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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여인과 별장 (단편: 납량특집)

은하철도 |2003.07.30 16:54
조회 345 |추천 1

하얀 여인과 별장

 

 

흉가라고 알려진 그 별장은 여름만 되면 아름답기도 하지만 잊고 싶은 기억을 떠 올리게 한다.
열 개가 넘는 커다란 방,  일층에 마련된 넓은 거실,  그리고 습기찬 지하실 통로......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알려 둘 것이 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믿으라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할 뿐이고, 이 사건에 관계된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싶을 뿐이다.

 


1.

 

삼년 전 여름이었다. 
나는 휴가를 맞이하여 홀로 자동차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이인용 텐트와 식기를 차에 싣고 전국을 돌며 여행하던 중이었다.  서울을 출발하여 동해안 쪽으로 행선지를 잡았다.  충북 제천과 단양을 거쳐서 태백시를 넘었다.  불령계곡에 있는 불령사에 들려서 이틀을 지낸 후에 서울 쪽으로 향하였던 것이다.

 

서울로 향하는 날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뿌연 안개가 깔린 대관령을 지나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둔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루한 고속도로에 싫증을 느껴 국도를 타려고 샛길을 택한 것이다. 언젠가 친구가 말한 기억이 났다.  휴가철에 고속도로가 막히면 둔내로 가는 샛길이 한가하다고 했다.


난생 처음으로 가 보는 길이었지만 이정표에는 횡성이라는 표지가 선명하게 써 있었다.

 

차에 붙어 있는 시계는 밤 아홉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방은 안개로 덮여 있었다.  전조등을 상향으로 하였지만 겨우 이 삼십 미터 정도의 앞이 보일 뿐이었다.  노란색 중앙선을 끼고 천천히 고개를 넘었다.  내리던 비는 폭우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앞 유리를 마구 때리며 떨어지는 빗방울을 윈도우 브러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산 속으로 들어가는지, 아니면 산 속에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끊임없이 고갯길은 이어졌고 오고 가는 자동차도 전혀 없었던 것이다.


시속 40 키로 정도의 속도로 달렸다.  얼마나 높은 고개인지는 모르지만 한참 오르막길을 올랐다.  그리고 꼬불꼬불한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순간에 별안간 시동이 꺼지면서 차가 서 버린 것이었다.

 

내 차는 구입한지 일 년 정도된 신형이었다.  지금까지 잔고장 한 번도 나지 않았던 차였다.  차 키를 돌려서 시동을 걸려고 몇 번을 시도하였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참으로 난감하였다.  산 속에서 무작정 서 있을 수도 없는 것이고,  또한 지금까지 약 한 시간 동안 샛길을 오면서 마주치는 자동차를 한 대도 못 본 것이었다.

 

겨우 실내등만 켜져 있을 뿐이고 전조등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핸드폰을 켜서 114를 눌렀다.  횡성 부근의 카센타를 찾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핸드폰은 불통이었다.  아마 산이 깊은 모양이었다.  뚜뚜뚜 소리만 울릴 뿐 아무런 신호도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우산을 펴고 차에서 내렸다.  트렁크에 들어있는 손전등을 꺼냈다.  억수같이 퍼붓는 빗 속을 손전등으로 휙휙 돌려 가며 비쳐 보았다.  얼마나 먼 길인지는 모르지만 가까운 마을까지는 걸어가야 할 것 같았다.  손전등의 불빛은 겨우 십여 미터 정도만 비쳐지고 있었다.  짙은 안개 때문이었다.

 

세찬 바람에 우산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차를 뒤에 두고 몇 발자국을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뿌연 불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로 옆의 숲 속에서 비치는 불빛이었다.  또한 자동차 하나가 겨우 들어 갈 수 있는 비포장 도로가 그 불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뻗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분명히 사람 사는 집이 있을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뛰듯이 불빛을 향하여 이 삼분 정도 걸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뿌연 안개 속에서 커다란 이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높은 언덕에 자리한 건물의 창문에는 환한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반쯤 열려진 커다란 정문 앞에 섰다. 


넓은 정원에는 주목나무가 가운데 서 있고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었다.  그 아래로는 넓은 연못이 있었으며 울긋불긋한 파라솔 아래에는 하얀 의자가 몇 개 보였다.  백 평은 넘어 보이는 건물 정면에는 거실의 커다란 통 유리가 커튼에 가려진 채 환한 불빛을 토하고 있었다.

 

돈 많은 사람의 별장이 틀림없었다.  정문에서 초인종을 찾아 보았지만 안 보였다.
나는 급한 마음에 정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섰다.  잔디밭 한가운데를 가르는 돌로 만든 통로를 걸어서 불빛이 비치는 거실 옆에 달린 현관문 앞에 섰다.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셔요?"


현관문을 두드리면서 크게 소리쳤다.  퍼붓는 빗 소리에 안에서는 내 목소리가 안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더 크게 사람을 불렀다.  그러나 안으로부터 반응이 전혀 없었다.

 

"분명히 누가 있을 것인데......"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고는 살짝 돌려 보았다. 
스르르 돌아가며 찰칵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문틈으로 들여다 보면서 다시 사람을 불렀다.
훈훈한 내실에는 적막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서 둘레둘레 돌아보며 "아무도 없어요?" 하고 소리쳤다.

 

넓은 거실의 바닥에는 붉은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맞은 편으로는 벽난로가 보였다.  벽에는 박제한 사슴과 독수리가 걸려 있었고 커다란 탁자가 거실 가운데 놓여 있었다.  약간 괴기스러운 분위기였다.
다시 밖으로 나오려고 돌아서는 순간에 찬 바람이 안에서부터 불어왔다.


덜컹하면서 안방으로 보이는 방문이 활짝 열린 것이었다.

돌아서면서 열린 방 안을 보는 순간에 등줄기가 싸늘해지며 소름이 쫙 끼쳤다.


하얀 여인......

 

하얀 실내복을 입고 방안에서 열린 창문을 닫으려고 애를 쓰는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 여자는 바람에 열린 안방 문을 흘깃 보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긴 머리가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갸름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또렷하였다.
잠옷처럼 얇은 하얀 실내복은 바람에 날리면서 요염한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취하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꾸뻑 숙이며 인사하는 나에게 그녀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로 답례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틀어서 안 닫히는 창문을 닫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도와 드릴까요?"


나의 정중한 목소리에 그녀는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열린 창으로는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쳐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거실에 올라서서 안방으로 들어섰다. 


한쪽 벽은 한 쌍의 원앙새가 날아오르는 무늬를 한 커다란 옷장이 꽉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넓은 침대는 여러 가지 색으로 수를 놓은 얇은 이불이 덮여 있었다.  은은한 실내 조명은 따듯하게 보였고,  놓여 있는 하나 하나의 가구와 집기가 매우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실로 갑부의 침실로 보이는 풍경이었다.

 

그녀는 창문 옆으로 비켜섰다.  나는 창틀을 잡아서 힘껏 밀었다. 빡빡하게 안 닫히던 창문이 스르르 밀리는 듯 하더니 별안간 옆으로 빙 돌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떨어지면서 유리창이 조각조각 사방으로 흩어졌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푹 주저 앉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문틀이 어긋나 있는 것을 모르고 그냥 밀었더니...... 어떻게 하죠?"


나는 도망치고 싶은 심정으로 그녀에게 사과했다. 

얼굴을 가렸던 그녀의 두 손이 사르르 밑으로 내려왔다.  깜짝 놀란 표정에는 기묘한 눈웃음이 흘렀다.
검은 눈동자로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나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요염한 모습이었다.  롱 드레스를 펄럭이며 살며시 일어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제가 오히려 미안해요. 다치신 데는 없으신가요?"

 

 

2.

 

이층에서 그림자처럼 내려서는 사람이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파가 계단을 소리없이 내려서더니 방으로 다가왔다.  나이가 일흔 살은 넘어 보였다.


"엄마...... 괜찮아요. 창문이 떨어졌어요."

 

그녀의 어머니인 것 같았다.  노파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 말했다.


"저희 엄마인데요...... 별안간 말을 못하세요.  아마 실어증인가 봐요."

 

노파는 깊은 주름을 꿈틀거리며 알아 들었다는 표시를 보냈다.  나는 유리조각을 피하여 거실로 나왔다. 남의 안방을 어지럽힌 죄책감에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넘어가다가 자동차가 고장난 것을 말하고는 전화를 한통 쓰겠다는 부탁도 했다.  그녀는 거실 한쪽에 있는 전화기를 가리켰다. 


우선 이 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자동차 정비공장에 연락하여 견인차를 보내 달라고 하려고 했다.

전화수화기를 드는 순간에 밖에서 거친 남자의 음성이 들려 왔다.


"도대체 문을 잠그고 뭣들 하는 거야? 문을 못 열겠어?"


쿵쿵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는 의아해 하였다.  아까 내가 들어올 적만 하여도 열려져 있던 현관문인데...... 그리고 내가 문을 잠그지도 않았던 것인데, 문이 잠겼다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별안간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노파도 어쩔 줄 모르며 거실 가운데에서 서성거리는 것이었다.


"어머나~  그 사람이에요.  어떻게 하지......?"  그녀는 당황해 하였다.


노파가 나에게 오더니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더니 이층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었다.

 

"엄마...... 이 분을 이층의 방에 모시세요.  저 사람이 알면 큰일 나니깐 빨리 올라가세요."


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녀의 호들갑에 떠밀려 노파를 따라서 이층에 올라갔다.  소파가 놓여져 있는 가운데의 넓은 공간을 두고 사방으로는 방문이 쭉 달려 있었다.  무척 넓은 건물이었다.

 

얼떨결에 이층의 계단 바로 옆에 있는 캄캄한 방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노파는 입 속으로 무엇인가 우물우물 거리며 방안에 있으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는 문을 소리 안 나게 살짝 닫았던 것이다.


나는 얼른 창가로 달려가서 아래를 내려 보았다.  바로 밑이 현관문이었다.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손에는 긴 엽총을 들고 서 있었다.  화가 난 몸짓으로 문을 쾅쾅 두드렸다.


문이 열리며 남자가 안으로 쑥 들어서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나는 방문을 살짝 열고는 귀를 기울였다.  거실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와 하얀 여인...... 그리고 노파가 있었다.


남자의 언성이 약간 높아 있었고 간간이 그 여자가 변명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하나의 그림자가 내가 있는 방문 앞으로 스치는 것이 보였다.


날렵한 몸짓으로 계단을 소리없이 걸어 내려가는 그림자였다.  등골이 오싹 하였다.  분명히 이층에 있는 방에 숨어 있었을 것이다.   살금살금 벽에 붙어 내려가는 왜소한 폼이 불길하게 느껴졌다.

 

탕~ 하는 총소리가 들렸다.  뒤이어서 그 여자가 엄마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연이어서 총소리가 탕하고 났다.  그리고는 정적이 감돌며 피비린내가 감도는 듯 했다.
계단에 붙어 있던 그림자는 꼼짝도 안 했다.  고양이의 눈으로 거실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노파와 그녀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벽난로 앞에 쓰러져 있었다.  남자는 총을 탁자 위에 올려 놓고는 두 명의 죽음을 확인하듯 목덜미를 만졌다.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일어선 그 남자는 거실 구석으로 가더니 양탄자를 걷어 내었다.  한 귀퉁이에 지하로 통하는 비밀 출입구가 있었다. 

 

두터운 철문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두 여자를 포개더니 한꺼번에 번쩍 어깨 위에 걸머지고는 지하계단을 내려가는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 먹이를 노리는 듯한 눈매로 계단에 붙어 있던 그림자는 그 남자가 지하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거실의 탁자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탁자 위에 있던 엽총을 들어서 탄환을 확인하고는 의자에 앉아서 지하출입구를 노려보았다.

 

잠시 후에 지하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솟아 오르듯 거실로 올라서는 덩치 큰 남자에게 총구가 겨누어졌다.


"아니...... 이 나쁜 녀석 같으니......"


깜짝 놀래는 덩치 큰 남자가 소리쳤다.
그 순간에 엽총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그 남자는 땅 속으로 꺼지듯 지하계단으로 굴러 떨어졌다.

 

나는 계단 중간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한 순간에 세 명이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얼른 계단을 올라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왜소한 체구의 남자가 힐끗 나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나를 향하는 총구......
나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면서 그 총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탕~

휘청하는 몸이 아래로 구르는 것 같았다.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내가 죽었을까...... 아니면 꿈인가......

 

더듬거리는 손으로 내 몸을 어루만지며 눈을 떴다.  낡은 천장과 곰팡이가 까맣게 끼어 있는 벽이 보였다.  창틀이 부셔져 나간 창문 밖으로 안개가 흐르고 있었다.  빗소리가 세차게 들렸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분명히 총에 맞아서 쓰러졌는데,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또한 화려한 별장에 있었는데 나는 버려진지 오래 된 것 같은 방안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벌떡 일어났다.  어젯밤의 기억을 더듬었다.


문짝도 없는 방을 나서자 마자 나는 입을 딱 벌렸다.  등골이 오싹해 지면서 발이 얼어붙었다.
내가 총에 맞아서 굴러 떨어졌던 계단이 다 썩은 채로 방문 옆에 펼쳐져 있던 것이었다.  계단 아래로는 오래 되어서 알아 볼 수 없게 된 양탄자가 썩은 냄새를 풍기며 군데군데 깔려 있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는 삐걱거리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내려왔다.
거실 가운데에 섰다.  벽난로는 반쯤 허물어져 있었다.  문짝이 떨어져 나간 안방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하얀 여인이 서 있던 창문이 보였다.  머리끝이 쭈삣 곤두섰다.

 

한 걸음씩 뒷걸음질 쳤다.  현관문을 나서며 재빨리 밖으로 튀었다. 
넓은 정원을 가로 질러서 뛰어가려는 순간에 나는 또 숨이 턱 막히며 발이 얼어붙었다.

 

잔디가 깔려 있던 정원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파라솔이 있던 연못은 썩은 물만 고여 있었다.


그리고......

 

어젯밤에 고갯길을 넘어서 고장난 채로 서 있던 내 자동차가 별장마당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었다.

 


3.

 

시계는 오후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하여 저 아래에 있던 차가 별장마당의 한가운데에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별장 정문을 바라보았다.  정문은 부셔져 있었고 비포장도로 가운데에는 별장으로 들어온 내 차의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이층으로 된 커다란 별장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지 꽤 오래 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어젯밤에는 별장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으며 하얀 여인과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그녀의 남편과 정체불명의 남자가 있었다.  더구나 세 명이 죽음을 당하는 살인현장이 아니였던가......

 

차에 올라서 시동을 걸었다.  묵묵부답이었다.  길 아래에 놓아 두었던 고장난 차가 어떻게 여기를 올라왔는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자동차 키는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차의 본네트를 열었다.  복잡한 엔진부품을 이리저리 만졌지만 어디가 고장났는지 답답하기만 하였다. 

터덜터덜 별장을 뒤로 하고 걷기 시작했다.  비포장도로에는 내 차의 바퀴자국이 선명했고 별장입구에 도달하니 내 차가 고장나서 서 있던 도로가 그대로 있었다.


분명히 이 곳에 차를 세워 두었는데, 누가 고장난 차를 어떻게 별장까지 끌어다 놓았을까......


나는 거꾸로 내가 온 길을 가기로 하였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이 곳까지 한 시간 남짓 왔으니,  걸어간다며 세 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걷는 중간에 지나가는 차라도 만나면 더 좋은 것이다.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안개는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흠뻑 비에 젖어 걸었다.


날이 어둑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깜깜해지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지나가는 차도 없으니 지금 있는 곳이 얼마만큼 깊은 산 속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세 시간은 넘게 걸었다.  어렴풋이 불빛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을에 자동차 정비공장이 없다고 하여도 전화를 쓸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핸드폰을 켰지만 아직도 통화불능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었다.  전혀 신호가 뜨지 않는 것이다.

짙은 안개가 살짝 걷히는 짧은 순간에 불빛이 선명하게 보였다.


영동고속도로 입구에 있던 조그만 동네 같았다.  걸음을 빨리하여 걸었다.  깜빡깜빡 거리는 쪽을 향하여 걷던 나는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

 

별장...... 하얀 여인이 있었던 별장 앞에 내가 와 있는 것이었다.


어젯밤 처음 보았던 그 모습으로 거실에는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으며 파란 잔디는 빗 속에서 날카로운 끝을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서 있던 내 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그 자리에는 주목나무와 연못,  그리고 울긋불긋한 파라솔과 하얀 의자가 몇 개 있는 것이었다.

 

나는 한숨을 깊게 들이켰다.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분명히 어젯밤의 그 모습이었다.
뒷걸음질 쳤다.  분명히 귀신에 홀린 것이다.  황당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로 벌어진 것이다.
돌아서는 순간에 나는 수렁으로 빠져 드는 듯한 아찔함을 느꼈다.

 

"어머나...... 언제 잠에서 깨셨어요?"


내 등 뒤에서 커다란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여자는 바로 하얀 여인이었다.  생긋 미소를 지으며 반색을 하는 얼굴은 무척 청초하게 보였다.  놀란 내 얼굴을 보면서 자신도 깜짝 놀라는 듯이 말했다.


"왜 그러세요?  어디가 편찮으세요?"

 

나는 이를 악물었다.  등에서는 진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 차가 고장났다고 하셨죠?  지금 전화를 걸어서 견인차를 부르시면 될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한 그녀는 앞장서서 건물을 향하여 걸어갔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거실에 들어서자 어젯밤에 본 그대로의 풍경이었다.  열려져 있는 안방의 방바닥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또한 떨어져 나간 창문도 새로 갈아 끼워져 있었다.


"아까 읍내에 연락해서 창문을 고치는 사람이 왔다 갔어요.  깨끗하죠?"


나는 그녀의 말에 끄덕이며 잽싸게 전화수화기를 들어서 다이얼을 눌렀다.

114에 걸어서 읍내의 자동차 정비공장을 찾으니 금방 안내번호가 나왔다.


"문의하신 번호는 033) 495국에 9267번입니다."


정비공장 전화번호를 눌렀다.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커피를 마시고 있는 하얀 여인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를 어디라고 해야 되죠?"


"아~ 여기 말이죠?  여기는 서울별장이라고 하면 되어요.  서울별장 입구에 차가 있다고 하면 되죠."
정비공장 직원은 두 시간 후에 별장으로 찾아 오겠다고 말했다.

 

하얀 여인은 주방에서 커피를 한잔 타서 내왔다.
눈웃음을 치면서 나를 보고 탁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라고 했다.  어찌 되었던 두 시간만 있으면 정비공장 직원이 견인차를 몰고 이 곳에 올 것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조금 전에 어머니가 집으로 가신다고 하셔서 제 남편이 차에 태우고 서울로 가셨어요."


나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의 그 남자...... 앞에 있는 여자와 노파를 엽총으로 쏘아 죽였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정체 모를 왜소한 체구의 남자에 의하여 총에 맞아 죽지 않았는가......

 

나는 그녀가 앉아 있는 의자 옆으로 가서 뚫어지게 그녀의 눈동자를 보았다.
정말로 미인이었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풍만한 몸은 매혹적이었다.  천천히 입을 떼었다.

 

"저...... 한가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호칭을 사모님이라고 해도 되죠?"


"호호...... 그냥 이름을 불러 주시면 되어요.  저는 유 하영이예요. 하영이라고 부르시면 되죠."

 

나는 돌진하듯 말했다.
"좋습니다. 하영씨...... 어젯밤에 제가 이 곳에 도착하여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는지 아세요?"


하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궁금한 듯이 물었다.
"무슨 일이라니요?  아마 피곤하셨던 모양이어요.  저녁때 까지 방에서 그냥 주무시던데......"

 

"그러면 제가 이층의 방에서 어젯밤부터 조금 전까지 계속 잠을 잤다는 말씀인가요?"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드는 상황이었다.

 

"호호...... 그럼요.  제 신랑이 아저씨 차를 견인시키겠다고 저에게 물어 보라고 해서 올라가 보니깐, 아저씨는 정신없이 주무시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신랑이 그냥 서울로 간다고 하면서 아저씨가 깨면 저녁까지 대접해서 보내 드리라고 했는데......"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면 내가 본 모든 사실이 하나의 꿈이었단 말인가.


"아닙니다.  하영씨는 무엇인가 거짓말을 하고 계십니다.  어떤 불가사의한 일이 지금 벌어졌던 것을 숨기고 계십니다.  하영씨는 오늘의 하영씨가 아니고 과거의 하영씨라고 보면 이해하시겠어요?"

 

하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커피를 홀짝 마시더니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제가 우연이 알게 된 이 별장의 비밀을 하나 말씀 드리면 이해하시겠어요?"
나는 거실의 구석을 힐끔 보았다.  비밀지하출입문이 있는 곳이었다.  진지한 나의 표정을 본 하영의 얼굴도 굳어졌다.


"별장의 비밀이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이죠?"

 

나는 일어나서 천천히 거실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손가락질을 하면서 말했다.


"바로 이 양탄자 밑에 별장의 지하로 통하는 출입문이 있는 것을 아시죠?"
하영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일어났다.


"그것이 무슨 말이예요?  저는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4.

 

그녀는 호기심이 잔뜩 어린 표정이었다.  얼굴에는 장난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나는 어젯밤에 목격한 지하실입구가 있는 거실 구석으로 갔다.   거실 모퉁이에 깔린 양탄자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용기를 내었다.  현재의 미스터리를 당사자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양탄자의 끝 부분을 잡고는 휙 제쳤다.  지하로 통하는 철문을 보여 주려고 했다.
순간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만 눈에 들어왔다.  있어야 할 출입문이 온데 간데 없는 것이었다.  발로 바닥을 쿵쿵 때렸지만 둔탁한 콘크리트 바닥은 단단하기만 하였다.

 

전화벨 소리가 찌르릉 하고 울렸다.  그녀는 얼른 전화를 받더니 나에게 건네 주었다.
가까운 거리...... 수화기를 건네 받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를 보았다.  살풋한 살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지나갔다. 

 

"금성자동차 정비소인데요...... 지금 견인차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에 꼼짝 못해요.  아무래도 지금 못 가겠습니다.  내일에 보낼 수는 있는데......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하영은 바로 옆에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실망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 놓는 모습이 재미 있다는 듯이 싱글거리는 표정이었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을 정리했다.

분명히 어젯밤에 이 곳에 들어섰다.


그녀와 노파, 그리고 밖에서 문을 두드리던 그녀의 남편,
이층의 어느 곳에서 그림자처럼 나타난 왜소한 체구의 남자.

 

그녀의 남편이 쏜 총에 그녀와 노파가 죽었다.  남편은 시체를 어깨에 지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숨어 있던 왜소한 체구의 남자가 나타나 탁자에 얹혀 있던 엽총을 들고 그녀의 남편을 기다렸다.
다시 한방의 총성...... 그리고 나를 발견한 순간에 불을 뿜었던 총구.

 

눈을 뜨니 폐허가 된 별장의 이층에 내가 누워 있었다.
분명히 별장입구에 세웠던 내 자동차가 잡초만 무성한 별장마당에 세워져 있었다.
세 시간을 넘게 산 속을 빙빙 돌다가 다시 도착한 이 곳은 어젯밤과 똑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하루종일 잠을 잤었다고 말하는 그녀.


증명하려고 들춘 거실 구석의 바닥은 지하로 통하는 문이 없었던 것이다.

별안간 음악소리가 들렸다.  하영은 거실에 있는 오디오를 켜고는 볼륨을 조정하고 있었다.


"이 곡이 무슨 곡인지 아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음울한 교향곡이 거실에 너울거렸다. 

 

"모짜르트가 죽기 직전에 작곡한 진혼곡이거든요.  추운 겨울날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모짜르트를 찾아 와서, 자기의 주인인 백작이 곧 죽을 것이라고 하면서 진혼곡을 부탁했어요.   모짜르트도 추위와 굶주림에 병들어 있었는데,  그 부탁을 받는 순간에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고 하더군요. 

 

나는 고전음악에 대하여는 아무런 지식도 없었다.  그녀는 오디오 앞에 서서 혼자 말하듯이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요...... 작곡을 승낙하는 순간에 검은 옷을 입은 집사라는 사람이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었어요.  그래서 모짜르트는 그 집사가 자기를 데리러 온 죽음의 사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즉시 진혼곡을 작곡했죠.  자신의 장례식을 위한 곡이었죠."

 

모짜르트의 진혼곡은 거실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목격한 끔찍한 장면이 하나의 꿈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말대로 나는 무척 긴 잠을 자고 있었고,  그냥 꿈을 꾸었는지도 모른다.

 

"진혼곡을 다 작곡한 후에 모짜르트는 죽었죠.  너무도 가난해서 장례를 치룰 돈도 없었어요.  그래서 동네의 장의사들이 모짜르트의 시신을 관에 담아서 산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그냥 버렸다고 하더군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얼은 땅을 파서 묻기 귀찮으니깐 산 속에 버린 것이죠.  그래서 모짜르트의 묘지는 없어요...... 호호호...... 정말 웃기는 얘기죠? ...... 정말 웃음이 나와서 죽겠어요......호호호......"

 

나는 두터운 커피잔을 달그락 거리며 양탄자 바닥에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감각은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더듬고 있었다.  약간은 들뜬 듯한 목소리와 날카로운 웃음소리......


긴 머리를 출렁거리며 몸을 흔들기도 했다. 

 

"생각해 보세요.  시체도 없이 진혼곡만 있다는 것이 얼마나 웃겨요...... 호호호...... 지금 들리는 이 곡이 말이죠,  산 계곡에 굴러다니는 모짜르트의 해골의 눈구멍으로 들어간 바람이 입을 통해 나오는 소리 같지 않나요?  호호호호......  정말 상상만 해도 웃겨 죽겠어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떤 광기기 서려 있었다.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뒤에서 비치는 환한 조명이 그녀의 하얀 실내복을 뚫고 있었다.  흡사 얇은 잠옷처럼 그녀의 요염한 몸매를 드러낸 옷자락이 펄럭거리고 있었다.

 

"저는 말이죠.  바이올린을 켜는 키를 볼 때마다 모짜르트의 다리뼈가 상상이 되어요.  교향곡을 연주하는 모든 주자들이 뼈 조각을 가지고 소리를 내는 것 같거든요.  얼마나 멋진 진혼곡이겠어요?  죽은 사람의 뼈로 연주하는 진혼곡이...... 호호호...... 정말 환상적인 장면이어요. 호호호...... 정말 멋져요~"

 

나는 벌떡 일어서며 그녀를 향하여 소리치듯 말했다.
"하영씨는 현존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하죠?  그렇죠?"

 

두 팔을 벌리며 진혼곡에 맞추어 너울대던 그녀는 긴 머리를 쓸어 올리며 나를 쳐다 보았다.
나와 시선이 딱 마주친 채로 그녀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는 별안간 나를 손짓하며 그녀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린 것이었다.

 

"호호호호...... 아저씨, 정말 아저씨가 어떻게 된 것은 아니예요?  제가 사람이 아니라면...... 귀신이라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허공을 향하여 깔깔거리던 그녀는 나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나는 꼼짝 안하고 의자 옆에 서 있었다.

 

"저를 만져 보세요.  저의 따듯한 몸을 끌어안아 보세요.  제가 인간이 아니란 말씀이세요?"


그녀는 몸을 바싹 내 가슴에 들이댔다.  그리고는 두 손을 들어서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눈에서는 불꽃이 튀고 있었다.  여체의 거친 숨결이 나의 턱 밑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제가 귀신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증명해 드릴까요?  저의 침실로 같이 가요.  저를 부정한 여자라고 욕하지 마세요.  어젯밤에 무서운 현장을 목격하셨죠?  그리고 오늘도 산 속을 헤매다가 여기에 다시 오셨죠?  저는 다 알아요.  아저씨가 무엇을 보았으며 생각하고 있는가를 다 알고 있어요.  같이 침실로 가요...... 제가 다 알려 드릴게요.  궁금한 것을 모두 설명해 드리면 되잖아요."

 

그녀는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안방에 있는 침대로 한 걸음씩 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요염한 여체에 밀리고 있었다.  머리 속으로는 반항을 하면서도 몸은 침실로 끌려가는 것이었다. 

 

침대에 눕혀진 내 몸 위로 그녀의 몸이 밀착되어 왔다.  뜨거운 입술이 덮쳤다.  나는 빠져 드는 육체의 본능 속에서도 그녀의 정체를 더듬었다.  허리를 감았다. 손으로 그녀의 몸을 더듬으며 정체를 알려고 노력했다.  과연 허상의 여인의 몸이 이렇단 말인가...... 살아 있는 여체였으며 박동하는 심장의 고동이 느껴졌다.

 

깊은 잠...... 그녀의 말대로 나는 긴 잠에서 깨어났다.


내 몸은 다 썩어서 주저 앉아 버린 안방의 침대 위에 눕혀져 있었다.  유리창이 깨져 나간 커다란 창문으로 비바람이 간간이 몰아쳐 들어왔다. 거실에 나가서 마당을 보니 내 차는 잡초가 무성한 마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

 

별장을 떠돌고 있는 혼이 나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이 곳에서 일어났었는가?


처음에 목격한 것처럼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일까?

 

별안간 시장기가 느껴졌다.  차에 가서 트렁크를 열고 버너와 냄비를 꺼냈다.
그녀가 춤추던 거실에 앉아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모짜르트의 뼈 조각으로 연주하는 진혼곡이 곰팡이로 덮인 벽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허기를 채운 후에 별장을 수색하기로 하였다.  삐걱 거리는 계단을 밟으며 이층으로 올라갔다.  가운데의 넓은 공간을 두고 삥 둘러 있는 방이 문짝이 떨어져 나간 모습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축축한 바람이 사방에 널린 방을 들락거리며 허공에서 돌았다.

 

 

5.

 

시계는 오후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겹게 내리는 비였다.  바람에 날리며 굵어졌다가 가늘어지는 유희를 반복하며 비는 내리고 있었다. 

 

내가 첫 날에 숨어 있던 계단 옆 방에 들어섰다.  흡사 수사관처럼 방안을 세심하게 살폈다.
첫 날에 이 방에서 잠을 잤었지만 내가 뒹굴던 자국은 전혀 없었다.  곱게 곱게 깔린 먼지는 몇 년간을 아무도 이 곳에 다녀가지 않았다는 표시였다.

 

이틀 동안을 이 곳에 머물었지만 내 흔적은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다른 방을 들여다 보았다.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썩어 무너진 가구 틈으로 굵은 지네가 등줄기를 번뜩이며 기어 가고 있었다.

 

하나씩 방을 살피고 나가던 나는 우뚝 섰다.  다른 방들은 모두 문짝이 떨어져 나갔지만 딱 하나의 방이 문이 닫힌 채 있는 것이었다.  하얀 쇠로 된 손잡이는 먼지가 잔뜩 낀 채로 변색되어 있었다.

 

손잡이를 꽉 잡고는 서서히 돌렸다.  뻑뻑하게 잘 돌아가지 않았다.  힘을 꽉 주고는 힘껏 돌렸다.
뿌드득 하는 감촉이 전달되어 왔다.  얼마만에 이 문이 열리는 것인가...... 오랫동안 닫혀 있었다.

 

손잡이가 다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는 문을 밀었다.  삐걱하는 소리가 나며 굳어진 듯한 문틈에서 먼지가 날렸다.  발로 문을 탁 차며 활짝 열어 제켰다. 

 

머리끝이 곤두섰다.  흡사 혼령이 방에 갇혀 있다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방바닥에는 이미 썩어 버린 이불이 깔려 있었다.  아마 칠 팔 년은 바닥에 깔려 있는 채였을 것이다.
장롱의 문짝은 열려진 상태였고 안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옷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한 쪽 벽을 가로지른 낮은 탁자와 구형 테레비가 놓여 있었다.  그 밑으로는 굴러 떨어진 몇 개의 꽃병과 검게 변색되고 마른 꽃이 흩어져 있었다.  이 건물에서 가장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방이었다.


커다란 유리창은 건재했다.  무늬를 알아 볼 수는 없지만 고급 천으로 된 커텐도 창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나는 그로테스크하게 테두리가 다듬어진 거울을 보았다.  거울은 벽에 걸린 채 방 안을 그 안에 담고 있었다.  거울 앞에 우뚝 서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몇 일만에 대하는 내 모습이었다.

 

밖은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나는 밤새도록 걷더라도 이 곳을 탈출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 이 곳으로 돌아 온다면...... 분명히 어젯밤은 쳇바퀴를 돌았던 것이었다.  오기가 솟아 올랐다.  이 곳에서 벗어 날 수 없다면 정면승부를 거는 수 밖에 없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별안간 거울에 하나의 빛이 스치는 것 같았다.
방안이 소란해지면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숨이 턱 막히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휙 돌아서며 테레비를 보았다.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낮 익은 아나운서의 모습이 저녁 뉴스를 방송하고 있었다.

 

벽을 타고 스르르 내려 앉으며 테레비를 응시했다.  화면 속에는 서울의 명동성당 앞에서 시위하는 군중이 보였다.  최루탄을 쏘면서 시위대를 해산시키려는 경찰의 모습도 보였다.

 

"명동성당에 몰려든 수만 명의 군중은 정권퇴진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는 시위에는 넥타이 부대라고 하는 일반인도 대거 참가하고 있으며 범국민적인 정권퇴진 운동으로 시위가 전개되어 가고 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제하는 자리에서 정권이양에 관한 문제를 논의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는 정신이 아뜩해졌다.  노태우 대통령이라면......


문민정부가 출현하기 직전의 뉴스인 것이다.  팔 년 전의...... 바로 팔 년 전의 뉴스가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는 눈을 감았다.  김영삼 정부를 너머서 지금은 김대중 정권이다.
시간에 대한 혼돈이 밀려왔다.  내가 팔 년 전으로 돌아가 있다는 것인가.

 

나의 어깨를 흔드는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라며 돌아 본 순간에 또 하나의 정경이 펼쳐져 있었다.
환하게 불이 켜진 방에 내가 앉아 있었고 그녀는 하얀 실내복을 늘어뜨린 채 내 옆에 서 있었다.

 

"어머나...... 많이 아프세요?  감기가 무척 심한 모양이에요.  이마에서 진땀이 흘러요."


힐끗 테레비를 보았다.  테레비는 깜깜한 화면만 드러내 놓고 있을 뿐이었다.

"방금 테레비가 나왔는데...... 어떻게 된 거죠?"


무척 침착하게...... 낮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호호호...... 여기는요,  산이 깊어서 테레비가 안 나와요.  처음에는 그것도 모르고 테레비를 사 왔는데 이제는 무용지물이 되었어요.  미안해서 어떻게 해요?  심심하신 모양이죠?  호호"

 

"저...... 식사를 준비했어요.  오늘도 하루종일 주무셨어요.  아저씨는 잠꾸러기가 맞죠?  호호호"
촉촉한 눈매로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그윽해 보였다. 

 

나는 정상이 아니였다.  지독한 독감에 시달리고 있던지 아니면 이 별장의 귀신들에게 희롱을 당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층의 방은 환한 불이 켜져 있었다.  그녀를 따라서 거실로 향했다.  따듯한 조명은 사방을 비치고 있었으며 모짜르트의 진혼곡은 허공에서 너울거리고 있었다.

 

거실의 탁자에는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따듯한 밥과 미역국,  그리고 여러 가지 나물이 놓여져 있었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끌며 의자에 앉았다.


"아까 점심때에 어머니가 오셨어요.  저 혼자서 산 속에 남겨 둔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에요.  서울에서 운전기사가 태우고 오셨더라고요...... 호호......"

 

눈을 들어 주방을 바라보았다.  문틈으로 노파가 얼굴을 내밀었다. 


무표정한 얼굴을 찡긋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냉정한 태도로 숟가락을 들었다.  밥을 가득 떠서 입 속에 넣었다.  오늘은 정면승부를 내려고 다짐했다.  이마에 흐르는 진땀을 손으로 쓱 닦으며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많이 드세요.  저는 요리솜씨가 없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저녁을 직접하셨어요.  호호...... 맛있죠?"


나는 주방에서 내다보고 있는 노파를 향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벽난로에는 장작이 탁탁 소리를 내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훈훈한 기운이 탁자까지 밀려왔다.


식사가 끝나자 노파가 탁자를 깨끗하게 치웠다.  그리고는 소리없이 이층 계단을 올라 모습을 감추었다.

 

"위스키를 한잔 하시겠어요?  저의 남편이 외국에 출장 갔다 오던 길에 사 온 것인데요,  발렌타인 30년 산이 있어요.  아주 귀한 위스키라고 하더군요.  날씨도 꾸물거리는데 기분전환을 해 보세요."


그녀는 거실 한 쪽에 전시되어 있는 양주를 쭉 보더니 화려한 라벨이 붙어 있는 병을 하나 꺼냈다.

"언더락으로 드릴까요?"  냉장고 문을 열면서 그녀가 말했다.


"그냥 스트레이트로 주세요."  나는 사뿐사뿐 움직이는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에 취하듯 말했다.

 

그녀는 벽난로 옆에 놓여 있는 긴 소파로 나를 끌고 갔다.  건네주는 위스키가 잔 속에서 찰랑댔다.  그녀는 얼음이 들어있는 술잔을 달랑달랑 흔들며 웃었다.

 

나는 소파 앞에 놓인 탁자 위를 바라보았다.  영국황실의 인증을 받았다는 죠지발렌타인 라벨이 눈에 들어왔다. 

 

그린핀(Griffin)....... 독수리의 날개와 머리에 사자의 몸을 한 괴상한 동물그림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보물을 지키는 영물이라고 했던가...... 언젠가 스텐드빠에서 칵테일을 만드는 종업원에게 들은 기억이 났다.

 

위스키를 한 모금을 입 속에 넣고는 몇 번 굴리다가 삼켰다.  뜨거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지금 말이죠.  저 위스키병에 붙어 있는 괴상한 동물처럼 시간이 뒤죽박죽 되어 있는 기분이어요."

내 곁에 앉는 그녀를 보고 말을 던졌다.


그녀는 상체를 내 어깨에 살짝 기대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빛이 촉촉이 다가왔다.
긴 머리 사이로 하얀 목덜미의 선이 보였다.  그 밑으로 불쑥 솟은 젖가슴은 관능적이었다.

 

"호호호...... 세상에 뒤죽박죽이 안 되어 있는 것이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이 위스키를 만든 마스터도 이미 죽은 인물이죠.  얼음조차도 넣지 않은 스트레이트로 순수함을 맛 보고 있지만, 맛에 취하여 눈을 감아 보세요.  스콧트랜드의 언덕 위에서 오크통을 열고 있는 마스터가 보일 거예요."

 

그녀는 나의 팔을 가슴에 끌어안고는 몸을 밀착시켜 왔다.


하얀 얼음이 들어있는 잔을 달랑달랑 흔들며 내 눈 앞에 들이댔다.  붉은 메니큐어를 바른 그녀의 손톱이 잔과 함께 무늬를 그렸다.

 

"세상은 말이죠.  정상적인 상태라는 환상에 착각하는 사람들만 살아요.  알고 보면 모두가 삐뚤어진 모습이어요.  생각해 보세요. 시체도 없는 장례식장에서 진혼곡만 흐른다며 누가 정상적이라고 하겠어요?" 

 

독주의 취기에 내 의식은 흔들리고 있었다.


"텅 빈 관과 진혼곡이라...... 호호호...... 그리고 이 위스키도 마찬가지죠.  이 술을 책임진 마스터도 무덤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렇지만 죽은 자의 맛은 향기롭잖아요.  너무도 황홀한 기분이잖아요.  한 잔을 더 따라 드릴께요....... 호호호"

 

빨간 메니큐어가 칠해진 그녀의 손톱이 가슴을 더듬었다.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저항했다.  눈을 크게 뜨고는 그녀의 얼굴에 내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하영씨...... 지금 나는 유령과 함께 술잔을 나누고 있는 것이 맞죠?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아까 테레비 뉴스에서 팔 년 전의 사건이 방송되고 있었어요.  저는 2000년 밀레니엄시대라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아닌 김대중 대통령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죠."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말씀이세요?  김대중 대통령이라니......  호호호...... 아저씨는 무엇인가 혼동하고 계시는군요.  감기가 독한 모양이에요.  아까 헛소리도 하시더니 꿈을 꾼 것이 맞죠?  어머나...... 어쩌면 좋죠?"

 

나는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무엇인가 나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유령입니다.  나에게 무엇인가 부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내 말이 많죠?  그렇죠?"

 

그녀는 별안간 깔깔거리며 크게 웃었다.  진혼곡은 산을 넘듯이 높은 음자리에서 울고 있었다.


"저는 당신에게 몸까지 드렸어요.  제가 유령이라고요?  좋아요...... 유령이라고 칩시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랑하는 것이 맞죠?  당신과 내가 저 방의 침실에서 쓰다듬고 어우러져 있었는데,  당신도 나를 사랑하는 것이 맞죠?  호호호호......"

 

그녀는 내 품 속으로 몸을 던지듯 기대었다.  내 이마를 어루만지며 젖은 눈빛으로 말했다.


"많이 아프시죠?  열도 많은 것 같아요.  제가 당신을 따듯하게 데워 드릴게요.  저를 끌어 안아 보세요. 꼭 끌어안고 눈을 감아보세요.  위스키도 한잔 더 드릴까요?  단숨에 마시고 제 품 속에서 푹 주무세요.  당신은 너무 많이 아픈 것 같아요."

 

술기운이 전신을 휘감았다.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 매끈한 그녀의 몸이 밀착되어 옴을 느꼈다.
그녀가 귀에 대고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사랑해 주세요.  저를 많이 사랑해 주세요.  혼돈에 빠지지 마시고 저를 끌어안고만 계셔요.  이마에서 열이 펄펄 나고 있네요.  내일이면 깨끗하게 다 낳을 거예요....... 아~ 행복해요.  정말 행복해요."

 


6.

 

나는 타는 갈증에 눈을 떴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내 몸은 빗 속에 있었다.  사방에서 비가 퍼붓는 가운데에 차 안에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손을 들자 앞에 있는 핸들이 잡혔다.

 

밖은 어둠과 빗소리 뿐이었다.  더듬거리며 차의 키를 돌렸다.


부르릉~  단번에 시동이 걸렸다.  전조등을 켜자 앞이 환해지면서 뿌연 안개가 몰려왔다.  삼 일전에 자동차가 섰던 장소에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별장 쪽을 바라보았다.  캄캄한 어둠과 안개만 흘렀다.  희미하게 보였던 별장의 불빛이 안 보였다.

 

차에 붙어 있는 시계는 열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아를 드라이브에 놓고 천천히 가속패달을 밟았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뿌연 안개 때문에 시야는 짧았지만 노란색 중앙선을 따라서 고개를 내려갔다. 

몇 일이 흘렀는지 몰랐으며 어떻게 차 안에 앉아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내 살을 꼬집어 보았다.  따끔한 아픔이 느껴졌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었다.  멍한 상태로 차를 몰았다.  얼른 마을이 나오기를 고대하면서 앞을 바라보다가 힐끗 룸밀러를 보았다.

 

그 순간에 머리 꼭지가 서늘하여졌다.


룸밀러에 비친 하얀 여인...... 그녀는 뒷좌석에 앉아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싸늘한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 눈웃음을 치면서 긴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저를 사랑하신다고 했죠?  비록 당신이 유령이라고 해도 한가지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매력적인 여자입니다.  내 혼을 뺏을 수 있는 여자죠."

 

별안간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의 모습이 룸밀러에 비쳤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하고 있었다.
"같이 서울로 올라갑시다.  그리고...... 당신의 한을 풀어야겠습니다."


하얀 여인은 빗소리와 함께 한없이 울고 울었다.

 

약 삼십 분 정도를 내려오니 짙었던 안개가 걷혔다.  전조등의 불빛이 어둠의 끝까지 뻗쳤다. 
횡성 4 km......
길 옆에 서 있던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몸에서는 열이 펄펄 나고 있었다.  온 몸이 욱신거리며 쑤셨다. 


여기저기에 네온간판이 켜있는 횡성 읍으로 들어섰다.  눈에 들어오는 모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상비약으로 가져온 진통제를 두 알 꺼내서 먹은 후에 모텔 방의 침대에 누웠다.

 

하얀 옷깃이 펄럭이며 눈 앞을 스치는 것 같았다.  뜨거운 입술과 관능적인 그녀의 몸짓이 나에게 밀착되어 오는 것 같았다.  나는 수렁으로 빠져 들듯이 의식을 잃어 갔다. 


지금 어떤 시대의 어느 곳에서 내가 있는 것일까.......  세상에 뒤죽박죽이 아닌 것이 없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뜨겁게 속삭이며 사랑한다고 몸부림 치던 그녀의 열정이 가슴을 짓눌렀다.

전화벨 소리였다.


희미한 의식으로 전화벨 소리가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더듬거리며 전화벨 소리 들리는 쪽으로 팔을 뻗었다. 


"체크아웃 시간이에요.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모텔의 카운터에서 나를 깨운 것이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다.  금새 비를 퍼부을 듯한 먹장구름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몸이 개운한 것 같았다.  벌떡 일어나 욕실에 가서는 샤워기를 틀었다.

 

푹 주저앉아서 뜨거운 물을 사정없이 머리에 뿌렸다.  하얀 여인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지금 이 방의 어느 곳에서 울고 있는 것이다.  그 옆에는 말을 못하는 어머니가 잔뜩 주름진 얼굴을 찡긋거리며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

 

모텔 문을 나서서 가까운 자동차 정비소로 차를 몰고 갔다.


시동이 별안간 꺼진 원인을 찾아 달라고 했다.  정비소 직원은 본네트를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정비소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옆에 있던 중년은 넘은 듯한 남자에게 물었다.

 

"혹시 금성자동차 정비공장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별장에서 견인차를 보내 달라고 했던 곳이었다.
중년남자는 나를 힐끗 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그 정비소는 망한 지 오래 되었어요.  지금은 없는데......"


흠칫 놀랬다.  그러면 오래 전에 망한 정비소에서 내 전화를 받았던 것이 아닌가.

별안간 뒤죽박죽되었던 시간이 생각났다.


"오늘이 몇 일이죠?"  중년남자는 벽에 걸린 달력을 보더니 28일 이라고 말했다. 

 

7월 28일.


내가 불령사를 출발한 날이 27일 이었다.  생각을 더듬었다.
별장에서 삼 일간을 있었지만 그것은 실종된 시간이었다.  어젯밤 열 시경에 별장 입구에서 자동차가 고장 났던 것이다. 그리고 열 시 삼십 분에 그 곳을 출발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삼십 분이라는 시간만 그 별장에서 머물렀다는 결론이었다.

 

분명히 삼일 간이었다.  살인사건이 나던 날...... 그녀가 나를 유혹하던 날......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며 나를 품에 끌어안고 속삭이던 날.

 

"혹시 둔내에서 넘어오는 길에 커다란 별장이 있나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묻는 나를 중년남자는 힐끗 쳐다 보았다.

"아...... 태기산 기슭에 있는 별장을 말하는 모양이네요.  서울별장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안 산지 꽤 오래 되었어요.  왜 그러세요?"


중년남자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어젯밤에 그 별장 입구에서 차가 멈추었거든요.  그런데 별장에 불이 켜져 있었어요. 그래서 문을 두드리니깐 아무도 대답이 없더라고요."
나는 어젯밤의 일을 숨기면서 대답했다.

 

"아이구~ 아저씨도 그런 일을 당하셨구나.  가끔 그 곳을 밤에 넘어오는 사람들이 별장에 불이 켜져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별장은 팔 년 전부터 사람이 안 살아요.  지금은 완전히 폐허가 되었죠."

 

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남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중년남자는 심심하던 차에 이야기 상대를 만난 듯이 계속 말을 이었다.

 

"서울사장님이라는 덩치가 무척 큰 사람이 그 별장을 지었어요.  돈도 무척 많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별장을 짓고 일 년 정도 지났을까...... 서울에서 그 분의 아들이라는 사람이 경찰을 데리고 내려와서는 별장을 샅샅이 뒤졌어요.  말로는 그 분의 아버지가 실종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아마 젊은 여자와 같이 살았던 모양인데, 그 여자와 장모도 별장에서 사라졌다는 말이였죠."

 

"찾았나요?"  짧은 나의 질문이었다.

 

"아니죠.  못 찾았어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 후에 별장에 관한 소문이 이상하게 돌았어요.  약초를 캐는 사람이 비를 만나서 그 별장에서 잤는데,  그 다음날은 시체로 발견되었어요. 물론 의문사죠.  말로는 심장마비라고 하던데...... 하여튼 그 곳은 아무도 얼씬대지 않아요.  비오는 밤이면 불이 켜지고 사람이 통곡하는 소리도 들린다고 하더군요."

 

중년남자는 담배를 한대 꺼내어 물더니 말을 계속했다.


"몇 년 전인데,  이 동네의 젊은이들이 별장에서 몇 일을 지냈어요.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었죠.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의 진상을 밝히려고 했던 것이죠.  첫 날에 땅 속에서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데요.  그래서 다들 도망을 나오고 간이 큰 젊은이 한 사람만 딱 남았어요."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런데...... 몇 일이 되어도 별장에서 안 내려오니깐 동네 친구들이 낮에 그 곳을 가 보았데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미쳐서 안방에서 뒹굴 거리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밥도 굶고 거지꼴이 되어서 실실 웃고 있었는데,  지금은 정신병원에 입원한지 오래 되었어요."

 

내 차를 손보던 정비공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차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서울로 향했다.  룸밀러에 하얀 그림자가 언뜻 스쳤다.


빗 속에서 흐느끼는 하얀 여인의 혼이 차에 타고 있었다.  뒷좌석에서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7.

 

월드비지니스 주식회사.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탄탄한 무역회사였다.  김사장은 오늘 화끈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미국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유통업체 본사였다.  미국에 판매망을 수백 개나 가지고 있다는 그 회사의 사장이 협력업체로써 자신의 회사를 지목했다는 것이었다.

 

오늘 그 회사의 지사장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자이언트 빌딩 908호. 


김사장은 차에서 내려 승강기를 타고 올라갔다.  잠시 후면 그 회사의 한국지사장과 만나서 천문학적인 금액의 수출상담을 하게 된다.  불현듯 날아 온 행운에 김사장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승강기에 내린 김사장은 사무실 문에 달려 있는 번호와 상호를 보며 걸어갔다. 
904호. 905호...... 저 끝에 보이는 사무실 같았다.  가슴을 쭉 펴면서 천천히 걸었다.


906호 사무실 앞을 지나는 순간에 슬며시 906호의 문이 열리면서 김사장의 목에 줄이 탁 걸렸다.

 

어흑~


숨죽인 비명소리와 함께 906호로 끌려 들어간 김사장은 단박에 입이 틀어 막혔다.  두터운 테이프가 입에 붙여지고 눈이 수건으로 동여 매어졌다.  손과 발이 꽁꽁 묶여 버린 것이었다.

 

어둠을 뚫고 한 대의 차가 산 속으로 달리고 있었다.  바로 내가 운전하는 차였다.
나는 환한 얼굴로 웃고 있는 하얀 여인과 이야기하며 별장으로 달리는 중이었다.  그녀는 감격한 얼굴로 나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당신이 유령이라고 해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행복합니다."

 

싱긋 웃으며 말하는 내 얼굴을 보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흡사 사랑하는 애인과 피서를 떠나는 듯한 들뜬 얼굴로 내 옆에서 웃고 있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차를 천천히 몰아서 별장마당으로 들어섰다.
상향으로 비치는 전조등에 커다란 건물이 스쳤다.  폐허가 된 커다란 별장은 빗 속에서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원으로 서서히 들어서면서 자동차의 전조등을 껐다.

 

뒷좌석에서 5연발 엽총을 꺼내 들었다.


찰칵하며 탄환을 장전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서서히 자동차 뒷 트렁크를 열었다.  그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남자...... 바로 왜소한 체구의 김사장이었다. 

 

눈을 가렸던 손수건을 풀어 주고는 나오라고 했다.

비실대며 밖으로 나선 김사장은 흠칫 몸을 떨었다.  비를 맞으며 한참이나 사방을 둘러 보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별장...... 소름 끼치는 별장......

 

번개가 번쩍하며 구름사이를 가르며 날았다.  천둥소리가 우르릉 하며 지축을 흔들었다.

나는 총구로 김사장의 허리춤을 퍽 찔렀다.  고개를 끄덕이며 별장 안으로 들어가라는 표시를 했다.
그는 도살장으로 끌려 가는 발걸음으로 비틀거리며 걸었다. 

 

"말을 잘 들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이 별장의 지하에 묻어 버릴 테니깐......"


싸늘한 표정으로 말하는 침울한 내 목소리였다.

비밀지하통로 입구가 있는 거실의 구석에 그를 세우고는 칼을 꺼내어 손을 묶었던 끈을 잘랐다.  입에 붙였던 테이프도 떼어 내었다.

 

움찔거리며 뭐라고 말하려는 김사장의 머리 위를 향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는 총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김사장의 머리 위에서 먼지가 까맣게 날리며 떨어져 내렸다.
뒤이어 탄환을 장전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찰칵하며 들렸다.

 

바닥에 펄썩 주저앉은 김사장은 벌벌 떨고 있었다.
다시 번개와 천둥이 별장을 흔들었다.  빗줄기가 별안간 굵어지면서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김사장은 아버지를 죽였죠?  또한 김사장의 아버지가 가엾은 모녀를 죽였던 것을 기억하시죠?"

 

"당신의 아버지가 같이 살았다는 젊은 여자는 바로 당신과 사촌지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당신 아버지는 형님의 유산이 탐나서 하나뿐이 없는 조카를 겁탈하고 협박하며 데리고 살았죠?  그 때문에 형수가 되는 조카의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서 실어증에 걸렸어요.  그리고 당신하고 모의를 했던 것이죠.  조카와 그 어머니를 살해하여 암매장 해 버리고 재산을 가로채려고......"

 

김사장은 넋이 나간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총구는 정확하게 김사장을 향하여 있었다.


"사건이 나던 날 밤에 당신은 이층에 숨어 있었어요.  이미 계획된 모녀의 살해현장을 다 보고 있었던 것이에요.  당신 아버지를 도와서 모녀를 매장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죠."

 

나는 무척 침울하였다.  김사장이 조금이라도 서투른 짓을 한다면 내 손에 들려 있는 엽총에서는 사정없는 불을 뿜을 것이다.  잔잔한 내 목소리가 모짜르트의 진혼곡처럼 거실을 날고 있었다.

 

"그러다가 별안간 엉뚱한 생각이 들었죠.  자신의 아버지 마저 없애면 모든 재산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에 눈이 멀었던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지하에서 올라오는 아버지를 향해 총을 쐈던 것이고......"

 

"이 별장은 설계도에 없던 하나의 구조물이 있어요.  바로 지금 딛고 있는 거실 바닥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지하실이죠.  당신의 아버지는 영원히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별장을 지었던 것이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범행을 같이 모의한 자기의 아들에게 살해 당했습니다.  모녀가 죽는 순간에 저주를 퍼부었던 것이죠.  그래서 순간적으로 당신의 눈이 멀었다고 볼 수 있어요."

 

나는 손가락을 들어서 김사장 옆에 있는 커다란 쇠망치를 가리켰다.


"옆에 있는 해머로 당신이 서 있는 바닥을 깨세요.  당신이 막아 버린 지하통로 입구를 부셔버리란 말이에요."

 

김사장은 울고 있었다.  벌벌 떨면서 망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탕~  하는 총소리가 다시 들렸다.  곧 이어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내 입에서 흘렀던 것이다.

 

"오빠~ 빨리 나를 꺼내 줘...... 뭐하고 있는 거야?"

 

나는 분명히 들었다.  내 입에서 나오는 하얀 여인의 목소리였다.
김사장은 멍한 시선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신들린 듯이 해머를 들어 바닥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쿵쿵~  빗 속으로 둔탁한 소리가 퍼져 나갔다.

 

잠시 후에 시멘트가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손전등을 김사장에게 비추면서 뻥 뚫린 구멍으로 내려가라고 손짓했다.  김사장은 너울거리며 움직였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그 속에서 찬 바람이 휙 몰아쳐 올라왔다.


희끗거리는 불빛을 타고 커다란 지네가 꿈틀거리며 발 밑을 지나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김사장의 뒤를 따랐다.  총구는 빈틈없이 그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서자마자 손전등 불빛에 하얀 물체가 드러났다. 선명하게 보이는 세 구의 해골과 뼈마디......
가운데에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굵은 뼈가 있었고 그 양 옆으로는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앙상한 뼈가 가지런히 보였다.

 

습기찬 공간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미리 준비한 세 개의 하얀 포대자루를 김사장에게 던지며 말했다.

 

"뼈를 잘 모아서 따로따로 담으시죠.  아주 경건한 마음과 행동으로 담으세요.  조금이라도 행동이 흩어지면 한 방에 날려서 지금 이 유골처럼 만들어 버릴 테니....... 잘 아시겠죠?"

 

김사장은 완전히 혼이 나가 있었다.  부들부들 떠는 몸으로 무엇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중에 김사장의 고백으로 인하여 밝혀진 사실이지만 모녀의 시체는 지하실 저 쪽의 끝 방에 있었고,  그의 아버지 시체는 지금 발견된 이 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김사장이 시멘트로 지하실을 봉쇄하기 전에 모녀와 그의 아버지가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라고 했다.

 

나는 왜 세 구의 시체가 한 곳에 모여 있는지 모른다.


길다랗게 파진 지하실에는 입구에서 십여 미터가 떨어진 곳에 조그만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김사장의 아버지가 모녀의 시체를 그 방에 던져 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십여 미터를 걸어와서 지하실 통로를 오르다가 아들의 총에 맞아서 통로입구에 그대로 쓰러져 죽었던 것이었다.

 

손전등에 비친 조그만 방바닥에 하얀 여인의 찟겨진 옷자락이 썩은 채 남아 있었다.  그 옆에는 노파의 것으로 보이는 하얀 머리카락이 한 움큼 보였다.


그렇다며 처음에 모녀의 시체가 있던 곳은 통로 입구에서 십여 미터가 떨어진 이 방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하실 통로 입구에 건장한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뼈만 남은 시체 옆으로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앙상한 뼈대가 가지런히 보였다.


그리고 여자의 팔로 보이는 뼈가 남자의 해골 밑에 뻗쳐 있었다.  두 명의 여자가 손을 뻗어서 한 남자의 목을 조이며 죽은 모습이었다.

 

자신을 죽인 삼촌과 하얀 여인, 그리고 딸의 불행에 말을 잃어버린 노파는 이 속에서 어떤 일을 벌였을까...... 습기찬 지하에서 떠도는 원혼은 자신의 시체를 끌어서 지하통로 입구에까지 데려다 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하얀 여인과 그의 어머니는 양 쪽에서 자신을 죽인 이 남자의 목을 조였다.  그런 자세로 시신은 썩었고 하얀 뼈마디는 아직도 그의 목에서 떨어져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얀 여인......


그녀는 웃고 있었다.  발렌타인 위스키를 얼음을 넣은 잔에 담아서 달랑달랑 흔들며 내 얼굴에 내밀었다.  빨간 메니큐어를 칠한 손톱이 잔과 함께 어울리며 무늬를 그렸다.

 

꼭 끌어안고 싶었다.  붉은 입술로 속삭이는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사랑해 주세요. 저를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아~ 행복해요.  정말 행복해요.......

 

번쩍하는 번개가 별장을 스치며 지나갔다.  곧 이어서 우르릉 하는 천둥소리가 사방을 흔들었다.
쏴~ 하는 빗줄기는 더욱 거세게 검은 별장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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