이 어떻게 지구에 남아 계속 사람을 죽이는지....... 그리고 길트라는 것이 탄생했지."
"그게 길트와 관련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보네. 러시아에서 처음 쏜 미사일은 바로 그 운석이 든 탈출선을 박살냈지. 그리고 우주에 있던 자네들을 병들게 만든 그 운석의 무엇인가가 핵과 반응해서 지금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길트라는 것이 탄생했다고 보네."

 

스파키는 어지러원진 정신을 수습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내다보았다.
버닝타임이 지나고 사그라든 햇볕은 오늘따라 일찍 물러서고 있었다.

 

"그럼 그 길트의 영향으로 호파스 당신과 이 사람들이 늙지도 않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얘깁니까?"
"그렇다고 보네. 우리도 첨엔 몰랐지. 핵미사일이 떨어지기 바로 전에 국가의 수뇌부와 몇 명의 과학자는 군대를 이끌고 지하로 숨었지. 그들이 전부 나처럼 몸에 이상을 일으켰네. 그들은 일년 뒤 다시 지상으로 나와 남은 세력을 모아 다시 도시를 일으켰지."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군요."
"지금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니까."
"그럼 그 오래된 인간들이 아직도 나라를 세우고 살아있다는 얘기군요."
"그런 셈이지."
"........."
"해밍스라는 그자식이 머리는 좋았어.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 길트라는 것을 발견했지. 그리고 그것이 사람에게 일으키는 유전자변이를 중지시키는 약을 만들었어. 바로 이거지."

 

호파스는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내 흔들었다.

 

"우리는 이 약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주사해야 해. 그리고 얼마 안남았지...."
"믿기 힘들군요."
"이놈아. 그럼 넌 정상이냐? 이 전기뱀장어."
"..........."
"그건 러시아도 마찬가지였어. 내 생각엔 지하기지의 주변에 방사능의 침투를 막아주는 물질과 이상반응을 보여서 우리의 몸이 이런 괴물이 되었다고 생각하네. 결론을 말하자면 러시아와 미국은 아직도 국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서로에게 그 잘못을 돌리고 있어."
"그럼....."
"그래. 아직도 전쟁중이지. 테크타운은 그 헤밍스 자식이 로봇병사를 만들어서 군대를 만들기 위해 만든 도시야. 쉽게 말하자면 공장이지."

 

스파키는 다시 의자에 앉으며 호파스를 똑바로 보았다.

 

"당신은 왜 그곳에서 나온 겁니까?"
"미국을 방해하려고."
"왜죠?"
"헤밍스 그자식이 군대를 장악하고는 그때 살아남은 사람들 중 자신에게 협력하지 않는 자는 전부 죽여버렸지. 지금은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지구를 지배하려 하고 있어. 그래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군대를 만들고 있지. 그리고....... "
"..........."
"아직 남은 핵무기를 찾고 있네."
"..........."
"녀석은 그걸로 러시아를 없애버릴 생각이야. 어차피 이 약만 있으면 영원히 살지도 모르니까 시간은 충분한 셈이구만. 도시 하나쯤 다시 만들기엔 말야. 하지만 그 핵미사일이 있는 장소가 입력된 데이터는 전부 날아가 버렸다구. 내 머리속에만 있지. 놈이 그걸 알았기 때문에 도망친거네. 난 그 핵무기들을 전부 찾아서 없애야 해. 그것이 내가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러시아는 어떻습니까?"
"지금 우릴 돕고 있는 것이 러시아 친구들이야. 그들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핵을 사용할 의사는 없었어. 순전히 우리가 먼저 공격한 거지."
"그렇군요."
"러시아측의 지도부에선 그 핵을 우리가 찾아서 없애기를 바래."

 

스파키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

 

"만일 그 핵이 러시아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습니까?"
"나도 처음엔 그걸 우려했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자기 부하중에도 그 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 미친짓을 저지를 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비밀리에 우릴 돕기만 하는 거라구."
"그럼 제가 그걸 찾는 것을 도우면 됩니까?"
"그렇지. 그 다음은......."
".........."
"자네 마음대로 하게."
"그 헤밍스라는 친구를 만나야 하겠습니다."
"그건 왜?"
"복수를 해야죠."
"의미가 있을까?"
"있습니다."
"뭐, 그건 좋을대로 하게. 난 핵만 제거하면 되니까."
"꼭 죽이겠습니다."
"그나저나 용케 지구로 돌아왔구만. 벌써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느데 말야."
"대원들은 전부 냉동상태에서 죽었습니다. 깨어보니 전부 미이라가 되어 있더군요. 전 운이 좋았는지 계속 냉동상태로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주선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깨어났습니다. 그래서 전 바로 에디만을 가지고 탈출선으로 왔습니다."
"억세게 운이 좋구만. 근데 그 우주선에 그럴만한 동력이 있을 리가 없었을텐데..... 400년 동안이나....."
"그건 박사님들이 알아내시죠. 그리고 제 몸에 대해서도 알아내 주십시오."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좀 기다려봐."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또?"
"제가 누군지 처음부터 알고 계셨으면서 왜 이제서야 이런 얘길 하는겁니까?"
"난 두려웠네. 자네의 존재가 어떤 상황을 만들게 될지 그것이 두려웠지. 불시착한 탈출선을 발견하고 갔을 때 자넨 이미 몸을 회복하고 없어진 상태더군. 조종석에 남은 피의 흔적으로 볼 때 자네는 죽었어야 정상이야. 그래서 난 자네를 계속 따라다니며 조사를 했네. 그리고 결론을 내린거지. 자네라면 적어도 더 이상은 지구가 망가지지 않도록 할 사람이라고 말야."
"아주 오랫동안 보셨군요."
"헤헤헤. 난 시간은 충분하니까...... 어쩌면 자네도 마찬가지일지 몰라."
"............"

 

스파키는 일어나 조종실에서 나왔다.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헤밍스라는 자식을 잡아서 자신 때문에 생긴 이 전기의 힘으로 고통을 줄 것이다.
서서히 고통속에서 말려버릴 작정이다.
헤밍스라는 자가 몇 푼의 돈을 받고 국방장관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부대원을 살인자로 만들었다.
그것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다.
스파키는 현실감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무슨 꿈같은 얘기란 말인가.
자신만을 보며 웃는 아리아가 차라리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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