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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건전한 성상식(6)

나만을 비... |2003.08.18 12:02
조회 737 |추천 0

사랑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섹스와 숫자는 마치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닌다. 성교 지속시간, 성기의 길이, 성교 횟수 등 계량화할 수 있는 단서를 연령별, 계층별, 성별로 분석해 놓은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 기혼 남성들의 음담 또한 횟수나 지속시간에 대한 정보 교환이 큰 몫을 차지한다. 이렇듯 섹스에 대해 축적된 정보들은 부지불식간에 듣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이나 흐뭇함, 때로는 주눅이 들게 만든다. 과연 이런 수치의 힘이 그토록 대단한 것일까.

디지털이 0과 1로 세상을 표현하듯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섹스는 ‘9’로써 그 가치를 나타냈다. ‘9’는 예로부터 마술적인 성적 에너지와 주술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다. ‘9’는 아라비아 숫자 가운데 가장 큰 수인 동시에 사람의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는 최상의 숫자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 고전 ‘소녀경’에 명시되어 있는 아홉가지 섹스 체위인 ‘구법’과 ‘아홉번은 짧게 한번은 길게’ 의 남성 골반 찌르기법인 구천일심(九淺一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9에 대한 이런 신봉은 성교횟수에 대한 속설을 낳기도 했다. 예를들어 ‘곱하기 9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즉 30대는 3×9=27로서 2주에 7번, 40대는 3주에 6번, 50대는 4주에 5번 꼴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성교횟수라는 것이다.

섹스와 숫자를 논하면서 성혁명으로 일컫는 킨제이보고서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50년 전 미국 남성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지만, 이후에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참고할 정도로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그 일례로 주당 평균 성교 횟수를 소개한 내용을 보면 20대 초반이 3.9회, 20대 후반은 3.27회, 30대 초반은 2.73회, 30대 후반은 2.46회, 40대 초반은 1.95회, 40대 후반은 1.79회, 50대 초반은 1.54회, 50대 후반은 1.08회 등으로 나타나 있다.

최근 한국남성과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주 평균 성행위 빈도는 2.41회, 30대는 1.98회, 40대는 1.44회, 50대는 1.19회, 60대는 0.98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킨제이보고서와 비교해 볼때 20,30대에서는 미국인이 한국인보다 월등히 성교횟수가 많고, 이런 격차는 40대가 되면서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섹스와 관련된 일련의 수치들이 과연 부부간의 은밀한 사랑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인이 젊은 시절에 한국인보다 성교를 많이 한다고 해서 사랑이 더욱 농밀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곱하기 9의 법칙에 자신의 패턴을 맞추면서 자족하는 모습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혹은 직장 동료보다 횟수가 뒤진다고 해서 부부간의 애정이 식었다고 속단을 내릴 수는 더더욱 없다. 무릇 숫자란 세태의 흐름을 파악하거나 학문적 차원에서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매개임에는 분명하지만, 이에 가치 판단을 개입시킨다면 한낱 숫자놀음에 고귀한 사랑을 팔아버린 셈이 되고 만다.

부부간의 섹스는 얼마나 많이 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만족했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문화일보]

성의학 칼럼 - 비뇨기과 전문의 하태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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