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억지로 사장과 합석을 하게 된 그녀..이번엔 아주 같잖은 협박을 하기 시작하는데..
"사장님! 이 동네에서 장사하려면 저한테 잘 보여야 되요"
돈 없어서 술도 공짜로 얻어먹는 주제에 대체 뭘 잘 보이라는 건지.. 그녀 얘기가 워낙 황당해서 사장은 호기심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제가요.. 이 동네 산지 10년이 넘었거든요.. 한마디로 여기는 제 바닥이다 이 말씀이죠"
"그래서요?"
"에이~~ 이 사람이.. 딱!하면 떡!하고 받을 줄을 알아야지.."
그녀는 어느새 말까지 짧아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싸가지 없는 그녀는 아니었건만.. 결국 그놈의 술이 사람 다 버려놓았다..
"무슨 말인고 하니..저를 단골로 콱 잡으면 손님들 수십 명은 줄줄이 소세지다 이 말이죠..맞지 유경아?"
"맞기는 뭐가 맞어? 니가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니 바닥이 어딨어? 사장님 죄송해요..울 친구가 술이 좀 많이 됐어요"
"괜찮아요..듣고 보니 친구 분 얘기가 아주 틀린 말도 아니네요...그럼 오늘부터 우리 집 단골손님 하시는 겁니까?"
"당연하죠.. 이렇게 술도 공짜로 주셨는데.. 대신 저한테 잘못 보이면 국물도 없는 줄 아세요.."
그녀의 말도 안 되는 호언장담에 유경과 사장은 기가 차서 웃고 말았다.
"그런데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좀 전에 보니까 기분이 별로 인 것 같던데..."
"그게 말이죠..저.."
유경이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리자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내뱉었다.
"저 실연 당했어요.. 그래서 술 마시는 거예요.. 먹고 죽을려구요..근데 배만 부르고 안죽어지네요.."
"아..제가 괜한 걸 물었군요"
"아니예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정말이예요.. 이것 보세요"
그녀는 빨개진 눈가를 쓱 닦고서는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그녀의 행동에 민망해진 유경이 화제를 돌리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런데.. 사장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사장님 치곤 너무 젋어 보이는데..."
"스물 여덟입니다"
"스물 여덟요? 그럼 우리 보다 한 살 많네요..우린 스물일곱이예요"
"에이~~ 그럼 나이 차이도 별로 안나구만.. 우리 그냥 편하게 말 놓죠"
유경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 또다시 냉큼 끼어든다..
"그럼 오늘은 초면이니까 담에 만나면 말 놓기로 해요"
"담에? 그럼 담에 공짜 술 또 주는거예요?"
"아니.. 그건 아니구요.."
사장.. 그녀의 뻔뻔함에 드디에 삐질삐질.. 진땀을 빼기 시작했다..
"얘 말은 그냥 못들은 척 하세요.. 지금 자기가 무슨 말 하는 줄도 모를꺼예요..아마.."
"네.. 그러죠.. 근데 두 사람 이름 물어봐도 되요?"
"이름요?. 저는 박유경이구요.. 얜 현정이예요.. 안현정.. 사장님은요?"
"전 한시영입니다.."
"한시영? 이름이 좋네요.. 뭐.. 이렇게 첨 보는 사람한테 공짜 술 주는 걸 보면 맘도 좋으신 거 같구요.."
"근데 집이 어디예요? 이렇게 늦게까지 술 마셔도 되요?"
"아.. 현정이는 요 앞 길 건너구요.. 전 연산동이예요..우리 집이 좀 멀죠?"
"그렇군요.. 여기서 한시간쯤 걸리죠?"
"네"
유경과 사장이 통성명을 하는 동안 그녀는 일명 '소사' 즉 사이다에 소주를 섞어서 부지런히도 원샷을 해댔다..
그러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