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간이다.
다른때면 피곤을 못이겨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요새는 통 잠을 못이룬다.
상담이란 특성 자체가,자신이 몸 담은 회사를 대신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일이다.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여 처리해주는 가장 최전선의 고객 접촉의 창구이자,
고객의 소리를 회사에 전달하는 중계자이며,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변인이기도 하다.
고객의 소리가 회사의 서비스 평가로 직결되는 요즘, 상담원이란 회사의 얼굴이기도 하다.
상담원들이 일 하는 곳을 고객만족센터라고 한다.
많은 상담원들이 고객에게 첫인사로 ' 행복을 드리는 000 입니다'로 시작을 한다.
행복을 드린다라...
단순 만족도 아니고 행복을 드리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얼마나 최선 그 이상을 하여야 겠는가.
물론 많은 고객들이 상담원과 통화시,
'불친절' '비공감' '사무적'인 통화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겪어 보기도 하고, 가끔 worst or bad call로 사례가 소개되어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원들이 아무 생각도 없고, 무조건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방어적으로만
응대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상담원의 기본자세는 '고객에 대한 배려'이다.
안좋은 통화 내용을 회의시 청취하게 되면, 그 상담원에 대해 다들 비난의 목소리를 올린다.
상담원들끼리 인삿말을 주고 받을 때 흔히 하는 이야기가 '오늘은 좋은 콜만 받으세요' 이다.
좋은 콜이란.. 한마디로 욕 많이 하는 전화는 받지 말란 말이다.
물론 상담원이 좋은 콜만 받는 것을 바래서도 안되고, 그런 날이 있을 수도 없다.
내 경우에 비춰보면 (물론 안그런 사람도 부지기수이지만) 전화까지 할 때는, 정말 문제가 있는
경우일테니 죄송하지 않을래야 죄송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서론을 길게 꺼낸 것은 그리고 내가 이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는 것은
회사 생활에서의 일에, 나 자신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힘든 전화들이 하루종일 그 것도 매일같이 연속되는 날들이 있다.
어떻게 이런 전화들만 계속 오지, 싶을정도로 심신이 다 지치게 된다.
요새 나는 삼주간 그런 전화를 받고 있고 급기야 불면증으로 매일 잠을 못이루고 있다.
앞뒤 분간도 없이 다짜고짜 욕만 하다가 끊는 경우는 아주 양반이다.
논리도 뒤죽박죽 사리에도 이치에도 합당치 않은 말로 계속 따지고 우기면서 몇십분간
전화를 끊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주민번호 요구시 '네가 널 뭘 믿고 불러주냐'라는 것.
상담원이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고객인지 알고 뭘 보고 상담을 해줄 수 있을거라 보나.
그러고도 '지금 본 내 정보 유출되면 어쩔거냐?'라고 한다.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경찰에 신고한다 난리 (내가 뭘 어쨌길래?), 전화비 내놔라, 정신적 피해보상 해달라라고 한다.
그렇게 몇 시간이다. 사후처리 하고, claim 담당부서로 이관하고. 결제 올리고..
또 상담하다가 버럭버럭 화내는 사람이 태반이다. 화만 내면 참 다행이다. 감사하다.
몇일전 사용내역 문의시 내역 확인해주는데 '야, 먼저 입금한 것 빼고 그 다음거 불러봐라'
고객이 먼저 요구한 내용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확인이 안된다.
그리고 입금한 내역을 먼저 확인하고, 남은내역을 다시 비교해 봐야 한다.
게다가 입금내역에는 전표접수된 것만 있으니 화면 전환을 계속 해가면서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A: '죄송합니다만 먼저 처리하던 것이 있어서 전산 확인을 다시 해야 하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라고 하자마자
C: "야,그거 전산만 클릭하면 되지 뭘 기다려? 빨리 안말해?"
A: "죄송합니다. 그게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서 전산 확인을 다시 해야 해서....죄송합.."
C: "그 건 니네 전산 문제지,빨랑 말해"
A: '네,잠시만..'
C: "야,너 장난해?'빨랑 말하라고. 이 멍청한 X아,18X아"
A: "죄송합니다,바로.."
C:"아 놔 이년이 장난하냐,야 이 멍청한 년아? 이런 ㄱㅈ같은 ㄴ이. 야 이 멍청한 ㄴ아 빨랑 하라구
그게 그렇게 어렵냐?"
확인해서 5분내 전화 드린다 해도, 장난하냐며 위에 나온 욕설을 수 십번은 반복한다.
전산 확인하는데 정말 1분도 안걸리는데 고객이 계속 욕하면서 소리지르고 재촉하니, 그 말에
사과하고 변명하느라 화면 전환 하면서도 제대로 확인을 못했다.
그리고 그 말에 사과하고 변명하고 하느라 통화는 통화대로 길어졌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욕 먹고, 말도 안되는 통화 시간이 발생된 것이다.
고객 말씀대로 어려운 일 절대 아니다. 하지만 약간의 소요시간 (최대 1~2분은)은 필요하다.
지금도 어떻게 했어야 하나 싶다. 기다리는 것도 싫고, 전화 주는 것도 싫다고 욕만 해대는데.
'그 따위로 하니까 상담이나 하고 있지 이 xxx x아 ㅄ같은 ㄴ아 똑바로 해 ㅁㅊㅎ ㄴ아'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전화는 응당 저렇게 해야지, 상담원은 그런 대접 받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전화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상담원은 어떤 식으로든, 고객의 말을 들어주기 위해 고용된 직원이다.
고객이 화가 나서 욕을 하는 것도 상담내용에 포함되어 있다면 응당 들어야 한다.
하지만 상담일을 한다고 해서 학력이나 지능지수가 낮거나, 생활이 몹시 빈곤하거나 하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이 들을 때 안좋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일을 하거나 준비하면서 상담일 하는
사람들 많다. 우연히 학생때부터 아르바이트로 하게 되어서 오래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왜 상담원이나 하고 있냐,라고 하면 근무조건중 시간대가 맞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심야나 주말에 잠깐씩 하는 상담직도 있기 때문이다.
무식한 년이라고,상담원이나 하는 주제에라고 하지만...
회사를 욕하거나 상담 내용에 불만을 가지셔도 상담원 그 자체를 비인격적으로, 모욕적으로
대하는 건 참 씁쓸하다.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임에도 이런 바보같은 소리나 하고 있고.
빨리 털어 버려야 하는데, 이런 전화는 정말이지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물론 욕하고 무시하고 하는 것쯤이야, 내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금새 잊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그 욕과 모욕적인 말들을 수십여분간 듣고 죄송하다고 빌던,상담원으로서의
그래야 하는 나 임에도, 나도 모르게 상처를 받아 버리고 그 상처가 오래 가네요.
끝으로.. 고객님, 얹잖게 해드렸다면 정말 죄송 합니다. 달리 그 상황에서 원하시는대로 즉각
못해드리고, 화나게 해드려서 죄송 합니다.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하소연은 나쁩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겠지요. 스스로의 선택이니까요.
다른 일에 비해서 어렵다는 말도 아닙니다. 세상살이가 어디 만만하기야 할라구요.
하지만 달리 맘을 풀 곳이 없어 이렇게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