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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얻은 글

김명수 |2003.08.06 09:58
조회 269 |추천 0


       하모니카 (Harmo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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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길로 온 초롱등

꿈속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내 마음에 불어 재낀다
길이 없다면 꿈길로 가라하더이다

아 꿈속의 속도는 마하다
꿈은 불가능과 가능성의 합일체다
사모함은 빙하도 녹일 무한정한 에너지여.
꿈은 나를 무한한 세계로 진입시켜준다

나는 결국 꿈속에서 그대를 만났노라
설명할 수 없는 잠시 잠깐의 희열.

아 꿈속이여.


까실까실한 이부자리를 깔고 누웠다.

꿈 없는 잠이 최고라기에 소롯이 잠을 청했다.

안개 피어오르는 신작로 저 멀리서 누군가 쫄래쫄래 달려오고 있었다.

앙징맞은 볏짚 고깔모를 쓴 밤톨동이가

볼때기 발그레한 체 연보라 초롱등을 겨드랑에 끼고

오줌 마린 강아지처럼 오고 있는게 아닌가.

이내 내 집에 당도하네.

둘래 둘래 살필 것도 없이 깎아놓은 밤톨도령이 대문짝 안으로 쏘옥 들어선다.

어리둥절할 것도 없이 봉싯한 보자기와

들고 온 초롱등불을 앞 마당에 내동댕이치고는 풀석 주저앉는 꼬마도령.


축담에 올라서기도 전에 흰 고무신을 東 西로 벗어 재낀 초롱동이가

윤기 반지르르 흐르는 대청마루를 지나

홀로 누워있는 내 원앙금침 속으로 비집듯 파고든다.

한 팔에 폭 안기는 초롱등불동이.

세상사 천지 구별 없이 어느새 새근새근 숨소리를 밭고랑 내듯 고른다.

그렇게 먼길이었던가.

그 길이 그렇게 멀고 험했을까.

그냥 이렇게 나서면 되는 것을.

그냥 이렇게 오면 되는 것을.

결국 올 곳에 오고 만 마음이여.

등불동이가 나비잠을 잔다.

내 할머니가 쓰시던 방구부채로 녀석의 땀을 식혀준다.

삼베 홑이불로 샐쭉 나온 배꼽 덮어주니

한 뼘도 안 되는 볼고스름한 두 뺨이 어찌 그리도 보드라운가.

아직 세상사 험한 흔적 없는 입술 살며시

오물 조물 무언가 시부렁 잠꼬대를 한다.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 별꽃 같은 미소가

은하수 가득한 하늘에 별똥별 되어 사라진다.

줄긋고 사라진 그 자리에

초롱등불이 어둠을 밝히고자 심지 돋울 님 기다리다.


딱딱한 복숭아 빛을 띤 입술 사이로
"정동 아씨가 보냈는데...정동 아----"
잠꼬대 같은 그 외마디 소리를 듣고 놀라

벗은발로 방문을 박차고 마당에 내려서니

밤톨도령이 들고 온 초롱등불이 봉숭아꽃 지천으로 핀 우물가에

홀로 기댄 체 팔락 팔락 흔들리는 홀로 불빛이여!

삼동 같은 어둠 밝히라 보낸 등불일진데.

어둔 세상을 비치는 그대 등불이여.

어두운 내 마음을 밝히려는 그대 불빛이여.

자신을 태워 그 뜨거움으로 내 가슴 데울 그대 열정이여.


가물거리는 등불 꺼질세라.

두 손으로 고이 감싼다.

초롱등을 조심스레 방안으로 들고 들어와 내 옆에 둔다.

등에서 새어나오는 파르르한 불빛이 그사이 마음을 익혔는지

왜 그리 홍등빛인가.

그 아련한 불빛이 정동아씨 마음이련가.

등불의 따스함이 내 안으로 스며든다.

품은 불빛은 내 가슴을 데운다.

어느새 삼경이 지나 새벽닭이 홰를 치며 목청을 돋운다.

동창은 어이없이 밝아오는데.

희붐한 햇살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밝아 온다


밤사이 부푼 가슴이 무겁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는 보랏빛 심장이 나를 일어서게 한다.

누군가를 향한 이 마음이 곡기 한술 뜨지 못하고 먼길을 재촉하고 만다.

부시시 눈 비비는 초롱등불 동자를 앞세우고

누가 나를 잡으러 올까봐 한 자도 넘는 걸음으로 그대의 길을 나선다.

발이 땅에 닿을 사이도 없이 나는 그대의 길을 만들며 간다.

이전에 없었던 길이다.

아득한 신작로가 깊고 먼 미로로 보이지만 희뿌연 안개는

나를 위해 장막을 걷어준다.

바람도 덩달아 내 등을 밀며 따라온다.

                                      푸 른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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