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언니가 장년가요?
전 장녑니다. 제 남편은 장남이고요.
나름 밖에선 사교성도 좋고 리더십 짱인 스탈인데 집에 오면 과묵해져요.
결혼해서도 마찬가지고 ..
(여기서 말하는 집이란 친정입니다. 어릴때부터 커서도 줄곧 집에선 걍 퉁명스럽고
애교없는 장녀, 맏딸..)
부부싸움해도 엄마나 식구들 걱정할까봐 말 절대 안 하구요,
속으로 끙끙 앓다가 결혼하고 6개월만인가 동생이랑 얘기하게 됐구요.
결혼하고 7~8개월쯤 후였나?
우리부부 싸웠는데 시어메가 제 인사도 안 받고 투명인간 취급하대요?
그리구선 혼수 얘기를 꺼냅니다.
저 천만원 드렸거든요.
그게 빚이건 어쩌건(어차피 신랑도 집해온거 아니지만 결혼해서 둘이 갚기로 하고
양쪽집 다 첫혼사니 그냥 맞춰주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걍 보냈습니다. 700다시 왔고요.)
기본은 했고 시댁에 어떤 말이 오간지는 몰라도 어쨌건 700이 왔습니다.
물론 은수저 세트에 이불 백만원 넘는 세트랑 기본적인 건 다 따로 했어요.
밍크 이런거 말구 ..
저는 사실 양가 반반, 신랑 신부 둘만의 능력, 이렇게 생각했는데 뭐 결혼이란 게
꼭 그렇지도 않으니 .. 글구 결혼 당시 저나 신랑이나 사랑에 눈이 멀어 둘다 나이
먹을만큼 먹었어도 혼수가 뭔지 예단이 뭔지 개념도 없었고 왜 그런걸로 싸우나
하는 철없는 생각만 했던 순수한(?) 사람들이었죠.
어쩌면 우리가 너무 못배워서가 아니라 양가 모두 순박한 부모 모시고
어렸을 때부터 공부만 잘하며 자란 착한 범생들이라 더 그런지도 몰라요.
(둘다 전문직에 학벌 좋고 범생입니다).
암튼 저 그때 완전 충격먹고 이 남자랑은 결혼생활 못 하겠다..
저런 사람 시어미로 못 모신다 생각하곤 그 길로 맨몸으로 결혼한 동생집으로 갔답니다.
(이건 걍 결정적인 사건이구요 전후좌우 앞뒤사연들 시친결에 가끔 올리곤 했었죠.
이혼하란 얘기도 많이 들었음 )
둘이 밤에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동생이 이혼하라더군요.
동생 앞이라 울지도 못하고(근본적으로 남앞에서 우는걸 싫어합니다.
그런데 결혼하고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눈물 다 바닥났다 싶은데도 또 나오더군요)
새벽까지 이런저런 얘길하다 잠들었습니다.
그래도 엄마한테는 얘기 못한 접니다.
최근 부부사이가 최악인데 이건 동생이건 엄마건 친구건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끙끙 앓고만 있네요.
이런 생각 많이 했어요.
결혼 초에 철이 덜 들었는지 엄마 앞에서 신랑한테 대들면서 싸우기도 했고
부부쌈 한얘길 한두번 한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절 나무라시고 타이르기만 하셨어요.
절대 신랑한테 섭섭한 소리하지 않으시고(저완 달리 본디 성품이 상냥하고 여린 분이세요)
눈물 뚝뚝 흘리고 토라진 저한테 철없다고 야단치고 따로 전화로 타이르고 충고하고 ..
근데 시댁은 잘잘못 따지긴 커녕 무조건 제 자식 편들더라구요.
엄청난 배신감이었고 저로선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항상 불의에 맞서서 대항하던 성격이고 회사다니면서도 선배들 비합리적이면
그나마 뒤에서 욕 안하고 앞에서 뭐라하는 사람 저 였거든요 -_-
그때 엄청나게 쇼크를 먹었답니다.
우리 엄마가 비록 저를 야단치지만 분명 딸이 속상하니 엄청나게 가슴아프셨을테지요.
하지만 이미 결혼했고 지네 둘이 좋아서 같이 평생 살아야할 아이들이니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하셨을테지요.
근데 시댁은 그게 아니더라구요.
막무가내 자기 아들 잘 났고 내가 못한 사람 만들더군요.
그때 참 이해도 안갔지만 서러웠고 억울했어요.
그냥 울엄마도 막무가내 내 편 막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철부지 어린애같은 생각도 했답니다.
남편이랑 싸우고 냉전기간 길어지면서 힘들어서 걍 놀러간 척 하고 친정엘 갔어요.
시시콜콜 이것저것 얘긴 못하고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했는데
엄마 눈엔 다 보이나봐요?
저한테 힘든 일 있으면 꼭 말하라구 하는데 눈물날거 같아서 걍 뒤돌아서 잤어요.
그러다가 제가 퉁명스럽게 결혼 생활 힘들다고 내뱉듣이 말하면서
시댁도 남편도 다 싫다고 얘기했더니 .. 물론 앞뒤사정 없이 틱틱거림서 ..
엄마가 난 널 그리 키우지 않았는데 왜 그리 못됐냐고 조용히 말씀하시더라구요.
순간, 여기 시친결 사연들처럼, 불쌍한 며느리들처럼 그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지만 난 그렇겐 못 살겠더라구요. 이 남자랑 안 살면 안 살았지 ..
그리고 다른 남자도 다 그렇다면 걍 독신으로 살지 .. 싶더군요.
요즘은 정말 고민하고 있어요.
남편이 소극적이면서 아주 소심한 종류의 화해를 요청해 왔는데도
저는 결단을 못 내리겠습니다. 그냥 가진거 다 주고 내 삶을 찾을까 싶기도 하구요 ..
나 계속 결혼생활 유지해야 하는지 ..
이 남자랑 살아야 하는지 ..
남편은 제 고민들과 상처들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거 같지만
저는 너무 힘들었고 속이 정말 썩어 문드러졌거든요.
싸우면 시댁에서 밥먹고 놀러다니고 하는 남편과는 달리
남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는 척하며 혼자 끙끙 앓느라 저는 속이 다 타 들어갔거든요.
항상 인생에 힘든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에 그래왔지만 결혼이란 건 그보다
몇만배는 더 힘드네요. 나 자신만 고쳐먹는다고 되는게 아니니까요.
저같은 사람이 끙끙 앓다가 막판에 다다르면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길을 찾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님언니처럼 확 내뱉고, 친정에서 언니 편 좀 들어주고하는 걸로
님 언니는 본인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님 언니가 형부 욕하면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고 걍 이혼하라고 해 버리세요.
님 언니도 정말 형부가 싫다면 이혼할 겁니다.
그게 아니라 단순히 욕하고 풀려 하는 거라면 충고하려 하지 말고 님이 현명한 해결책을
알려주시던지요. 언니분이 분명 철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대놓고 친정에 욕하고
있으니 저처럼 스트레스는 없을 겁니다. 님 언니 속이 문드러지는 것보다 걍 그렇게나마
풀고 있으려니 하고 그게 님 언니 살리는 길이다 생각하고 그냥 이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