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이는 20대 후반이구요.
제작년.. 그러니까 2006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약 4개월 정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이 남자.. 부모님이 멕시코 이민 1세대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미국에서 만나 결혼해
남친을 낳았어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뭐 거의 미국인이라고 봐야죠.
생긴 것도 멕시칸처럼 안 생겼어요. 오히려 유럽 쪽 사람 같았죠.
처음에 저 좋다고 쫓아다닐 때 제가 무수히도 거절했습니다. 흐지부지하게 한 것도 아니고
정말 확실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나중엔 친구로 남자고 해서 그럼 그러자고 했죠.
제가 그 때 힘든 일이 좀 있었는데 그 때 많이 도와주고 해서 마음이 열렸는데, 그러고 나서
사귀자고 하더라구요.
제가 하는 일이 디자인 쪽이고 그 놈도 계열은 다르지만 디자인 쪽에 종사중이었고...
매너도 좋고 대화도 잘 통하고 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은 좀 사귀어봐야 아는 거였는지.. 시간이 좀 지날수록 좀 걸리는 것들이
서서히 나타나더라구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이야기에요. 한 한 달 정도..
남친이 갑자기 자기가 요새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는데 저도 알아야 할 것 같다면서
말을 해주더군요. 그 이야기의 줄거리란 대충 이렇습니다.
-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 여친은 헤어진 후에 자기랑 친했던 놈이랑
사귀게 되었다. 그 둘은 자기랑 연락을 끊고 한 동안 있다가, 그 옛여친이 자기한테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을 다시하게 되었고, 그렇게 친구로 지내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그 여친이랑 한 번 잤다. (말하자면 그 여자가 바람을 피운 것이죠..)
그러고 시간이 지나고 저를 만났고, 그 후에도 그 옛 여친이 필요할 때만 자길 부르고
얼굴이나 함 보자고 했는데 약속도 어기고 해서 감정이 쌓였다. 결국 어느 날 화가 나서
그 옛여친의 현 남친에게 메신저에서 "나 니 여친이랑 언제언제 잤다" 이렇게 말해버렸다.
그 남친 자기 여친에게 진상 파악 들어갔더니, 그 여친 하는 말이..
제 남친이 자기를 성폭행하려고 했답디다. 그런데 여친이 자긴 도망쳐나왔데요..
그 옛여친, 제 남친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했다더군요. 그 여자도 사정이
있었겠죠.. 남친의 의심을 푸는 게 중요했을테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어이 없고 짜증 나는 사건이었어요. 난 아무 관련도 없는데 왜 이런 이상한
일로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되는지.. 저보다도 더욱 스트레스 받았을 제 남친을 위해
신경 써주고 상담해주고 대책 마련 고민도 해주고 했었더랬죠.
정확이 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는 저도 몰라요. 전 제 남친 얘기만 듣고
믿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니 그 때 싹을 보고 헤어질 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열 받는다고 그렇게 평온한
남의 연애사에 불을 싸질러 버릴 정도로 다혈질이라는 걸 이젠 알겠어요..;;
뭐 사건은 결국은 없던 일로 됐어요. 그 여친 쪽에서도 특별히 증거가 없고 이 쪽에서도
그 여친이 친근하게 보냈던 이메일이랑 해서 증거 마련에 들어갔었거든요.
사귀고 두 세 달 지나면서, 제가 마음 고생을 좀 했어요. 안 그래도 저는 영어가
완벽하지 못해서 대화 소통이 조금 어려웠고, 남친도 우리는 뭔가 특별히 통하는 게
없다는 둥, 뭐 이래저래 모든 어려움의 발단의 근원을 저한테로 돌리더라구요.
한 번은 제가, 이런 건 좀 시간을 두고 차차 서로 연결 고리를 찾아나가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왜 시간이 그리 중요하냐고 오히려 저한테 묻더라구요.
왜 시간이 중요하냐니. 연인 사이에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돈독해지고 그런 걸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왜냐고 물으니까 막상 할 말이 없었어요.
그것 말고도 여러가지 제가 당한 일이 많답니다.
처음에는 뭐든 다 해주고 잘 해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가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뭘 해주면 고마운 마음도 점점 작아져가는 그 모습이 눈에 보였어요.
한 번은 제가 무슨 부탁을 한 적이 있는데 도와주겠다고 했는데도 나중에 물어보니
전혀 관심도 기울이질 않았더라구요. 그 때 생각했죠. 내 힘으론 안되겠구나.
결국 연락 끊고 친구 사이고 뭐고 없다고 연락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벌써 1년도 넘게 지났어요. 전 지금 사귄지 9개월 된 무지무지 사랑하는
남친이 있고 현재 우리 관계에 만족하고 있는 상태거든요.
한 달 전에 이 외국인 남친한테서 전화가 와서 무시했어요..
메세지를 남겼는데, 벌써 우리 연락 안 한 지 1년이나 됐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연락해라.. 이런 내용..
하하.. 전 이미 이 놈한테 질려서 다시는 연락하기 싫다고 생각이 박힌지 오래 됐거든요.
그냥 씹었는데. 며칠 있다 또 문자가 오더군요.
이렇게 자꾸 연락 오는 걸 지금 남친이 알면 싫어할 것 같고 저도 이 놈이랑은 말도
하기 싫어서 문자로 다시는 문자도 전화도 하지 말라고 보냈어요.
그러고 한 동안 조용했는데 며칠 전에 또 전화에 메세지가 왔네요.
니가 나 싫어하는 거 안다, 그래도 난 니가 잘 지내나 궁금해서 그런다, 다치게 하거나
그런 거 아니니 연락해라..
결국 짜증이 나서 핸드폰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미국은 특정번호 수신거부가
안된다네요.. 답답하게시리..
뭐라고 말을 해야 아주 연락을 끊을까요?
전 정말 이 놈만 생각하면 치가 떨려요. 그 이기심 하며 아집과 찌질함이..
이렇게 자꾸 무시하다 보면 지가 포기할지.. 지금 남친이랑 있는데 연락 오는 게 너무 싫어요.
예전에 사귄 다른 놈들은 그냥 어쩌다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하겠는데..
남친이 있건 없건 간에 이 새킈는 다시는 근처에 가기도 싫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