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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이별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와 이별을 했지만 오늘만큼은 슬프지 않을 것 같네요^^.

오늘은 정말 기쁜일이 있었습니다. 전 장거리 연애를 합니다. 아니 했었습니다.

평소처럼 여자친구가 마중을 나왔고 기차를 기다리는데,

요즘 서로 많이 만나지도 못하고 대화도 줄어가니까

이별을 생각한 듯한 말투로 그녀가 말을 하더군요.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전 한동안 끊었던 담배를 손에 쥐고, 기차에 오르기 위해 성북역에

계단을 열심히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던 중에 어떤 할머님이 절 부르더군요.

눈물이 나올거 같아서 꾹 참던 중 할머님의 부름에 갔더니 할머님이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기가 힘들다고 저에게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시더군요.

(참고로 성북역은 계단을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는 방식)

 

그 많은 계단을 혼자서 걷기도 힘드신데,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계셨기 때문에 그자리에서 쉬고 계셨던겁니다.

나름 힘든 상태였지만 모른채 할 수 없어서 양손에 짐을 힘껏 들어드렸습니다.

22살의 건장한 남아가 들기에도 짐은 무척 무거웠습니다.

생각보다 무거운 짐을 힘든 척 하지 않으며 곧 기차가 오면

할머님이 타셔야 할 5호차앞까지 놓아드렸습니다.

 

할머님께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할머님이 드시던

땅콩카라멜을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그다지 먹고 싶은 상태가

아니여서 거절했지만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되서 받았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저희 외할머님이 가끔 주셨던 카라멜이 생각나더군요.

사실 카라멜보다 제가 기뻤던 것은 할머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부모님께 교육을 참 잘받은 학생이구만" "고마우이"

기분이 묘하게 좋았습니다. 부모님이

"너가 예의없이 굴면 너가 욕먹는게 아니라 부모욕 먹이는 일이다"

라고 자주 타박하시곤 했는데 말이죠.

이별이고 모고 기분이 정말 잠시동안 좋았습니다. 무거웠던 짐들도

한결 가볍게 느껴지는 듯 했구요. 마침 기차가 들어오고 힘을 더 내어서

할머님 자리까지 짐을 들어드렸습니다. 할머님이 정말 고마워 하시길래

저도 기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평소에 선행이라는거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개판치는 학생은 아니였지만..;;

가끔 나도 모르게 이런 자그마한 일을 당연시 생각하면서도 도외시하는 면이

없지않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로 다시 깨달은 듯 해서

기분이 정말 좋네요. 이 기분이 계속가서 이별의 아픔까지 치유해주진 않겠지만요. 

 

가끔은.. 한번쯤은.. 선행에 기쁨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특별히 생색내려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ㅠㅠ

이별로 인해 힘들다고 생색내는 것도 아니구요..ㅠㅠ

그렇다고 제가 선행을 남들만큼 많이 했다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남과여의 연애사로만 도배되는 계시판 중에

우리가 잊고 사는 면을 다시한번 생각하자는 뜻일뿐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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