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오래된 편지 한통...

수미 |2003.09.06 12:03
조회 1,243 |추천 0

그러니까 지금 내 나이 29... 결혼한지 4년째. 세살된 아들. 그리고 울 신랑...

고2 겨울 방학 때 친구 대타로 나간 난생처음의 소개팅... 키도 작고 얼굴엔 여드름투성이에 빼빼말라서 바람부는대로 드러나는 앙상한 다리뼈들에... 웃기는 잘 해도 전혀 내 타입이 아니었던 남자애. 그저 편지나 주고받는 친구로 지내자며 편지하기 시작했는데. 두 통째에 내가 무슨 자기 여자친구인 마냥 하는 말투에 열받아 싸우곤 한동안 소식없다가 그 일이 계기가 되어서 사귀게 된 내 첫사랑...

집안도 좋았고, 공부도 잘했고 알고보니 마음도 따뜻하고 책임감도 강하고 콩깍지가 씌우면 여드름도 보조개로 보인다더니 한 4년 내내. 그애 없인 죽을 것 같이 마음이 아프고,,, 그렇게 많이 사랑했고 사랑한 만큼 싸우기도 했고... 둘다 집이 익산이었는데 그앤 서울로 난 전주로 대학을 가고 2학년 중간에 군대를 가고... 그러다 그의 무서운 집착들... 나도 집착을 했지만 내 생활을 하다 보니 그 집착이란 것에 지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군에 있던 그는 더욱 초라할 정도로 나에 대해 집착을 했고... 결국에 헤어지게 되었는데... 헤어지면서 모두 버렸던 그의 물건들...그이 사진들... 그의 편지들... 다 버렸지만 그가 첫 아르바이트하고 사준 옷 한벌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옷장안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밤차를 타고 내려와 대학생되면 이쁘게 입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한 돈을 탈탈 털어 사준 옷... 모조리 버렸던 잊어버렸던 그의 흔적들...

 

한달전 친정에 가서 결혼전 쓰던 옷장을 동생에게 주려고 옷을  싸다가 그애와 만난 둘째 해에 받았던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게 되었다.  익숙한 그의 글씨체... 그의 손때... 그의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았다.

울 신랑이 보면 아마 돌겠지...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의 첫사랑의 편지를 간직한다.  

 

그와 헤어진지 7년...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나도 많이 변했는데... 그애도 많이 변했겠지...

많이 보고 싶다.  그저 한번만 만나서 안부라도 물었으면... 그 때 내가 미안했다고 사과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전하고 그 이후 반년 쯤 후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3년 연애하고 결혼을 했다.  어딘지 잘 보면  그 애와 남편의 얼굴은 닮은 구석이 있다.  어쩌면 ...

 

한 이년쯤 전에 알러브스쿨로 찾아서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없는 멜이라며 되돌아 왔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대학에서 도시설계를 전공했으니 지금쯤 어디 시청에 도시 계획과에 취직해 잘 살고 있다면 고맙겠는데...

 

내 나이 서른이 되면 우리 뭘하고 있을까라며 이야기하던 나의 꽃같던 10대와 20대의 전부를 함께 했던 그... 너무 보고 싶다.    

 

그와 헤어진걸 후회하는 건 아니다.  그를 다시 만나서 사랑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무작정 소중한 것이다. 

그 때의 내가 했던 모든 기억은 그를 제외하면 이야기할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고삼땐 데이트도 주말에 만나서 동네의 한적한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수리 문제집을 꺼내놓고 같이 공부하면서 하고... 아님 서점에 가서 책보고 책고르면서 데이트 하고...둘다 소위 이야기하는 범생이들이어서 커피숍은 생각도 할줄 몰랐고 고작 롯데리아와 노래방이 전부였다.  아님 스트레스 해소로 오락실에 가서 테트리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있는 건 좋았다.  그와 늘 만나던 그의 집 앞 놀이터...

 

보고 싶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