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의 그 남자***
산에서 만난 우리들은 굳이 약속을 하지 않는다.
산에서 만난 우리들은 쉬이 연락처도 건네지 않는다.
산이 좋아 만났으므로
산이 좋아 언제든지
산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음으로,
하수처리장에서 구릿빛 얼굴의 남자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는다.
"소백산에서 만났지요?"
까마득한 날!
진눈깨비 맞으며 천제 단에서 하얀 활옷에 투명비닐우의를 입고
나란히 기도하던 선남선녀의 간구(懇求)한 기도를 잊지 못해
다시 찾은 태백산!
남도(南道)에서 꿈만 꾸던 혹설도 그대로였고
매운 추위도 그대로 였다.
방한모에, 방한복에, 스팻츠에,아이젠에, 중무장을 했어도
손끝이 얼어붙고 발끝이 얼어붙었으나 걷는 의무 밖에는
길이 없어
걷다,걷다
천제 단을 저만큼 두고 라면을 끓였었다.
사람은 많고 라면은 적고, 겨우 겨우 돌아가는
건더기 몇올,국물 몇 숟가락,
그 따뜻함이 있어 추위 녹일 수 있었고 힘겨움 덜 수 있었다.
산중에서도 유일하게 키보다 큰 표지 석에서 사진을 찍고
어진, 그 남자의 사진도 렌즈속에 담았었다.
벌써 주인의 앨범에서 잊혀져야만 할 사진들이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클럽서랍에서 한숨쉬고 있을 것 생각하니,
기다렸을 그들의 허탈이 미안하고
애써 찾아주려 하지 못한 무관심이 죄송하다.
그는, 사람은 기억했으나 산을 기억하지 못했고,
나는, 산은 기억했으나 사람을 기억하지 못했다.
먼 훗날 산이 있어 나눌 이야기들이 지금도 창조되고 있음이
가슴 훈훈하고,
까마득한 날, 산이 있어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있어
신이 나는 날,
날, 원망했을지도 모를 사진을 찾아
그에게 전해주리라,
모르고 지었을지도 모를
죄를 짓지 않게 해주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글/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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