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 진짜 그냥 가냐?
[오백원] : 뭐...?
[그녀] : 그냥 갈꺼냐고
[오백원] : .......
당황스러웠다. 그냥 갈꺼라니....... 설마....... 잡아주길 바라는 건가?
그런건 상관없다. 잡아주길 바라던 말던 난 내가 할 말을 하려 이 자리에 있는게 아닌가.
[오백원] : 오늘... 시간 있어?
그 어린 나이에 난 만나자마자 고백을 하는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고 -_-;
만약 그녀가 데이트(?) 신청을 받아만 준다면 끝난후 헤어지는 길에 고백하려 했던 것이다.
[그녀] : .............뭐?
예상대로 시큰둥한 반응... 역시 잡아주길 바란다는건 내 착각이였나...?
[그녀] : 돈은 있어?
어.....? 뭐......? 자...잠깐... 설마 허락한거야? 날?!
[오백원] : 응 돈이야 조금....
[그녀] : 그래... 일단 가자 ^^
[오백원] : 어딜 -_-;
그녀는 내 손을 잡더니 은행 바로 옆에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오백원] : 자...잠깐... 우린 아직 어려!!!
"어서오세요"
츨입문에 들어서자 마자 사방에서 들려오는 괴성이 고막을 파고든다.
그리고 주인 아저씨가 가사롭다는 듯이 날 쳐다본다. -_-
[그녀] : 한시간만 하고 갈께요. 야 괜찮지?
[오백원] : 어? 어 -_-
5분 있기도 겁나 죽겠는데 한시간이라니.... 나 완전히 새됐다.
아참.... 까먹고 아직 말 안한게 있다.
우린 지금 노래방에 와있다. -_-
여자랑 단 둘이 노래방에 온건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두근 벌떡벌떡 쿵쾅쿵쾅 거려서...
김경식의 뚝딱이를 먹어주고 -_-; <--- 이거 기억하는 사람도 다 읽고 무조건 추천 -_-
그녀와 단둘이 방에 들어갔다.
그 어린 나이에 단둘이 좁은 방안에 있으니 어찌나 화끈 거리던지...
[그녀] : 너 노래 잘해?
[오백원] : 응
헉.... 내가 뭔소릴........;;;
[그녀] : 먼저 하나 골라
[오백원] : 나도 예전부터 김하나를 좋........ ^^
[그녀] : 김하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재미없어 -_-
[오백원] : 그래 -_-;
[그녀] : 근데... 나 언제까지 그녀로 출현하냐?
[오백원] : 아.. 바꿔줄께 ^^
# 그녀의 대화명이 그뇬으로 변경되었습니다 #
[그뇬] : -_-
[오백원] : 허허허허..;; 미안 깜짝개그였어 -_-
# 그녀의 대화명이 민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
[오백원] : 됐지?
[민정] : 흠... 그거 내 본명인데 -_-
방에 들어선 후 5분간은 서로 아무말없이
노래방 책자를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멋지게 발라드를 부르고 싶었지만...
아는 노래도 별로 없었을 뿐더러 중1때 난 온리 H.O.T 빠돌이였다. -_-
첫곡 : H.O.T = 캔디
사실은 오늘 너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싶어 널 만난거야~~♬
솔직히 부르면서 조금 쪽팔렸다. 여자랑 단둘이 노래방을 와서 댄스곡이라니 -_-;
근데...
기적이 일어났다 -_-
[민정] : 나 H.O.T노래 진짜 좋아하는데! 같이 부르자 ㅋㅋ
H.O.T 빠돌이와 빠순이가 만나면....
빠XX가 된다 -_-
흠... 나도 안다 내 개그 어려운거 -_-;
캔디, We are the future, 행복, 늑대와 양,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뭐 하여튼 그때까지 나온 H.O.T 노래들은 다 부른 듯 싶다. -_-
노래방에서 보낸 한시간...
그 짧은 시간으로 인해 난 그녀와 많이 가까워 질 수 있었다.
역시 H.O.T의 힘이란 -_-
노래방을 나서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녀와 단둘이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는게 꿈만 같아서 볼을 꼬집어 보았다.
...........
..............
................
[엄마] : 야 !! 어서 인나!! 지금이 몇신데 퍼자 퍼자긴!!
[오백원] : 뭐.....뭐야?? 꿈이였어??
이랬다면 난 다시는 글을 쓸 수 없겠지 -_-
[그녀] : 1차는 내가 정했으니까 다음은 니가 정해 어디 갈래?
아무리 그땐 내가 어렸다지만 이건 내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해놓고선 끌려가는 상황이였다.
이렇게 계속 끌려갈 순 없지.
이 기회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보기로 결심한 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근데 머리가 커서 잘 안굴러 가더라 -_-
그러다 어느순간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오백원] : 우리...
[민정] : 어...?
[오백원] : 오락실가자 -_-
그래... 그 나이때 어디 뭐 갈때가 있겠는가 -_-
아무래도 민정이는 여자다 보니까 게임이라면 당연히 내가 한수 위일테고
게임으로라도 기를 죽여 데이트를 리드해 보겠다는 중딩틱한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것이였다.
오락실 경력 10년 인생... 이제야 리드를 잡겠군 아하하하하ㅏㅏㅏ하하ㅏ하하하하하
[민정] : 싫어!
헉.........................................
[민정] 남자가 기껏 가자는 곳이 오락실이 뭐냐!
제길.... 어릴땐 여자가 남자보다 정신 연령이 높다는데 정말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_-
[오백원] : 그럼 어디?
[민정] : 니가 정하라니깐...
[오백원] : 흠...그럼.... PC방 -_-
[민정] : ......................그래
[오백원] : 왜? 가기 싫어?
[민정] : 어 -_-
[오백원] : 왜?!
[민정] : 너랑 나랑 PC방 가면 뭐 할꺼 있어?
......... 듣고 보니 그랬다. 같이 스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같이 채팅을 할수도.....
아! 그거다! 채팅!!
[오백원] : 우리 채팅하자
[민정] : -_-;;;
[오백원] : 너랑 나랑 하자는게 아니라... 내기 하자 ^^
[민정] : 어떻게?
[오백원] : 난 남자 꼬시고, 넌 여자 꼬셔서 20분안에 누가 더 많이 꼬시나!
[민정] : 푸하하하하하 너 반대로 말했어 -_-
[오백원] : -_-;;; 그래... 난 여자 꼬시고 넌 남자 꼬시기 -_- 됐냐?
[민정] : 뭘 걸고 할껀데?
[오백원] : 소원 하나 들어주기!
[민정] : ㅋㅋㅋㅋ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오백원] : ...........
[민정] : 아무거나 다 들어주기?
[오백원] : 당근 빠따 쓰리고 투고 원고는 원고지에!
[민정] : 왜 갑자기 오바하고 난리 부르스 윌리스의 식스센스냐!
[오백원] : 그만하자. 독자분들 우리 하이개그 이해 못하시겠다 -_-;
[민정] : -_-
[오백원] : 어쨌든 하는거지?
[민정] : 그래
하ㅏㅏ하하하하ㅏㅎ하 걸렸들었군 -_-
사부한테 전수받은 지네다리식 무한쪽지신공 제 2초식을 쓴다면 20분안에 20명쯤은 껌이지 후훗
소원이라....
하나밖에 더 있겠는가
삐삐가 없던 나는 그녀의 삐삐 번호를 불렀고
20분뒤 그녀의 삐삐에는 나와 그녀에게 온 음성 메세지가 10통이 넘었다.
우린 PC방 안에 있던 공중전화로 가서 하나씩 확인해 보았다.
==== 첫번째 음성 메세지 입니다. ===
[남자1] : 안녕~~? 나 아까 채팅했던 파란망또야~~ 너도 내가 맘에 들었다니 기뻐. 우리 좋은 인연 만들어 가자 ^^
푸하하하하!
중1의 나이로 나보다 더 느끼한 놈이 있었다니 -_-
[오백원] : ㅋㅋㅋㅋ 미치겠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런놈들까지 꼬시냐?
[민정] : -_-ㅗ
=== 두번째 음성 메세지 입니다. ===
[여자1] : 나 '사랑은항상' 이야~ 너 장동건 닮았다고 했지? ㅋㅋ 빨리 보고싶다~ 연락해~
-_-;; 나도 모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민정] : 뭐야 너!! 끊지마! 나도 좀 듣자
[오백원] : 아...안돼;;
얼마후...
[민정] : 으하하하 장동건 ㅋㅋㅋㅋㅋ 미쳐 !!
[오백원] : -_-
=== 세번째 음성 메세지 입니다. ===
[남자3] : 나 '하얀털'이야... 음성 남겨주면 신음소리 내준다고 했지? 기다릴께~
[오백원] : -_-;
[민정] : (*__)>
힘겹게 겨우 10여개를 다 확인했다.
결과는 신음소리의 유혹으로 인한 나의 참패 -_-
제길.... 남자들 그렇게 살지마라 !
아... 나도 남자군 -_-;
음성 메세지까지 다 확인하고 나니 PC방 이용시간이 조금 남았던걸로 기억한다.
우린 중1이였기에...
기본요금인 한시간을 채워야 했다. -_-
[오백원] : 야.. 남은시간 아까우니까 우리 채팅으로 얘기하자
[민정] : -_-
[오백원] : 니가 만들어 ^^
[민정] : 방이름 장동건 비밀번호 파란망또
-_-;;
# 14세 쌔끈남이 입장하셨습니다. #
14세쌔끈남> gkdl
날가져봐> -_-
14세 쌔끈남> 약속은 약속이니까 소원 말해
날가져봐> 생각좀 해보고...
14세 쌔끈남> 어
날가져봐> 야!
14세 쌔끈남> 그래 말해~
날가져봐> 아무리 생각해봐도 할만한게 없다...
14세 쌔끈남> -_-
날가져봐> 그냥 안할래 -_-
# 날가져봐님이 퇴장 하셨습니다. #
솔직히 허무했다. 내심 뭔가를 바랬는데....
물론 그 뭔가가 일어날 확률은 1%도 채 안되겠지만....
PC방에서 나오니 저녁때가 다 되가던걸로 기억한다.
그나이때 내 통금시간은 8시-_- 였기 때문에
슬슬 가야할 시간이였다.
가야할 시간이 다가 온다는 것....
그것은 곧 고백할 시간이 다가 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백원] : 이제 그만 가자
[민정] : 벌써?
[오백원] : 응 여자가 일찍 들어가야지~ 데려다줄께 <--- 통금 때문에 간다는 말은 쪽팔려서 못했다 -_-
어젯밤...
고백을 하기로 결심했을때 이미 장소로는 그녀의 집앞을 생각해 두었다.
기껏 분위기 잡고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말했는데
그녀가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다행이도 그녀는 별 상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그녀의 집앞이다.
솔직히...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 그녀를 데려다 주면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그녀를 바래다 주던 그때....
내 머릿속은 온통 고백에 대한 생각 뿐이여서 그런게 아닐까....
[민정] : 여기야
[오백원] : 그래 ^^
드디어.......
[민정] : 오늘 좀 재밌었다 ㅋㅋ
[오백원] : 나도 ㅋㅋ
[민정] : 그래... 앞으로도 가끔씩 삐삐쳐~
.............
사람의 심리라는게 이럴때 보면 참 웃긴다.
그렇게나 고백하려고 준비했던 멋진 말도 멋진 표정도
막상 그 상황이 닥쳐오니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뒤돌아 가고 있었고
집으로 막 들어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히 한마디를 해버렸다.
"사귀자"
.......
.........
............
[민정] : 뭐?
[오백원] : 우리 사귀자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많이 놀란 듯한 표정이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
차인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고백이나 하고....
나 같은 바보가 또 있을까?
[민정] : 그래
.......................그...........래.......?
[오백원] : 뭐?
[민정] : 알았다고 ^^
[오백원] : 그럼.... 받아 주는거야?
[민정] : 응
...........
..............
....................
그녀를 보내고 집에 오는 길...
너무 좋아 1초 간격으로 희준희준 웃었다.
아... 오타... 히죽히죽 웃었다. -_-;
사람들은 날 미친-_-놈 쳐다보듯이 손석희의 시선집중-_-을 보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이젠 그녀가 내 여자니까 말이다...... ^^
-계속-