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방안에 귀뚜라미가 들어와 울기 시작한다.
문단속을 잘 하였는데도 어느틈에 들어와
장농뒤 어둡고 답답한 그곳에서 쉬지않고 울어댄다.
그곳에서 아무리 울어보아도 그의 짝은 올 수가 없는데도...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 울음소리가 너무나 처량하게 들린다.
누구나 깊은 번민의 골짜기에서
몸부림 칠 때가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괴로움에
소리죽여 울어 본 때도 있었을 것이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는 몰라도
부쩍 풀벌레 소리는 더욱 처량한 분위기를 만들어
공연히 마음만 쓸쓸하게 만든다.
7월 장마가 끝났다했는데
9월이 넘어서도 게릴라성 폭우에 속수무책이며 거기에 매미라는게 아랫지방을 휩쓸고 지니갔다. 이재민과 수재민 그리고
농민의 근심과 걱정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연이어 며칠을 내리는 비는
태풍과 함께 나라 전체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우리나라에 걸쳐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심술을 부리고 있다.
한철이던 복숭아도 장마를 보내지 못하고
포도와 사과가 장마속에서 지나가는 세월을 알려준다.
말없는 자연은 사람들을 비웃으며
속수무책으로 만들어 다 지어 놓은 논밭을
황토의 바다로 만들어 속절없이 탄식만하게 한다
파란 하늘은 언제보았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로 빗줄기와 회색빛 하늘만 우리곁에 있다.
우리들 기억속의 장마는
온통 천지를 뒤덮은 흙탕물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는데...
빗속에서 여름은 서서히 지나간다.
풀벌레 우는 가을이 들어서 벌써 추수를 한 사람도 있다.
매순간 과거로 흘러가는 시간과 현재로
들어오는 시간이 교차되지만
금년의 지겨운 장마는 기억속에서 오래 남아
매년 장마에 대비 할 수 있게 충고로 남겨 놓아야 겠다.
가까이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는 무척 안타깝게 들린다.
아무리 불러도 다른 짝을 구할 수 없을 것이며
날씨가 좋은 날에 가구를 들어내고
대청소를 해야함으로 그의 노래도 며칠 남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삶도 우리는 모르지만
우리를 굽어 보는 전능한 신들의 마음속에는
우리가 귀뚜라미를 생각하듯 그러한 처지가 될 것이다.
내일은 비를 뿌려 홍수가 될 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슴으로
"비가 올 것이다" 라는 일기예보를 믿으며 삶의 한쪽을 맡기고서
속절없이 살고 있다.
우리의 삶을 내려다보는 신은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르는 채
오늘도 희망이라는 그 작은 불씨 하나로
어둠을 밝히고 살고 있는 것이다.
추수의 기쁨도 예년같지 못하고
모든 이들의 수입물들도 그와 같아서
올 겨울은 더욱 춥게 보낼 것 같지나 않을런지 모르겠다.
"엘리뇨"가 더운 공기를 가지고 와서
기상이변을 만들고 가기에 "라니냐"라는 차가운 공기가
가는 "엘리뇨를 붙잡고 이별의 눈물을 흘려
긴 장마속에 여름을 보내고
비가 많이 오면 눈이 많이 온다는 겨울이 걱정이다.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경제가 허락치 않아 알면서도 그 고통을 비켜 가지 못한다.
풍성한 가을의 높은 하늘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대비를 해도 방법이 서질 않는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몇일 있으면 죽어야 하는 귀뚜라미보다는
조금 아픔이 있겠지만 그 역시 우리의 저력 앞에서 망설여 지는 대목이다.
지금 이 세상을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여름이 가는게 겁이 나 듯
가을의 풍요로운 수확마저 기대 할 수 없는 서민들의 마음은 텅 비어 있다.
추운 겨울엔 더 많은 식량과 연료비가 들테니 말야
극과극의 경제, 난장판 정치,줏대없는 노동정책,혼탁해지는 사회
그리고 그러한 현실속에서 사는 우리들...
질서가 없는 세상이다.
희로애락의 삶 중에 노와 애만 있다.
희와 락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우리의 가슴속에 숨겨진채로
꽃잎처럼 봉우리를 꺼낼수가 없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비와
양분이 있어야 솟구쳐 올라 피어날수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그런 의욕이 존재치 않는다.
자포자기한 가을 들녘에서
허수아비처럼 훠이..훠이.. 새를 쫒는다.
웬종일 흘리는 눈물같은 빗줄기는
그나마 목숨같은 곡식을 더디게 영글게 한다.
따가운 볕이 있어야 말리고
익는 것의 이치를 다 외면한다.
우리의 현실과 같다.
맑고 파란 가을하늘을 가리고 있는
우울한 구름을 한줄기 바람만이 날려보낼 수 있을까?
그게 살맛나는 가을을 불러 올 수 있을까?
그 바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새삼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