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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유령 (23)

시간공작소 |2003.09.21 08:21
조회 502 |추천 0

23.

고수는 하루종일 정신 없었다.
그냥 피씨방이니깐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것이 많았다.
다행히 지금 같이 일하는 매니저가 좋은 분이라서 많이 도와줘서
어떻게 돌아간다는것은 알았지만 아직도 손에 익지 않은 일이라서
어리벙벙한 상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어디 있더냐? 화이팅 고수..

 

"뭐하냐?"

 

"아~ 언니"

 

"하루종일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냐? 무슨 고민있냐?"

 

"아니요.고민은 무슨... "

 

"전화 기다리냐? 고수전화?"

 

"아..아니요. 그런것 아니에요."

 

"기다리지 말고 전화해라. 남자든 여자든 주저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줄 사랑은 없다고 하더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후회할일 만들지 말어"
오호~ 보라에게 저런 면이....

 

"네에.."

 

"그러면 수고해라."

 

맞다..주저하는 사람에게 손 내밀 사랑은 없지..
사랑? 사랑인가?
그냥 보고 싶을 뿐인데...목소리가 듣고 싶을 뿐인데...
한손으로 턱을 괴고 고민하다가 전화를 한다.

 

"안녕하세요..고수씨 저 서은진입니다."

 

"네에..안녕하세요.."

 

"지금 바쁘세요?..."

 

"네에..조금 바쁘네요.."

 

"그럼 담에 통화할께요."

 

"죄송해요..제가 곧 연락드릴께요..그럼.."

 

"네에~"

아쉬운듯 은진은 전화를 끊으면서..
"그래도 목소리는 들었다.."

 

하필 이럴때 일이 터지냐?
관할 경찰서에서 청소년 보호 어쩌구저쩌구하는 형사팀이 왔다.
이럴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매니저가 휴게실쪽으로 데리고 가면서 사장한테 전화하라는 시늉을 했다.
고수는 성수선배한테 전화를 했다.

 

"사장님 오셔야 할것 같은데요."

 

"왜?"

 

"관할 형사들이 왔는데요..청소년 보호 뭐라는 팀이라는데요.."

 

"에이씨~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3층 오픈했다는 걸 어디서 들었나 보군.
개코들이군...그래 짭새들 몇마리나 왔냐?"

 

"5마리 아니 5명 왔는데요.."

 

"그래 알았어..지금 갈께..민매니저한테 대접잘해주고 잘 붙들고 있으라고해..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헤집고 다니면 우리한테 좋을것 하나도 없어..알았지?"

 

"네에.."

 

고수는 전화를 끊고 민매니저에게 말을 전했다.
얼마 안 있어서 성수가 오고 성수는 형사들을 몰고 나가면서

 

"형님들 이 후배가 거하게 한잔 사겠습니다..
아닙니다..어려운 걸음 하셨는데..그냥 가시면 형님하고 의절하고 살렵니다.
하하하..자 가시죠."

 

"반장님 그냥 살짝 입만 대고 가죠."

형사중에 한명이 이렇게 말하자

 

"오늘 빨리 들어가봐야 하는데...어쩌지?"

 

"반장님 그냥 살짝인데 뭐 어때요...그냥 못이기는척 가요.
최사장 성의도 있는데.."

 

"그럴까?"

 

"최매니저..민매니저 뭐해 빨리 차 잡아...그리고 반장님은 제차로
직접 모시겠습니다. 가시죠.."

 

고수랑 민매니저는 뛰어내려가서 택시를 잡는라고 분주했다.

그리고 다들 간후 고수랑 민매니저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매일 이래요?"

 

"매일 이러면 어떻게 살아요? 무슨 껀수만 잡히면 오는거죠."

 

"성수선배 아니 사장님도 많이 힘들겠다."

 

"그래서 그러잖아요.장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고 하잖아요.
간쓸개 다 내놓어야한다고.."

 

"세상에 쉬운일 하나도 없군요.."

 

"그렇쵸.."

 

그 이후로도 정신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가 퇴근시간이 되어서
나갈려는데 성수선배가 파김치가 되어서 들어왔다.

 

"퇴근하냐?"

 

"네에"

 

"그래..난 너랑 한잔할려고 했는데..안되겠구나.."
성수선배는 충분히 취해서 눈이 풀려있었다.

 

"사장님..많이 취하신것 같은데..그만 집에 가시죠.."

 

"퇴근했는데..무슨 사장이냐? 따라와"
성수선배는 고수의 손을 끌고 갔다.


"나 어디간줄알어? 룸싸롱 갔다왔다.."

 

"좋았겠네요."

 

"좋긴 뭐가 좋으냐? 얼굴도 보기 싫은 새끼들이랑 술마시는 고역을 너가 아냐?
또 그앞에서 헤헤거리면서 웃어야하는것도..."

고수는 말없이 술을 마셨다.

 

"아줌마 여기 소주하나더 주세요."
성수는 소주를 하나 더 시켰다.

 

"그동안 술같이 마실 사람이 없었는데..이제는 잘됐네..글치? 흐흐"

 

"네에.."

 

"그 개새끼들..청소년 뭐 어쩌구저쩌구하는 것들이 그런데 가면 꼭 영계만 찾아
웃기지도 않어.그리고 별 추잡한 짓은 다해.그렇게 하고 싶으면 집에 가서
지자식들 데리고 그렇게 하지.."

 

"최선배 많이 취했어요.그만 마셔요."

 

"고수야..나 인간 최성수.. 가게 2개 때려쳐도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없어..하지만
계속할거야..왜줄 알어? 우리 꼰대 아니 우리 영감이 내가 얼마나 버티나 볼려고 가게
오픈해준거야..그렇다가 때려치면 내가 그럴줄 알았다. 니같은 놈은 뭘하겠냐?
라고 말하겠지..그러니깐 계속하겠다는거야."

 

"그러고 보면 최선배도 많이 힘들겠다."

 

"조금있으면 이것들도 와서 짖는다."
성수는 주먹을 보여준다.

 

"그게 뭐야?"

 

"어깨들이 와서 돈내놓으라고 짖는다고..멍멍..하하 재미있지 않니?"

 

"그렇게 힘들면 무슨 재미로 장사해.."

 

"재미? 재미야 있지.. 짭새랑 개새끼들 밥주는 재미로 장사하지.후후"

성수는 한잔 쭈욱 마시더니 그대로 앞으로 풀썩 쓰러져서 잠들었다.

 

'학교 다닐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없는 것은 술자리에서 그대로 잠들기이군'

 

고수는 성수선배를 업고 택시를 타고 선배집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그냥 택시만 잡아서 보내려고 했는데..아무래도 불안해서 같이 갔다.
예전에 몇번 가본적이 있지만 성북동 집들이 워낙 거기가 같아서 몇번을 헤매고
겨우 찾을수 있다.

 

"형수님..저 왔습니다."

 

"아니 고수씨 아니세요? 정말 오랫간만이네요."

 

"네에..그런데 최선배님이 많이 취했네요."

 

"같이 마셨어요."

 

"네에...그런데.."

 

"아니 무슨 술을 떡이 되도록 마세요."
찌릿~ 고수를 본다.

 

"아니 그게 아니라...죄송합니다."

 

"어디다가 눕히면 되나요? 안방이 어디죠?"

형수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고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최선배를 업고 간다.

 

'이런 젠장 무슨 놈의 집이 이렇게 넓어..
현관에서 안방까지가 공항 활주로네."

 

후들거리는 다리를 추스리면서 겨우 최선배를 침대에 눕혀 놓았다.

 

"형수님 저 가보겠습니다.안녕히 계세요."

 

그러자 안방에서

"야~ 고수야..자고가...우리집에 방 많아..자고 가.."

 

"그래요..주무시고 내일 가세요."

 

"아닙니다. 집에 꼭 가야할일이 있어서..그럼..안녕히.."

 

"야~ 고수야~....."
최선배가 뭐라뭐라하는 말을 뒤로 하고 집을 나왔다.

 

집에 도착한 고수는
"다녀왔습니다." 라고 말하고 그대로 현관에서 뒤로 벌렁 누웠다.

서희가 고수를 보더니

 

"술먹었냐?"

 

"응..조금..오늘 너무 너무 힘들다..놀다가 일해서 그런가?"

 

"씻고 자..냄새나"

 

"냄새?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고수는 양말을 벗어서 발을 코에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어휴~ 더러운 자식..얼릉 안 씻어?"

 

고수는 낮은 포복으로 엉금엉금 기어가서 발을 씻고 다시 벌렁 누웠다.

 

"아이고 힘들어..서희야 너가 나 좀 옮겨라..침대까지.."

 

서희는 고수의 팔을 잡더니 질질 끌고 가서 침대에 휙~ 던져 버렸다.
문턱에 머리를 찧은 고수는 뭐라뭐라 궁시렁됐다.

 

"있잖아..내가 어릴때 잠자야할 시간인데도 잠 안자고 이렇게 누워있으면
엄마가 와서 자장가 불러주곤 했는데.."

 

"그래?"

 

"너도 자장가 좀 불러줘라."

 

"그러지 뭐"

 

서희는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이제가면 언제올까 내년이맘때 제삿날에/어화 어화 어화넘차 어화..."

 

"얌마 그건 장송곡이잖아.." -_-;;;;

"관두자..불러달라고 한 내가 바보지.."

고수는 등을 휙~ 돌리고 잠이 들었다..

그날 밤 꿈속에 엄마가 고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나즈막하게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잘자라 우리 아가..앞산과 뒷동산에.."
서희는 고수의 머리카락 어루만지면서 자장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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