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Rick
나는 킬러다.
내가 배운 건 사람을 죽이는 것뿐이다. 나는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을 죽였다.
하루에 한 명씩, 많을 때는 세 명, 드물긴 하지만 아예 없는 날도 있었다.
이곳 SS본부에 접수하기 전, 가장 믿을만한 녀석인 까를로를 외부에 정보원으로 심어두었다.
날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치들이 여기까지 따라올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까를로에게는 용병계약이 끝난 뒤 나올 나머지 액수의 절반을 약속해두었다. 별 수 없었다.
아무리 믿을만한 놈이라도 돈 앞에 배신 때리지 않을 녀석은 없으니까. 미리 돈으로 묶어 두는 수밖에.
내가 훈련소로 가기 직전, 까를로는 누군가 내 행방을 알고 용병으로 따라 들어왔다는 얘기를 전했다.
“뭐?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저도 이제 막 알아낸 겁니다.”
당연히 나를 죽이려는 누군가일 것이다.
바보 같은 녀석은 그게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내지도 못하고 사진을 넘겨주었다.
사진은 그림자인지 실루엣 같은 것만 있어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갸름한 얼굴선, 짧은 머리. 밤에 찍힌 사진인데다 검정색 옷을 입어 윤곽이 보이지 않았다.
“이리 가까이 와봐.”
나는 유리 너머의 까를로에게 손짓했다. 녀석이 쭈뼛대며 가까이 왔다.
나는 녀석이 보도록 사진을 유리에 바짝 대었다.
“잘 봐. 너, 보여?”
“…….”
“이딴 사진 한 장으로 나더러 알아서 피하라고? 장난쳐?”
“그것도 어렵게 어렵게 알아낸 겁니다. 그게 지난주에 형님 노렸던 그 놈 같아요.
형님이 용병으로 들어간다는 걸 알아냈나 봅니다.”
“너 이 자식! 니가 소문 내고 다니는 거 아냐!?”
“형님! 절 뭘로 보시고…….”
까를로 녀석을 노려보았다. 조직에서 내 힘이 예전만 같지 않으니 녀석도 전처럼 고분고분하지 않다.
그래… 노려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
“제길… 여기까지 알아내면 어쩌란 말이야!”
차라리 계약을 깨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경찰에게 쫓기게 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소리소문 없이 죽이는 해결사보다야 시끄럽게 쫓아다니는 경찰이 나을 테니까.
이미 말했지만, 나는 킬러다. 세상을 알기 전에 먼저 싸우는 걸 알았다.
적이라고 생각되는 녀석들, 상대 조직은 모조리 쓰러뜨리고 넘어뜨려야 했다.
그게 어린 내가 조직에서 생존하는 길이었다.
조직은 한 마디로 핏줄이었다.
가족. 그런 게 뭔지 애초에 모르기 때문에 우린 그저 조직원들은 피를 나눈 사이라고 생각했다.
조직은 내게 살 길을 트여줬다. 완벽하게 사람을 죽이는 방법, 그걸 가르쳐준 것만큼은 지금도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남을 죽일 수 있게 했으니 지금 내가 살아있는 거 아닌가.
열 살이 되면서 내 손엔 총이 쥐어졌다. 총은 아주 무거워서 다루기는커녕 양손에 드는 것조차 힘겨웠다.
나는 총을 들고 다니기 위해 힘을 길렀다. 자라나면서 손에 들린 총은 커졌다.
나는 천부적이란 소리를 들으며 킬러로서 자라났다.
스물 한 살 때, 이미 나는 내가 처리한 사람이 몇 명인지 잊어버렸다. 더 이상 셀 가치가 없었다.
매일 먹고 자고, 일어나 하는 일은 목표물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이 전부였다.
일은 단순했다. 조직에서 목표물의 정보를 넘겨주면 나는 목표물의 얼굴을 기억하고,
정보에 따라 목표물이 나타날만한 곳에 위치를 잡은 뒤 기다렸다가 처치하는 것이었다.
목표물을 처리하면, 그걸로 내 일은 끝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는 알아서 터득해야 했다. 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내가 살기 위해 배신할 땐 철저히 배신하고, 남을 밟고 올라서고 하는 것.
이 정도를 몰랐다면 조직 내에서 내 위치가 그 정도까지 인정받기는 힘들었을 거다.
보스는 최고 실적을 자랑하는 나를 당연히 신뢰했고, 보스의 오른팔인 ‘칼’만큼이나 날 아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조직 밑에서 충성을 다하는 나 같은 녀석은 흔치 않다고 했다.
사실 한 조직 밑에서 충성하고 싶어도 늘 총알이 여기저기 튀고 칼 싸움이 난무하는
도시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그렇게 보스가 날 아끼는 게 화근이었다.
조직 내에는 보스의 오른팔인 ‘칼’을 추종하는 무리와
행동대장인 ‘쟈틴’을 따르는 무리가 있는데, 칼과 그 무리들은 유달리 날 시기했다.
아마 보스가 나를 후계자로 지목할 지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내가 조직원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별로 없으니 마찰이 생길 일도 없을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칼은 눈에 띄게 나를 위협했다.
“어이, 너 그렇게 목 빳빳이 세우고 다니다 부러질라? 밑에 애들도 없는데 몸조심 해야지, 응?”
“칼, 네 총 방아쇠는 당겨지나?”
위협이나 위기감은 그뿐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조직의 생리란 걸 잘 몰랐던 거다.
그날, 평소처럼 나는 목표물의 정보를 하달 받고 그에 따라 목표물을 처리했다.
목표물은 둘이었다. 모든 건 완벽했다.
그날 역시 목표물은 내가 처음 보는 얼굴이었고 조용히 처리되었으며, 뒤처리 또한 깔끔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을 마치고 돌아와 콜걸을 불렀다.
콜걸을 불러 저녁 내내 콜라와 럼주를 섞어 마시며 시시껄렁한 오락프로나 보는 게 내 일과의 마무리였다.
전화를 건 지 오 분도 되지 않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콜걸이 꽤 빨리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관구멍을 확인하자 무언가 까맣게 가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몸을 피했다.
순간 문을 뚫고 총알이 마구잡이로 날아왔다. 소파 뒤로 몸을 숨겨 총을 들고 총알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머릿속에서는 나를 노릴만한 놈들을 떠올렸다. 가장 확신이 가는 건 칼이었다.
그 놈 말고는 날 노릴 녀석이 없다.
그때,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온몸이 식은땀투성이였다. 수화기를 들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마르코… 너냐?”
보스의 음성이었다.
“보스!”
“너,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이냐뇨, 보스? 여기 이 놈들 보스가 보낸 겁니까? 왜요?!”
“네가 무슨 짓 한 줄 모르냐? 네가 누굴 없앴는지 알아!”
“자…잠깐… 그게 무슨…?”
“마르코… 내가 널 얼마나 믿고 아꼈는지 안다면 지금 내 심정을 이해할 거라 믿는다.
넌 정말 해서는 안될 일을 했어. 잘 가라.”
뚜---
핑! 핑!
창 밖에서 총알이 정확히 내 귀 옆을 지나갔고, 곧바로 옆구리를 스쳐 지났다.
비명을 내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도망갈 방법을 떠올려야 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이대로는 내 목숨을 버린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재빨리 소파 옆으로 나왔다가 숨기를 반복하며 총을 쏠 위치를 가늠했다.
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봐서 사람은 둘, 모두 한 위치에서 총만 좌우로 움직이며 쏘고 있었다.
장탄된 총알 수는 하나. 둘 중 한 명이라도 정확히 해치워야 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리고 숨이 터지기 전에 빠른 속도로 문을 향해 한 발을 날렸다.
타앙! 놈들의 난사소리보다 내 한 발의 소리가 더욱 컸다.
아주 잠깐 총알 날아오는 게 멈췄다가 곧이어 다시 난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명 아까보다 적었다. 내 예감이 맞는다면, 놈은 죽었을 거다.
대낮 도심에서 정부 특수 요원 두 명 사망.
며칠 동안 하수구를 헤매며 도망 다니다가 구한 신문에서 본 것이었다.
신문에는 내가 일을 맡았던 두 명의 얼굴이 실려 있었다.
제길. 그 때부터 내 운은 땅 밑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경찰과 조직 모두 나를 쫓았다.
제발 내가 죽은 줄 알기를 바랐는데. 조직에서 나를 따르던 까를로와 연락을 취했다.
나에게는 아무 정보도 없었고, 그런 상태로 무작정 도망만 다니는 걸로는
얼마 못 버틴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까를로에 의하면 칼이 쟈틴 쪽과 손을 잡고 날 없애려고 계획한 것이었다.
정부특수요원이라고 하는 둘은 우리 조직이 정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보낸 비밀조직원들이었다.
당연히 나는 그들 얼굴이나 신원을 알 리가 없었다. 바로 그걸 칼이 이용한 것이다.
나는 시궁창을 뛰어다니고, 사람이 뜸한 새벽 시간에
쓰레기장을 뒤져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목구멍에 넣었다.
쓰레기만도 못한 음식을 잘근잘근 씹어 넘기며 기필코 조직에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칼, 그 녀석은…… 뼈를 씹어먹는다 해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지금 계약 파기의 뜻을 전하는 겁니까?”
그럼 그렇지. 민간군사업체 경비망이 허술할 리가 없었다.
나는 본부에서 몇 발자국 나서지도 못하고 경비대에 ‘수상한 사람’으로 찍혀 돌아왔다.
대령 계급장을 단 담당관이 나지막이 말했다.
“계약금만 돌려주면 될 거 아닙니까. 조용히 해결하죠.”
“조용히 해결이라……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내보내 달라?”
“바로 그거요.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나가봤자 당신은 이미 없는 존재요.”
“그 얘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고! 없는 존재건 있는 존재건,
여기 있다간 소리소문 없이 머리통이 날아가게 생겼단 말요.”
“죽을 각오로 들어온 거 아니었습니까?”
“젠장, 전투하다 죽는 건 몰라도, 누가 아군한테 비명횡사하고 싶대?”
“아군? 아군 간의 마찰은 절대 없습니다. 길게 말 안 합니다. 당장 복귀하고 훈련소 갈 준비 하시오.
이건 명령입니다.”
훈련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나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뚫어져라 관찰했다.
어쩌면 원래 여기 투입되어 있던 녀석에게 임무로 내려진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와 함께 들어온 신입 중에? 조직에서 일을 맡긴 놈이라면 쉽지 않은 녀석일 거다.
게다가 내 손엔 칼 한 자루 들려있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숙소 뒤편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날카롭게 다듬었다.
교관이 훈련병들을 모아놓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될 거라고 했다.
만일 해결사란 놈이 와있다면 이곳에 도착한 날이 나를 없애기에
가장 좋은 날이라고 여길 것이 분명했다.
전투에 차출되어 나가는 사람들과, 새로 신입이 들어오는 어수선한 분위기 가운데
누구를 죽여 묻더라도 아무 눈치 못 챌 테니까.
정말 오랜만에 잠자리다운 곳에 누웠지만 잠들 수 없었다. 언제 목이 날아갈 지 모르는 상태에서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 누군가 숙소로 들어왔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조용히 뭔가 설명해주는 교관 목소리가 들렸다. 교관이 나가고 발자국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나는 품 안의 나뭇가지를 꽉 쥐었다. 손이 뜨거웠다.
누군가 내 옆자리에 누웠다.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라이터를 꺼내 비춰 보았다.
몸을 돌리고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녀석을 불러보았다.
“이봐.”
녀석이 나를 돌아다보았다. 생각보다 꽤 어려 보였다. 예상대로 내 뒷번호였다.
새로 받은 이름은 케이. 나는 속으로 녀석의 이름을 몇 번 곱씹었다.
하지만 이내 까를로에게 녀석의 뒷조사를 맡기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나처럼 녀석도 이미 신원이 지워졌을 것이고, 조사해봤자 나오는 게 없을 거 아닌가.
나는 훈련하는 동안 계속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은 아주 평범했다.
너무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유격훈련 같은 건 한 번도 안 해본 사람 같았고, 샤워할 때 보니 몸엔 흉터 하나 없었다.
곱상한 얼굴만큼이나 곱게 자란 놈 같았다.
훈련에 대한 상식은 하나도 없었지만 체력이 좋고 몸이 날랬다.
처음 사격 훈련을 할 때 옆에서 몇 마디 했는데, 녀석은 정말 총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를 가나 총 한 자루쯤 쉽게 살 수 있는 세상에 총을 생전 처음 보는 듯 대하는 사람이라…?
녀석은 연기에 아주 능한 걸까?
녀석이 잠들었을 때 라이터 불빛을 비추어 보았다.
사진에서의 조건과 최대한 맞추어 보면 확인이 될까 싶어서였다.
나는 라이터 불빛을 녀석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 천천히 훑어내려 갔다.
일단 겉모습은 비슷해 보였지만 확신을 내리기엔 뭔가 부족했다.
전쟁이나 용병 같은 것과 가장 안 어울려 보이는 이런 녀석이 정말 날 죽이러 온 그 놈일까?
하지만 여기 있는 용병들 가운데 케이라는 녀석 말고는 아무도 비슷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생각을 달리 하면 전부 다 날 죽이려는 사람들 같았다.
매일매일 피가 마르는 느낌. 분명히 무언가가 나를 노리고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간신히 잠에 들었는데 어디서 싸늘한 기운이 뻗쳐왔다.
이곳은 안 그래도 푹푹 찌는 더위에 날마다 온도가 상승하고 있는데 왠 한기인가 싶어 잠이 깼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평소와 달라진 건 없었다. 하지만 한기는 여전했다.
어둠 속에 무언가 웅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드디어…… 놈이 다가온 건가?
나는 신발 속에 감춰두었던 단도를 집었다.
사사삭-
“앗!”
무언가가 얼굴을 드러냈다. 케이라는 녀석이었다. 내 눈썰미는 틀리지 않았다.
“릭? 뭐하는 거야?”
“그러는 넌, 뭐하고 있었지?”
“화장실 갔다 왔어. 그런 것까지 말해야 돼?”
“야! 너넨 잠도 안 자냐?”
“저것들은 낮에도 붙어 다니더니. 시끄러워!”
숙소 안의 녀석들이 시끄럽다고 난리였다. 나는 계속 케이에게 단도를 들이대고 있었다.
“릭. 왜 그래? 그만 내려놔.”
하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저지를 순 없지. 나는 더 이상 의혹을 품지 않았다.
모든 게 확실해졌고, 이제 남은 일도 하나였다. 녀석을 안심시키려 단도를 집어넣고 자리에 누웠다.
이제 녀석이 잠들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에틸알코올 같은 거라도 있었다면 좀 더 쉽게 녀석을 끌고 올 수 있었을 텐데.
잠들어 있는 줄 알았는데 녀석은 생각보다 거칠게 반항했다. 무기고에 다다랐을 때에야 잠잠해졌다.
녀석의 몸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무기 같은 건 없었다.
용병들이 다들 몰래 들고 온다는 신분증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녀석을 깨웠다.
“자, 이제 말해보시지.”
“읔…무슨 말…이야?”
시치미 떼는 녀석에게 겁을 좀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지, 어쩌면 겁을 주는 걸로 안 끝날 지도 모른다.
이미 내 원칙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날 죽이려 하는 자는 먼저 없앤다.
나는 슬라이드를 당기고 녀석의 머리를 살짝 피해서 총구를 겨눴다.
“릭…도대체 나한테…왜……”
탕!
“아악!”
겨냥한대로 총알은 녀석의 귀 옆을 지나갔다. 녀석은 괴로운 듯 몸부림쳤다.
“자, 그러니 이제 솔직히 말해보시지. 정체가 뭐냐. 누가 보냈어?”
“그러니까…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내 입으로 말해줄까? 너, 날 처리하려고 여기까지 끈질기게 따라온 놈이지?
내가 그렇게 쉬울 줄 알았어?”
“무슨 말이야… 나…나더러 킬러냐고? 하…웃기는 소리 마. 난 너 몰라. 그러니 이거 치워.”
녀석의 갈색 눈동자에 싸늘한 기운이 아주 잠깐, 찰나 동안 스쳐갔다. 그 살의는 곧 내게도 전해졌다.
나는 다시 슬라이드를 당기고, 이번엔 녀석의 이마 정중앙을 겨냥했다.
“제발… 이거 치워.”
“빌어먹을 자식. 끝까지 버티겠다는 거지?”
“내가…내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그러니까 이거…”
“닥쳐!”
나한테 실수 따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칼, 보스 너흰 모두 틀렸어.
누가 끝까지 버티는지 두고 보라고.
쾅!
“니들 뭐야?!”
제길, 교관들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