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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건국기-프롤로그-4편

양주현 |2003.09.21 22:04
조회 176 |추천 0

일안귀는 '쿵~!'하는 소리에 두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엄청나게 커다란 검이 수직으로 바위를 꿰뚫고 꽂여 있었다.
검이 꽂힌 바위는 쩍쩍 갈라진 모양새가 금방이라도 으스러질 듯 했다.
검의 길이는 족히 2미터는 되어보였고 검이라 하기엔 검신이 너무 두텁고 뭉툭했다. 게다가 날도 서 있지 않아 보여
어떻게 저것으로 사람을 베나 싶었다.


검은 자루까지 온통 검정색이었다. 검을 잡은 손의 하얀 손가락이 검은 갑옷과 망토 덕분에 더욱 뚜렷이 보였다.
얼굴을 쳐다보았다.

 

"크흐흐~!"

 

일안귀는 웃음이 터져 나와 견딜 수가 없었다.
스켈레톤이었다. 앙상한 이빨에 휑하니 뚫린 눈이 영락없는 해골 바가지이다. 하얀 손가락이 뭔가 했더니 뼈다귀뿐이라서
그런 것이었다.

 

스켈레톤은 본디 사악한 마법사들이 마법을 걸어 움직이게 만든 몬스터이다.
보통 인간이나 인간과 유사한 종족의 뼈에서 만들어지는데 마법을 건 주인의 명령만을 충실하게 따르므로 경비병 대신으로 흔히 사용된다.
간혹 강력한 마법이 걸린 스켈레톤은 지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무 생각없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일안귀는 해골 바가지 녀석이 큰 칼 옆에 차고 위엄있게 서 있는 모습이 더 없이 우스워 보일 뿐이었다.

 

"뭐냣! 뼈다귀 주제에 방해하지 마라!"

 

일안귀가 귀찮다는 듯 말했다.

 

"죽이려면 한방에 죽여라~"

 

턱을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저음의 목소리가 스켈레톤의 이빨 사이로 스며 나온다.

 

"케케켓~! 그럼 재미없지. 고기는 잘 두드려야 제 맛이 나는 법이거든. 케케켓~!"

 

일안귀가 눈을 번뜩이며 다시 돌아다본다. 싱긋 미소짓는 모습이 징그러울 뿐이다.

 

쩌~억~! 스켈레톤이 바위에서 육중한 검을 뽑아 들었다.

 

'이.. 이놈 뭐야~!' 일안귀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보통 스켈레톤과는 달리 이놈은 무척이나 키가 컸다. 입고 있는 갑옷과 망토 때문인가.
뭔지 모를 위압갑도 느껴진다. 자세히 살펴보니 손가락에는 뼈뿐 아니라 약간의 힘줄도 붉고 하얗게 수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희안한 놈이라 해도 스켈레톤은 스켈레톤일 뿐이다. 일안귀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고개를 경망스럽게 좌우로 흔들어대며 위협했다.

 

"크~아! 내 일을 방해하지 마라! "

 

스켈레톤은 검을 수직으로 곧세운 채 저벅저벅 일안귀에게로 걸어간다.


뇌진탕에 걸린 모양이다. 루씨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그냥 멍하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일안귀는 당장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오는 스켈레톤에게로 빠르게 돌진했다. 곧추 세운 오른손톱으로 일안귀는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노렸다.
스켈레톤은 육중한 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슴으로 끌어당기더니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앞으로 쭉 뻗는다.


흠칫 놀란 일안귀는 재빠르게 뒤로 빠졌다. 2미터나 되는 검이 바로 코앞까지 들어왔다가 빠졌다. '웅~!'하는 바람소리가 떨린다.
일안귀는 다시 오른손톱으로 두개골을 노렸다. 마찬가지로 역시 스켈레톤도 아까와 똑같이 검을 앞으로 쭉 뻗는다.
일안귀는 또다시 재빠르게 뒤로 빠지며 씨익 웃었다.

 

'이 녀석. 바보군. 이거밖에 모르잖아. 딱 걸렸다.'

 

일안귀는 들어오는 검을 보며 휙 날아올랐다. 동굴은 꽤 넓어서 공간은 충분했다. 스켈레톤의 머리 위를 훌쩍 뛰어넘어 반대편으로 착지한다.
육중한 검은 굉음을 내며 미련스럽게도 동굴 벽에 콱 박혀 버렸다.

 

"케케켓!"

 

웃음소리와 함께 일안귀는 스켈레톤의 뒤쪽에서 달려들었다.
루씨는 눈앞이 가물가물했다.
일안귀는 마무리라 생각하고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날려버리기 위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날카로운 네개의 손톱이 스켈레톤의 뒷통수에 꽂히려는 순간
'으~쩍! 하는 굉음과 함께 동굴벽에 꽂힌 검이 뽑혀 나오며 스켈레톤은 그 육중한 검을 오른손만으로 아래방향으로 크게 휘두르며 빙글 몸을 돌렸다.


루씨의 눈앞으로 둔탁한 검은 검광이 번쩍 하고 지나가더니 부서진 돌멩이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기절하려던 루씨는 떨어지는 돌멩이들 때문에 정신을 잃을 수도 없었다. 잠시 고개를 들어 앞쪽을 바라보니 거대한 검을 등뒤로 매듯 오른손으로 검자루를 집어든 채
건장한 흑기사가 망토를 휘날리며 선 뒷모습이 보이고 일안귀는 공중에서 크게 찢겨져 내장이 사방으로 튀고 있었다.


그 순간 갈라졌던 동굴벽에서 흔들리듯 불안하던 커다란 파편 하나가 떨어져 루씨의 왼쪽 날개를 박살냈다.

루씨는 엄청난 고통에 그대로 기절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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