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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의 고수가 되기까지 11 (펌)

로맨티스 |2003.09.25 17:18
조회 483 |추천 0

[그녀] : 진짜 그냥 가냐?

[오백원] : 뭐...?

[그녀] : 그냥 갈꺼냐고

[오백원] : .......

당황스러웠다. 그냥 갈꺼라니....... 설마....... 잡아주길 바라는 건가?

그런건 상관없다. 잡아주길 바라던 말던 난 내가 할 말을 하려 이 자리에 있는게 아닌가.

[오백원] : 오늘... 시간 있어?

그 어린 나이에 난 만나자마자 고백을 하는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고 -_-;

만약 그녀가 데이트(?) 신청을 받아만 준다면 끝난후 헤어지는 길에 고백하려 했던 것이다.

[그녀] : .............뭐?

예상대로 시큰둥한 반응... 역시 잡아주길 바란다는건 내 착각이였나...?

[그녀] : 돈은 있어?

어.....? 뭐......? 자...잠깐... 설마 허락한거야? 날?!

[오백원] : 응 돈이야 조금....

[그녀] : 그래... 일단 가자 ^^

[오백원] : 어딜 -_-;

그녀는 내 손을 잡더니 은행 바로 옆에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오백원] : 자...잠깐... 우린 아직 어려!!!

"어서오세요"

츨입문에 들어서자 마자 사방에서 들려오는 괴성이 고막을 파고든다.

그리고 주인 아저씨가 가사롭다는 듯이 날 쳐다본다. -_-

[그녀] : 한시간만 하고 갈께요. 야 괜찮지?

[오백원] : 어? 어 -_-

5분 있기도 겁나 죽겠는데 한시간이라니.... 나 완전히 새됐다.

아참.... 까먹고 아직 말 안한게 있다.

우린 지금 노래방에 와있다. -_-

여자랑 단 둘이 노래방에 온건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두근 벌떡벌떡 쿵쾅쿵쾅 거려서...

김경식의 뚝딱이를 먹어주고 -_-; <--- 이거 기억하는 사람도 다 읽고 무조건 추천 -_-

그녀와 단둘이 방에 들어갔다.

그 어린 나이에 단둘이 좁은 방안에 있으니 어찌나 화끈 거리던지...

[그녀] : 너 노래 잘해?

[오백원] : 응

헉.... 내가 뭔소릴........;;;

[그녀] : 먼저 하나 골라

[오백원] : 나도 예전부터 김하나를 좋........ ^^

[그녀] : 김하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재미없어 -_-

[오백원] : 그래 -_-;

[그녀] : 근데... 나 언제까지 그녀로 출현하냐?

[오백원] : 아.. 바꿔줄께 ^^


# 그녀의 대화명이 그뇬으로 변경되었습니다 #

[그뇬] : -_-

[오백원] : 허허허허..;; 미안 깜짝개그였어 -_-


# 그녀의 대화명이 민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

[오백원] : 됐지?

[민정] : 흠... 그거 내 본명인데 -_-

방에 들어선 후 5분간은 서로 아무말없이

노래방 책자를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멋지게 발라드를 부르고 싶었지만...

아는 노래도 별로 없었을 뿐더러 중1때 난 온리 H.O.T 빠돌이였다. -_-

첫곡 : H.O.T = 캔디

사실은 오늘 너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싶어 널 만난거야~~♬

솔직히 부르면서 조금 쪽팔렸다. 여자랑 단둘이 노래방을 와서 댄스곡이라니 -_-;

근데...

기적이 일어났다 -_-

[민정] : 나 H.O.T노래 진짜 좋아하는데! 같이 부르자 ㅋㅋ

H.O.T 빠돌이와 빠순이가 만나면....

빠XX가 된다 -_-

흠... 나도 안다 내 개그 어려운거 -_-;

캔디, We are the future, 행복, 늑대와 양,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뭐 하여튼 그때까지 나온 H.O.T 노래들은 다 부른 듯 싶다. -_-

노래방에서 보낸 한시간...

그 짧은 시간으로 인해 난 그녀와 많이 가까워 질 수 있었다.

역시 H.O.T의 힘이란 -_-

노래방을 나서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녀와 단둘이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는게 꿈만 같아서 볼을 꼬집어 보았다.


...........

..............

................


[엄마] : 야 !! 어서 인나!! 지금이 몇신데 퍼자 퍼자긴!!

[오백원] : 뭐.....뭐야?? 꿈이였어??

이랬다면 난 다시는 글을 쓸 수 없겠지 -_-

[그녀] : 1차는 내가 정했으니까 다음은 니가 정해 어디 갈래?

아무리 그땐 내가 어렸다지만 이건 내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해놓고선 끌려가는 상황이였다.

이렇게 계속 끌려갈 순 없지.

이 기회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보기로 결심한 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근데 머리가 커서 잘 안굴러 가더라 -_-

그러다 어느순간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오백원] : 우리...

[민정] : 어...?

[오백원] : 오락실가자 -_-

그래... 그 나이때 어디 뭐 갈때가 있겠는가 -_-

아무래도 민정이는 여자다 보니까 게임이라면 당연히 내가 한수 위일테고

게임으로라도 기를 죽여 데이트를 리드해 보겠다는 중딩틱한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것이였다.

오락실 경력 10년 인생... 이제야 리드를 잡겠군 아하하하하ㅏㅏㅏ하하ㅏ하하하하하

[민정] : 싫어!

헉.........................................

[민정] 남자가 기껏 가자는 곳이 오락실이 뭐냐!

제길.... 어릴땐 여자가 남자보다 정신 연령이 높다는데 정말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_-

[오백원] : 그럼 어디?

[민정] : 니가 정하라니깐...

[오백원] : 흠...그럼.... PC방 -_-

[민정] : ......................그래

[오백원] : 왜? 가기 싫어?

[민정] : 어 -_-

[오백원] : 왜?!

[민정] : 너랑 나랑 PC방 가면 뭐 할꺼 있어?

......... 듣고 보니 그랬다. 같이 스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같이 채팅을 할수도.....

아! 그거다! 채팅!!

[오백원] : 우리 채팅하자

[민정] : -_-;;;

[오백원] : 너랑 나랑 하자는게 아니라... 내기 하자 ^^

[민정] : 어떻게?

[오백원] : 난 남자 꼬시고, 넌 여자 꼬셔서 20분안에 누가 더 많이 꼬시나!

[민정] : 푸하하하하하 너 반대로 말했어 -_-

[오백원] : -_-;;; 그래... 난 여자 꼬시고 넌 남자 꼬시기 -_- 됐냐?

[민정] : 뭘 걸고 할껀데?

[오백원] : 소원 하나 들어주기!

[민정] : ㅋㅋㅋㅋ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오백원] : ...........

[민정] : 아무거나 다 들어주기?

[오백원] : 당근 빠따 쓰리고 투고 원고는 원고지에!

[민정] : 왜 갑자기 오바하고 난리 부르스 윌리스의 식스센스냐!

[오백원] : 그만하자. 독자분들 우리 하이개그 이해 못하시겠다 -_-;

[민정] : -_-

[오백원] : 어쨌든 하는거지?

[민정] : 그래

하ㅏㅏ하하하하ㅏㅎ하 걸렸들었군 -_-

사부한테 전수받은 지네다리식 무한쪽지신공 제 2초식을 쓴다면 20분안에 20명쯤은 껌이지 후훗

소원이라....

하나밖에 더 있겠는가

삐삐가 없던 나는 그녀의 삐삐 번호를 불렀고

20분뒤 그녀의 삐삐에는 나와 그녀에게 온 음성 메세지가 10통이 넘었다.

우린 PC방 안에 있던 공중전화로 가서 하나씩 확인해 보았다.


==== 첫번째 음성 메세지 입니다. ===


[남자1] : 안녕~~? 나 아까 채팅했던 파란망또야~~ 너도 내가 맘에 들었다니 기뻐. 우리 좋은 인연 만들어 가자 ^^

푸하하하하!

중1의 나이로 나보다 더 느끼한 놈이 있었다니 -_-

[오백원] : ㅋㅋㅋㅋ 미치겠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런놈들까지 꼬시냐?

[민정] : -_-ㅗ

=== 두번째 음성 메세지 입니다. ===

[여자1] : 나 '사랑은항상' 이야~ 너 장동건 닮았다고 했지? ㅋㅋ 빨리 보고싶다~ 연락해~

-_-;; 나도 모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민정] : 뭐야 너!! 끊지마! 나도 좀 듣자

[오백원] : 아...안돼;;

얼마후...

[민정] : 으하하하 장동건 ㅋㅋㅋㅋㅋ 미쳐 !!

[오백원] : -_-


=== 세번째 음성 메세지 입니다. ===

[남자3] : 나 '하얀털'이야... 음성 남겨주면 신음소리 내준다고 했지? 기다릴께~

[오백원] : -_-;

[민정] : (*__)>

힘겹게 겨우 10여개를 다 확인했다.

결과는 신음소리의 유혹으로 인한 나의 참패 -_-

제길.... 남자들 그렇게 살지마라 !

아... 나도 남자군 -_-;

음성 메세지까지 다 확인하고 나니 PC방 이용시간이 조금 남았던걸로 기억한다.

우린 중1이였기에...

기본요금인 한시간을 채워야 했다. -_-

[오백원] : 야.. 남은시간 아까우니까 우리 채팅으로 얘기하자

[민정] : -_-

[오백원] : 니가 만들어 ^^

[민정] : 방이름 장동건 비밀번호 파란망또

-_-;;

# 14세 쌔끈남이 입장하셨습니다. #

14세쌔끈남> gkdl

날가져봐> -_-

14세 쌔끈남> 약속은 약속이니까 소원 말해

날가져봐> 생각좀 해보고...

14세 쌔끈남> 어

날가져봐> 야!

14세 쌔끈남> 그래 말해~

날가져봐> 아무리 생각해봐도 할만한게 없다...

14세 쌔끈남> -_-

날가져봐> 그냥 안할래 -_-

# 날가져봐님이 퇴장 하셨습니다. #

솔직히 허무했다. 내심 뭔가를 바랬는데....

물론 그 뭔가가 일어날 확률은 1%도 채 안되겠지만....

PC방에서 나오니 저녁때가 다 되가던걸로 기억한다.

그나이때 내 통금시간은 8시-_- 였기 때문에

슬슬 가야할 시간이였다.

가야할 시간이 다가 온다는 것....

그것은 곧 고백할 시간이 다가 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백원] : 이제 그만 가자

[민정] : 벌써?

[오백원] : 응 여자가 일찍 들어가야지~ 데려다줄께 <--- 통금 때문에 간다는 말은 쪽팔려서 못했다 -_-


어젯밤...

고백을 하기로 결심했을때 이미 장소로는 그녀의 집앞을 생각해 두었다.

기껏 분위기 잡고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말했는데

그녀가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다행이도 그녀는 별 상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그녀의 집앞이다.

솔직히...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 그녀를 데려다 주면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그녀를 바래다 주던 그때....

내 머릿속은 온통 고백에 대한 생각 뿐이여서 그런게 아닐까....

[민정] : 여기야

[오백원] : 그래 ^^

드디어.......

[민정] : 오늘 좀 재밌었다 ㅋㅋ

[오백원] : 나도 ㅋㅋ

[민정] : 그래... 앞으로도 가끔씩 삐삐쳐~

.............

사람의 심리라는게 이럴때 보면 참 웃긴다.

그렇게나 고백하려고 준비했던 멋진 말도 멋진 표정도

막상 그 상황이 닥쳐오니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뒤돌아 가고 있었고

집으로 막 들어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히 한마디를 해버렸다.

"사귀자"

.......

.........

............


[민정] : 뭐?

[오백원] : 우리 사귀자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많이 놀란 듯한 표정이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

차인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고백이나 하고....

나 같은 바보가 또 있을까?


[민정] : 그래

.......................그...........래.......?

[오백원] : 뭐?

[민정] : 알았다고 ^^

[오백원] : 그럼.... 받아 주는거야?

[민정] : 응


...........

 

..............

 

....................


그녀를 보내고 집에 오는 길...

너무 좋아 1초 간격으로 희준희준 웃었다.

아... 오타... 히죽히죽 웃었다. -_-;

사람들은 날 미친-_-놈 쳐다보듯이 손석희의 시선집중-_-을 보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이젠 그녀가 내 여자니까 말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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