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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有" 외할머니가 만들어준 퐁퐁계란후라이

나으존재야 |2008.03.19 17:02
조회 41,246 |추천 0

 

입대전 일이었어요.

시골분이신 외할머니께서는 큰외삼촌부터 막내인 저희 어머니까지 자식이 많으세요.

어느날 할머니께서 적적하셨는지 큰 외삼촌댁부터 저희집까지 쭉 돌아보러 혼자 나오셨죠..

큰외삼촌댁에서 며칠.. 둘째외삼촌댁에서 며칠.. 그렇게 차례로 오시면서 저희집에 오셨죠.

어머니 아버지는 맞벌이를 하고 계시고, 동생은 지방대에 다녀서 기숙사에 들어가있고.

저마저도 용돈벌이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집이 항상 비어있음에도.

살림살이 도와주신다며 그렇게 빨래도 하시면서 집에서 잠시 계셨더랬어요.

 

항상 저녁시간때쯤에 일을 마치고 집에오면, 외할머니는 저녁을 차려주셨는데,

하루는 집에 먹을거리가 별로 없었던 날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하신게 "계란후라이" 였던거에요.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지고,

허기졌던 저는 허겁지겁 입에다가 계란후라이를 집어 넣었는데,

알수없는 향기가 입안에서 퍼졌죠.

퐁퐁냄새라는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설거지할때 깨끗이 행구지 못했겠거니 생각하면서 향을 참으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오셨어요.

어김없이 할머니께서는 아버지 저녁식사를 준비하시러 부엌으로 가셨고.

저는 아까 먹은 계란후라이도 걸려서 제가 직접 설거지를 하러 들어갔죠.

역시 아버지도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 주시려 했던거 같은데...

놀라운광경을 보게되었습니다.

 

후라이팬에 퐁퐁을 한바퀴 두르시고. 계란을 부치시더라구요.

저희집 퐁퐁은 따로 조그맣한 투명용기에 위에 눌르면 찍찍 나오는 그런데에 담겨있는데,

식용유가 붙박이장안에 깊숙히 들어가 있어서 못찾으신거에요. ^^;

ㅋ 아까 제가 먹은 후라이의 퐁퐁향도 설명이 되는 순간이구요.

 

할머니에게 식용유를 꺼내드리고 그렇게 그날 하루는 할머니도, 가족모두 실컷 웃었습니다.

 

갑자기 할머니께서 시골에서 나오셔서 홀로 무리하시면서 먼길 오시면서 자식들 보러 나오셨는지..

외삼촌도 어머니도 저도 이해를 못했지만.

할머니께서는 바쁜 자식들 다 부르기가 미안하셨는지..

손수 돌아다니시면서 그렇게 식구들 모두에게 따뜻한 저녁밥 손수 차려주시고.

그렇게 저희 어머니와 막내손주까지 전부 다 돌아 보시고 다시 시골에 올라가신뒤에.

얼마뒤에 편안하게 잠드셨습니다.

 

얼마전 할머니 제사였어요.

매섭던 추위가 한풀꺽이고 제법 따뜻해 지는 봄의 어느날.

할머니 생각이 문득 났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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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많이들 읽어주셨네요.

집에 오셨을때 어머니랑 찍은 사진이 있길래..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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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빈생각|2008.03.20 00:48
우리 외할머니 생각 나네요.. 하얀 모시 입으시고..장날..장보고 오시면서 수박 한덩이 사들고 오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참..곱게 늙으셧는데...
베플응삼이|2008.03.19 17:07
방귀 뀌면 방울방울 터지겠다 똥싸면 향기롭겠네..
베플봉달|2008.03.21 10:08
울 할무니.. 완전시골분이시라.. 청결.. 이런거 전혀 없습니다. 일년에 한두번 뵐까 말까였는데 그래도 손주손녀 왔다고 반가우셔서 몇일동안 라면이니.. 오징어국이니.. 당신딴에 열심히 준비해서 주셨는데 그릇이고 뭐고.. 아무리 더러워도 물에 한번 슥 행구곤 그냥 주시고.. 어린마음에 너무 더러워서 몇입먹다 먹지도 않았어요.. 우리 할머니는 왜 그렇게 지저분할까.. 짜증난다.. 1년뒤에 돌아가셨는데 입관할때 어찌나 할머니가 끓여준 오징어국이 먹고싶던지... 꼴에 깔끔떠느라.. 그 따듯한 마음을 무시한 제가 바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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