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매미'와 통나무***
*건령 18년의 내 보금자리가 날아가지 않을까 염려하는 날
수없이 119구급대는 울어댔다.
평생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던
형광등이 마지막 숨을 들이킬때 양초를 준비하고
라이터를 준비하면서도 오늘 이 난장판은 꿈도 꾸지 않았다.
밤새워 촛불은 바람에 일렁이고
밤새워 성취하지 못한 욕구열에 온 몸에 열꽃이 돋았어도,,
승화하지 못한 촛불이 촛농으로 식탁위를 물들여도,
못다 핀 열꽃이 어지러운 꿈자리로 승화해도
오늘 이 난장판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다.
자동차는 모두 기능을 잃고 본넷을 열어 젓혔고
1층 이하 모든 지하층은 발가벗기우고도 혈기왕성하다.
도와주겠다고 나서도 투전판에 나선 닭처럼 울분에 씩씩댈 뿐,
머나먼 러시아에서 유배를 떠나온 통나무들만 무색하다.
머나먼 이국 대한이라는 이름의 나라에 유배를 떠나와
몇 달을 버텻는지 모른다.
방역작업을 거치고도 몇 개월, 숨도 쉬지 못한체
고향에서 밀려왔을지도 모를 조류의 내음을 맡으며
향수에 젖기도 했고 무료하여 졸기도 했었는데,
때맞추어 밀려든 만조로 하여 둥둥 떠다닐 수 있었다.
뜻밖의 손님 '매미'와 어깨동무하고
모퉁이집 통감자탕집을 들이박기도 했고
수십미터까지 밀려와 새마을금고 건물을 들이박기도 했고
지상 5층 지하 3층 건물을 지하층을 모두 침수시키며 지하층까지
머리 디밀었으니,
안타까운 아가씨는 엘리베이터안에 갖힌체 숨을 거두었으나
밤새 119구급대는 그녀를 구할 방법이 없어
날이 새고 태풍이 멎었으나 들것에 실려 나올 수 있었다.
차곡 차곡 쌓여 있어야 할 통나무는 시내 곳곳에 드러 눕고
한 동네는 송두리체 단수와 단전의 아픔에 양초조차 구하지 못한체
골목길에 나섰다.
지하 이백여평가까운 상가건물에서는 아직도 물이 솟구쳐 나오고
취재나온 헬리곱터의 굉음만 작은 항구도시를 뒤흔들고
한치 앞도 분간 할 수 없는 잠수부는 생명의 흔적을 잡을 수 없고,
간혹 들려 나올지도 모를 안타까운 소식에 숨을 죽이는 이웃은
잠을 잊은지 오래이나,
난장판에서 귀가한 사람은 한 잔 탁배기를 건네며 후일담을 이야기하고
TV에서는 광고방송이 여전하고
뉴스는 간단할 뿐이다.
여기 저기 드러누운 통나무만 무안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문을 비집고 나올려던 아가씨의 메니큐어발린
손끝만이 무색한 저녁,
피자집 오토바이만 쏜살같이 거리를 횡단하고
태풍에 넘어지다만 프라타너스의 풀내음만 코끝에 진동한다.
*건령: 건물의 나이
글/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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