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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말한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탐방기 [총기연구실]

바라미 |2003.09.18 15:35
조회 1,035 |추천 0

<시체는 말한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탐방기[1]

국립과학수사연구소.( http://www.nisi.go.kr)

일명 국과수라고도 불리는 곳.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사고에 관련된 증거가 모여 있는 곳.

범죄수사나 사법재판에 있어 중요한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곳.

  내 머릿속의 국과수는 음산한 분위기에, 왠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듯한 그런 곳이었다. 그랬기에 내심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견학이 결정된 후……. 소설, 그것도 추리소설을 쓴답시고 깝죽대는 나 같은 예비 글쟁이(?)에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견학은 그 자체로써 둘도 없이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갈까 말까 망설이게 됐다.

<총기, 탄약연구실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일행>

<폭약의종류및뇌관-1>

<폭약의종류및뇌관-2>

    문서나 신문, TV매체 상으로는 알지 못하는 사건?사고들과 그에 따라 채취된 증거물들, 거기에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현장의 모습과 분위기를 나의 눈으로 직접 보고, 나의 귀로 듣고, 머릿속에 각인시킬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

  그랬기에 결국 포기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날 따라 왜 그리 춥고,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부는 건지. 안 그래도 떨리는 발걸음이 더욱 떨려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가기 위해 지하철 5호선 신정역에서 내린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역시나 종점. 그 곳에서 또다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까지 걸어가야 했는데 그 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뻥 뚫린 왕복 2차선 도로 가에 있는 것이라고는 높은 담벼락과 건설 자재 집하장이 전부였으니……. 안 그래도 망설이던 마음이 걱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실제로는 10분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나에게는 그 길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갑자기, 일행 중 현재 추리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황세연씨의 말소리가 들렸다.

  "저기 왼쪽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다.”(누가 이렇게 길게 말을 했겠는가? 실제론 “국과수다”라고 했다.)

  황세연씨의 말에 고개를 돌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라는 곳을 봤다. 그리고 실망했다.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 정문만이 나의 눈을 채웠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예전 나의 상상이 맞는 듯했지만 그것이 틀렸음을 알게 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고개를 약간 들어 위쪽을 보는 순간 초라한 정문의 모습과는 대조되는 본 건물이 보인 것이었다.

 3층으로 우뚝 솟아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본관은 온통 하얀색으로 둘러싸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소훈인 '정직, 정확, 공명정대, 신속처리'와 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문 경비실에 신분증을 맡기고 받은 방문증을 패용한 일행은 먼저 국과수의 생물학과 과장님으로 계시고, 우리를 초청해주신 최상규 박사님께 갔다.

  최박사님께서는 본청의 건물을 지나쳐 나가면 있는 생물학과 동에 계셨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신 최박사님은 우리에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홍보책자를 보여 주시면서 가보고 싶은 곳을 고르라고 하셨다. 그 책자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각 분야별 연구실이 소개돼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하나는 사건에 대한 감정. 즉 범죄수사 및 사법재판에 관한 증거물에 대하여 법의학, 법과학, 공학적인 감정과 연구를 통해 범인을 판별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각종 사건?사고에서 채취된 증거물의 정확한 감정을 위하여, 여러 가지 방향의 연구를 통해 보다  많은 진실을 알아내도록 하는 것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서울 본소 그리고 남부, 중부, 서부 분소로 나누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사건이나 사고가 늘어나다 보니 서울 본소에서만 처리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영남지역 수사활동지원에 남부 분소, 호남 및 제주지역의 서부 분소, 충청지역의 중부 분소로 나누어 활동을 한다.

  서울 본소는 법의학부와 법과학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법의학부는 법의학과, 생물학과, 범죄심리과, 문서사진과로, 법과학부는 약독물과, 마약분석과, 화학분석과, 물리분석과, 교통공학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각 과는 두 가지에서 많게는 4가지까지 세분화되어 활동을 한다.

홍보책자를 들여다봐도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는 우리에게 최박사님은 몇 군데를 추천해 주셨고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는 최박사님의 의견에 따르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나는 내심 아쉬웠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차마 입으로는 꺼낼 수가 없어서였다. 그 동기가 너무나 불순해서 '왜?' 하고 물어보시면 대답할 말이 없으니까…….

  총기연구실, 음성연구실, 문서감정실, 부검실, 그리고 생물학과동 순으로 일정을 짠 최박사님과 일행이 생물학과 동을 나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본관 건물에 있는 총기 연구실이었다.

  비교현미경을 통해 각종 총기사고에 관련된 탄피와 탄환을 채취해 그 곳에 남아 있는 탄흔과 강선흔 및 총기와 실탄의 종류를 구분하고 총기류에 의한 자?타살여부 판별, 폭약 등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를 하는 곳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총알은 실탄이라고 하는데, 이 실탄은 탄환과 탄피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탄환은 총을 쐈을 때 튀어나가 직접 손상을 입히는 부분이고 탄피는 그 탄환이 나가도록 화약을 담아두는 부분이었다.

  총 내부에는 강선이라는 홈이 나선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강선은 탄피에서 화약이 터지며 그 힘으로 탄환이 나갈 때, 보다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목표물을 맞추도록 탄환을 회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회전을 하며 날아간 탄환에는 탄흔, 또는 강선흔이라는 것이 남는데, 이것은 인간의 지문과 같이 모든 총마다, 또 같은 총이라도 언제 쐈느냐에 따라 틀리다고 했다. 즉, 그 강선흔을 보면 같은 탄환이라도 어떤 총에서 쐈는지 알 수 있고, 같은 총에서 쏜 탄환이라도 언제 쐈는지를 알아낼 수가 있다고 했다.

  실탄에 대한 설명 후 폭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아마 다들 영화에서, 특히 전쟁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폭탄을 터뜨릴 때 너무 가까이에서 터뜨리면 자신도 같이 죽기 때문에 어떤 선을 연결한 후 멀찍이 떨어져 불을 붙인다. 그러면 그것이 타 들어가다가 폭탄이 터지는 것을……. 그때 타 들어가는 것을 '도화선'이라고 하는데 그 도화선이 타 들어갈 때 치익-하는 소리를 내고 불꽃이 튀는 모습도 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영화 속의 효과를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면…….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우리 일행들은 너무나 새로운 사실에 잠시지만 멍했었다. 우리가 지금껏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이 모두 거짓이라니……. 하지만 거짓은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도 아닌 총기와 폭약 연구만을 전문으로 하는 분께 직접 들었으니…….

  이 말을 한 뒤 그분은 여담으로 나중에 도화선에 불을 붙일 일이 생기면 불을 붙이자마자 바로 던져버려야 한다고 했다. 붙었는지 안 붙었는지 몰라 그대로 들고 있으면 같이 폭발한다면서……. 왜냐면 도화선이 1m 타 들어가는데 120초, 그러니까 2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렇게 느리게 타 들어가니 불을 붙이고도 이게 붙었는지 안 붙었는지 몰라 서성이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설명이 끝나고 그 곳에 전시되어 있는, 탄환과 탄피로 이루어진 실탄과 엽총에서 사용되는 실탄(이건 꼭 쇠구슬처럼 생겼다)들을 구경한 뒤 바로 옆에 있는 음성연구실로 들어갔다.

<폭약의종류및뇌관-3>

<폭약의종류및뇌관-4>

<탄흔감식장비>

<폭약의종류및뇌관>

<탄알의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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