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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아. 토요일 밤이었어요

비너스 |2007.12.22 18:45
조회 381 |추천 0

얼마전 "공태경"님이 다음 <이종격투기> 까페의 "반 도"님의 글을 마치 자기글인거처럼

올렸더군요. 제목이 " 요즘 고딩들 왜이러죠?"였을겁니다. 그 글을 읽고 재미나게 보신분들이 많아서 반 도 님의 글을 하나더 올려드립니다. 필력이 상당한 이종회원이십니다. 그럼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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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아. 지난주 토요일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번 꺼내볼까 해요.

11월 24일, 오후 네시- 나의 작은 방은 원더걸스의 텔미의 음악과 나의 댄스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나는 그렇게 누구나가 부러워 할만한 환상적인 세러데이를 보내고 있었어요.
갑자기 엄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시끄럽다며 당신의 손바닥으로 내 등을 채찍처럼 갈기던 다섯시 반 전까지는 말이에요..
한시간 반 가량 지속되던 댄스와 엄마에게 데미지를 입은 등의 충격으로 누워서 쉬고 있던 나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어요.


"여보세요"
"나야.."
그 목소리는 나의 절친한 친구 종길(가명)의 목소리였어요.

잠시 그녀석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종길이는 정말 멋진 친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동창인 그녀석은 건강해 보이는 구릿빛 피부와 웬만한 흑인보다 더 심한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석을 빛내주는 건 그 녀석의 특기가 바로 "뒤로 걷기"라는거에요.
그래요. 내 평생 그녀석보다 뒤로 그렇게 빨리 걷는 녀석은 처음 보았어요.
마치 목이 돌아간 좀비가 앞으로 쭉죽 걸어나가는 듯한 녀석의 뒤로 걷는 모습은 분명 그 녀석이 굉장히
 쿨하다는 증거일거에요.


몇년 전, 한번은 이런적도 있었어요.
그녀석은 자신이 뒤로 걷는 것이 내가 앞으로 걷는것보다 빠르다고 자신을 했어요.
나는 그녀석의 말에 직립보행동물로써의 자존심에 타격을 입었고 우리는 그렇게 대결을 하게 되었어요.
스물 네살의 뜨거운 여름의 오후, 우리는 나의 모교인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서로의 자존심을 건 1000미터 경보시합을 하게 되었어요.
그 녀석은 뒤로, 나는 앞으로, 그렇게 우리는 운동장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스무살의 청춘을 불태우고 있었어요.
그녀석의 스피드는 역시나 대단했었고, 나의 집중력 또한 무시무시했어요.
그 때의 난 정말로 아무도 말릴수 없을정도의 상태였어요.
님들아. 승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어요.
누가 이겼느야 졌느냐로 그 순수한 순간을 더럽히고 싶지가 않은 거에요.
우린 그때 젊었고, 여전히 직업은 없었지만 더러운 사회와 타협하지 않았어요.
(녀석은 현재, 약간 변질되었어요.그래요 직업이 생긴거에요.)
시합을 끝내고 녹초가 되어러빈 우리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누워 가쁜 숨을 들이 쉬며 숭고한 땀애 젖어 서로를 인정하면서 맑은 하늘을 보았어요.

마치 청춘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남자 라이벌 주인공들 처럼요.
하늘을 향해 외치는 그녀석의 강한 외침.


청춘, 최고다!!!

하지만 그날의 좋았던 건 그 외침까지였어요.
그래요.
때마침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운동장으로 몰려 나오는 초딩들이 우릴 미친 거지 아저씨라고 노래 부르며 놀리지만 않았더라면 우리 그 운동장에서 잠든척 하지는 않았을거에요.
그 녀석들은 수업 시간 내내 창밖으로 우리의 시합을 지켜본 것 같았어요.
그 노래소리의 가락은 굉장히 천박하고 굴욕적인 것이었어요.
난 그깨 잠든척 하는 그녀석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느꼈지만 아무말 하지 않았어요.

아무튼 그 녀석의 전화를 받은 나는 내 친구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지 않음을 직감했어요.
그 녀석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와라. 소주 한잔 하자."
"음.. 오늘 무한도전 댄스스포츠 특집인데.."
녀석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어요.
"나 지영이랑 헤어질것 같아.."
그래요. 지영이는 그녀석의 여자친구에요.

무용을 전공했고 순백의 하얀피부와 오밍조밀한 눈코입,

 그리고 약간 누런 이빨을 지닌 청순한 골초 아가씨였어요.
그토록 사이가 좋았는데 무슨 일일까요. 녀석의 힘없는 목소리의 이유를 알고나니

녀석이 불쌍해지기 시작했어요.
"고기 사준다면 나갈께."
아무 대답없는 친구에게 이번 주 무한도전은 굉장히 재미있을것 같고, 이것을 포기하는 일은 나로써도 굉장히 힘든일이다라는 것을 덧붙여 설명해 주었어요.
친구는 알겠다며 나오라고 했어요. 여전히 목소리가 좋지 않았어요.
난 전화를 바로 끊고 나의 사랑하는 친구를 위로 해주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시작하고 문밖으로 나섰어요.

바깥은 역시 겨울이라 쌩쌩했어요.
난 약속장소인 정류장에서 그 녀석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시린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었어요.
위투 주머니 안에 있는 소화제의 갯수를 확인하며 난 녀석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낼 지 생각에 잠겼어요.
-안됐다, 힘내. 후회하지마. 불같이 서로 사랑했잖아. 그거면 된거야. 여자는 요물이래. 어쩌면 잘된 걸지도 몰라. 그녀에게 사준 시계는 돌려 받을수 있는거니? 그녀는 이빨이 노란게 처음부터 재수가 없었어. 등등..-

약속 시간이 30분이 지났는데 녀석은 나타나지 않아어요.
무슨 일일까.. 발신 정지에 걸린 내 핸드폰으로 시계를 보며 친구를 걱정하는 나에게 마침 문자가 와어요.


<미안. 좀 늦을것 같다. 먼저 들어가서 먹고 있어.>


난 문자를 받고 2초정도 깊은 생각에 빠진 후에 재빨리 근처 고깃집으로 뛰어들어갔어요.
난 구석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아 아줌마에게 외쳤어요.
목살 1인분과 삼겹살 1인분 그리고 공기밥 하나. 된짱 찌게 나오지요? 밥 먼저 주세요. 소주 일병이랑요.
난 주문한 고기와 밥 그리고 소주를 정신없이 먹었어요.
그야말로 킹왕짱.
옆 테이블의 아가씨가 나의 먹는 모습을 흘깃 바라보았을때 난 매력적인 미소를 던져주는 여유도 잃지는 않았어요.

이빨에 상추가 끼지 않았다면 그녀가 나에게 합석 제의를 했을 것이 분명한 그런 미소말이에요.
그렇게 주문한 음식과 술을 비우고 준비한 소화제와 함께 먹을 사이다를 추가 주문하면서 난 시계를 바라보았어요.
약속시간 한시간이 자닜는데도 녀석은 연락이 없었어요.
난 갑자기 어떤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것을 느꼈어요.
그래요. 우리 엄마의 핸드백에 손을 대고 난 후에 느끼는 그런 정서적 불안감과 일맥상통한 거에요.
나에게 있는 거라곤 발신 정지 핸드폰과 소화제 몇알, 그리고 600원이 전부였어요.
순간 난 내눈이 촉촉해져 오는걸 느꼈어요.
홀로 고독하게 소주를 먹으며 촉촉한 눈빛을 할때는 뭔가 사연이 있는 남자로 보일거라고 생각하니 내가 좀 멋져보이기는 했겠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었어요.
내 빈 불판위를 바라보는 주인 아줌마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초조한 시간이 10분정도 흘렀을까요.

 

내 시야에 서서히 아줌마가 다가오는것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두근두근
아줌마가 나에게 다가와 불판을 뺄것인가 말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난 태연한 표정으로 아줌마를 올려다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아줌마의 팔뚝에 퍼져있는 불긋 솟은 퍼런 힘줄은 내 눈동자를 흔들리게 하기에 충분했어요.
우리 엄마의 팔뚝에도 그와 비슷한 디자인의 힘줄이 펼쳐져 있어요.
아까 엄마한테 맞았던 등이 다시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어요.
아줌마는 다시 나에게 불판을 뺄거냐고 질문을 했어요.
난 고개를 숙인채 세차게 저었어요.

내 심장은 터져버리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아줌만 그럼 뭘 더 시키겠냐고 물었어요.


님들아.
난 두려움과 공포속에서 혼란스러워 지고 있었어요.
순간적인 빈혈증상으로 생각되었던 사물이 흐릇하게 보였던 현상은 지금와 생각해보면 내 눈에 고인 눈물때문이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님들아.
난 늑대같이 순발력이 뛰어난 남자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알거에요.
난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여 아줌마를 안심시켰어요.
"소갈비 2인분 추가요."
아줌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로 뒤돌아섰고, 난 내가 무슨말을 했는지 켳초가 자니고야 깨달았어요.
신이시여.
소갈비 1인분의 가격은 14000원이었어요.

님아들은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경험을 해본적이 있나요.
난 그렇게 그 어렵다는 유체이탈의 경지에서 악귀같은 팔뚝을 지닌 아줌마가 내 불판위에 빨갛게 마블링이 잘 되어 있는 소 갈비살을 아름답게 펼치는 것을 보고만 있었어요.
지글지글 익어가는 갈비살을 바라보며 난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았어요.

내가 뭘 그리 잘못 한걸까요.

최근 내가 한 잘못 이라고는 동생의 담배를 가져간 것과 윗집 개방나니 주근깨 돼지 초딩의 집의 손잡이에 껌을 붙인 일 그리고 이종 챗방에서 썅썅바님아를 강퇴시킨 것말고는 없어요.

그것에 비하면 너무 큰 시련이라고 생각하니 난 억울함이 복받쳐 올랐어요.

불판위의 갈비는 어찌나 슬프게 익어가던지..
난 약간 덜익은 소갈비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며 울음을 삼켰어요.
맞아요. 소고기는 다 익혀 먹으면 맛이 없죠.
맛은 우웡초초킹왕짱이었지만 그래서 난 더욱 슬었어요.
늑대같은 남자는 절대로 남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는 나의 신념이 올해로 128번째 깨지는 순간이었어요.
고개를 숙이고 고기를 씹으며 어깨는 들썩거리는 내 모습은 여자라면 누구나 모성본능으로 껴안아주고 싶은 그런 모습이었어요.
그 때, 들썩거리는 내 어깨에 따뜻한 손길의 터치가 느껴졌어요.
고개를 들어보니 내 친구 녀석과 그리고 헤어질거라던 여자친구가 나란히 날 내려다 보고 있었어요.

"미안. 늦었지.. 오다가 화해하고 왔어. 근데 왜 그래? 너.. 무슨 일 있어?"

난 녀석의 머리통을 소주병으로 후려치고 싶었지만 순간적인 안도감에 미소를 짓고 말았어요.
그리고 계속 되는 그들의 질문에 뭔가 나에게도 슬픈 사연이 있지만 말할수 없다는 뉘앙스로 이야기 하며 외투에 있는 소화제를 몽땅 입에 털어넣었어요.
그리고 새로운 맘으로 열심히 고기를 구워 소주와 함께 맛나게 먹었지요.
그래요.
참 평화로운 순간 이었어요.
방금전까지 악마같아 보이는 아줌마의 얼굴은 하늘에서 날개를 잃어버리고 떨어진 짱천사의 모습이었어요.
얼큰하게 취하고, 입가심으로 냉면까지 비워버린 나는 녀석들에게 점잖게 이야기 했어요.

"니네들, 앞으로 욱해서 감정적으로 되는 일이 없도록 해. 원래 사람일이라는게 그런거다. 한치 앞을 못 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잘 해결될 일에 너무 감정적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어.그게 싸움이 되는거야."

출처 : Daum 이종격투기 까페     글쓴이 : 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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